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두 사람은 말 없이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테이블 가장자리에 놓인 양초가 점점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루시엔의 목도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결국 이 어색한 침묵을 깬 사람은 탤벗이었다.
"네가 먼저 시작할래?"
"네가 먼저 시작할 줄 알았는데."
루시엔이 어색하게 대답하자, 그가 다시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
자꾸만 넋놓고 빠져들게 되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잡고 바보같은 말은 내뱉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화를 할 때 누가 먼저 얘기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일은 거의 없지."
루시엔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하지만 네가 나한테 시작하라고 했잖아, 탤벗."
그러자 그가 어색함에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우리 둘 다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야. 우린 이제 친구잖아. 얘기하는 것도 조금씩 쉬워질 거야."
하지만 그의 말 속에서 그녀는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린 '그냥 친구'로 여기 온 게 아니잖아. 어쩌면 그게 이유인지도 몰라."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히면서도 꿋꿋하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이유 말이야?"
"우리가 제대로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
그녀는 앞에 놓인 빈 찻잔을 바라보며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아... 그럼... 다시 시작하고 싶어?"
루시엔은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해보자."
"알았어. 안녕, 난 탤벗이라고 해."
"아, 그렇게 멀리까지 돌아가지는 말자..."
루시엔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고, 그는 이번엔 창피함과 부끄러움이 더해져 얼굴을 붉혔다.
"좋아. 난 그렇게까지 사교적인 일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
"......"
그리고 다시 시작된 어색하고 부끄러운 침묵의 시간이 조금 흐르고...
이번엔 루시엔이 침묵을 깼다.
"마담 퍼디풋이 오래 걸리시네. 아까는 좀 당황했는데, 내가 차 제대로 주문했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대답했다.
"쏟아지지 않는 차 주문했어. 두 잔."
루시엔은 아차 싶었다. 쏟아지지 않는 차라니... 세상에 그런게 있긴 할까?
"아, 네 것까지 주문하진 말았어야 했나? 탤벗, 나 아무 생각이 없었나 봐... 통스가 차를 쏟으면 안 된다고 해서... 내가 분위기를 망친 것 같지?"
그녀는 이제 울상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루시엔... 지금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건, 넌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는 거야."
그가 따뜻한 미소를 띤 얼굴로 진심어린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냥 잘해 주려고 하는 소리잖아..."
그러자 그는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 얘기를 한 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야. 하지만 네가 맘에 든다는 건 알아."
이번에 그의 말은 루시엔의 마음에 가 닿았고, 그녀의 얼굴이 만개한 꽃처럼 활짝 피며 환해졌다.
그런데, 그때 경쾌한 종소리가 딸랑 울리며 문이 열렸고, 익숙한 얼굴의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통스와 찰리잖아!"
그녀가 깜짝 놀라 이렇게 말하자, 그가 물었다.
"뭐?"
"통스와 찰리가... 여기 왔어."
루시엔이 이렇게 말하자, 탤벗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우리한테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
통스와 찰리는 가게 안에 비어 있는 한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가게 안이 워낙 좁았던 탓에, 통스와 찰리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자, 마치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루시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쟤네가 없는 것처럼 계속 데이트 하자..." 라고 했다.
탤벗은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상관없어. 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일에는 전문가니까..."
루시엔은 눈을 도르륵 굴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사실 통스랑 찰리가 이 찻집을 찾는 걸 도와줬어... 그래서 오늘 여기 온 걸지도 몰라."
그때 통스와 찰리가 마치 그녀의 말을 듣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헛기침을 했고, 찰리가 혼잣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난 다 끝날 때까지 이 식탁보나 보련다..."
하지만 좁은 가게 안에서 찰리가 하는 혼잣말은 마치 옆에 있는 친구에게 하는 말처럼 크게 들렸고, 루시엔과 탤벗은 더욱 어색함을 느꼈다.
탤벗은 목이 타는 것을 느끼며 앞의 빈 찻잔을 바라보았다.
