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두 소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루시엔은 쓰라려서 인상을 찌푸린 얼굴로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붙들고 있었다.
"루시엔! 괜찮아?"
두 소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루시엔은 개수대에서 물을 틀어 손에 묻은 비누를 깨끗이 씻어내고는 상처를 들여다보는데, 탤벗이 그녀의 상처를 함께 살펴보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깊게 베였네. 약을 발라야 할 것 같아. 구급약 상자는 어디에 있어?"
"2층에 있는 작은 응접실에 있는 캐비닛 안에 들어 있어. 오른쪽에서 두 번째였던가 세 번째였던가 그쯤일 거야."
그녀가 대답해주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구급약 상자를 가지러 온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바나비는 남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피가 흐르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루시엔?"
"괜찮아, 바나비. 이 정도는 약 바르면 순식간에 금방 나을거야. 우리 엄마가 얼마나 훌륭한 마법약 전문가인지 잊었어?"
그녀가 미소를 띤 얼굴로 그를 안심시키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항상 너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 너무 착해서 탈이지.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휴..."
그가 이렇게 한숨섞인 말을 내뱉자, 그녀는 왠지 얼굴이 홧홧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왠지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게 묘하게 변한 것처럼 느껴지는건 기분 탓인걸까...?
"뭐라고?"
그녀가 놀란 얼굴로 되묻자, 바나비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진한 미소를 그린 얼굴로 천천히 다시 말해주었다.
"널 좋아한다고, 루시엔."
그녀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놀라서 잠시 멍청하게 입을 헤 벌리며 입을 열었다.
"오...! 이번엔 메쏘드 농담이었다, 바나비? 내가 뭘 몰랐다면 정말 진짜 고백받는 줄로 착각했을 것 같아. 큭큭."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은 바나비는 쿡쿡 웃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는 하늘을 한번 쳐다보았다가 시선을 다시 그녀에게로 내렸다.
그러더니...
그가 환한 얼굴로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저기 겨우살이야!" 라고 외치고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왔다.
루시엔은 깜짝 놀라서 돌처럼 굳어있었는데, 바나비는 그런건 아랑곳 하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그녀의 입술을 달콤한 사탕처럼 탐했다.
두 눈을 감고 자신을 끌어안으며 능숙하게 키스해오는 바나비는 너무 낯설어보였다.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있던 그녀는 계속되는 그의 애타는 간절한 움직임에 결국, 자신도 두 눈을 감고 어설프지만 조금씩 그의 움직임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대체 자신이 그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에 겨우살이 풍습은 흔한 일이니까...
그녀는 단지 그렇게만 생각하기로 했다.
루시엔이 조금씩 받아주기 시작하자 바나비는 그것이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희열에 넘쳤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기며 더욱 진하게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바나비는 마치 루시엔의 숨결을 다 앗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점점 그녀를 몰아세워갔다.
루시엔은 처음 해보는 키스인데다 난생 처음 겪는 낯선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무언가 온실 바닥에 떨어져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녀는 그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밀쳐내며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마치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처럼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탤벗이 서 있었고, 그 소리는 그가 떨어뜨린 구급약 상자가 온실 바닥에 부딪히며 난 소리였다.
"탤벗!"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크게 상처받은 표정으로 시선을 떨구고 몸을 돌려 온실을 뛰쳐나갔다.
"잠깐만!"
그녀가 애타게 외치며 그를 향해 달려가려고 하자, 바나비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왜...?"
그녀는 붙잡힌 손목을 한번 돌아보고는 바나비를 올려다보며 묻자, 그가 간절히 부탁했다.
"가지 마."
하지만 그녀는 그가 붙잡은 손을 뿌리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너도 내 친구지만, 쟤도 내 친구야. 난 내 친구가 오해하고 상처받게 둘 순 없어."
정말로 탤벗도 바나비와 똑같이 좋은 친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서둘러 탤벗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그러자 아까 자신이 그녀에게 했던 고백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바나비는 슬픈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쓰디쓴 인내를 삼켰다.
"휴... 그래, 알았어. 그런 점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너의 좋은 점이니까... 이해해야겠지. 어서 가 봐."
"이해해줘서 고마워, 바나비. 그리고... 미안해."
루시엔은 대체 뭐가 미안한지는 콕 찝어 말할 순 없었지만, 왠지 바나비에게 사과를 꼭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한 얼굴을 하고는 서둘러 온실 밖으로 달려나갔고, 주변을 둘러보며 탤벗이 어디로 갔을지를 짐작해보았다.
