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정말 미안해..."
루시엔이 정말 미안해하는 얼굴로 바나비에게 거절의 말을 건네자, 그는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바나비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주변에 있던 루시엔의 친구들은 이제 그 광경을 안타까운 얼굴로 보고 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호그와트의 최고 인기남'인 바나비가 '그 유명한 저주 해결사'에게 차였다는 사실로 수군대고 있었다.
"쉿! 너희들 얼른 돌아가야하지 않겠어? 이제 곧 승리를 기념하는 파티가 열릴 예정이잖아. 어서들 돌아가! 훠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의 구경꾼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은 로완과 페니였다.
그들은 루시엔과 바나비가 더 이상 무안해하지 않도록 서둘러 주변을 정리해주었고, 곧 정신을 차린 빌도 그녀들과 함께 아이들을 성으로 돌려보냈다.
탤벗의 마음은 그녀가 바나비의 고백을 거절한 것을 보고, 마치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던 기분이 순식간에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것처럼 기쁨에 차올랐다.
하지만, 마음이 산산조각 난 것처럼 고통스러운 기분을 애써 감추려고 노력하는 바나비를 보며 한편으로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그 자신이 바로 몇 분 전에 딱 그런 마음이었으니까.
그리고 좋은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된 것에 힘들어하고 있는 루시엔을 보며 그는 말없이 그 자리에서 비켜주기로 했다.
바나비와 루시엔의 눈치를 보며 루시엔의 친구들은 조용히 두 사람만 남을 수 있도록 그 자리에서 떠나주었다.
그리고 결국, 텅 빈 퀴디치 경기장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루시엔은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다시 한번 그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이상하게도 마음이라는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지만, 마치 감각기관인 것처럼 아픔과 온도를 느낀다.
루시엔은 바나비에게 거절의 말을 건네면서 자신의 마음도 마치 시린 칼날로 한 부분을 도려내는 것처럼 상처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섣불리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바나비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굳어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붙잡으며, 그녀는 다시 한번 사과했다.
"미안해, 바나비... 그래도 넌 영원히 나에겐 좋은 친구일거야... 네가 허락한다면..."
그녀의 가느다란 손에 붙잡힌 커다란 그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거칠게 입술을 맞부딪혀왔다.
"으...읍!"
루시엔은 너무 당황스럽고 놀라 밀어낼 생각도 못하고, 바나비의 품 안에 갇힌 채로 정신없이 몰아치는 듯한 진한 키스를 하게 되었다.
맞닿은 그의 입술과 격정적인 몸짓에서 전해지는 감정은...
쓰라린 실연의 아픔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격랑 속에서 위태롭게 휘둘리는 나룻배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는 마치 그녀가 동앗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끌어안고 입술을 부딪혀오며 그녀의 마음 한자락을 내어주길 갈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결국 그가 원하는 것은 얻어낼 수 없었다.
맞닿아 있어도 그곳에 그가 찾던 사랑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며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난 네가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가 날 좋아해주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그래도 정말 안 되는 거야...?"
그의 품에 안겨있는 채로 그녀는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난 널 좋아해. 하지만, 그게 이성으로서는 아니야... 네 마음에 보답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바나비..."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그녀의 말을 듣자, 그는 고통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물기어린 촉촉한 눈동자로 그녀를 눈에 담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보답을 바라고 널 좋아한 건 아니야. 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아이니까. 하지만, 지금 네가 나와 같은 감정이라면 더 행복했겠지..."
그가 잠시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르더니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도 괜찮아. 그래도 난 네 친구로서 곁에 계속 남아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슬퍼하는 얼굴 하지마, 루시엔. 난 괜찮아..."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괜찮다며 오히려 자신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자 그녀는 눈물이 터져나왔다.
"으흑...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한테 상처주고 싶지 않았는데... 으허엉!"
그녀가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진심으로 미안해하면서 엉엉 울자, 자기 대신 그렇게 울어주는 그녀를 보며 왠지 그는 쓰라린 실연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어루만져지는 것 같았다.
"바보같기는... 이러면 내가 널 차버린것 같잖아..."
"그게... 으헝... 무슨 상관이야! 너나 나나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엉엉!"
"그래... 너도 마음이 아프구나.."
"당연하지! 으허엉!"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없이 그녀를 다시 끌어안고 울음을 그칠 때까지 토닥여주었고, 그녀를 토닥여주는 것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바나비의 깜짝 공개 고백 해프닝은 그렇게 실연의 아픔을 남기고 마무리되었다.
성으로 돌아온 뒤, 대연회장 근처 복도에 있는 퀴디치 트로피 케이스 앞에서 퀴디치 시상식이 열렸다.
후치부인은 래번클로 팀 주장인 오리온에게 퀴디치 우승 트로피를 건네주며 축하했고, 그는 트로피를 받더니 우승에 가장 결정적인 공로를 한 루시엔에게 트로피를 건네며 말했다.
"우리 팀이 우승한 건 네 덕분이야, 루시엔. 그러니 이 공을 네게 돌릴게."
