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루시엔이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누군가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의 손목을 홱 낚아채고는 근처의 빗자루 따위를 놓아두는 작은 창고 안으로 무작정 그녀를 끌고 들어갔다.
"앗! 잠깐! 대체 이게 무슨...!"
그녀는 깜짝 놀라 그 사람을 쳐다보았는데, 그 사람은 그녀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나비...?"
루시엔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그녀의 손목을 놓고 침울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이, 루시엔." 그의 목소리는 어두웠고, 슬픔이 배어나왔다.
"괜찮아?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로 그에게 묻자,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안 좋은 일이... 없다곤 할 수 없겠지... 왜냐하면 우리 사이엔 사연이 있고... 너는 탤벗과 데이트를 하게 됐으니까..."
"사연이라니? 그리고 내 데이트 상대를 알고 있었어?"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바나비는 축 처진 힘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응. 네 데이트는 거의... 버터가 녹듯이 순식간에 소문이 났거든. 그리고 버터는 정말 빨리 녹아 버려, 루시엔. 토스트를 좋아하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
"잘 이해가 안 돼, 바나비. 그게 지금 이렇게 날 이곳으로 무작정 끌고 들어온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
그녀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자, 그의 눈에는 그 사랑스러운 모습마저도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처럼 느껴졌다.
그는 애써 그녀의 앞에서 그런 고통을 숨기며 설명해주었다.
"우린 같이 천체 무도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잖아, 루시엔... 그리고 크리스마스때 했던 키스도 그렇고... 내 말은, 우리 둘을 봤을 때... 우린 천생연분이었어!"
그가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이어서 말했다.
"난 우리가 잘 어울리는 한 쌍이고, 키스를 했었을 때도 난 네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거든. 지금까지 내가 바랐던 사람은 너 뿐이야. 그래서 난 지금까지 계속 네가 반한 상대가... 나이길 바랐어."
바나비의 그때 그 고백이 진심이었다니.
루시엔은 그의 말을 듣고나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면서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녀는 바로 어젯 밤에 자신이 거절 당하는 입장을 고민하고 있었을 때를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거절 당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며, 그녀는 자신이 뭐라고 말해야 가장 마음을 덜 아프게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해보았다.
"바나비, 우리가 무도회에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지. 그리고 난 여러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어."
그러자 바나비는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게 가능해? 넌 몇 명이나 좋아할 수 있는데?"
그녀는 그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제한이 딱 정해진 건 아닌 것 같아. 우리 나이에 그런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사실 루시엔이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는 정말 '사랑한다'는 의미와 동의어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아직 '사랑'은 멀고 먼 이야기였고, 그녀의 입장에서 '좋아한다' 것은 좋은 친구보다는 조금 더 발전한, 호그스미드로 데이트를 하러 외출할 정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바나비는 그녀의 대답에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음... 나는 다른 사람 안 좋아하는데."
바나비에게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는 '몸과 마음을 다해 열정적으로 사랑한다'는 의미와 동의어였다.
그에게 '사랑'은 바로 눈앞의 아름다운 소녀였고, 그가 '좋아한다'는 것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쟁취하고 싶은 한 사람 뿐이었다.
그의 말에 루시엔은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조심스럽고 완곡하게 돌려서 물어보았다.
"그럼, 음... 네가 약간... 질투심을 느낀다는 거야?"
바나비는 그녀의 질문에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럴걸? 확실하진 않지만... 왜냐면 난 한 번도 질투심을 느껴본 적이 없거든! 하지만 경쟁을 좀 해야 하는 거라면 두렵지 않아..."
그는 진심으로 다른 녀석들과 경쟁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보다 더 인기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에게 있어선 다른 경쟁 상대를 제치는 것 쯤은 식은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 상대가 루시엔이 좋아하는 상대라면 조금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는 최종적으로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 얘길 들으니 기분 좋네. 그리고 내가 네 마음을 알았더라면, 우리가 지난 번에 도서관에서 모였었을 때 계속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거야... 미안해."
그녀가 미안해하는 얼굴로 그에게 사과하자,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진작 네게 제대로 얘기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
사실, 크리스마스 때 온실에서 그녀에게 했던 고백은 너무 뜬금없이 가볍게 했던 것이었고, 그때 그녀는 바나비와 탤벗 둘 다 좋은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었다.
그는 그 이후에 자신이 그녀에게 좀 더 진정성있게 다시 한번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얘기했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럼, 그 말은 우리 사이도... 괜찮다는 거지?"
