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창작 팬픽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24: 부엉이장

루시엔 아리아 2021. 11. 14. 08:00
반응형

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천체 무도회가 끝난 이후, 호그와트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몇 가지 뜨거운 화젯거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첫 번째는 바로 숨겨져 있던 해그리드의 놀라운 춤 실력에 관한 것이었다.


해그리드의 의외의 춤 실력은 그날 해그리드의 디스코 춤 실력을 두 눈으로 보았던 사람들의 입에서 시작되어 직접 목격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퍼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해그리드가 디스코 춤을 추면서 백플립까지 성공했다는 이야기로 한층 더 과장되었고, 모두들 그 소문을 이야기하면서 의외라며 놀라면서도 즐거워했다.


두 번째는 에밀리 타일러에 관한 소문이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에 의하면 찰리 위즐리에게 고백을 받은 에밀리 타일러는 그의 형인 빌 위즐리에게 했던 것처럼 그를 매몰차게 차버렸다고 한다.


물론 목격했다는 사람이 없고 이 소문을 처음에 퍼뜨린 사람이 에밀리 타일러 본인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은 매우 낮은 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무도회장 밖으로 나가 기숙사로 돌아가는 중, 어떤 조용한 복도에서 빌 위즐리를 마주쳤는데, 그때 빌 위즐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와 열렬한 키스를 하고있던 중이었고, 그 모습에 에밀리 타일러는 비록 자기가 차버린 상대였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놀랍도록 구체적이었고 사실에 가까웠다.


모두들 에밀리 타일러 사건 이후 엄친아 빌 위즐리를 다시 한번 사로잡은 그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누군지 궁금해했지만, 주변이 어두웠던 탓에 에밀리 타일러도 그 소녀의 얼굴까지 정확히 보진 못했다고 하여 학생들 사이에선 추측만이 무성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루시엔과 바나비에 관한 소문이었다.


천체 무도회에 파트너를 데리고 온 몇 안 되는 커플들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루시엔과 바나비의 인기때문에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화젯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소문에서는 두 사람이 댄스플로어에서 춤을 추면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몰래 키스를 나누었다고도 했지만, 이것 역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본인들 외에는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다만, 두 사람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았던 무도회에 참석했던 다른 모든 학생들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선남선녀 커플의 모습에 질투할 마음마저 사그라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정설이었다.


그래서 호그와트 학생들은 루시엔과 바나비가 어쩌다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이 사귀는게 맞을 거라고 연신 추측해대기 바빴고, 이와 같은 소문은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부풀려져서 기정사실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에 관해 어떤 용기있는 학생이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직접 '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사귀는 사람이 없다'는 답을 듣자, 그렇다면 두 사람이 비밀 연애를 하는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게 되었다.


현재 호그와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위의 세 가지 핫한 소문들 중 두 번째 소문과 관련하여, 루시엔은 로완에게서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사실, 에밀리 타일러가 목격했다던 상황은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었다.


로완은 루시엔의 단장을 도와준 후, 읽고 싶었던 책을 잔뜩 읽으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고난도 마법사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던 빌 위즐리를 만났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사람이 없는 조용한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고 책을 읽으며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고, 핀스 부인의 눈을 피해 조용한 복도에 나와 시시덕거리다가 첫 키스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로완은 루시엔에게 얼마나 황홀한 기분이었는지 장황하게 늘어놓았고, 루시엔은 이번에도 베프의 연애담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었다.


세 번째 소문은 그녀도 바나비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이상하게 소문이 부풀려져 이젠 두 사람이 비밀 연애를 하는 거라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녀와 가까운 친구들인 로완, 페니, 통스, 찰리, 튤립은 이런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믿었다.


하지만, 안드레는 두 사람이 커플이든 아니든 자신의 작품을 둘이 함께 너무나 멋지게 잘 소화해줬다며, 소문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결국 이와 같은 안드레의 극찬은 그의 원래 의도와는 관계없이 루시엔과 바나비의 비밀 연애설에 일조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천체 무도회가 끝난 후 2주 뒤인 11월 말에는 래번클로와 슬리데린 간의 첫 번째 기숙사 대항전이 치뤄질 예정이었다.