"마담 퍼디풋은 어디 계신 거지? 우리 차가 나오기는 할지 궁금한걸..."
그때, 통스가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자연스럽게 주위를 서성거려 볼까..?"
루시엔은 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짜증이 확 났고 그만큼 탤벗에게 미안해졌다.
"미안해, 탤벗. 데이트 방해꾼들 때문에..."
루시엔의 말이 끝나자, 통스가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그들의 테이블을 힐끔거렸다.
"우린 우연히 루시엔과 같은 곳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친구일 뿐이야. 우린 루시엔의 데이트를 훔쳐보는 게 아니야. 가구를 감상하는 거지."
통스의 혼잣말이 끝나자 찰리가 민망해하며 '혼잣말'을 했다.
"누가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다 통스의 생각이었어."
탤벗은 그들의 '혼잣말'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루시엔에게 물었다.
"데이트에서는 다들 이러는 걸까..?"
루시엔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나도 몰라. 우리 데이트를 엿보는 사람이 없는 척하려니 기가 빨리네..."
"그냥 네 친구들을 여기로 부를까? 어차피 지금도 우리랑 같이 앉아 있는 거나 다름없잖아."
탤벗은 체념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루시엔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지 말자. 우리 사생활은 지켜 줘야지. 아직 주문한 차도 안 나왔고."
그러나 그녀의 말은 통스와 찰리의 테이블에도 다 들렸고, 통스가 한숨을 내쉬며 미안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기분 상하거나 그러지 않았어. 미안, 루시엔. 안 들키려고 했는데..."
루시엔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너희, 탤벗이랑 내가 말한 걸 다 들은 거야?"
이번엔 찰리가 한숨을 내쉬며 미안한 얼굴로 실토했다.
"응, 처음부터 다..."
그러자 탤벗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찰리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리끼리 데이트 하게 해 줄 거야?"
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물론이지! 가자, 통스. 처음부터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어."
통스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래도 속뜻은 좋았잖아!"
루시엔은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이해해. 너희가 데이트 계획을 도와줬으니까 아무래도 애착이 가겠지..."
통스는 짓궂은 미소를 띤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잘돼 가는 것 같네. 우린 그럼 사라져 줄게... 큭큭큭."
통스는 이 데이트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공들인 루시엔과, 그녀와의 데이트를 방해꾼들로부터 지켜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의 탤벗을 보며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룰루랄라 신나게 빙그르 돌며 의자에서 일어서다가, 의자 다리에 발이 걸려버렸다.
"통스, 조심해!"
루시엔이 통스에게 조심하라고 외쳤지만, 통스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녀가 우당탕 넘어지면서 찻잔 탑을 건드려버렸고, 찻잔들이 와르르 쏟아지며 와장창 깨져버린 것이다.
우당탕 쨍그랑!
엄청난 소란에 가게 안에 있던 마담 퍼디풋이 놀라서 뛰어나왔다. "세상에! 세상에!"
"헐..." 통스는 자신이 일으킨 소란을 보며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마담 퍼디풋은 가게 안에 있던 학생들에게 말했다.
"조심해요, 학생들. 발밑을 주의하면서 나가세요!"
루시엔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나가라고요?"
"이걸 쓸려면 가게를 닫아야 하거든요. 그냥 두면 누가 다칠지도 모르니까요. 어서 모두 나가 주세요."
마담 퍼디풋이 미안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탤벗은 무척이나 아쉬운 얼굴로 루시엔에게 말했다.
"데이트는 이걸로 끝인가 보네, 루시엔."
루시엔도 속상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게..."
한편, 통스는 속상해하는 루시엔을 보며 미안한 얼굴로 안절부절 못했다.
"완전 미안해...! 최고의 계획에 대한 격언도 있잖아..."
"쥐와 인간이 세운 최고의 계획은 대개 엉망이 되곤 한다." 탤벗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원래 그런 말이었어? 그게 대체 무슨 뜻일 것 같아?" 통스가 풀이 죽은 얼굴로 물었다.
