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창작 팬픽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52: 신뢰 회복

루시엔 아리아 2022. 2.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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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무장해제 마법은 상대방이 들고 있는 요술지팡이 혹은 무기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마법이다.

 

 

그녀가 뒤를 돌며 재빨리 걸었던 그 마법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던 탤벗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루시엔... 괜찮아?"

 

 

그가 걱정하는 얼굴로 물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루시엔은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차갑게 그에게 말했다.

 

 

"가까이 오지 마!"

 

 

그녀의 냉정한 말을 들은 탤벗은 마치 그녀가 자신의 심장에 대고 직접 봄바르다 주문을 날린 것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서 고통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대체... 왜?"

 

 

그녀는 두려움을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고저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지금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너도 아까 그 상황 다 봤잖아. 네가 내 입장이라도 분명 그렇게 판단했을 거라고 생각해. 날 도와줬던건... 고마워."

 

 

그는 그녀의 이런 말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건 마치 이별 선고 같잖아...'

 

 

"아니, 난 이해가 안 돼. 넌 내가 유일하게 온전히 신뢰하는 소중한...친구야. 그리고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했길래 나도 믿을 수가 없다는 거야? 난 널 구한 것 뿐인데!"

 

 

그의 말에서 그의 격해진 감정이 묻어 나왔다.

 

 

그녀는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은 붉은색 루비같은 눈동자를 차마 보기가 어려워 눈을 감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여기에서 감정이 개입되면 안 되었다.

 

 

그녀는 이 의심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전까진 스스로 냉정해져야 했다.

 

 

"미안해, 탤벗. 너도 내가 신뢰...했던 친구야. 하지만, 지금은 내 주위의 사람들이 의심되는 상황이야. 적어도 오늘 사건에 개입된 사람들 만큼은 더더욱. 난 네가 레이크픽과 동시에 나타난 게 우연의 일치라고 믿기가 어려워."

 

 

그는 답답해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건 정말로 우연의 일치였어! 내가 나타난 때가 우연히 레이크픽이랑 겹쳤다고 해서 널 구한 나를 의심하는 거야?"

 

 

하지만 루시엔은 미안해하는 얼굴을 하고도 냉정하게 말했다.

 

 

"구해준 건 고마워. 하지만, 그렇게 놓고보면 레이크픽도 날 구한 건 마찬가지야. 하지만 네가 레이크픽과 관련이 없다는 걸 내가 어떻게 확신하지?"

 

 

루시엔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난 그 여자도 의심스럽고, 혹시 그 여자와 같은 편일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의심스러워. 그 여자는 내가 이전에 안뜰에서 공격당했던 일도, 금지된 숲에 갔었던 것도 모두 알고 있었어. 그건 호그와트 내부의 누군가와 손을 잡지 않으면 알아내기 어려운 정보지."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멍해진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넌 내가 레이크픽과 한 편이라고 의심하는 거구나... 나는 그걸 다... 알고 있었으니까..."

 

 

"미안해, 탤벗... 나도 의심하고 싶어서 널 의심하는 건 아니야."

 

 

그녀가 죄책감이 어린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기숙사로 걸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절박한 얼굴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간절히 말했다.

 

 

"어떻게 해야 날 다시 믿어줄 수 있겠어? 필요하다면 스네이프 교수님께 부탁해서 베리타세룸이라도 마실게."

 

 

베리타세룸은 현존하는 최고의 진실 자백제로, 이것을 한 방울만 마시면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둔 비밀까지도 낱낱이 털어놓게 만든다는 강력한 마법약이었다.

 

 

탤벗이 필요하다면 이런 마법약까지 스스로 먹겠다며 하는 말이니, 루시엔은 그가 지금 하려는 말이 적어도 거짓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야..? 그렇다면 아까 안뜰에 날 구하러 오게된 경위를 설명해 줘."

 

 

루시엔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눈동자 속에 담긴 진의를 탐색하듯이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마치 제 마음 속의 치부를 샅샅이 드러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의 신뢰를 회복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실은, 아까 마법약 수업이 끝나고 네게 말을 걸려고 했었어. 지난번 변신술 수업 끝나고 물어보고 싶었던 '그걸'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바나비 녀석이 네게 먼저 말을 걸었고, 넌 그 녀석을 쫓아 나가게 됐지."

 

 

그녀는 예리한 눈빛으로 그의 말과 태도에서 진실을 가늠해보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이야기해보라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난... 독수리로 변신해서 몰래 너와 그 녀석의 뒤를 밟았어. 왜냐하면... 질투가 났거든... 그 녀석한테. 왜냐하면 네가 약초학 수업이 끝나고 카플란한테 발렌타인데이 때 데이트 약속이 있다고 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난 그 상대가 바로 그 녀석이라고 생각했지..."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결국 제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았다.

