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그녀가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두 사람이 함께 플리트윅 교수님을 찾아가 오블리비아테를 배우는 것이었다.
처음엔 탤벗은 플리트윅 교수님까지 이 문제에 개입되는 것을 탐탁치 않아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좋아. 그러면 내일 오전 마법 수업이 끝난 후 남아서 플리트윅 교수님께 부탁해보기로 하자." 그가 이렇게 제안했다.
"그래. 빠르면 빠를수록 비밀이 폭로될 위험이 낮아지겠지." 루시엔도 그의 제안에 동의했다.
두 사람은 엄숙한 얼굴로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협력 관계가 된 기념으로 버터 맥주잔을 들어 건배하고는 각자의 잔에 든 버터 맥주를 쭉 들이켰다.
"자, 그럼 이제 성으로 돌아가볼까?" 루시엔이 키득거리며 한시름 놓았다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이미 통금 시간이 지난지 오래 되었어. 날아가야 될거야."
탤벗 역시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한결 나아진 얼굴로 시계를 힐끗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오랜만에 함께 날아보자구, 친구!"
그녀가 다 잘 될거라는 듯 활기찬 목소리로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스리 브룸스틱스를 나갔다.
"친구 아니라니까, 정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갔다.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와 함께 애니마구스로 변신했고,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도 호그와트를 향해 함께 날아갔다.
다음 날, 마법 수업이 끝나고 루시엔과 탤벗은 책가방을 싸는 척 하면서 미적거리며 뒤에 남았다.
"로완, 먼저 가. 난 플리트윅 교수님께 말씀드릴게 좀 있거든. 나중에 보자."
루시엔이 로완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로완은 알겠다며 책가방을 짊어지고 서둘러 공부 계획표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교실을 나갔다.
루시엔은 탤벗과 함께 플리트윅 교수님이 자료를 정리하는 단상으로 다가가면서, 누가 먼저 오블리비아테 이야기를 꺼낼 것인가를 두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티격태격했는데, 결국 그녀가 지고 말았다.
"플리트윅 교수님, 혹시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저희가... 까다로운 마법을 익히려고 하는데 혹시 좀 도와주시지 않을까 해서요."
루시엔이 탤벗과 함께 플리트윅 교수님에게 가서 부탁을 하자, 플리트윅 교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환한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얼마든지 도와줘야지, 아리아 양, 윙거 군!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도 학업에 정진하는 걸 보면 나도 힘이 난단다. 특히 너희처럼 뛰어난 학생들이 무슨 주문을 익히려는 건지는 몰라도, 기꺼이 도와주마."
"다행이네요. 교수님께 기억력 마법인 오블리비아테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탤벗이 다행이라는 목소리로 즉각 본론을 말하자, 플리트윅 교수는 깜짝 놀랐다.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것만은 안 되겠구나. 정말 네가 결석하는 동안 진도를 나간 내용을 배울 생각은 없는 거냐, 윙거 군?"
"플리트윅 교수님, 부탁드릴게요. 이게 가볍게 여길 주문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이제 저희도 준비가 됐어요."
루시엔이 진심어린 목소리로 간곡하게 부탁하자 플리트윅 교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내게 오블리비아테를 배워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는 있겠지?"
"사실은, 탤벗과 제가 나중에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있었는데, 기억력 마법이 나왔어요. 이 주문이 저희 학년에서 배우는 내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너무 흥미로워서 미리 예습해보고 싶었거든요."
루시엔은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면서, 멀뚱하게 서 있는 탤벗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얏! 맞...맞아요, 저희가 미리 예습하다가 정말 복잡하고 심각한 주문이지만 그래도 미리 배워보고 싶어서 교수님께 부탁드리러 온 거에요."
그가 서둘러 루시엔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 말은 맞다. 나는 보통 4학년 학생들에겐 복잡하고 심각한 주문을 가르치지 않아.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윙거 군이 최근에 수업에 계속 빠진 걸 제외하더라도... 너희는 우등생이지. 그리고 그런 학구열을 보인다는 것도 장하구나."
플리트윅 교수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알겠다, 아리아 양, 윙거 군. 기억력 마법 오블리비아테를 가르쳐 주마."
그리고나서 플리트윅 교수는 루시엔과 탤벗에게 오블리비아테 주문을 가르쳐주기 시작했고, 진지한 얼굴로 두 사람은 플리트윅 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오블리비아테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교수님."