그래서 루시엔은 천체 무도회가 끝나자마자 거의 매일 저녁마다 퀴디치 연습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고, 그날 저녁도 예외없이 래번클로 퀴디치 팀원들은 모두 퀴디치 경기장에 모였다.


"오늘도 연습에 빠짐없이 참여해 줘서 고마워. 오늘도 균형을 잃지 말고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날아보자."


오리온이 팀원들을 격려하며 빗자루에 올라탔다.


오리온이 호루라기를 불자, 다른 팀원들도 모두 빗자루에 올라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고, 마치 실제를 방불케 하는 전술의 연습이 시작되었다.


루시엔은 스카이와 오리온과 함께 추격꾼으로서 퀘이플을 서로 주고 받는 연습도 하고, 파킨의 집게, 야바위 바꿔치기, 빗자루 드리프트 등을 연습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면서 퀘이플을 떨어뜨리지 않고 잘 패스하고 골을 넣는 데에는 생각보다 체력과 집중력이 많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루시엔은 기숙사 대항전을 위한 혹독한 연습을 끝마치고 나서 언제나 땀 범벅에 지친 몰골로 래번클로 기숙사로 돌아왔고, 간신히 씻고나서는 일찍 곯아 떨어져버리곤 했다.


천체 무도회가 끝난 후, 루시엔은 르웬에게 무도회가 어땠는 지에 대해 편지를 써 주기로 약속 했었지만, 그동안 수업과 과제들, 그리고 거의 매일 저녁마다 이어지는 퀴디치 연습에 편지를 쓸 틈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며칠이 지나자, 더 이상 엄마에게 보낼 편지를 미루다간 결국 퀴디치 기숙사 대항전도 끝나 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녀는 연습을 끝마치고 나서 방으로 곧장 돌아와 깃펜을 들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엄마! 지난번에 편지에서 천체 무도회 끝나고 어땠는지 말씀드린다고 해놓고 너무 바빠서 이제야 보내요.
11월 말에 래번클로 대 슬리데린 간에 퀴디치 기숙사 대항전이 있어서 거의 매일 저녁마다 연습을 하고 있거든요.
우린 이번에도 반드시 우승하고 말거에요!

천체 무도회는 아주 즐거웠어요! 안드레가 멋진 의상도 만들어 주었고, 우리 장식 팀이 멋지게 꾸며낸 무도회장도 맛있는 다과도 모두 환상적이었어요! 나중에 페니에게 듣기론 플리트윅 교수님께서도 마법을 걸어주시는데 도움을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구 바나비가 파트너를 신청해주어서 우린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어렸을 때, 엄마랑 같이 춤을 연습했던게 무도회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한번도 춤을 춰 본 적이 없다는 친구인 탤벗에게도 춤추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었어요.

로완도 무도회에 같이 갔더라면 재밌었을텐데, 로완은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그리고 며칠 전에 엄마한테 편지를 쓴다고 하니까 페니랑 통스, 그리고 로완도 엄마한테 안부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도 건강히 잘 지내시고요, 다음에 또 편지 할게요:)

-루시엔



그녀는 편지를 다시 한번 쭉 읽어보고는 애정어린 미소를 지으며 편지 봉투 안에 넣고 잘 봉했다.


이실에게 편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했지만, 요새 그녀가 바빴던 통에 이실은 학교의 부엉이장에서 다른 부엉이들과 함께 지내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시계를 한번 보고는 아직 통금시간 전까지 1시간 정도 남은 것을 확인하고는, 편지를 주머니 안에 넣고 곧장 옅은 금빛 독수리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부엉이장으로 날아갔다.


부엉이장에 도착하자, 부엉이들이 커다란 호박색 눈을 뜨고 부엉부엉 낮게 울고 있었다.


독수리에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루시엔은 주변을 둘러보며 이실을 찾았다.


그녀를 알아본 이실이 다른 부엉이들과 함께 횃대에 앉아 있다가 그녀가 서 있는 곳으로 날아와 부엉부엉 울었다.


"이실! 여기 있었구나. 이 편지를 엄마한테 전해줘. 부탁할게."


그녀가 이실의 날개를 쓰다듬어주며 간식을 먹여주고는, 편지를 꺼내 다리에 잘 매달아 주었다.


그러자 이실이 맡겨만 달라는 듯이 부엉부엉 울고는 날개를 펼치고 부엉이장 밖으로 날아갔다.