루시엔은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트로피를 건네받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미소를 띤 얼굴로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이건 우리 모두의 노력 덕분이야. 래번클로 만세!"
그러자 그 자리에 참석해 있던 다른 래번클로 팀원들과 래번클로 팀을 응원하는 학생들이 모두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올해도 우승컵을 따낸 것을 축하한다! 내년에도 훌륭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경기장에서 있었던 모든 소란을 알고 있던 후치 부인은 루시엔의 퉁퉁 부은 눈을 못 본 체 해주며 시상식을 마쳤고, 이제 래번클로 기숙사 휴게실에서 열리는 우승 기념 파티만이 남아 있었다.
래번클로 기숙사 휴게실에 도착한 루시엔과 다른 래번클로 팀원들은 화려하게 꾸며진 파티를 보며 다시 한번 승리를 축하했다.
올해도 퀴디치 우승컵을 차지하게 된 주역이었던 래번클로 퀴디치 팀원들은 승리 기념 파티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마지막에 골을 넣어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루시엔은 명실상부한 스타였다.
마음 한 켠으로는 바나비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지금 퀴디치 결승전에서 우승한 기쁨은 그들 모두가 간절히 염원하던 것이었다.
그래서 루시엔은 잠시 무거운 마음은 한켠에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승리의 기쁨을 최대한 만끽하며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래서 수많은 래번클로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고, 우스운 농담과 이야기들을 하며 신나게 웃어젖히고, 주방에서 공수해온 버터 맥주와 먹거리들을 먹고 마시며 정신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파티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이제 수많은 관중들에게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자, 루시엔은 따뜻한 차 한잔을 손에 들고 휴게실 구석의 안락의자에 푹 파묻혀 앉아서 로완과 조용히 수다를 떨었다.
"휴... 오늘은 정말 지친다. 내 인생에 이렇게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날이 또 언제가 있었더라?"
그녀가 눈을 굴리며 농담처럼 말하자, 로완이 작게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원래 주인공의 인생이 그런 법 아니겠어? 그런 면에서 난 참 다행인 것 같아. 난 조용히 책이나 잔뜩 읽으면서 사는게 더 좋거든."
"나도 이런 주목과 관심을 바란건 아닌데... 휴... 아깐 정말 부담스러웠어."
"바나비랑은 잘 해결된 거야?"
로완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고는 따뜻한 차를 홀짝였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이게 잘 해결된 걸까...? 우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쭉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어... 그 말을 하던 때 바나비의 마음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정리하는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이게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했고..."
"음... 난 네 결정을 지지해, 루시. 네 감정이 시키는 길을 따라가길 바라. 난 무조건 네가 행복하길 바라니까..."
"고마워, 로완..."
루시엔이 옅게 미소지으며 다시 차를 홀짝이자, 로완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놀리면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래서 말인데, 윙거랑은 언제 사귈거야? 큭큭."
갑작스러운 로완의 질문에 그녀는 마시고 있던 차를 뿜으며 사레에 들려 캑캑거렸다.
"뭐?! 켁켁...!"
로완이 루시엔의 등을 두드려주며 킬킬거리면서 말했다.
"아직 사귀기로 하진 않았나보구나? 난 또, 너희가 벌써 두 번째 데이트를 했으니까 이젠 사귀기로 합의한 줄 알았지...큭큭큭."
"난 사실... 이런게 너무 생소해서... 사귀거나 이런 건 너무 갑작스럽다고 해야할까... 이제 막 데이트를 두 번 했을 뿐인걸... 게다가 그애가 나한테 사귀자고 말한 적도 없고, 나도 아직..."
루시엔이 이렇게 말을 얼버무리자, 로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 데이트를 두 번 했던건 그렇다 쳐도, 그 뒤로 윙거가 너한테 아직도 사귀자는 말을 안 했다고? 그리고 너도?"
"으...응..." 그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로완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쳤다.
"어휴... 이 답답이들!"
"왜 그래, 로완...?" 루시엔이 조심스럽게 묻자, 로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하긴... 고작 수업 시간 정도밖에 못 만나는데, 그 외톨이 윙거랑 무슨 수로 그런 고백을 할 만큼 가까워질 수 있었겠어. 시간이 더 필요한 거겠지 암, 그렇고 말고..."
"......"
로완의 말을 들은 루시엔은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사실, 두 사람은 루시엔의 방 안에서나 밖에서나 로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탤벗이 애니마구스인 사실은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었기 때문에 그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자주 만나고 있는지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루시엔이 말문이 막힌 이유는 그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두 번이나 데이트를 했고, 충분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자주 만나고 있는데도, 그가 사귀자는 말을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은, 혹시 그가 자신을 사귀고 싶을 만큼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일까?
하지만, 고백을 남자만 하라는 법이 있는건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이제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을 한번 돌아보기 시작했다.
'난 탤벗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퀴디치 우승 축하 파티가 끝나고, 루시엔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로완과 함께 여자 기숙사로 올라와, 방문 앞에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잘 자, 로완!"
"잘 자, 루시!"
