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가끔씩 바나비의 이런 '친밀한' 행동을 볼 때면, 루시엔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홧홧해지면서 약간 어색하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음... 격려 고마워, 바나비. 이제 다시 다음 과목을 위해 나도 공부하러 가봐야 겠다."
그녀가 한 걸음 떼며 작별 인사를 건네자, 그가 다시 해맑은 얼굴로 마주 인사해주었다.
"별말씀을! 나중에 봐, 루시엔!"
그는 이렇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슬리데린 기숙사를 향해 걸어갔다.
루시엔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내가... 쟤를 좋아하는건 아니겠지..?"
그때, 그녀의 뒤로 누군가 성큼 다가오며 물었다.
"누가? 네가?"
그러자 그녀는 깜짝 놀라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
"우왁!"
그 사람은 바로 탤벗이었다. 루시엔은 깜짝 놀라 헐떡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를 째려보았다.
"탤벗! 깜짝 놀랐잖아! 뒤에서 그렇게 갑자기 말을 걸면 어떡해!"
"그럼 말을 갑자기 하지, 언제 말하겠다고 미리 예고하고 하냐?" 그가 눈을 굴리며 차갑게 말했다.
그의 말에 딱히 반박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자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몸을 홱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가 성큼성큼 긴 다리로 그녀의 보폭을 따라잡으며 나란히 걷자, 그녀는 그를 한번 힐끗 째려보고는 궁시렁거리며 더욱 발걸음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가뿐히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잡으면서 애써 침착함을 가장하며 물었다.
"네가 아까 그 녀석을 좋아한다고?"
"몰라. 알 거 없어. 신경쓰지 마."
그녀는 차갑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홱 돌려버리며 래번클로 기숙사로 향했다.
그는 두려움과 허탈함과 초조함이 결합된 복잡한 심정으로 멈춰서서 그녀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물결치는 듯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지?'
그는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들었다.
자기 눈에도 저렇게 예뻐보이는데, 남들의 눈에도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는-자기 스스로의 문제만으로도 벅차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아까 바나비 리가 루시엔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미소짓던 그 모습을 보며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 녀석의 눈빛은 순진한 그녀는 아직 알아채지 못했을지 몰라도, 그 자신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빛이었으니까.
그리고, 왜 자신은 그녀의 곁에서 그녀가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그는 일단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점점 멀어져가는 그녀를 쫓아 달렸다.
"잠깐만! 같이 가!"
"흥!" 그녀는 콧방귀를 뀌고는 더욱 빠르게 뛰다시피 걸어갔다.
하지만, 그는 긴 다리로 금세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왜! 뭐!"
그가 어깨를 붙잡아 돌리자, 그녀는 토라진 얼굴로 쏘아붙였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사과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그녀가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려 대답을 찾아냈다.
"아까 놀래킨거랑, 음... 얄밉게 비꼬면서 얘기한거?"
그러자 그녀는 찌푸린 인상을 스르륵 풀고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과 받아줄게. 그리고 나도 미안해. 네가 일부러 그런게 아닐수도 있는건데 내 감정이 앞섰던 것 같아."
그는 물끄러미 그녀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고마워, 루시엔. 그럼 이제 같이 가 주는 거지?"
그가 이렇게 묻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풀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같이 가. 어차피 오늘 밤에도 계속 공부해야 하니까. 오늘도 내 방에서 할래? 아니면 네 방에서 할까?"
"오늘도 네 방에서 하자."
이번에도 만약 그녀가 또 먼저 잠들어 버린다면...
그녀의 방에서 공부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그래, 그러면 이따 내 방으로 와. 아차! 오늘 저녁 식사를 가지고 올라 온다는 걸 깜빡했네."
그녀가 안타까워하며 말하자, 그는 재빨리 이렇게 말했다.
"그건 걱정 마. 내가 네 방으로 가기 전에 주방에 들러서 가져갈 테니까.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음... 그렇다면, 고마워. 난 그냥 샌드위치 하나로도 충분할 것 같아."