탤벗의 성격에 아마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을 집 안으로 들어간 것 같지는 않았고, 뒷마당에 희미하게 난 발자국을 보아하니 집 뒷편의 숲쪽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그의 자취를 뒤쫓아 숲으로 달렸다.
루시엔이 짐작했던 대로 탤벗은 어두운 숲 속의 한 그루터기에 앉아 세상을 잃은 것 같은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 앉아서 지나간 모든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약 온실을 나가지 않았더라면 루시엔이 그 자식과 입맞추고 있는 모습을 보지 않았을 텐데...
자신이 만약 그녀의 초대를 거절했더라면 이렇게 후회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애초에 자신이 그녀와 친구가 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아플 일도 없었을 텐데...
아예 처음부터 그녀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고통스럽고 상처받을 일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에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늦어버린 일이었다.
이젠 그녀가 빠진 자신의 세상은 무채색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자신이 잃어버렸던 목걸이를 찾던 날, 천문탑에서 그의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어버렸던 것이다.
"탤벗!"
그때,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탤벗! 어디있어?"
그는 잠시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까 말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둠 때문에 나무 뿌리에 걸려 철푸덕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으악!"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서둘러 그녀의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아까 찻잔을 깨뜨리며 베인 상처에 더해 이리저리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에 넘어지며 까진 상처 투성이였다.
"탤벗!"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을 발견하자마자 저렇게 반색하다니.
그는 그녀의 한결같은 모습에 마음 속으로는 헛웃음이 나왔지만, 고통스러운 마음과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섞여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더 많이 다쳤잖아, 바보야."
그가 상처를 살펴보며 평소처럼 차가운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나보다 네가 더 많이 상처 입은 것 같아 보였어, 바보야."
그녀가 염려와 안도가 섞인 목소리로 되받아치자, 그가 피식 웃으며 상처받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네가 행복하기만 하다면... 난 그걸로 됐어."
하지만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그는 세상을 잃은 것 같은 얼굴로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렇게 안 괜찮은 얼굴로 괜찮다는 말 해봤자 하나도 안 먹히거든? 거짓말을 할 거면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하던가!"
그는 그녀의 핀잔에도 여전히 상처받은 얼굴로 쓰라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를 향해 두 팔을 쭉 뻗어 내밀며 당당하게 응석을 부렸다.
"나 못 걷겠어. 안아줘."
"대체 왜...?"
"너 쫓아 달려나오다가 넘어진 거잖아! 그러니까 네가 책임져야지."
루시엔이 이렇게 우기자, 그는 눈을 한번 굴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 들고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목에 두 팔을 감고는 그의 가슴에 기대어 안겨가는 동안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는 묵묵히 걸음을 옮기며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바나비는 온실에 있는 겨우살이 때문에 명절 키스를 했던 거였어. 공교롭게도 그걸 네가 보게 된 거지. 하지만 난 변함없이 그 애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그 말을 듣고 난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진심이 가득 드러난 거짓없는 얼굴이었다.
그 진심어린 얼굴에서 그는 왠지 모르게 안도감과 위안이 느껴졌다.
그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담백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난 널 믿어."
그녀는 그의 가슴팍에 고개를 비비며 "믿어줘서 고마워, 탤벗. 난 네가 오해로 상처입지 않길 바라." 라고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기며 단단한 팔로 그녀를 힘주어 안았다.
맞닿은 몸에서 전해져오는 온기에, 그는 찢어졌던 마음의 상처가 느리지만 서서히 아무는 느낌이 들었다.
탤벗은 루시엔을 안아들고 곧바로 온실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이 떨어뜨렸던 구급약 상자를 찾아왔고, 소독약과 디터니 원액을 찾아 그녀의 상처를 깨끗하게 소독하고는 약을 발라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상처는 말끔하게 사라져버렸다.
그는 구급약 상자를 정리하고 일어나서 그녀가 깨뜨렸던 찻잔에도 레파로 마법을 걸어 원래대로 복원을 시켰다.
그녀는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다시 찻잔을 가져가 조심스럽게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가 뒷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고는, 그녀가 아까 말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 그 '빌어먹을 식물'이 정말로 있었다.
그는 요술 지팡이를 꺼내어 그 겨우살이를 겨누고는 주문을 외웠다.
"인센디오."