루시엔이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고개를 비뚜름하게 기울이며 대답했다.
"모르겠어. 이거 혹시 유도 심문이야?"
그의 질문에 루시엔은 곰곰이 생각하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음... 있잖아, 바나비. 나한테 네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어. 데이트를 하지 않더라도 늘 우리에겐 천체 무도회와 다른 추억들이 남아 있을 거니까... 우리 우정도 변치 않았으면 해."
그러자 바나비는 축 처진 어깨를 하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나한테도 네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야. 그리고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는 사람이 많긴 해... 근데 넌 왜 안 하는 거야? 그리고, 괜찮은 거냐고? 그게 대체 무슨 뜻인데? 아...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루시엔은 다시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데이트 얘기는 다시 꺼내지 않게 노력할게. 그래도 우리가 이런 얘기를 솔직히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야, 바나비."
"아무래도 우리 우정이 아주 단단하다는 뜻이겠지." 그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우린 괜찮은 거 맞지? 내가 탤벗과 데이트를 한다고 해도?"
그녀가 다시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살짝 아픈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우리 괜찮은 거 맞아. 하지만 적어도 '내가 탤벗과 데이트를 한다'는 얘기는 부디 그만해 줘."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녀가 그에게 약속해주었다.
"좋아. 그 무엇보다도, 난 네가 행복하길 바라. 넌 나의 소중한 사람이니까. 게다가, 넌 나한테도 아직 기회가 있다고 말했잖아."
"가능성이란 늘 존재하고 있는 법이니까..."
그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하자, 그녀도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이제 마음이 풀어진 바나비는 그녀에게 자신이 보았던 것을 얘기해 주었다.
"사실 네 데이트 상대가 안뜰에서 거닐고 있는 걸 아까 봤어."
"그러면 나도 가서 준비해야겠네. 그... 알잖아."
그녀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쪽 눈을 윙크했다.
"그래, 그래야겠지... 네 데이트 상대는 정말 행운아야. 나중에 보자, 루시엔."
그녀의 사랑스러운 윙크를 눈앞에서 받은 그는 애써 콩닥거리는 아픈 심장을 부여잡고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었다.
바나비의 제보를 받은 루시엔은 다음 행선지를 도서관이 아닌 안뜰로 결정했다.
"얼른 훔쳐보고 와야지... 탤벗도 우리 데이트 때문에 나만큼 긴장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니까... 준비는 마쳤는지도 보고 말이야. 걔는 우리 데이트에 무슨 옷을 입고 올까..."
루시엔은 혼잣말을 하며 안뜰로 향했고, 안뜰에 도착하고 보니 그날 따라 안뜰에 사람들이 꽤 많이 나와 있었다.
그녀는 들키지 않고 훔쳐보기위해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근처의 나뭇가지로 날아갔는데, 안뜰 한 구석에서 탤벗이 페니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페니..?"
탤벗은 페니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루시엔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페니가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탤벗의 옷차림은 잘 보이지 않았다.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듣기 위해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는데, 그때, 무언가가 그녀의 꼬리 깃털을 홱 잡아 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앗...!"
루시엔은 깜짝 놀라며 꼬리를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자신의 꼬리를 붙잡고 있는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루시엔이 서둘러 안뜰 한 구석의 사각지대로 내려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자, 얼룩 고양이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안녕하세요, 맥고나걸 교수님..."
그녀가 겸연쩍은 얼굴로 맥고나걸 교수에게 인사했다.
"안뜰을 날아다니다니 무슨 속셈인 거니? 보기엔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는 것 같거든. 그러니까 해명을 해 보거라."
맥고나걸 교수가 엄격한 얼굴로 해명해보라고 지시하자, 루시엔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이런 일을 하게 된 이유를 털어놓았다.
그녀의 말을 다 듣고 난 맥고나걸 교수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는데... 좋아하는 사람을 '훔쳐보려고' 왔다는 거니? 무엇보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무슨 옷을 골랐는지 보려고 말이지."
"제가 입을 옷은 골랐는데 혼자만 너무 신경 쓴 것처럼, 아니면 너무 신경을 안 쓴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거든요... 제 데이트 상대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모르면 판단할 수가 없잖아요..."
루시엔의 대답에 맥고나걸 교수는 속으론 웃음을 삼키면서 엄격한 표정으로 훈계했다.