 

 

"왜냐하면 넌 나와 데이트 약속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난 네가 그 녀석이랑 아니, 다른 누구든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데이트 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런데도 왜 난 굳이 네가 그 녀석과 함께 퍼프스캔을 가지고 노는 걸 따라가 지켜 보고 있었을까? 그냥 눈에 안 보이고 생각을 차단하면 그만일 텐데... 널 보고 있지 않으면 그게 더 불안하고 초조했어. 그러다가 안뜰까지 쫓아오게 된 거야... 미안해, 루시엔. 내가 너무 못나고 찌질한 인간인 것 같아..."

 

 

"......" 

 

 

루시엔은 그가 털어놓은 진실을 듣고는 뭐라고 해야할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태도와 말에서 그녀는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녀가 아는 탤벗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절대 이런 거짓말을 못한다.

 

 

그러니까, 이게 전부 사실이란 말이었다.

 

 

곧, 그의 두 뺨에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닿았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붙잡고 자신을 똑바로 보게 했다.

 

 

놀랍게도 그가 바라본 그녀의 얼굴엔 비난이나 조소가 들어있지 않은, 평소의 따뜻하고 밝은 미소가 살짝 걸려있었다.

 

 

그의 솔직한 대답에서 그가 레이크픽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그를 다시 믿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네가 나한테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던 '그것'이 뭔데?" 

 

 

"이젠... 날 믿는 거야?"

 

 

그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그녀는 미소를 띤 얼굴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는 다시 그녀의 신뢰를 얻게 된 것에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그것'을 물어보려니 부끄러워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떨리는데, 대체 그녀는 어떻게 '그것'을 했었던 걸까?

 

 

그를 바라보며 그가 말할 때까지 한참 기다리다가 아무 말이 없자, 그녀는 김샌 얼굴로 손을 놓고 홱 돌아섰다.

 

 

하지만 그가 재빨리 그녀의 두 손을 붙잡아 자신을 마주보게 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용기를 끌어모아 입을 열었다.

 

 

"이번주 일요일 발렌타인데이에... 나랑... 데이트 해줄래?"

 

 

그의 떨리는 물음에 그녀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눈부신 미소를 만들어냈다.

 

 

"내 대답은 '응'이야."

 

 

그날 밤, 그는 지옥에서 한 순간에 천국으로 올라간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첫 데이트를 했던 날 밤처럼 손을 꼭 잡고 함께 래번클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굳건한 신뢰를 회복한 두 사람은 예전보다 함께 있는 것에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루시엔은 래번클로 기숙사 휴게실의 구석진 곳에 놓여 있는 소파에 그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아까 안뜰에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조용히 이야기해주었다.

 

 

그녀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그녀의 생각과 판단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자신이 그녀의 의심 대상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했다는 안도감이 뒷받침 되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그는 이제 그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리적으로 하나씩 추론해보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벤은 임페리우스 저주같은 마법에 걸린 게 아닐까 싶어. 피니트 인칸타템 주문을 쓰니까 제정신으로 돌아온 거잖아."

 

 

그의 말에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인 추론이야. 아까 그 상황에서 거짓으로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다면, 벤은 둘 중 하나겠지. 정말로 악당이거나 아니면 뛰어난 배우이거나. 하지만 내가 보아온 평소의 벤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러면 결국 누군가의 조종을 받은 거겠지."

 

 

그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누군가의 조종을 받은 거라면, 혹시 벤이 그 사람을 본 적은 없었을까?"

 

 

"글쎄... 조종한 자가 그걸 벤이 그대로 기억하도록 놔두진 않았을 것 같은데... 난 덤블도어 교수님이라면 혹시 뭔가 알아내시지 않을까 싶어서 아까 벤을 덤블도어 교수님의 방으로 보낸 거야."

 

 

"흠... 그렇겠네. 그러면 레이크픽은? 그 여자가 조종자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탤벗이 곰곰이 생각하며 묻자, 루시엔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

 

 

"그럴 가능성도 제로(0)는 아니야.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그 여자는 왜 날 도와주는 거지? 자기가 저주 해결사로 여기 호그와트에 온 거면서, 왜 내가 저주 해결을 하게끔 도와주는 걸까? 이거 혹시 함정인가..?"

 

 

"모르지. 하지만, 이건 확실해. 저 밖에서 뭔가 위험한 게 널 노리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제발... 조심해야 해, 루시엔."

 

 

그가 걱정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당부했다.