그의 분노를 닮은 화염이 순식간에 겨우살이를 삼키고는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는 재가 되어 떨어져버린 겨우살이의 잔해에 대고 주문을 걸어 완전히 자취를 없애버렸다.
"혹시 너희 어머니께서 여기있던 겨우살이가 어찌됐냐고 물어보시면 죄송하다고 전해줘. 내가 '실수로' 없애버렸다고."
그가 딱딱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온실 안 어딘가에 아마 몇 개 더 자라고 있을거야. 신경쓰지 마."
그는 마음속으로 대체 그런 터무니 없는 명절 관습은 누가 만들었는지 조용히 비난하며 분개했다.
물론 그 자신도 그러한 명절 관습에 기대 그녀의 입술을 훔쳐볼 수도 있었겠지만, 탤벗에겐 서로의 진실된 마음을 확인하지 않고 하는 키스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에 불과했다.
두 사람은 정리를 마치고 구급약 상자를 가져다 놓기 위해 함께 저택 2층으로 향했다.
저택의 곳곳에는 르웬이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장식해 놓은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놓여있어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났다.
그는 어렸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감회가 색다르게 느껴졌다.
"너희 어머니께서 많이 공들이신 것 같아. 집안의 장식도 그렇고, 우리들을 초대해주신 것도 그렇고."
그가 솔직한 감상을 이야기하자 그녀도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엄마가 나한테 신경을 많이 쓰시는걸 나도 잘 알아. 일 때문에 바쁘셔도 항상 꾸준히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려고 노력하시거든. 그리고 내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인지 나랑은 잘 지내는지도 항상 궁금해하셔. 그래서 그럴거야."
그가 옅은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 처음 뵈었지만 정말 좋으신 분 같더라. 너희 아버지는 어떤 분이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물어보자 루시엔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있게 대답해주었다.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일거야!"
그러자 그가 괜히 뾰족한 기분이 들어 이렇게 되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그녀는 그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곧 답변을 내놓았다.
"음... 우리 엄마같은 사람이랑 결혼했으니까?"
그러더니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 아빠는 정말 자상한 분이셔. 아빠가 일 때문에 집에 자주 오시진 못하지만 집에서 계실때면 언제나 집 안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해야할까?"
"아빠가 집에 있으면 더 안정감 있고,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분위기가 되거든. 물론 집에 엄마랑 나랑 둘이서만 있을 때도 그렇긴 하지만, 아빠가 있을 때와는 달라."
그녀의 말을 듣고나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아버지이신 것 같다."
그녀는 그의 긍정에 마치 자기가 칭찬을 들을 것처럼 미소를 짓고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빠도 같이 보낼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며 아쉬워했다.
두 사람은 캐비닛 안에 구급약 상자를 원래대로 놓아두고는 작은 응접실을 나왔다.
"아 참! 네가 묵게 될 방은 가 봤어? 불편한 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 그녀가 문득 생각난 듯이 그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아직. 그럴 정신이 있었어야지."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향해 이렇게 대답하자 그녀는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럼 지금 내가 안내해줄게. 따라와!" 그녀가 그를 이끌고 복도의 손님방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의 이름 팻말이 붙어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짜자잔! 여기가 바로 네가 묵을 방이랍니다!" 그녀는 과장된 포즈로 그의 방 문앞에 서서 방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 안에 들어가 둘러보았다.
손님방은 하얗고 깔끔한 침구가 놓인 싱글 침대가 있고 작은 서랍장 하나와 안락의자와 작은 테이블 하나, 그리고 작은 욕실이 딸려있는 아늑하고 깔끔한 방이었다.
그의 트렁크는 벌써 방 한켠에 옮겨 놓아져 있었다.
그는 방을 쓱 둘러보더니 "마음에 들어. 사실 이 정도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해." 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어 기분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혹시 불편한 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 알았지?"
그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하고는 그녀와 함께 방을 나와 르웬과 다른 친구들이 열심히 트리 장식을 하고 있을 1층의 큰 응접실로 향했다.
루시엔은 설레는 얼굴로 "엄마가 얼마 만큼 트리 장식을 하셨으려나? 꼭대기 별은 내가 달고 싶은데." 라며 기대했다.
그러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그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거 알아? 위즐리네 집에 전에 초대받아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냈던 적이 있는데, 그 집에선 트리 꼭대기에 튀튀 발레복을 입힌 땅신령을 장식한다?! 정말 신기하지 않아?"