루시엔이 진심어린 미소를 지으며 밝은 얼굴로 플리트윅 교수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기억력 마법은 위험하다는 걸 굳이 다시 말할 필요는 없겠지. 오블리비아테를 배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언제 이 주문을 써야 하고 언제 쓰지 말아야 하는지 아는 거란다."
플리트윅 교수는 엄격한 얼굴로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고,
"물론 알고 있어요, 교수님." 루시엔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주문을 남용하지 않을게요." 탤벗도 진지한 얼굴로 약속했다.
"아리아, 플리트윅 교수님께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면 오블리비아테를 누군가에게 써 봐야 하지 않을까?" 탤벗이 루시엔을 바라보며 제안했다.
"윙거 군의 말이 일리가 있구나. 너희가 처음 주문을 쓰는 걸 내가 감독할 수 있다면 한결 안전하겠지." 플리트윅 교수도 그들을 바라보며 동의했다.
"그래도 이건 인체 모형에 써서 연습할 수 있는 주문이 아니잖아. 우리 둘 중 하나에게 써야 해." 탤벗이 곰곰이 생각하며 그녀에게 말하자,
"그러면 우리 둘 다 서로에게 공평하게 한번씩 오블리비아테를 써 보는게 어떨까? 둘 다 제대로 배웠는지 확인은 해 봐야 할거 아냐." 루시엔도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이렇게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야. 중요한 기억을 없애지만 말아 줘." 그는 이렇게 말하며 동의했다.
그러자 플리트윅 교수가 나서서 그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원래 존재하는 기억을 지우기보다는, 윙거 군에게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편이 쉬울지도 모른단다. 전에는 몰랐으면서 잊기 힘든 내용을 알려 준 다음에 기억력 마법으로 그 기억을 지우는 거지."
"그래. 이왕 기억을 지울 거면 재미있는 비밀을 말해 줘, 아리아."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알겠어. 흠... 뭘 말하면 좋을까..." 루시엔은 잠시 그를 바라보며 무슨 비밀을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맞은 편에서 뚫어지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잘생긴 얼굴과 루비같은 눈동자를 홀린 듯이 바라보며...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 깊이 감춰져 있던 작은 속마음을 불쑥 털어놓았다.
"난... 네가 좋은 것 같아, 탤벗."
루시엔은 입 밖으로 내뱉고 난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솔직한 속마음에 자기 스스로도 흠칫 놀랐다.
"세상에." 플리트윅 교수 또한 깜짝 놀랐다.
"뭐... 뭐라고? 너... 진심이야?" 탤벗도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러니까 그게... 어... 고마워."
그는 잠시 횡설수설하다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그녀에게 간신히 고맙다고 어색하게 대답해버렸다.
"이런 말을 하기엔 때가 좀... 좋지 않았던 것 같네..." 루시엔이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그녀의 씁쓸한 미소를 바라보며 탤벗은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은...
"에헴, 지금이 오블리비아테를 쓰기에 좋은 때인 것 같구나." 플리트윅 교수가 끼어들어 루시엔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해 보자. 오블리비아테!"
루시엔은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요술 지팡이를 꺼내들고 그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러자 그를 향해 밝은 빛이 쏘아져나갔고, 주문을 맞은 탤벗의 동공이 잠시 스르륵 풀리며 빛이 점멸했다.
"어때...? 탤벗? 뭐가 기억나?" 루시엔이 그에게 물었다.
"네가 우리가 각자 공평하게 한 번씩 오블리비아테를 연습하자고 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그가 곰곰이 생각하며 기억을 되짚어 보았지만, 정말로 그 부분은 지우개로 말끔히 지워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났다.
"그럼 오블리비아테가 성공했네!"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되니 궁금하네. 나한테 무슨 말을 했던 거야?"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나중에 얘기해 줄게." 그녀가 비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약속 꼭 지켜야 돼."
"언젠가는...?"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자, 그녀도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자, 그럼 이제 내 차례야."
이젠 탤벗이 그녀를 바라보며 어떤 비밀을 말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블리비아테 마법을 배우고 난 뒤, 두 사람은 이어서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가자. 스나이드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야."
그들은 마법 교실을 나가면서 어떻게 메룰라를 불러낼 것인지 속닥속닥거리며 의논했다.
"스네이프 교수님의 필체를 흉내 내서 불러내는게 어때?"
루시엔이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속닥거리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학교 부엉이를 시켜서 전달하면 될 것 같아. 장소는 안뜰, 시간은 저녁 때, 사람이 없는 시간으로 하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문득 든 궁금증에 그를 향해 고개를 들어올리며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며 물었다.