 

 

그녀는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붙잡고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걱정 마, 난 철저히 준비했어. 그러니까 그렇게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그는 그녀의 대답에서 직감적으로 그녀가 곧 저주받은 금고를 해결하러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심장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애써 그런 마음을 숨기며 그녀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너 때문에 내 심장이 남아나지 않겠어, 루시엔."

 

 

그의 말은 그녀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녀가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하며 손가락만 배배 꼬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이, 저주 해결사, 탤벗. 좋은 시간 방해해서 정말 미안한데, 이번에 발렌타인데이를 위한 내 작품들을 입어줄 모델이 되어줄래?"

 

 

밤 늦게까지 의상 제작 작업을 하던 안드레가 그들에게 모델이 되어달라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루시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안드레. 지난 번에도 약속했으니까." 

 

 

그녀의 대답에 안드레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루시엔. 그럼 지금 잠깐 치수 좀 재도 될까? 이제 발렌타인데이가 며칠 안 남아서 말이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탤벗도 그녀를 따라 일어서며 대답했다.

 

 

"나도 할게. 모델."

 

 

안드레는 놀라움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뻐했다.

 

 

"와! 정말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네? 드디어 윙거가 내 모델이 되어주다니!"

 

 

루시엔도 놀라며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겠어? 너 원래 이런 귀찮은 일 싫어했잖아..."

 

 

그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어차피 데이트 의상 때문에 안드레에게 옷을 골라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었으니까."

 

 

그러자 안드레는 킬킬거리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너도 이 멋의 마법사 안드레 님의 실력을 인정한 거구나. 암, 그렇고 말고. 루시엔이 워낙 내 작품을 잘 살려주는 모델이니 말이지. 너희 첫 데이트 때도 내가 솜씨를 부렸다고! 큭큭큭."

 

 

탤벗은 그의 자화자찬에 눈을 굴리더니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빨리 치수나 재 줘, 이구."

 

 

"알았어, 알았어. 그럼 여기서 잴 테니까 한 사람씩 팔 벌리고 가만히 바른 자세로 서 있어줘."

 

 

안드레는 이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마법 줄자와 수첩, 깃펜을 꺼냈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두 사람의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치수를 다 재고 안드레는 짓궂은 얼굴로 그들에게 다시 좋은 시간 보내라며 작별 인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갔고, 두 사람은 괜히 안드레가 놀리듯이 한 말에 부끄러워하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어색하게 남아 있었다.

 

 

"그...그럼... 잘 자, 탤벗."

 

 

루시엔이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깨고 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탤벗은 머뭇거리며 그녀를 불러세웠다.

 

 

"저기... 루시엔."

 

 

"응? 왜?"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고마워. 날 다시 믿어줘서."

 

 

그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띤 얼굴로 그의 눈동자를 올려다 보며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미안해, 의심해서..."

 

 

그는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설마...?!'

 

 

그녀는 그의 포근한 라벤더 향기가 천천히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눈을 꼭 감았다.

 

 

.

 

 

탤벗이 그녀의 이마에 그가 가볍게 키스를 남겨주고는 다시 고개를 들자, 발그레한 뺨을 하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잘 자, 루시엔."

 

 

"너도..."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는 후다닥 여자 기숙사로 올라가 버렸다.

 

 

방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 등을 기대며 선 루시엔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의 열기를 손 부채질로 식히며 왠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했다.

 

 

'내가... 너무 밝히는 건가...?'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로완이 선물로 주었던 연애 지침서를 탓했다.

 

 

'괜히 그 책을 끝까지 정독했어! 우리가 첫 데이트를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내가 너무 앞서가는 거겠지. 자제하자 루시엔.'

 

 

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애써 진정한 다음, 과제를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러 로완과 함께 대연회장으로 내려오며 루시엔은 그 전날에 안뜰에서 공격을 받았던 이야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물론 탤벗의 애니마구스 능력 이야기는 쏙 빼고 그가 우연히 안뜰에 걸어나온 것처럼 에둘러 이야기했지만.

 

 

로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벤이?!" 

 

 

루시엔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생각한 의심가는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로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난 벤이 의심스러운데... 물론 레이크픽도 그렇긴 하지만... 그런데, 그 자리에 '우연히' 있었던 윙거는 의심하지 않는다고?"

 

 

로완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떻게 그에 대한 의심을 지우게 되었는지 대강 설명해주었다.

 

 

"아... 그러니까, 그 애는 애정 문제였다는 거네?"

 

 

로완이 짓궂은 얼굴로 그녀를 놀리며 킬킬거렸다.