방 문을 열고 들어오니, 그녀의 방 안에선 탤벗이 안락의자에 앉아서 시집을 읽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가 그녀의 방 안에 와 있는 것이 별로 놀랍지도 않은 풍경이 되어버렸다.
"파티에 안 왔길래 어디있었나 했더니, 내 방에 와 있었구나?"
"난 번잡한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너도 알잖아."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짧게 대꾸한 뒤 다시 시집으로 눈을 돌렸다.
루시엔은 그가 앉아있는 의자 근처로 책상 의자를 끌고 와 앉으며 말했다.
"그래도 파티에 왔으면 좋았을걸... 맛있는 버터 맥주랑 과자들도 있었는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집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꾸했다.
"난 시끄러운 곳에서 먹는 맛있는 과자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만끽하는 평화로움이 더 좋아."
"내 방에서 그렇게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니 방 주인으로서 참 영광이네, 탤벗."
그녀가 장난스럽게 이렇게 말하자,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는 계속해서 시집을 읽었다.
평화로움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녀는 한숨을 폭 내쉬며 지친 얼굴로 아직도 붓기가 남아있는 눈 주변을 꾹꾹 지압하며 대답했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나도 네 말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듣자, 그는 시집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울었어..? 혹시 아까 그 자식이 널 울린거야?!"
그가 음산한 목소리로 묻자, 그녀는 놀란 얼굴로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며 손을 내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이건 그냥 어쩌다보니 너무... 미안한 마음에... 바나비가 일부러 날 울리거나 그랬던게 아니야."
"......"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쳐다보자, 그녀는 두서없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고, 그는 조용히 말없이 그녀가 하는 말을 들어주었다.
"그애한테 상처주고 싶지 않았는데... 잘 한 거겠지...? 어쨌든 우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친구로 지내기로 했어... 퀴디치 경기장에서 그렇게 공개적인 고백이라니... 아깐 정말 너무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워서 그 자리에서 그냥 도망치고 싶었거든... 그런데, 계속 이렇게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하... 퀴디치도 퀴디치지만, 정신적으로 정말 피곤한 하루였던 것 같아..."
그는 말없이 물끄러미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게 옳은 결정이겠지. 감정 문제에 있어서 정답은 없는 거잖아. 어서 씻고 와, 오늘도 내가 머리 말려줄게."
그의 평소와 같은 담백한 태도가 왠지 힘이 되는 것 같아서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으로 물었다.
"탤벗, 솔직히 말해봐. 너 여기에 내 머리 손질해주려고 오는 거지? 큭큭."
"해주지 말까?"
그가 눈을 굴리며 대꾸하자, 그녀가 킬킬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고마워. 오늘도 부탁할게!"
루시엔은 재빨리 일어나 목욕 용품을 챙겨들고 방을 나갔다.
그는 후다닥 달려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시집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루시엔이 방으로 돌아온 뒤, 그는 능숙하게 그녀의 뒤에 자리잡고 젖은 실크 실타래 같은 머리카락을 말려주기 시작했다.
그 잠깐의 시간은 한 마디 말이 없이도 안락하고 평온했는데, 그는 손은 열심히 움직이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아까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가 바나비의 고백을 거절한 것을 보고 기쁘고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론 아직 그에겐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남아있었던 것이다.
'고백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아까 그녀의 반응으로 보건대, 절대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공개 고백은 금물인 것 같았다.
물론 그 자신도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상황은 절대 사양이었다.
그래도 최근 그녀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나 분위기를 보면, 그녀가 자신에게 아예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그래도 섣불리 고백했다가 바나비처럼 차이는 것보단 조금 늦어도 확실한 것이 나으니, 그는 고백하는 방법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며 좀 더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한편, 루시엔은 의자에 앉아서 등받이에 허리를 기댄 상태로 머리카락은 그의 손에 맡겨두고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워낙 섬세하고 부드럽게 머리를 만져주고 있는 데다가 지치고 피로한 상태가 겹쳐진 탓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금세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요술 지팡이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마법을 사용하여 보송보송하게 물기를 말린 뒤,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헤어 오일을 가볍게 발라주고 꼼꼼하게 빗질까지 마무리 하고나서, 그는 불편하게 의자에 기대서 잠든 그녀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루시엔, 일어나. 침대에 누워서 자."
"우웅..."
하지만, 그녀는 이미 꿈나라를 헤매는 중이었다.
탤벗은 왠지 익숙한 이 상황에 한숨을 내쉬고는, 꾸벅꾸벅 졸다가 의자에서 떨어질 뻔한 그녀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들고 침대로 옮겨가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꿈속에서 무슨 나쁜 꿈을 꾸고 있는지 그녀는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는데, 그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가만히 그녀의 미간을 살살 문질러 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직이 속삭였다.
"좋은 꿈 꿔, 루시엔."
그녀는 꿈속에서 그의 말을 들었는지 찌푸리던 표정을 풀고 사르르 미소를 지었는데, 그 모습이 지나치게 사랑스러워서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동그란 이마에 깃털처럼 살짝 키스를 남겨주고는 조용히 독수리로 변신해서 그녀의 방 창문으로 날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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