"혹시 학교 부엉이들을 알아?"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난 부엉이장에 틀어박혀 있는게 좋은 것 뿐이야. 조용한 데다 부엉이는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니까."
그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리며 대답했다.
"사람을 판단한다니까 말인데... 우리가 오블리비아테를 배우기까지 했지만, 잘 모르겠어. 아직도 위험하게 느껴지고, 남의 기억을 건드리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싶어서..."
그녀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한숨을 내쉬자, 탤벗도 그 자리에 멈춰서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기분 때문에 우리 안전이 위험해질 순 없어. 스나이드는 괜찮을 거야. 네가 최선의 선택을 할 거라 믿어, 아리아."
탤벗은 다시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며 말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루시엔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달려가 그의 옆에서 다시 속닥거리며 나머지 계획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함께 안뜰에 온 루시엔과 탤벗은 함께 조용히 분수대 동상의 뒤에 숨어 메룰라가 나타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시간이랑 장소 제대로 쓴 거 맞아?" 그가 그녀를 지척에서 내려다보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
"너도 같이 썼잖아! 메룰라가 늦게 오는걸 왜 나한테 그래...웁!"
루시엔이 억울하다는 듯 지척에서 그를 올려다보며 타박하자, 그가 서둘러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조용히하게 했다.
"쉬잇!"
"스네이프 교수님? 편지 받았는데요."
메룰라가 어두운 안뜰로 나오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루시엔과 탤벗은 서로 티격태격 하던 것을 그만두고 숨어있던 동상 앞으로 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리아, 뭐야? 난 만날 사람이 있는데." 메룰라가 루시엔을 바라보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메룰라, 우린..."
루시엔이 말끝을 흐리자, 메룰라는 그녀의 옆에 서 있는 탤벗을 바라보며 알겠다는 듯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잠깐, 또 너랑 윙거가 미등록 애니마구스라는 것 때문에 이러는 거야?"
"지금이야, 아리아. 스나이드에게 기억력 마법을 써." 그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한테 뭘 쓴다고? 무슨 꿍꿍이야, 아리아?"
메룰라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루시엔을 향해 몸을 돌리던 순간.
"미안해. 우릴 이해해 줘, 메룰라. 오블리비아테."
그녀가 먼저 사과를 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메룰라에게 기억력 마법을 걸었다.
주문을 맞은 메룰라의 동공이 잠시 확장되었다가 몽롱한 눈빛으로 돌아왔고, 메룰라가 다시 정신을 차리며 그들에게 물었다.
"으으... 아리아? 윙거? 여긴 웬일이지? 난 스네이프 교수님을 만나러 왔는데..."
"스네이프 교수님? 탤벗과 난 모르는 일이야. 우린 그냥 음... 산책을 하러 나왔던 거거든."
루시엔이 어설프게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스네이프 교수님도 아직 안 오신 것 같은데, 같이 산책할래?"
루시엔이 메룰라에게 이렇게 제안하자, 메룰라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두 사람을 훑어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달밤에 같이 산책하러 나온 바퀴벌레 같은 커플 사이에 낄 만큼 내가 눈치가 없진 않거든? 수상쩍게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바보같은 커플의 바보 병균이 나한테 옮을 수도 있으니까, 난 스네이프 교수님을 찾으러 가겠어."
메룰라는 콧방귀를 뀌고는 발을 쿵쾅거리며 안뜰을 떠났다.
메룰라가 안뜰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 루시엔은 고개를 한번 갸웃하며 혼잣말을 했다. "대체 우리가 어딜 봐서 커플이라는 거야?"
하지만, 곧 미션을 성공했다는 기쁨에 미소를 띤 얼굴로 탤벗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블리비아테가 성공한 것 같아. 이제 우리의 '그 비밀'은 안전할 거야."
"네 연기가 조금 어설프긴 했지만, 그래도 고마워, 루시엔. 맥고나걸 교수님께도 이미 말씀드렸지만, 난 언젠가는 애니마구스로 등록할 계획이야. 아직은 준비가 안 됐지만..."
"내 연기가 뭐 어때서. 잘만 속던데..."
그녀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작게 투덜거리더니, 곧 주저하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네가 왜 수업에 빠지고 사람들을 피하고 있었는지 얘기해도 될까...? 친구로서 말야."
하지만 탤벗은 차가운 얼굴로 이렇게 철벽을 치며 잘라낼 뿐이었다.