"모르겠어. 우리 엄마는 머글 책을 수집하셨거든. 나도 몇 권 갖고 있고." 탤벗이 우울한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반면, 마담 퍼디풋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오며 그들에게 말했다.
"자, 학생들. 나가 주세요. 호그와트로 돌아가세요..."
찰리는 겸연쩍은 얼굴로 어색하게 혼잣말을 했다.
"우리 넷이 함께 호그와트로 돌아가다니... 그래, 전혀 어색하지 않겠지..."
그렇게 해서 네 사람은 함께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서 나가게 되었다.
네 사람은 무척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며 호그와트로 조용히 걸어갔고, 통스와 찰리는 계속 미안하다고 하면서 루시엔과 탤벗의 눈치만 보았다.
루시엔은 호그와트로 걸어오는 내내 우울한 표정으로 이따금 그들의 거듭된 사과에 자긴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탤벗은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고수했다.
호그와트에 도착하자, 통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에게 같이 폭탄 카드를 하자고 제안했고, 네 사람은 빈 교실에 모여앉아 폭탄 카드를 하며 놀았다.
하지만, 폭탄 카드를 하면서도 어색하고 완전한 침묵은 깨지지 않았고, 카드가 폭발하면서 잘못하여 탤벗이 손가락을 데고 말았다.
"아야!"
"괜찮아, 탤벗?"
루시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친 손가락을 가까이 봐주려고 하자, 그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폭탄 카드 게임은 그렇게 해서 또 다시 어색하게 끝나게 되었고, 결국 찰리와 통스는 쥐구멍에 기어들어가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떠나고 난 뒤, 덩그러니 둘 만 남은 탤벗과 루시엔은 어색한 침묵 속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있잖아..."
동시에 입을 연 두 사람은 서로 눈동자가 잠시 마주쳤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버렸고, 어색한 침묵이 다시 시작되었다.
루시엔은 낙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있잖아... 우리... 안뜰에서 얘기 좀 하자."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그는 고개를 돌려 먹구름이 낀 것 같은 그녀의 우울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흐린 얼굴을 보며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결국 첫 데이트에서 꼼짝없이 차이게 되었구나...'
하긴, 생각해보면 그녀 주변에는 저보다 잘나가는 인기많은 남학생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바나비 같은...
그런 녀석들과 비교하니 탤벗은 갑자기 자신이 보잘 것 없는 데이트 상대처럼 느껴졌다.
대화도 어색하지 않게 잘 이끌어나가지도 못했지,
처음 보자마자 예쁘게 꾸미고 온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멍청하게 바라보기나 하고,
처음 그녀가 찻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서 칭찬을 해줬어도 모자랐을 판에 말이다.
게다가 자신은 바나비 같은 다른 남학생들처럼 멋지게 그녀를 에스코트하지도 못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번 데이트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만 잔뜩 떠올라서 탤벗도 우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두 사람은 조용한 안뜰로 나갔다.
벌써 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안뜰은 아무도 없고 환한 별빛만 가득할 뿐이었다.
분수대에 나란히 걸터 앉아서 루시엔과 탤벗 둘 다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탤벗이 먼저 입을 열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왜... 보자고 한 거야?"
루시엔이 우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우리 데이트에 관해 얘기 좀 하고 싶어."
하지만 그는 아직 그녀에게 차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보고 싶어서 하늘을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잠깐! 나 방금 유성을 본 것 같아."
"확실해? 난 아무것도 못 봤는데."
루시엔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유성이 워낙 빠르잖아. 또 나타날 수 있으니까 너도 보일 때까지 찾아봐봐."
"그런데 탤벗... 난 우리 데이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탤벗은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유성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안 돼. 데이트 얘기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그래서 두 사람은 조용히 침묵한 채로 하늘의 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달이 뜨지 않아서 별이 더욱 잘 보였는데, 한참 동안 별을 보고 있어도 유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루시엔은 결국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탤벗, 우리 진짜로 얘기 좀 해야 해..."
그가 결국 그녀를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별 보는 일에 관해서 말이야? 무슨 얘길 하고 싶은데?"