그녀가 고마움을 표하며 미소를 띤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래번클로 기숙사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이따 보자고 작별 인사를 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잠시 후, 루시엔의 방에서 다시 모인 두 사람은 이번에는 바닥에 깔린 폭신한 카펫 위에 마주보고 앉았다.
그리고 그가 주방에서 가져온 -집요정들이 바구니에 담아 준- 샌드위치와 구운 닭고기, 샐러드, 음료를 먹으며 서로에게 문제를 내주기로 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으면서 그가 가져온 음식들에 감탄하면서,
"훌륭한걸? 마치 피크닉을 온 것 같아! 헤헤. 남은 과목이 마법, 신비한 동물 돌보기, 약초학, 어둠의 마법 방어술 이렇게 네 과목이네. 뭐부터 시작할까?" 옆에 쌓아놓은 교과서들을 살펴보며 물었다.
"시험 볼 순서대로 공부하는건 어때?" 그가 제안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합리적인 생각이야. 좋았어, 그러면 마법부터 시작하자."
그들은 마법 교과서를 펼쳐놓고 서로에게 문제를 내주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나 중요한 부분은 함께 교과서와 필기를 뒤적이며 공부하면서 먼저 이해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두 사람은 함께 마법 복습을 완벽하게 끝냈고, 그 다음 과목으로 신비한 동물 돌보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매번 기말고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시험은 정말 싫다..."
그녀가 투덜거리며 교과서를 넘겼다.
그녀의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며 다음 문제를 내기 위해 교과서를 넘기며 살펴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너는 시험이 싫지 않아?"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살면서 시험 공부보다 더 힘들고 싫은 일들을 많이 겪어봐서 이 정도쯤은 특별히 좋거나 싫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그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할 일을 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
"우와... 넌 되게 어른스럽게 말하는구나. 인생을 나보다 적어도 30년 쯤은 더 산 것 같아.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지는걸?"
그는 교과서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야. 들으면 너무 지루해서 다시 교과서를 보고 싶어질걸?"
그녀는 그의 말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우리 잠깐만 휴식 시간을 갖자!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는 그녀의 말에 한숨을 내쉬고는 교과서에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시험 공부가 먼저이지 않을까?"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졸랐다. "아니, 잠깐 휴식을 취하는건 공부에 더 도움이 될거야!"
일리가 있는 그녀의 말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럼 딱 5분 만이야."
그러자 그녀는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의 이야기는 지난 번에 잠깐 말해 주었었지. 우리 아빠는 예언자 일보에 기고하는 시인이셨고, 엄마는 성 뭉고 병원에서 일하시던 치유사였어. 우린 런던 북부 근교의 조용한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았었지."
"부모님은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반대를 하던 용감하시고 좋은 분들이셨어. 부모님께선 친구...라고 생각했던 어떤 분에게 비밀 파수꾼을 부탁하셨고, 피델리우스 마법을 사용해서 우리 가족을 죽음을 먹는 자들로부터 안전하게 숨기려고 하셨어."
"하지만, 결국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비밀 파수꾼이 배신을 하고 말았고, 내가 8살이던 겨울에 우리 집은 죽음을 먹는 자들로부터 습격을 받고 말았어."
그의 말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지만, 그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계속 이어지게 놔두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먼저 아빠가 엄마와 나를 보호하려다가 돌아가셨어. 엄마는 그 틈을 타 나를 애니마구스로 변신시켜서 창 밖으로 탈출시켰지. 내가 막 밖으로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방 안으로 들이닥친 죽음을 먹는 자들은 엄마도 살해했어."
"나는 그때 젖먹던 힘까지 다해 외딴 숲으로 날아갔고, 그곳에서 탈진해버렸어. 몇 시간 후인지, 며칠 후인지도 모르겠는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숲에서 깨어났고, 그때부터 혹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추적해올까봐 숲 속에서 다른 새들과 함께 지냈어."