그녀는 이실이 날아간 창문을 바라보며 잠시 부엉이장에서 보이는 밤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거의 보름달에 가까운 커다란 달이 환하게 빛나며 주변에 달빛이 쏟아져 멋진 풍경이 보였는데,


그때, 어둠속에서 누군가의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루모스."


그녀가 깜짝 놀라며 재빨리 요술지팡이를 꺼내 들고 주문을 외우자 그녀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자그마한 밝은 빛이 환한 빛을 내뿜었고, 인기척의 주인공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탤벗이었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온 그의 모습은 마치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교복을 입혀놓은 조각상 같았다.


"탤벗..? 여기서 뭐해?"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여긴 내가 혼자서 자주 찾는 장소들 중 하나야." 그가 평소처럼 냉담한 태도로 그녀를 향해 다가오며 대답했다.


"여길 둘러봐봐. 난 종종 생각을 정리하거나 비행하다가 날개를 쉬러 여기 들르곤 해."


그가 그녀의 요술지팡이 끝에서 나온 환한 빛에 얼굴이 보이는 곳까지 다가와 거리를 두고 멈춰서며 말했다.


루시엔은 그의 말대로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높은 천장의 탑에 벽에는 부엉이들이 드나들기 쉽게 커다란 창문이 곳곳에 뚫려 있고, 호그와트 성과 주변 일대, 밤하늘에 융단처럼 뿌려진 별까지 한눈에 보이는 그곳은 조용히 홀로 생각을 정리하기에 명당이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와... 그동안은 미처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이네."


그녀가 낮게 감탄하며 다시 그를 바라보자,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여기 바닥에 널린 쥐 뼈나 부엉이 똥을 보고 질겁을 하던데... 넌 적어도 부엉이장에 대해선 나랑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네."


"하하! 역시 우린 친구니까?!"


루시엔이 그의 말에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했다.


"조심...!"


그가 조심하라는 말을 미처 다 마치기도 전, 그녀는 하필이면 그를 향해 앞으로 걸어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부엉이똥을 밟고 쭉 미끄러져 버렸다.


"우왓!"


콰당!


그가 서둘러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이미 그녀는 앞으로 넘어지며 무릎 아래와 손바닥에 온통 지저분한 것들을 묻히고 말았다.


"으악!"


그녀가 손과 다리에 묻은 미끌미끌하고 끈적한 부엉이 똥과 토사물들을 보며 질겁했다.


부엉이장이 운치있는 것과는 별개로 이런 부엉이 똥과 토사물이 온 몸에 범벅이 된 상황은 누구든 질색할 것이다.


그가 황당한 듯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일부러 몸 개그를 보여줄 필요까진 없었는데."


그러자 그녀가 우는 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야! 그게 지금 친구가 할 소리냐?"


"내가 언제 우리가 친구랬지? 난 그런 기억 없는데."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우리가 친구가 아니면 뭔데? 바보야!" 그녀가 성가신 기분으로 씩씩거리며 그에게 소리쳤다.


"친구라는 단어를 너무 남발하는거 아냐? 그리고 바보는 바로 부엉이 똥을 밟고 넘어진 네가 바보지. 바.보.야." 그가 다시한번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약올렸다.


"우이씨! 그렇다면 바보의 매운 맛 좀 봐라!"


그녀는 잔뜩 약이 올라 분개하며 이렇게 외치고는 벌떡 일어서서 그를 향해 황소처럼 달려갔다.


하지만, 또 다른 부엉이 똥을 밟고 쭉 미끄러진 그녀는 팔을 몇 차례 크게 휘적거리다가 이번엔 뒤로 철푸덕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이쿠!"


"푸하하하!"


그녀가 우스꽝스럽게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을 보며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처음으로 크게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흐잉... 이런..."


그녀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부엉이 똥 범벅이 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푸하하하하하!" 그는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배꼽을 잡고 다시 한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야! 넌 나의 불행이 그렇게 웃기냐?" 루시엔이 눈을 도끼처럼 치켜뜨며 그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소매로 눈물까지 훔치며 웃다가 그녀를 일으켜주기 위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자, 일어나."


그때, 그녀에게 좋은 생각이 반짝 떠올랐다.


'너도 부엉이 똥 맛좀 봐라! 큭큭큭.'