그러자 탤벗은 눈을 굴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루시엔은 킬킬거리면서 그와 함께 응접실로 들어섰다.
응접실에는 화려하게 꾸며진 트리가 조명 아래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세상에! 엄마, 너무 멋져요!" 그녀가 눈앞의 거대한 트리를 보며 감탄했다.
"우리가 다같이 솜씨를 부려봤지!" 르웬이 어느새 소녀들과 절친이 된 듯 함께 키득거리며 딸에게 트리를 자랑해보였다.
"꼭대기 별은 제 몫으로 남겨놓으셨어요?"
루시엔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묻자 르웬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까 바나비가 와서 달았단다, 아가씨. 조금 더 일찍 오지 그랬니."
그러자 바나비가 미안해하는 얼굴로 뒷통수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미안해, 루시엔."
"아...! 아냐, 아냐 됐어, 바나비! 신경쓰지마! 알았지?" 그녀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어 눈치를 주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며 바나비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알았어!"
르웬은 루시엔의 표정과 바나비, 그리고 탤벗의 굳은 얼굴에서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딸 아이가 직접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묻지 않기로 했다.
르웬은 벽에 걸린 시계가 자정이 넘은 것을 바라보고는 환한 미소를 띤 얼굴로 손뼉을 치며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얘들아, 메리 크리스마스! 함께 밤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이제 자야지? 내일 아침에 선물 개봉식을 하려면 얼른 자두는게 좋을걸?"
그녀가 트리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선물 상자들을 짓궂게 눈짓하며 말하자 통스가 신이 나서 얼른 자러 가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좋은 꿈 꾸렴!"
르웬은 아이들과 2층의 복도에서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고는 동쪽 끝 방의 부부 침실로 걸어갔다.
다른 아이들도 신이나서 들뜬 얼굴로 루시엔에게 말했다.
"루시엔! 고마워, 덕분에 올해 크리스마스는 정말 특별하게 보내는것 같아!" 페니가 환한 얼굴로 고마움을 표했다.
"아까 르웬 아주머니께서 학창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글쎄 아주머니께서 래번클로 반장에 여학생 회장까지 하셨다지 뭐야?! 나한테도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할수 있을거라고 격려해주셨어!" 로완은 흥분하여 눈을 빛내며 말했다.
"르웬 아줌마가 나한테 호그와트 비밀통로 한 군데를 말해주셨다?! 난 벌써부터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 기대돼!" 통스는 필치를 따돌리고 장난을 칠 생각에 행복한 미소를 가득 지어보였다.
"나는 르웬 아줌마가 루시엔 네가 어렸을때 이야기를 해줬을 때가 좋았었어! 너 정말 귀여운 꼬마 아가씨였더라구!" 바나비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루시엔은 깜짝 놀라 외쳤다.
"뭐?!"
루시엔은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얘기만 아니면 좋겠는데..." 라며 엄마가 자신의 어떤 흑역사를 친구들 앞에서 폭로했을지 걱정했다.
"걱정 마. 별거 아니었어! 네가 어렸을때 도서관에서 자주 책 쌓기 놀이를 했었는데, 한번은 책을 담벼락처럼 길게 쌓아놓고 용이라고 하고는 용을 타고 세계 여행을 한다고 했었대! 너무 귀여운거 아냐?"
바나비가 킬킬거리며 아까 르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하나 말해주자 루시엔은 창피함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심지어 탤벗조차도 그 이야기를 듣자 옆에서 피식피식 몰래 웃기 시작했다.
"난 방에 갈래!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어야겠으니까! 잘 자, 얘들아."
그녀는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던지고는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자신의 방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메리 크리스마스, 루시엔! 잘 자!" 달려가는 그녀의 뒤에 대고 친구들도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킬킬거리며 작별 인사를 던졌다.
방으로 돌아온 루시엔은 책상 앞에 앉아서 미리 준비해온 친구들에게 줄 선물들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은 이미 주문서를 보내놓았고, 집에 초대한 친구들의 선물만 별도로 준비했는데, 직접 쓴 작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넣고 포장해서 에밀리에게 각 방에 전달해달라고 부탁하기만 하면 되었다.
루시엔은 엄마와 아빠를 위해선 안드레가 천체 무도회 드레스를 입어 보았을 때 따로 찍어준 움직이는 사진을 넣은 액자를 준비했다.