"그런 데이트의 성공 여부가 외모에 좌우되지는 않기를 바라야겠지."
루시엔은 맥고나걸 교수의 훈계에 반성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맞는 말씀이에요, 맥고나걸 교수님. 첫 데이트가 너무 긴장돼서 판단력이 흐려졌나 봐요. 교수님께는 우습게 들리셨겠지만 말이에요..."
"어린 마법사들이 서로 좋아하면 우스운 짓을 하게 마련이란다."
맥고나걸 교수는 엄격하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럼 이해하시는 거에요?"
루시엔이 깜짝 놀라며 묻자, 맥고나걸 교수는 인자한 미소를 옅게 띠고 대답했다. "잘 이해하지."
"맥고나걸 교수님도 누굴 좋아한 적이 있으세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묻자, 맥고나걸 교수는 다시 엄격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제 얘기는 충분히 한 것 같구나. 어서 가거라."
맥고나걸 교수의 말을 듣자, 루시엔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시계탑의 시계를 보며 말했다.
"아, 맞다. 데이트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네요!" 시곗바늘은 4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천천히 걸어가도 여유롭게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맥고나걸 교수가 그녀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구나, 아리아 양."
"네, 맥고나걸 교수님?"
루시엔은 혹시 자신이 무언가 잘못 한게 있는건가 싶었지만, 맥고나걸 교수는 따뜻한 미소를 띤 얼굴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즐거운 저녁 보내거라. 젊은 시절은 한 번밖에 없거든."
루시엔은 맥고나걸 교수와 작별 인사를 하고는 슬슬 호그스미드로 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안뜰로 한 학생이 달려와 그녀에게 스네이프 교수의 쪽지를 전해주었다.
우리끼리 논의할 문제가 있다.
지금 즉시 마법약 교실로 와라.
-세베루스 스네이프
"지금 오라고..? 대체 무슨 일일까..."
루시엔은 초조한 듯 시계를 한번 힐끗 보고는 서둘러 지하감옥으로 달려갔다.
마법약 교실에 도착하니, 스네이프 교수는 분주하게 마법약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대뜸 이렇게 지시했다.
"스트릴러 껍질을 갈아라."
스네이프가 만들고 있는 마법약과 그 옆에 놓인 재료들을 보니 루시엔은 그가 독시사이드 마법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스네이프 교수님, 독시사이드 마법약을 더 만드시는 건가요? 슬리데린 학생 휴게실에 득실거리던 독시는 다 몰아냈는 줄 알았는데요..."
"그 성가시고 조그만 동물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이제 일을 시작해라, 아리아."
"하지만 전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오늘... 일정이 있거든요. 사실 데이트가 있어요. 그것도 곧요."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는 냉정하게 말할 뿐이었다.
"네 연애 일정에는 관심 없다. 스트릴러 껍질을 갈아라."
루시엔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애원했다.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님, 그러다간 늦을 텐데요..."
"정 그렇다면, 스트릴러 껍질을 빨리 갈아라."
역시 스네이프 교수에게 자비는 없었다.
루시엔은 막자 사발을 들고는 스네이프 교수가 마법약을 만드는 테이블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그리고는 스트릴러 껍질을 하나씩 빠르게 갈기 시작했다.
자기가 갈고 있는 스트릴러 껍질이 스네이프 교수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며 우악스럽게 빻아대자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때, 스네이프 교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필기를 보지 않고 독시사이드 마법약 만드는 법을 알긴 하는 모양이구나. 그래도 내 수업에서 마법약과 관련이 없는 내용은 쓰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루시엔은 아무 말 없이 스트릴러 껍질을 갈면서 스네이프 교수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거 무슨 시험인가..?'
하지만 딱히 그녀의 대답을 바라고 했던 것이 아닌 듯, 스네이프 교수는 계속해서 말했다.
"네 쪽지가 쓸데 없는 소리란 걸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 거다. 내 지시대로만 한다면 서로 골치 아플 일도 없겠지. 그러니 다시는 내 수업을 방해하지 말거라, 아리아."
스네이프 교수의 말을 듣고나서 루시엔은 이렇게 생각했다.
'스네이프 교수님이 수업에서 내 쪽지를 읽어서 괜한 소동을 일으킨 걸 후회하시는 걸까..?'
스트릴러 껍질을 다 갈고 나서, 루시엔은 스네이프 교수에게 물었다.
"스네이프 교수님, 수업에서 제 편지를 큰 소리로 읽으신 게 후회돼서 절 부르신 게 맞나요..?"