그녀는 그가 내민 손을 붙잡고 일어나는게 아니라, 그가 내민 손을 자기쪽으로 힘껏 잡아 당겼다.


"엇!"


그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격에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녀가 잡아당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콰당!


그녀가 잔뜩 약이올라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것은, 그를 자신 쪽으로 잡아당기면서 그가 어느 방향으로 쓰러지게 될 것인가였다.


그가 그녀의 몸 위로 쓰러져버리자, 그의 무게와 온 몸을 짓누르는 충격에 그녀는 헉하고 숨을 내쉬었다.


마른 체격의 탤벗이었지만, 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녀석이 몸 위로 쓰러져버리자, 마치 에럼펀트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켁켁..!" 루시엔이 숨 막혀하며 찡그린 얼굴로 눈을 떴다.


"......!"


그녀가 간신히 눈을 뜨자 바로 눈 앞에 달빛을 받아 빛나는 루비같은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지나치게 가까웠다.


"어서...?!"


어서 비키라는 말을 하려고 입을 연 순간, 움직이는 입술에 무언가 말캉하고 부드러운게 닿아있는 것이 느껴졌다.


"......!"


그녀는 몹시 당황하였고, 얼어붙어있는 그의 가슴을 힘껏 밀쳤다.


그러자 그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후다닥 일어섰고, 곧 그녀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두 사람 다 몰골이 엉망인 채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서로의 시선을 피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어색하고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저기..." 이 침묵을 깬 것은 탤벗이었다.


그는 어지간히 당황했던 듯 목소리가 갈라져나왔고, 다시 한번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크흠......괜...찮아?"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흠흠... 이건 그냥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을 뿐이야. 괜찮지 않을 이유가 뭐 있겠어?"


그녀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그게... 음... 부딪힌 데는 아프지 않냐고..." 그가 다시 물었다.


"네 입술이 무슨 벽돌도 아니고... 괜찮다니까...?"


그녀가 과장된 목소리로 쿨한 척 대답하다가 그의 침묵이 이어지자 아차 싶어 얼굴이 더욱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입술'만 물어본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괜히 자신이 그걸 무척이나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아 민망했다.


그 역시도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지만, 그녀의 대답에 딱히 반박하거나 하진 않았다.


다시 한번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음... 저기..." 이번에 침묵을 깬 것은 루시엔이었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그녀가 진심어린 사과를 건넸다.


"......괜...찮아...." 그가 머뭇거리며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바닥에 떨어뜨린 요술지팡이를 다시 주워들고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내가 다시 깨끗하게 해줄게. 괜찮지?"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그의 동의를 구하자, 그가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코지파이." 그녀는 그의 옷 곳곳에 묻은 부엉이 똥을 청소 주문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깨끗하게 없애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에 묻은 부엉이 똥에도 청소 주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주머니 속에서 자신의 요술지팡이를 꺼내들며 그녀에게 말했다.


"뒤 돌아봐. 뒤쪽은 내가 해줄 테니까."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제안하자, 그녀는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를 돌았다.


"스코지파이." 두 사람은 루시엔의 온 몸에 묻은 부엉이 똥을 구석구석 청소 주문을 반복하며 깨끗하게 없애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녀의 풍성하고 긴 머리카락 곳곳에 묻은 부엉이 똥을 깨끗하게 없애는건 생각보다 까다로웠지만, 그는 군말없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샅샅이 살펴보며 계속해서 청소 주문만을 반복했다.


"다 된 것 같아. 고마워."


그녀가 미소를 띤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그녀의 바로 뒤에 서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피고 있던 그와 곧바로 눈이 마주쳤다.


두근.


그냥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아까 실수로 입술이 부딪혔을 때의 감촉이 떠올랐고 다시 한번 얼굴로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그건 그냥 사고였을 뿐이야.'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하하.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서 씻으면 돼. 괜찮아."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두근거림을 감추며 그에게 말했고, 기숙사로 걸어가려고 했다.


"잠깐만." 그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으..응? 왜?" 그녀가 어색하게 멈춰서며 다시 그를 향해 몸을 돌려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다가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며 시선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혹시...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눈을 감아야 할까?'