"나중에 맥고나걸 교수님께서 알려주셨는데,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해리 포터에 의해 '그 사람'이 몰락했다더라. 맥고나걸 교수님은 호그와트에 입학할 나이가 된 나를 찾아 숲으로 찾아오셨었지."
"그 뒤로는 너도 어느정도 아는 이야기일걸? 호그와트에 입학해서 래번클로에 배정받았고, 학교를 다니게 되었지. 이게 내가 살아온 이야기야."
그가 담담하게 이야기를 마치고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의 얼굴에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해보였다.
"정말 유감이야, 탤벗.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구나. 아까 시험이 싫다며 투정부리던 내가 정말 철 없는 어린애 같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녀는 시선을 떨구며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네가 이렇게 무사히 살아남아서 정말 다행이야. 아마 너희 부모님께서도 무척 대견해 하실거라고 생각해."
그녀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위로해주었다.
그는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자, 벌써 5분 지났어. 이제 다시 공부하자."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다시 열심히 해 보자!"
두 사람은 다시 함께 열심히 복습을 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한 지 몇 시간이 지나고, 한밤중이 되자 이번에도 잘 시간이 지난 루시엔은 하품을 몇 차례 크게 하며 애써 졸음을 참다가 결국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제 니플러의 습성에 대해 아는대로 이야기해 봐."
그가 교과서를 살피며 질문을 골라 그녀에게 내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이 없자 고개를 들어 보았다.
"으응... 음냐..."
그는 꾸벅꾸벅 고개를 까닥이며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그녀가 깨지 않게 조용히 교과서를 덮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그리고 침대에 조심스럽게 뉘여주고는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
그때 괜히 그녀의 얼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그의 눈에 밟혔다.
그러면서 아까 바나비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겨 주던 것이 떠올라 괜히 불퉁한 마음이 들었다.
"쳇. 나도 미쳤지."
불쑥 고개를 내민 질투심에 작게 투덜거리면서도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뒤로 넘겨주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머리카락의 부드러운 촉감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오렌지 꽃 향기에 그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며 마치 자신이 파렴치한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재빨리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가져온 바구니에 접시와 포크 등을 조용히 정리해 넣고,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호그와트의 기말 고사가 끝나는 날,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나온 루시엔은 지쳤지만 홀가분한 기분으로 만세를 외쳤다.
"드디어 끝났다!"
오랜만에 로완도 홀가분한 얼굴로 그녀의 곁에 다가와 퀭한 얼굴로 활짝 미소를 지으며 함께 기뻐했다.
"아, 이제 맘 놓고 잘 수 있겠어!"
두 사람은 아무 이유없이 그저 시험이 끝난 사실에 기뻐하며 함께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런 그녀들을 주변의 학생들이 힐끔거리며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기뻐서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았다.
"이제 내일 아침이면 너희 집에 놀러가는구나! 너무 기대돼! 혹시 너희 엄마는 무엇을 좋아하셔? 오늘 미리 호그스미드에 들러서 쇼핑을 해보려고."
로완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루시엔에게 물었다.
"글쎄, 우리 엄마는 단 음식은 별로 좋아하시지 않지만, 허니 듀크에서 파는 다크 초콜릿이랑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로즈메르타 부인이 만든 버터맥주와 꿀술은 좋아하시더라.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나..."
그녀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해주자 로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 루시엔. 그럼 내일 아침에 만나!"
로완이 환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랑 같이 호그스미드에 쇼핑하러 갈 거 아니었어?"
그러자 로완은 얼굴을 붉히며 머뭇머뭇 대답했다.
"그게... 요즘 빌이랑 데이트를 한동안 못해서... 내일 크리스마스 연휴니까 그전에 같이 호그스미드에 가자고 약속했었거든."
로완의 대답을 들은 루시엔은 닭살 돋는다는 듯이 익살스럽게 양 팔을 벅벅 긁으며 말했다.