"독시사이드 마법약을 만들려고 부른 건데."
스네이프 교수는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네 바보같은 쪽지를 수업에서 읽은 바람에 학생들이 쓸데없이 수군대기 시작했다는 건 알고 있지... 그리고 난 쓸데없이 수군대는 걸 혐오한다."
그러더니 찌푸린 얼굴로 덧붙였다.
"특히... 마음의 문제가 걸려 있을 때는 그런 게 특히 잔인할 수 있거든."
루시엔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왠지 잘 아시는 듯한 말씀인데요...?"
스네이프 교수는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리아. 그러니 내 수업에서도 더 집중해야 할 거다."
"하지만 왠지 사과처럼 들리긴 하네요...?"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가 굳이 그녀를 여기로 불러서 스트릴러 껍질을 갈라고 한 이유가 이것 말고 더 있을까?
"쓸데없이 수군대는 걸 혐오한다고 했을 뿐이다. 그건 그냥 사실이지. 네 마음대로 생각하거라."
스네이프 교수의 이런 말을 듣고나자 루시엔은 그가 사과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네이프 교수님, 그... 사실, 받아들일게요."
그녀가 미소를 띤 얼굴로 용서한다 말하자, 스네이프는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사실을 받아들이다니. 참 오만하구나, 아리아."
"그렇게 비아냥거리셔도 전 아무렇지 않아요. 교수님이 수업에서 제 쪽지를 읽지 않으셨다면 소문도 퍼지지 않았을 테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데이트 신청을 이렇게 빨리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루시엔은 밝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데이트에 가야 해요!"
스네이프 교수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네 연애 일정에는 관심 없다고 말한 건 기억하는 거냐?"
"네..."
"애초에 관심이 없었으니 불가능한 얘기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지금은 관심이 더 없을 거다."
"그럼 가도 될까요?" 그녀가 이렇게 묻자, 스네이프 교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가 보거라. 앞으로는 수업에서 쪽지 쓰는 게 아니라 필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다." 라고 했다.
"기억할게요, 스네이프 교수님!"
루시엔은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하고는, 서둘러 마법약 교실을 나갔다.
1층 로비에 올라와 시계를 보니, 벌써 5시 45분이 되어 있었다.
"이럴수가! 잘못하면 늦겠어!"
루시엔은 발을 동동 구르며 서둘러 사람이 없는 곳으로 달려가 애니마구스로 변신했다.
그리고 호그스미드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호그스미드의 인적이 드문 어둑어둑한 골목에 옅은 금빛 독수리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그 골목에선 잠시 후 사랑스러운 백금발에 옅은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 한 명이 나왔고, 빠른 걸음으로 '마담 퍼디풋의 찻집'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걸린 가게 앞으로 걸어갔다.
가게의 유리창 안으로 그녀가 기다리던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마르고 키가 큰 남학생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고는 가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경쾌한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자 탤벗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곳에 그가 기다리던 아름다운 소녀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그녀가 그에게로 다가오자 그녀의 오렌지 꽃 향기가 바람 냄새와 함께 밀려들어왔고, 아름다운 루시엔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열심히 데이트에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연습하던 그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버렸다.
"여기가 거기야..." 루시엔이 부끄러움을 타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괘..괜찮네.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탤벗이 재빨리 주변을 쓱 훑어보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사실 탤벗은 그녀가 오기 30분 전부터 이곳에 도착해서 테이블을 잡아놓고 기다리며 질리도록 가게의 안을 보고 있었지만, 그녀를 본 순간 그런 사소한 건 이미 다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렸다.
'혹시 탤벗은 꽃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넌 꽃 좋아하니...?"
그녀가 그에게 걱정하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묻자, 그는 솔직하게 불쑥 대답해버렸다.
"난 꽃에 관심 없고, 꽃도 나한테 관심 없어. 넌 꽃을 좋아하니?"
루시엔은 그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왠지 네가 이렇게 물으니까 질문이 함정 같네..."
그러더니 부끄러운 표정으로 뒷통수를 긁적이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오늘 너 정말 말쑥한걸. 물론 네 모습은 늘 마음에 들지만 말이야..."
그는 오늘 밤 짙은 남색의 클래식 정장에 빳빳한 흰 셔츠를 입고 갈색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매고 있었다.
그야말로 19세기 말 영국 신사들의 데이트 룩이었다.