그녀가 마음 속으로 이런 고민을 하며 슬쩍 눈을 감아볼까 하고 있던 그때,


그는 자신의 망토 주머니 속에서 손수건을 하나 꺼내들고는 그녀의 턱 밑에 묻은 부엉이 똥을 손수건으로 살짝 문질러 닦아주었다.


"아...!"


그녀는 팍 김이 샌 듯한 기분을 느끼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부엉이 똥이었어? 에잇! 대체 난 뭘 기대한 거지?'


그녀는 그동안 로완에게서 주구장창 들었던 빌과의 첫 키스 이야기를 떠올리며, 괜히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고마워. 이제 정말 된 것 같아. 난 기숙사로 갈래."


그녀가 고개를 홱 돌리며 한 발자국 떼자마자 그녀는 다시 한번 부엉이 똥을 밟고 미끄러지고 말았다.


"빌어먹을!"


그녀는 마음속으로 또 스코지파이 세례를 퍼부어야 될 것을 생각하며 욕을 삼켰지만, 이번엔 다행히도 넘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어깨와 허리를 단단한 팔로 붙잡아 받치고 있는 탤벗 덕분이었다.


그는 피식피식 웃으며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놀렸다.


"몸 개그는 이쯤하면 충분하지 않았어? 그래도 굳이 더 해야겠다면 말리진 않을게."


"이...이런...!"


그녀는 이번엔 창피함에 얼굴이 새빨개지며 말문이 막혀 입을 뻐끔거렸다.


"설마 바보라서 걷는 법도 잊어 버린건 아니겠지? 얼른 가자. 곧 통금 시간에 걸리겠어."


그는 다시 한번 그녀를 내려다보며 놀려주고는 또 다시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옆에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주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보 아니라구! 이 바보야!"


부엉이장을 떠나며 그녀가 소리친 목소리가 메아리쳐 울렸고, 그의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간간이 섞여 바람에 흩어졌다.



그와 함께 래번클로 기숙사까지 티격태격하면서 돌아온 루시엔은 여자 기숙사로 올라가기 전, 그에게 부루퉁한 목소리로 입을 삐죽거리며 잘자라는 인사를 건네고는 홱 돌아서서 올라갔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냉담한 목소리로 잘 자라고 하고는 낮게 피식 피식 웃으며 남자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그녀는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부엉이 똥을 생각하며 치를 떨었고, 다급하게 목욕 용품을 챙겨 가지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빌어먹을 부엉이 똥!'


향긋한 오렌지 꽃 향기가 가득한 샤워를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그녀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고, 요술 지팡이를 꺼내 마법으로 젖은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대체 아까 난 걔한테 뭘 기대한거람? 걔는 날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 생각이 문득 든 순간,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 나는...? 나는 걜 좋아하나...?'


그를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평소 차가운 그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어떤 면에선 재수없기까지 한 빈틈 없는 모습들이랑, 티격태격하며 그녀를 약올리는 모습들...


이런 모습들이 떠올랐을 때,


그녀는 갑자기 짜증이 확 솟구치는 것 같았다.


'에잇...아까 좀 더 곯려줬어야 했는데...!'


하지만, 뒤이어 그의 신사적이고도 속마음은 다정한 행동들,


예를 들면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서 항상 먼저 손을 내밀어줬던 것들이라던가, 춤 연습을 하다가 넘어졌을때 그녀를 보호했던 행동같은 것들이 떠오르자,


솟구쳤던 짜증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도 좋은 친구긴 하니까... 내가 봐준다!'


그의 긍정적인 부분을 떠올려보려 노력하자, 차갑고 쌀쌀맞긴 하지만 올바른 성품이나 단정함, 수업시간에도 훌륭한 성적이라던가, 잘생긴 외모와 안드레가 극찬하는 큰 키와 몸매도 떠올랐다.


그리고 루비같은 눈동자까지...


그의 보석같은 깊은 눈동자를 떠올리자, 괜히 또 뺨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털어버리고는 머리를 다 말리고나서, 그녀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쏙 들어가 누웠다.


그날도 퀴디치 연습에다 부엉이장에서 있었던 소동까지 겹쳐 온 몸이 노곤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며 오늘처럼 실수로 입술이 부딪히는게 아닌...


로완이 얘기해주었던 것처럼 언젠가 자신도 좋아하는 사람과 황홀한 첫 키스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미소를 띤 얼굴로 새근새근 잠에 빠져들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