"어휴, 기지배! 알겠어, 둘이 좋은 시간 보내고 와."
"고마워, 루시엔. 내일 아침에 봐!"
로완은 환한 얼굴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오랜만에 갑자기 할 일 없이 시간이 남아 돌게 된 루시엔은 어슬렁거리며 호그와트 성 안을 탐색해보기 시작했다.
혹시 운이 좋으면 호그와트 밖으로 몰래 나갈 수 있는 숨겨진 비밀 통로를 발견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작게 키득거리면서 샅샅이 성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가끔씩 캐롤을 흥얼거리는 유령들이 몇 차례 지나가긴 했지만, 그녀는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며 성 안 곳곳을 쏘다녔다.
수상쩍은 문이 있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열어보면 대부분은 빗자루를 보관하는 창고 같은 곳이나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 되어 먼지가 쌓인 빈 교실이었다.
동쪽의 3층 복도 끝에 이르렀을때 낡고 자그마한 문을 발견한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이번에도 별거 아니겠지 생각하며 문을 열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별 볼일 없이 평범하게 생긴 그 문은 수상쩍게도 잠금 장치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요술 지팡이를 꺼내 "알로호모라."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 장치가 열렸고, 루시엔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방 안은 자그마한 크기의 방이었는데, 마치 몇 년 전까지 누가 사용하던 사무실 같아보였다.
벽면 가득 낙서같은 메모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고, 좀 먹은 낡은 소파와 나무로 만들어진 책상과 걸상이 보였다.
방의 한 구석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정신없이 쌓여 있었고, 말라 비틀어진 잉크병과 부러진 깃펜들, 낡은 교과서들, 구멍난 냄비,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들어있는 병들이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온갖 문서들과 책들이 두서없이 널려 있었고, 눈에 잘 띄는 벽면 한 가운데에는 압정으로 메모들이 꽂혀있는 코르크 보드판이 걸려 있었다.
"이게 다 뭐지?"
그녀는 호기심을 가지고 익숙한 필체로 쓰여진 그 메모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메모의 내용을 하나 하나 살펴본 루시엔의 얼굴에는 점차 경악이 퍼져나갔다.
이것들은 다 제이콥 오빠가 남긴 메모였던 것이다.
그녀는 오빠가 남긴 메모들을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며 정보를 정리해보았다.
그곳에는 저주받은 금고들에 대한 단서들이 있었는데, 몇 가지는 아직까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것들이었지만, 몇 가지는 지금 그녀가 찾고 있는 숲의 금고에 대한 단서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금지된 숲에 있는게 맞다는 거네?"
그녀는 다시 한번 금지된 숲과 관련된 정보들을 추려내 보았고, 그 중에서 화살촉과 관련된 메모도 발견했다.
"켄타우로스의 야영지 근처에 있는 레드캡의 구멍?"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며 지난번 금지된 숲을 날아다니며 정찰해보았었을 때와 토르부스를 만났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러면 그 근처일게 분명해.." 그녀는 이렇게 혼잣말하며 책가방 안에 오빠가 쓴 메모를 집어 넣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나온 루시엔은 다시 문을 닫고 콜로포터스 마법으로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살금살금 그곳을 벗어나 기숙사 방으로 올라갔다.
루시엔은 방에 도착하고난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 주방으로 향했다.
후플푸프의 페니와 통스에게 들었던 대로, 커다란 서양 배와 과일 정물이 그려진 그림에서 배 그림을 간질이니 배가 킬킬거리며 손잡이를 드러냈다.
"후플푸프 아이들은 저녁에 야식 먹기도 딱 좋겠다."
그녀는 내심 부러워하며 조심스럽게 손잡이로 문을 열고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 안에는 수많은 집요정들이 꽥꽥거리면서 일사불란하게 일을 하고 있었는데, 주방 안에 들어온 루시엔을 발견한 한 집요정이 달려와 굽신거리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배가 고프신가요? 무엇을 드릴까요?"