"때를 잘 맞추면 별 보는 일도 참 로맨틱한 것 같긴 한데..."
"가끔은 아무 말도 필요 없는 순간이 있지. 난 별을 볼 때는 침묵을 지키는 게 낫다고 생각해."
"하지만 조용히 별만 보려고 안뜰로 나오자고 한 건 아니야.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러자 그는 슬픈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저기... 사실 유성은 없었어, 루시엔. 그냥 시간을 끌려고 그랬던 거야..."
"하지만 왜...?"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털어놓았다.
"네가 나쁜 소식을 들려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리고 오늘 밤 나와 같이 보낸 시간이 끔찍했다는 얘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았어."
"뭐?!"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그의 말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데이트는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래도 한번 해봤어. 널 위해서 말이야..."
뒷통수를 긁적이며 그는 어제 기숙사로 돌아온 이후부터 오늘 데이트에 가기 전까지의 일을 떠올렸다.
그녀의 데이트 신청을 받고 처음에 그는 자신이 지나치게 상상을 해서 불러온 꿈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속삭이는 눈 앞의 아름다운 소녀는 꿈이나 환상이 아니었다.
모두 진짜였다.
그는 기숙사로 돌아간 뒤 자신의 옷장을 한번 뒤집어 엎었다.
그는 옷장 속의 모든 옷을 꺼내어 거울 앞에 서서 이것 저것 대어 보다가, 시집이나 희곡 등의 문학 작품들에서 읽었던 데이트와 관련된 부분들을 떠올렸다.
그는 데이트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격식있고 좋은 옷을 차려입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학교에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를 대비해서 구입해 둔 정장을 꺼내 보았다.
방학 때 이 옷을 준비할 때만 해도 과연 이런 옷을 입을 일이 있을까 반신반의 하며 트렁크에 넣었었지만, 그는 지금 그 결정을 자신이 지금까지 내린 인생 최고의 선택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정장이 구겨지지 않도록 옷장에 잘 펴서 걸어놓고, 욕실에서 깨끗하게 씻으며 다음날을 위해 목욕재계를 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서도 걱정 반, 설렘 반인 마음으로 뜬 눈으로 밤을 샐 뻔 했지만, 데이트 하는 도중에 꾸벅꾸벅 졸면 어쩌나 걱정되어 억지로 눈을 감고 조금이라도 잠을 청했다.
다음 날, 그는 아침에 대연회장에 내려가 후플푸프 테이블로 향하던 페니를 다급히 붙잡았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페니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했고, 그는 페니의 조언을 들으며 데이트에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모든 것은 데이트 장소에 나타난 그녀를 보며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다.
안드레가 열변을 토한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너무나도 예뻤다.
마치 그녀의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에 그는 눈이 부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녀와 함께한 첫 데이트는 비록 매우 어색하고 몇 번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첫 데이트'를 하러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에겐 평생 기억에 남을 황홀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바보같이 그녀에게도 즐거운 데이트가 되도록 해주지 못했다.
물론 방해꾼들도 있긴 했지만, 그는 방해꾼들과 상관 없이 자신과 함께 있는 동안은 그 자신이 그녀를 즐겁게 해줄 수 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자신과 데이트를 하고 싶을 테니까...
그러니...
루시엔이 만약 자신을 차버린다 해도 자신은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풀죽은 얼굴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일이 그리 잘 풀리지 않았으니... 딱히 할 얘기도 없겠지."
루시엔은 깜짝 놀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잠깐, 탤벗. 혹시 내가 너한테 얘기하자고 한 게... 널 차버리려는 거였다고 생각한 거야?"
"응. 내가 모든 걸 망쳤어. 내가 널 칭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네가 내 모습을 보며 칭찬해 줬잖아."
그가 아까의 일을 후회하며 페니에게 배운 내용을 덧붙였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데이트에서 그래야 한다는 걸 알 거야... 아주 빠르게 상대방을 칭찬하는 거. 하지만 난 일반적인 마법사와는 너무 다르지..."