아마 그녀의 부모님은 다른 어떤 비싼 선물을 준비하는 것보다도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마음에 들어할 것이 분명했다.
페니를 위해서는 고급 마법약 재료 키트를 준비했고, 로완을 위해서는 예쁜 다이어리를 준비했다.
통스에겐 비명을 지르는 요요를 준비했으며, 에밀리를 위해서는 <마법같은 마법 요리책>을 준비했다.
바나비를 위해서는 뉴트 스캐맨더가 쓴 신비한 동물 삽화가 들어있는 <신비한 동물 사전>을 준비했고, 탤벗을 위해서는 시집 한 권을 준비했다.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포장을 마치고 커다란 자루에 모두 담아 방 밖으로 살금살금 나갔다.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에밀리의 방으로 가서 방 문을 똑똑 두드리자 에밀리가 문을 열어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는 소곤소곤 "에밀리, 부탁할게. 아, 참. 이건 에밀리꺼야.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속삭이고는 에밀리를 위해 준비한 선물과 배달을 부탁하는 커다란 선물 자루를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아가씨. 아가씨도 메리 크리스마스!" 에밀리도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건네주는 물건들을 방 안에 옮겨두었다.
에밀리의 방 안을 슬쩍 보니 이미 여러 개의 커다란 자루들이 있었는데, 아까 저녁식사 시간에 르웬이 이야기 해준 덕분에 다른 친구들은 벌써 에밀리에게 부탁하러 왔다간 것 같았다.
루시엔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설레는 가슴을 안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잠을 청하려고 두 눈을 감으니, 아까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괜히 머리가 복잡한 것 같았다.
바나비의 뜬금없는 농담같은 고백...
그것은 정말 그가 그녀를 연애 감정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누군가 그녀에게 바나비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녀는 곧바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은 연애 감정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를 좋은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명절 키스였긴 했지만 자신의 첫 키스를 떠올리자 갑자기 부끄러운 감정이 화악 피어올랐다.
그녀의 의식의 흐름은 이제 바나비라는 대상에서 첫 키스 그 자체의 느낌으로 흘러가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다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처음엔 무척 당황스럽긴 했지만, 다시 차근차근 되짚어보면 부드럽고 따뜻하고 몽글몽글한게, 간지러운 기분이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뒤이어 떠오른 탤벗의 상처받은 얼굴과 뒤돌아 온실을 나가던 뒷모습의 기억 때문에 그러한 기분은 마치 찬 물을 뒤집어 쓴 듯 사라지고 말았다.
그 애는 왜 그때 그렇게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던 걸까?
사실 아직 그녀는 누군가를 연애 감정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로맨스 소설과 로완의 이야기로만 간접적으로 접해봐서 그렇게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일전에 오블리비아테 마법을 배울 때 탤벗에게 털어놓았던 비밀은 그녀에겐 "매우 아끼는 소중한 친구로서" 좋아한다는 의미에 더 가까웠었는데, 지금은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천문탑에서 목걸이를 수리한 이후 탤벗이 루시엔을 대하는 태도가 그 전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늘 차갑고 마음의 벽을 세우며 밀어내던 예전과는 달리, 좀 더 부드럽고 온화해졌고, 무심한 듯 했지만 항상 자신에게 신경 써 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변화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그에게 "친구"가 된다는 건 이런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일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그가 자신을 연애 감정으로 좋아한다고 가정해본다면..?
그러자 갑자기 온실의 겨우살이 밑에서 했던 첫 키스가 다시 떠올랐고, 이번에 머릿속에서 상대는 바나비에서 탤벗으로 바뀌어 있었다.
상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왠지 심장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빨개지는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녀는 곰곰이 머릿속으로 주변의 몇 안 되는 커플들을 떠올려 보면서 그와 비교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탤벗은 자신을 연애감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절대 아닌게 분명했다.
정말로 연애감정으로 좋아하는 거라면, 왜 아직도 그렇게 허구헌날 티격태격 다투고 자신을 놀려대는 것인가...!
그래서 탤벗이 자신을 연애 감정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려버렸다.
그러한 결론에 이르자 그녀는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아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허탈하기도 했다.
'걔는 왜 그렇게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건지..!'
그녀는 마음속으로 괜히 애꿎은 그를 탓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애써 비우고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날 루시엔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이미 사랑의 불씨가 아주 조그맣지만, 분명히 자리잡고 있었다.
다만, 아직 자각할 수 있을만큼 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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