"아리아, 네가 해 준 일이 고맙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넌 내 친구가 아니고 여전히 그 일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아."
'아... 다시 한 발자국 퇴보했네.'
그녀는 그와의 관계가 잠시 한 발자국 가까워진 것 같았지만, 다시 한 발자국 퇴보한 것 같은 기분에 마음 속으로 안타까움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같이 갈래? 불편하다면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
"......기숙사 앞까지만 데려다 줄게.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가 여전히 차갑지만 그래도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안뜰에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앗! 같이 가!" 그녀는 그의 보폭을 따라 잡기 위해 달려갔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달려오면 성가셔 하면서도 그녀를 위해 발걸음 속도를 늦춰주었을 텐데, 그날따라 탤벗은 초조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보였다.
그는 뒤를 힐끔 확인하고는 여전히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빠르게 래번클로 기숙사를 향해 걸어갔다.
덕분에 루시엔은 안뜰부터 래번클로 탑까지 한 밤의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이건 무슨 똥개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헉헉..! 같이 가자니까!"
그녀가 그의 뒤에 대고 소리치자 그는 어깨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같이 가고 있잖아. 빨리 와. 시간 없어."
"아직 통금 시간 전까진 시간이 남았구만... 헉헉...! 대체 무슨 시간이 없다는 거야?!"
"몰라도 돼."
"그게 페니가 걱정하던 바로 그 일이로구나? 헉헉...!"
"알 거 없어. 페니한텐 걱정하지 말라고나 말해 줘."
"네 입으로 직접 말하면 되지! 헉헉! 난...헉헉! 부엉이가 아니라고..! 헉헉..."
"나도 네가 부엉이가 아니라 독수리라는건 알아."
그가 눈을 굴리며 냉담하게 말하며 래번클로 기숙사 문 앞에서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치사해... 헉헉...! 지금 너 다리 긴거 자랑하냐?"
그녀가 그를 쏘아보며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간신히 래번클로 기숙사 문 앞까지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다 왔으니까, 들어가 봐. 난 이제 간다."
그는 그녀의 비꼬는 말에 무어라 쏘아붙이지도 않고 정말로 바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쌩하니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래번클로의 청동 독수리 문 앞에서 숨을 고르면서,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에 루시엔은 대연회장에서 페니를 만났고, 두 사람은 후플푸프 테이블의 빈 자리를 찾아 식사를 하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시! 좋은 아침이야. 탤벗이랑은 얘기해봤어?"
"솔직히 말하면 잘 안 됐어, 페니."
페니가 그녀를 반기며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그간의 일들을 떠올렸다.
"자세히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왜 그러는지 얘기해 달라고 할 때마다 탤벗이 대답을 피하더라. 하지만 다치거나 물리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건 아니었어. 최소한 그건 확실한 것 같아."
루시엔이 이렇게 말해주자, 페니는 그래도 안심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탤벗이 이유를 얘기해 주지 않는다니 실망스럽긴 해도 무사하다니 다행이네."
"나도 잘 모르겠어, 페니. 탤벗은 마음을 여는가 싶은 순간,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리거든."
이건 그녀가 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탤벗이 곧잘 그러긴 하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기분 상하지는 마. 그냥 상처 받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걸 테니까."
"와, 페니. 너희가 친구라는 건 알았지만, 네가 탤벗을 그렇게 잘 아는지는 몰랐어."
"난 별별 사람들에 대해 별별 이야기를 다 알고 있거든, 루시."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농담이야. 뭐, 아주 틀린 얘긴 아니지만."
페니가 킬킬거리며 웃자, 루시엔도 그녀를 따라 킬킬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페니는 이제 자신의 앞에 놓인 버터바른 빵을 한 입 베어물며 루시엔에게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탤벗에 대해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남들이 너무 모르기 때문일 수 있어. 그래도 네가 듣고 싶다면 내가 아는 만큼 얘기해 줄게. 그러면 탤벗이 네게 마음을 열게 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 좋지, 페니. 아는대로 이야기 해 줘!"
루시엔이 미소띤 얼굴로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조언을 마친 후, 페니는 호박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루시엔에게 물었다.
"근데 궁금한 게 있어. 왜 탤벗과 친해지고 싶은 거야? 왜 그 애 마음을 열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거야?"
루시엔은 갑자기 어제 오블리비아테를 배우던 때, 자신이 그에게 말해주었던 비밀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 그 비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가장 먼저 당사자인 그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페니에게 미소를 띤 얼굴로 이렇게 에둘러 대답했다.