"아니야, 그렇지 않아. 누가 먼저 칭찬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루시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적어도 네 친구로서 내가 신경을 썼어야지.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말이야."
그가 우울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하자, 루시엔은 애써 그를 격려해주었다.
"그냥 네 의상이 너무 멋져서 그렇게 빨리 눈에 띄었던 걸 거야."
"난 찻집에서 데이트를 할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몰랐어. 그게 밤새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지."
"밤새? 난 데이트 하기 전의 일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나한테는 밤이 아주 길었거든... 그러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왜 얘기를 하자고 한 거야?" 그가 물었다.
"내가 너한테 얘기를 하자고 한 건 그렇게 많은 계획을 세웠는데도 데이트가 엉망이 됐기 때문이야..."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난 대화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고, 친구들이 몰려들었고... 그리고 찻잔 조각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위험해지면서 데이트가 너무 일찍 끝나 버렸잖아."
"응. 그래서...?"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난 네가 좋아, 탤벗. 스네이프 교수님에게 혼이 날 위험을 무릅쓰고 수업 시간에 그 쪽지를 쓸 만큼 말이야..."
"아...!"
"네 첫 데이트는 그렇게 엉망진창이 되진 않았어야 했어."
그녀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난 네가 아니었다면 첫 데이트를 할 일도 없었을 거야."
그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너한테 데이트 신청을 할 사람은 많았을 거야... 사람들이 널 찾을 수만 있다면 말이지."
그녀는 그의 좋은 면들을 떠올리며 진심어린 말을 했다.
"내 말은... 난 루시엔 네가 데이트를 하자고 했기 때문에 승낙한 거야. 만약 나한테 시간을 돌리는 시계가 있었다면 오늘 밤에 바꾸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 나한테 데이트가 중요한 일이라서는 아니야. 너한테 중요한 일인 것 같으니 그보다는 나은 첫 데이트를 하게 해주고 싶거든."
그의 진심어린 말을 들은 루시엔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탤벗, 우리 중 누구라도 그 데이트를 살릴 순 없었을 거야. 그래도 우리 둘 다 서로의 데이트를 망쳤다며 자책하고 있었다니 정말 재미있다."
"이렇게 솔직히 얘기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 난 보통은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그가 쑥쓰러워하며 솔직하게 말하자, 루시엔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만약 네게 또 한 번 기회가 있다면 오늘 밤에 바꾸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었지..."
"너 설마 시간을 돌리는 시계가 있어, 루시엔?"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정했다.
"아니. 그래도 또 한 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두 번째 데이트?"
그가 반신반의하며 기대감을 가지고 묻자, 그녀는 그의 루비같은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어쩌면 별들에 새겨져 있는지도 모르지..."
그녀의 말에 그도 홀린 듯이 별들이 내려가 박힌 것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옅은 초록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래, 아마 별들에 새겨져 있겠지... 넌 별 보는 일이 로맨틱하다고 했지."
그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응. 너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루시엔은 지긋이 그를 눈동자에 담아두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엔 별이 쏟아질 것처럼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탤벗의 옆에도 반짝이는 그녀가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자신의 옆에 앉아서 이젠 살짝 미소를 띤 얼굴로 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옆으로 슬금슬금 움직여 갔다.
그리고는 분수대를 짚고 있던 그녀의 한 손을 슬그머니 조심스럽게 포개며 꼬옥 붙잡았다.
그가 슬그머니 손을 붙잡아오자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진한 미소를 짓고는 크고 따뜻한 그의 손을 꼬옥 마주잡아 주었다.
"......!"
그녀가 잡아주는 손의 온도는 그의 마음 속까지도 전해지는 것 같아 그의 얼굴에도 따뜻한 미소가 피어오르게 했다.
두 사람은 순수한 기쁨과 약간의 두근거림, 그리고 설렘 가득한 한층 밝은 얼굴로 손을 꼭 잡은채, 다시 함께 별을 바라보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결국 마지막엔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던 풋풋한 첫 데이트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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