 

 

"놀리지 마, 로완. 난 정말 심각했었다고!"

 

 

루시엔이 뾰로통한 얼굴로 입을 삐죽였다.

 

 

"그래도 이번주 발렌타인데이에 정말로 데이트 약속이 생겨버렸네. 큭큭."

 

 

로완이 키득거리며 그녀와 함께 대연회장의 래번클로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그들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니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며 그들의 테이블에 와서 합류했다.

 

 

"안녕, 얘들아! 너희 이 소문 들었어?"

 

 

"안녕, 페니. 무슨 소문?"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따뜻하게 데운 귀리죽을 한 입 떠 먹었다. 

 

 

"안뜰이 박살이 나서 출입이 금지 되어 있거든. 지금 교수님들이 조사중인데, 찰리 말로는 아마 금지된 숲에 사는 용이 날아와서 그런 거라며 들떠 있더라."

 

 

"설마... 내가 그 일에 대해 알아. 사실은......"

 

 

루시엔이 페니에게 어젯밤 안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자, 페니는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너 괜찮니, 루시엔? 다친 덴 없고?"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루시엔이 손을 들어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보단 바나비가 좀 다쳤어. 그 애는 지금 병동에 입원해 있거든. 그래도 폼프리 부인이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으니 곧 나오게 될 거야." 

 

 

페니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저런...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루시. 그런데 벤이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페니의 말에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로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때, 창백한 얼굴을 한 벤이 연회장으로 들어왔고, 루시엔을 발견하자 곧장 그녀가 있는 테이블로 걸어왔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 다더니. 쯧쯧."

 

 

로완이 탐탁치 않은 목소리로 작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루시엔, 널 찾았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너보고 식사 후에 곧바로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하셨거든."

 

 

벤이 덤블도어 교수가 보낸 쪽지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은 차분한 목소리로 "전달해줘서 고마워, 벤." 이라고 대답했다.

 

 

벤은 우울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거듭 사과했다.

 

 

"미안해, 루시엔. 난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정말 내가 그랬을리가 없어. 난 내 친구들을 해치지 않아. 너도 알잖아... 믿어줘."

 

 

루시엔은 이번에도 감정이 실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은 나도 무엇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미안해, 벤."

 

 

"미안해... 하지만 난 결백해. 정말이야, 루시엔... 제발 믿어주길 바라."

 

 

벤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걸어갔다.

 

 

루시엔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아침식사를 마저 하고는 서둘러 책가방을 둘러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덤블도어 교수님께 가 보느라 먼저 일어날게. 다들 이따 봐!" 루시엔이 로완과 페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덤블도어 교수의 방이 있는 서쪽탑으로 향했다.

 

 

그녀가 덤블도어 교수의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이무기상 앞에 서서 쪽지를 열어보자, 덤블도어 교수의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좋은 아침이구나, 루시엔 아리아 양.

 

아침 식사 후, 디저트로 내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개구리 초콜릿 하나 들지 않으련?

 

-덤블도어 교수


 

"개구리 초콜릿."

 

 

그녀가 암호를 말하자, 이무기상이 움직이며 덤블도어 교수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 문을 노크했다.

 

 

"들어오렴."

 

 

안에서 덤블도어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루시엔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르셨나요, 덤블도어 교수님?"

 

 

그녀가 덤블도어 교수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 묻자, 덤블도어 교수가 의자에 앉으라고 권했다.

 

 

"그렇단다, 아리아 양. 어젯밤 안뜰에서 일어났던 사건 때문이지. 괜찮니?"

 

 

덤블도어 교수가 파란 눈을 빛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전 괜찮아요. 사실은 그 일 때문에 저도 교수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덤블도어 교수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 뭔지 이야기 해 보렴."

 

 

"저는 벤이 누군가의 조종을 받아 움직인 거라고 의심하고 있어요. 그리고 레이크픽 부인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되겠니?"

 

 

"벤은 어제 피니트 인칸타템 주문을 걸고 나서 정신이 돌아왔거든요. 그 전까지는 전혀 벤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다른 사람 같았어요. 게다가 레이크픽 부인은 자기가 저주 해결사로 호그와트에 온 거면서, 제게 저주받은 금고를 해결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고요. 도와주는 것 자체는 고맙지만, 왠지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서 의심스러워요."

 

 

"흠..." 덤블도어 교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입을 열고 그녀에게 말했다.

 

 

"네 생각은 잘 알았다. 알려주어서 고맙구나. 사실 코퍼 군의 경우, 조사를 해 보았지만, 정말로 그의 주장처럼 그의 기억에 공백이 있더구나. 아마 네 생각처럼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마법에 의한 기억 상실 주문에도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니 그 친구에게도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주렴."