조금 지나치게 격식을 차린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수트를 입은 남자는 진리였고, 탤벗은 안드레가 극찬하는 훌륭한 옷걸이였다.
즉, 지금 수트를 차려 입은 탤벗은 루시엔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녀가 해주는 자신의 외모 칭찬은 처음 듣는 거라, 그는 당황해버렸고, 또 한번 불쑥 이렇게 내뱉고 말았다.
"재미있네. 나도 내 모습이 늘 마음에 드는 건 아니거든."
그리고는 아차 싶어서 이렇게 덧붙이며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네 모습도 마음에 들어. 그걸 묻는 거라면 말야."
그의 진심이 통한 걸까? 이런 어색한 칭찬도 그녀는 기쁘게 받아주었다.
"물어본 건 아니었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고마워, 탤벗."
그녀의 기쁜 미소를 바라보며 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두 사람은 이제 그가 잡아놓았던 테이블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워낙 좁은 테이블인데다 다리가 긴 탤벗 때문에, 의자에 앉자 두 사람은 테이블 아래로 무릎이 부딪히며 다리가 살짝 겹쳐졌고,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마주보고 앉게 된 두 사람은 당황했다.
"앗! 미...미...미안해, 탤벗. 내가 이쪽으로 다리를 치울게."
루시엔이 먼저 사과하며 허둥지둥 다리를 치우자, 탤벗도 그녀에게 사과했다.
"미..미안해, 나 때문에 그런 걸 거야."
그러면서 의자를 살짝 돌려 앉으며 그녀가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한바탕 서로 다리를 치우며 당황하고, 가까운 거리에 마주앉아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부끄러워하고 있던 그때, 마담 퍼디풋이 상냥한 미소를 띤 얼굴로 그들의 테이블에 와서 물었다.
"뭘 가져다 드릴까요, 학생들?"
루시엔이 먼저 대답했다.
"참! 그렇지. 음... 차로 할까? 차 마실게요."
당황하고 긴장해서 그런가 그녀는 갑자기 목이 타는 것 같아서 뭐라도 어서 마시고 싶었다.
"차라... 괜찮지."
탤벗도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때, 갑자기 통스의 조언이 떠올라 루시엔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음... 쉽게 쏟아지지 않는 거로 부탁드릴게요, 마담 퍼디풋."
마담 퍼디풋은 가게를 운영하며 수많은 커플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분위기만 봐도 그들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긴장하며 허둥대는 루시엔과 그의 파트너를 보면서 두 사람이 풋풋한 첫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쏟아지지 않는 차라고요... 제가 준비해 드릴게요. 학생들은 첫 데이트를 즐기세요. 얼른 가져올게요."
마담 퍼디풋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루시엔은 놀란 얼굴로 탤벗을 바라보며 물었다.
"마담 퍼디풋이 어떻게 이게 우리 첫 데이트인 걸 아시는 걸까?"
그러자 탤벗이 곰곰이 생각하며 대답했다.
"아마 첫 데이트라는 게 원래 어색한 거겠지. 나도 그렇게 들었어."
"너도 이번이 첫 데이트야?"
루시엔이 조심스럽게 묻자, 그가 쑥쓰러워하며 대답했다.
"도서관에서 얘기했잖아... 데이트는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녀는 머쓱해하며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너도 우리가 같이 있는 게 어색해 보인다고 생각해?"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꼭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좀 어색해 보이는 것도 같아. 적어도 마담 퍼디풋에게는 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쩌면 우리가 첫 데이트라는 게 티가 날 만한 얘길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앉아 그녀의 예쁜 얼굴을 힐끔 바라보았다가 잠시 넋을 놓을 뻔했고, 꿈에 그리던 그녀와 첫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 부끄러워져서 다시 시선을 살짝 돌리며 대답했다.
"글쎄...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기억이 안 나."
루시엔도 부끄러움을 타고있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힐끔 거렸다가, 자기도 부끄러워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살짝 돌리며 물었다.
"뭐 얘기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는 여전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로 대답했다.
"아니야. 하지만 난 네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얘기해 줄 수 있어."
"좋아. 그러면 얘기를 해 보자."
그녀가 이렇게 제안하자,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얘기하고 있잖아...?"
루시엔은 긴장해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이제 얘길 하기 시작했네..!"
하지만, 그녀의 그 말은 이 상황을 더욱 어색하게 만들 뿐이었다.
"......"
"......"
루시엔은 어색함과 긴장으로 손에서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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