"탤벗이 변덕스러운 척하긴 해도 좋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자기는 혼자 있는 게 좋다고 말하지만, 네가 말했던대로 정말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난 탤벗이 내심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루시. 탤벗이 마음을 돌리길 바랄게. 그 애한테도 너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을 거야."
페니도 그녀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에 맞장구 쳐주었다.
"맞다... 그러고 보니, 나보다 탤벗과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어."
"정말?! 누군데?"
"맥고나걸 교수님! 교수님께 탤벗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고마워, 페니. 그래야겠다. 어쩌면 탤벗이 요즘 이상하게 행동하는 이유를 아실지도 모르니까..."
그날 오전 변신술 수업에 들어간 루시엔은 뒷 자리에 탤벗이 또 결석한 것을 알아차렸다.
다행히도 이번에 안드레는 변신술 수업에 참석해 있었다.
루시엔이 조심스럽게 안드레에게 인사를 건네자 안드레가 한숨을 푹 내쉬며 그녀에게 인사해주었다.
"안녕 안드레, 기분은 좀 괜찮아 졌어?"
"안녕 저주 해결사. 훨씬 나아졌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해탈하고 내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해야할까. 난 이제 괜찮아."
안드레가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은 안타까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궁금한 것을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탤벗은 왜 안 왔는지 알아? 남자 기숙사에서 너희가 옆 방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닌가 하고..."
"흠... 글쎄, 나도 옆 방이긴 하지만, 아침 일찍 그리고 밤 늦게 문 닫히는 소리밖에 들리는 게 없어서 잘 모르겠네."
그가 곰곰이 생각하며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왜 그런거야, 저주 해결사? 그 고지식한 똥멍청이가 혹시 네 속을 썩이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욕을 해대도 사실 안드레와 탤벗은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안드레가 자기 대신 그의 욕을 해주자, 루시엔은 푸스스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말렸다.
"그런 거 아냐, 안드레. 그래도 날 위해 그렇게 말해준건 고마워."
"별 말씀을. 넌 내 소중한 뮤즈인 걸. 네 속이 썩으면 내 작품의 쏘울도 썩는거야. 절대 그렇게 두고 볼 순 없지. 걔가 속 썩이거든 나한테 말만 해. 내가 그 녀석 방에 쳐들어가서 엉덩이를 걷어차 줄 테니까!"
안드레가 호언장담하자 루시엔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정말 든든하다, 안드레."
그때, 로완이 오늘도 터질 것 같은 책가방을 메고 헐레벌떡 교실 안에 들어왔고, 뒤이어 맥고나걸 교수님이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로완은 서둘러 루시엔의 옆 자리에 달려와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 간신히 세이프했네."
"오늘은 아침 식사도 걸렀잖아, 로완.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거야?" 루시엔이 로완을 걱정하며 물었다.
"괜찮아. 기말고사 때까지 다이어트 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나한텐 식사보다 공부 계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해."
로완이 며칠 사이에 핼쑥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잘 먹고 잘 쉬어줘야 공부도 더 잘 되지. 안 되겠어, 이따가 점심이랑 저녁은 무조건 나랑 같이 먹으러 가자!"
루시엔은 진심으로 베프의 건강을 걱정하며 로완에게 말했다.
그때, 맥고나걸 교수님의 호령이 떨어졌다. "잡담은 그만하고 교과서 287 페이지를 펼쳐라."
그러자 루시엔과 로완은 깜짝 놀라며 허둥지둥 맥고나걸 교수가 언급한 교과서 페이지를 펼치기 시작했다.
강의가 시작되고, 루시엔은 다시 수업에 집중하며 열심히 필기하기 시작했고, 실습 시간에는 맥고나걸 교수가 까다롭다고 한 부분도 집중하여 변신술을 성공해냈다.
맥고나걸 교수님은 루시엔의 결과물을 보며 잘 했다는 칭찬과 함께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면, 로완은 필기는 열심히 집중해서 했지만, 변신술에서 특히 까다로운 부분을 잘 넘기지 못하고 실패해버렸고, 완전하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어 약간의 감점을 받고 말았다.
수업이 끝나고 루시엔은 맥고나걸 교수님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고, 미안해하며 로완에게 기숙사에 올라가기 전에 연회장에 들러서 샌드위치라도 꼭 챙겨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로완은 괜찮다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가방을 챙겨서 부리나케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루시엔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맥고나걸 교수님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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