"안녕, 내 이름은 루시엔 아리아야. 혹시 남는 음식들이 있다면 좀 싸줄 수 있을까? 가져가서 친구와 함께 먹을거거든."
루시엔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부탁하자, 그 집요정은 기뻐하는 얼굴로 다시 굽신거리며 "물론이죠, 루시엔 아리아 아가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라며 그녀가 부탁한 음식들을 가지러 달려갔다.
그녀는 집에 있는 에밀리가 떠올라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 집요정의 달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집요정은 라탄 바구니에 샌드위치와 차갑게 먹는 햄, 과일 몇가지, 시원한 호박주스 병, 물병, 버터맥주 병이 담긴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왔다.
"여기 있어요, 루시엔 아리아 아가씨."
집요정이 환한 얼굴로 그녀에게 바구니를 건네주자, 그녀도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루시엔은 연신 꾸벅 절을 하는 집요정을 뒤로 하고, 주방을 나와 안뜰로 올라왔다.
이제 컴컴한 저녁이 된 안뜰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바구니에 리듀시오 마법을 걸어 작게 만들어 주머니에 넣고는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날아올랐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그녀는 래번클로 탑 주변을 비행하면서 탤벗의 방을 눈으로 찾았고, 다행히도 그의 방에는 불이 켜 있었다.
그녀는 곧장 그의 방 창문으로 날아가 부리로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쓰고 있던 그는 소리가 난 창문을 바라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가와 그녀가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주었다.
방 안으로 날아들어온 그녀는 다시 인간으로 변하며 환한 얼굴로 킬킬거리며 그에게 말했다. "깜짝 놀랐지!"
"무슨 일이야, 루시엔?"
그가 아직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묻자, 그녀는 환한 얼굴로 쾌활하게 대답했다.
"기말고사도 끝났는데, 우리 소풍가자!"
그러자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이 시간에?"
그러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험이 오후에 끝나버렸는데, 그럼 어떡해. 내가 이미 소풍갈 준비도 다 해왔으니까 걱정 마!"
이렇게 말하며 주머니 속에서 자그마한 피크닉 바구니를 꺼내들어 보인 루시엔을 보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디로 가려고?"
"글쎄... 독수리로 변해서 같이 비행하면서 놀다가 적당한 곳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면 되지 않을까나?"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자 그가 한숨을 내쉬더니 옷장에서 외투와 목도리를 꺼내와 챙겨 입기 시작했다.
나갈 채비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신나는 얼굴로 바구니를 다시 주머니 속에 잘 넣고는 애니마구스로 변신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밤 하늘을 비행하며 오랜만에 자유롭고 즐거운 비행을 만끽했다.
그녀는 높은 하늘에서 빠르게 나는 속도감을 즐기면서 쉴새 없이 킬킬거리며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고,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마음껏 발산하는 그녀를 보며 그도 함께 따라 웃었다.
한참 비행을 즐긴 후, 두 사람은 검은 호수의 중간에 홀로 떠 있는 것 같은 자그마한 섬에 내려앉았다.
그곳에는 사방이 호수로 둘러싸여 있고, 나무가 두서없이 자라나 있었는데, 중간에 자그마한 공터가 있어서 피크닉을 즐기기에 좋아보이는 장소였다.
사방이 호수가 둘러싸고 있고, 별이 반짝이는 하늘과 호그와트 성이 잔잔한 호수 면에 비쳐서 웅장한 광경이 펼쳐지는 고요한 그곳은 정말로 멋진 곳이었다.
그녀는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변신하며 감탄했다.
"정말 멋진 장소다, 탤벗!"
그도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며 말했다.
"이곳은 나만의 비밀 장소들 중 하나야. 네가 '소풍'을 가고 싶대서 갑자기 여기가 생각났지."