 

 

루시엔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벤에게'도' 라고요?"

 

 

"너와 윙거 군이 어젯 밤 복도에서 무너졌던 신뢰를 회복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단다."

 

 

덤블도어가 한쪽 눈을 찡긋 하더니 다시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레이크픽 부인의 경우, 그녀의 예전 행동으로 현재의 모습을 판단하는건 섣부른 것 같구나. 아직은 그녀도 큰 문제 없이 맡은 일을 해내려 노력하고 있으니, 그녀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겠지."

 

 

"그렇..겠네요... 그럴게요, 교수님."

 

 

루시엔은 갑자기 어젯밤 복도에서 탤벗과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디 다른 데 가서 말할 걸 그랬나...'

 

 

그녀가 마음 속으로 낭패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덤블도어가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저주받은 금고를 해결해주었던 것은 호그와트 전체를 대표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아리아 양. 하지만, 널 맡고 있는 이 학교의 교장으로서 네 안전을 위해 다시 한번 경고하지 않을 수 없구나. 저주받은 금고 문제는 레이크픽 부인과 다른 교수님들께 맡겨두고 넌 학업과 즐거운 학교 생활에 더욱 신경을 쓰길 바란다."

 

 

루시엔은 덤블도어의 파란 눈빛을 마주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그녀가 숲의 금고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덤블도어 교수님은 다 알고 계신 것 같았다.

 

 

"네, 알겠어요. 덤블도어 교수님."

 

 

그녀는 시선을 무릎으로 떨구며 대답했다.

 

 

"그래. 이번에 네가 한 약속을 지키리라 믿어보마. 이번에도 내 경고를 무시한다면 네게 벌을 줄 수 밖에 없겠지." 

 

 

"네..."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덤블도어 교수는 다시 밝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환기하며 그녀에게 디저트를 권했다.

 

 

"레몬 셔베트 하나 먹는게 어떠니? 내가 아주 좋아하는 디저트란다!"

 


 

루시엔은 예의상 덤블도어 교수가 권한 디저트를 하나 먹고는 오전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는 덤블도어의 사무실을 나왔다.

 

 

그날 오전에는 그리핀도르 학생들과 함께 듣는 변신술 수업이 있었다.

 

 

그녀가 변신술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 주변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루시엔!" "안녕, 저주 해결사!" "잘 갔다 왔어, 루시?"

 

 

"루시엔! 그거 알아? 어제 안뜰에 금지된 숲에 사는 용이 왔었다는거?! 아아..! 내가 그때 안뜰에 있었어야 했는데..!"

 

 

찰리가 흥분하여 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그런 소문을 들은 것 같긴 하다."

 

 

루시엔이 눈을 굴리며 대꾸하자, 찰리는 더욱 신나하며 들떴다.

 

 

"아마 또 오지 않을까? 한번 더 와주면 좋겠다! 앞으로 안뜰에 시간 날때마다 열심히 숨어서 지켜봐야겠어!"

 

 

루시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음 속으로 이제 안뜰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긴 어렵겠다고 생각하면서 탤벗을 힐끔 바라보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좋은 아침이야, 루시엔." 

 

 

"으응, 좋은 아침이야, 탤벗."

 

 

그는 대체 언제부터 그녀를 보고 있던 것일까?

 

 

루시엔은 그를 힐끔 쳐다볼 때마다 눈이 마주치는 것 같았다.

 

 

"저주 해결사! 너 어제 스네이프 교수님 수업에서 암모텐시아 냄새 맡아 봤니? 당연히 맡았겠지!"

 

 

안드레가 킬킬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응... 몰래 맡아보긴 했지..." 그녀가 킬킬거리며 안드레의 말에 대꾸했다.

 

 

"넌 무슨 냄새가 났어?" 안드레가 짓궂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음... 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내 향수 냄새가 나던데?"

 

 

그녀는 다른 부분은 생략하고 가장 먼저 맡았던 향기만 말해주었다.

 

 

그러자, 탤벗과 안드레의 눈이 동시에 동그래졌다.

 

 

"뭐?!" "제대로 안 맡아본거 아냐?"

 

 

안드레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옆 자리에 앉은 탤벗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안됐구나, 친구여..."

 

 

그때, 때마침 맥고나걸 교수가 들어와 학생들을 주목시켰고 수업을 시작했다.

 

 

탤벗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슬픈 표정으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루시엔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한 발자국 다가간 것 같으면, 어느샌가 뒤로 멀어져 있는 것 같은...

 

 

그에겐 그녀가 정말 수수께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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