그러자 그녀는 킬킬거리며 "고마워, 탤벗. 감동적인걸?" 이라고 말하며 즐거운 얼굴로 주머니 속에서 바구니를 꺼내들어 잉고르지오 주문을 외웠다.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온 피크닉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는 미리 준비해온 담요를 바닥에 펼쳐서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자, 출출한데 뭐 먹을래? 마음껏 골라봐." 그녀가 이렇게 말하며 자랑스럽게 피크닉 바구니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마법으로 불씨가 담긴 따뜻한 보온병을 두 개 만들어 내서 각자 하나씩 나눠 가지고는, 함께 그녀가 준비해 온 간단한 음식들을 먹으며 멋진 풍경과 함께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아까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에서 하마터면 실수할 뻔했지 뭐야?! 다행히도 어제 같이 공부했던게 금방 떠올랐으니 망정이지. 잘못하면 감점당할 뻔 했어!" 그녀가 눈을 굴리며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었다.
"어제 복습할때도 실수할 뻔 했던 그 부분이지? 왠지 너 그 부분이 약간 아슬아슬 해 보이더라. 다행히 잘 통과했네."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샌드위치를 삼키고는 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오늘 로완이랑 같이 호그스미드에 쇼핑하러 갈까 했거든. 그런데, 빌이랑 데이트 약속이 있다고 가버렸어. 그래서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서 남는 시간동안 혹시 비밀 통로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서 성 안을 탐방했는데, 글쎄 내가 뭘 발견했는줄 알아?!"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재잘거리자, 그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면서 피식 웃으며 말해보라는 듯이 고갯짓을 했다.
"우리 오빠의 방이었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뭐?"
"말 그대로 우리 오빠가 쓰던 방이야. 오빠가 호그와트에서 퇴학 당하기 전까지 저주받은 금고를 찾으면서 일종의 아지트처럼 쓴 방 같아보였어. 오빠의 필체로 여기저기 메모들이 붙어있었고, 문서들이랑 오빠가 뒤져보았던 것 같은 책들이 널려 있는 곳이었거든."
그녀가 아까 보았던 공간을 설명해주자, 그는 심각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
"혹시 다른 사람도 사용하던 곳은 아닐까? 그런 곳에 네 오빠가 혼자 독립적인 아지트를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고 혹시 널 끌어들이려는 함정 같은 곳일수도 있으니 조심해."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내가 살펴본 바로는 우리 오빠의 필체로 적힌 메모들만 발견했는데, 다른 사람의 흔적이 있는데 내가 발견하지 못한 걸수도 있고... 나중에 다시 한번 가서 살펴보려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오늘 가 보았을땐 그렇게 위험한 함정이 있는 곳처럼 보이진 않았어."
그녀가 이렇게 대답하자, 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로 그런 거겠지."
루시엔은 그의 말에 미소를 한번 생긋 지어보이고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 방에서 지금 찾고있는 화살촉과 관련한 메모를 찾았는데, 아마도 켄타우로스 야영지 근처에 있는 레드 캡의 구멍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어. 연휴가 끝나고 돌아오면 그곳을 살펴봐야 될 것 같아."
"뭐?!" 대수롭지 않게 이어진 그녀의 말에 그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레드 캡? 너 레드 캡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아는거야?"
"작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에 배웠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제부터 연휴 동안에 찾아봐야지."
그녀가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그는 심각한 얼굴로 짧게 잔소리 했다.
"그곳에 가려거든 네 몸을 지킬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고 가."
그의 잔소리에서 묻어나온 염려를 읽어낸 루시엔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탤벗. 물론 충분히 준비하고 갈 거야."
"당연히 그래야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잠시 말 없이 물끄러미 호수의 수면 위에 비치는 웅장한 호그와트 성과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가 손목 시계를 힐끗 한번 보니 시곗바늘이 막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반짝 빛내며 서서히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는 그를 향해 몸을 돌리며 환한 목소리로 외쳤다.
"열 다섯번째 생일 축하해, 탤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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