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쌀쌀한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지는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첫 번째 퀴디치 기숙사 대항전이 있는 날이었다.
천체 무도회 이후, 호그와트 학생들은 퀴디치 기숙사 대항전 경기 일정이 잡힌 것 덕분에 전교생이 들떠 있었는데, 루시엔의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루시엔이 속한 래번클로 퀴디치 팀은 첫번째 기숙사 대항전에서 슬리데린 팀과 경기하게 되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작년 우승팀이었던 덕분에 부전승으로 결승전에 곧바로 올라갈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이번 경기는 첫 경기이면서 동시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그래서 아침부터 루시엔은 평소답지 않게 긴장 때문에 식사도 잘 못하고 있었다.
"루시, 뭐 좀 먹어. 그래야 든든해서 비행도 잘 하지." 옆에서 로완이 따뜻한 토스트를 루시엔의 앞으로 밀어주며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고마워, 로완. 그런데, 정말로 아무것도 못 먹겠어. 먹으면 괜히 속이 더부룩해질 것만 같아." 루시엔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넌 잘 할거야. 작년에도 훌륭한 선수로 뛰었었잖아. 난 올해도 래번클로 팀을 응원할거야! 물론 스카이 파킨도 있지만, 래번클로 팀에는 루시 네가 있잖아!"
페니가 얼굴에 파란색 페인트로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는 파란색 래번클로 목도리를 어디선가 구해와서 목에 두르고 흥분한 얼굴로 그녀를 격려했다.
"고마워, 페니. 그런데, 페이스 페인팅은 언제 하고 온 거야?" 루시엔이 페니의 얼굴을 보며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킬킬거리며 물었다.
"아, 이거 말이지?! 너희 래번클로 기숙사에 자칭 얼굴에 그림을 그린 아이라고 있는데, 얘가 엄청난 퀴디치 매니아더라고! 우린 금세 친해졌어. 이 페이스 페인팅이랑 목도리도 그 친구가 도와준거야!" 페니가 신나하면서 친구들에게 말했다.
"페니답네." 통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루시엔을 향해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 루시. 넌 훌륭한 선수니까."
"고마워, 통스." 루시엔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 래번클로 테이블로 바나비가 다가왔다.
"루시엔! 오늘 경기에서 만나게 되었네. 함께 즐거운 경기를 해 보자! 짜잔! 난 오늘 내 행운의 양말도 신고 왔어." 바나비가 신나는 얼굴로 루시엔에게 인사를 한 후 바짓자락을 살짝 들어 군데군데 별모양이 그려진 자신의 행운의 양말을 보여주었다.
"귀여운 양말이네. 행운이 있길 바라, 바나비." 루시엔이 큭큭거리며 바나비에게 대답해주었다.
그때, 메룰라와 이즈멜다가 다가와 그들에게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지금 우리 팀 몰이꾼한테 무슨 더러운 수작이야, 아리아?"
"행운을 빌어주는게 더러운 수작이면, 너한테도 행운을 빌어줄게, 메룰라." 루시엔이 눈을 굴리며 한마디 쏘아붙였다.
"뭐?! 너 지금 일부러 놀리는 거지?" 메룰라가 분개하며 발을 굴렀다.
"그럴리가. 난 진심이라고, 메룰라. 행운을 빌어." 루시엔이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말하자,
시비를 걸러 왔다가 괜히 머쓱해진 메룰라는 "쳇. 너나 잘하시지, 난 그딴 미신같은거 없어도 충분히 호그와트에서 제일가는 마녀니까." 라고 하고는 슬리데린 테이블로 쿵쾅거리며 걸어갔다.
이즈멜다는 바나비를 향해 "네가 블러저로 아리아의 뒷통수를 깨버리지 않는 이상 난 퀴디치 따위에 관심 없어." 라고 말하고는 메룰라의 뒤를 따라 슬리데린 테이블로 걸어갔다.
루시엔은 친구들을 향해 몸을 돌리며 어깨를 으쓱 한번 해 보이고는, 다시 눈 앞의 토스트에 시선을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운 내, 루시엔. 혹시 필요하면 내 행운의 양말 한짝을 빌려줄까? 너라면 내 소중한 양말도 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바나비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물었다.
"아니, 괜찮아. 마음만이라도 고맙게 받을게, 바나비. 그보다, 이제 슬슬 가봐야 하지 않아? 나도 저기 오리온이 부르는 것 같은데."
루시엔이 고개를 저으며 예의바르게 거절하고는, 대연회장 입구에서 그녀를 향해 나오라는 듯 손을 흔드는 오리온을 보며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어서 가봐. 이따가 경기장에서 만나자!"
바나비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친구들도 루시엔에게 어서 가보라며 다시 한번 응원과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루시엔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후 손을 흔들고는 오리온을 따라 퀴디치 경기장 옆에 딸린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 안에는 벌써 래번클로 팀원들이 모여 로브로 갈아입는 중이었고, 루시엔도 자신의 이름이 적힌 라커에서 퀴디치 로브를 꺼내 갈아입었다.
퀴디치 로브로 갈아입은 래번클로 선수들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오리온을 필두로 둥글게 모여서서 고취의 순간을 가졌다.
"우린 지난해 우승팀이라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바로 결승전에 올라갈 수 있어. 물론 너희들 모두 부담이 많이 되리라는건 이해해. 하지만, 어떠한 부담감이 짓누르더라도 우린 절대 균형을 잃어서는 안 돼. 지금까지 연습해왔던 것처럼 우린 잘 할 수 있을 거야. 모두 힘내자!"
오리온의 고취의 연설이 끝나자 팀원들 모두 자신의 빗자루를 위로 들어올리며 화이팅을 외쳤다.
루시엔도 미소를 띤 얼굴로 화이팅을 외치고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 앞에 대열을 맞춰 준비를 했다.
"루시엔, 우리 이번 경기 끝나고 기숙사 파티에서 제대로 즐겨보자고!" 스카이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얼굴로 루시엔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당연하지! 오늘 꼭 승리하고 말테니까." 루시엔도 따라 미소를 지으며 스카이에게 말했다.
그래도 긴장감에 저절로 목이 타는 것 같았고, 손에 살짝 땀이 났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고는 빗자루를 꽉 붙잡았다.
경기 시간이 임박하자, 드디어 문이 열리고 래번클로 팀원들은 모두 빗자루에 올라타고 땅을 박차 올랐다.
허공으로 날아오르자 퀴디치 경기장 관람석을 꽉 채운 호그와트의 학생들과 로얄석의 교수님들, 그리고 중계석의 머피도 보였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오르며 머리카락 사이로 스쳐지나가는 상쾌하고 쌀쌀한 공기를 느끼며, 루시엔은 비행의 즐거움과 함께 오히려 긴장이 눈 녹듯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래번클로 팀원들과 함께 퀴디치 경기장을 빠르게 한바퀴 빙 돌고는 후치 부인이 서 있는 경기장 중앙으로 날아왔다.
"이번 시즌 첫번째 퀴디치 기숙사 대항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경기는 모두의 관심사가 쏠려있는 중요한 경기인데요, 그것은 바로 작년도 우승팀이었던 래번클로 팀과 슬리데린 팀이 맞붙는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머피가 확성기로 중계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엔 화이팅!!" 멀리서 수많은 인파들의 함성 사이로 그녀의 친구들이 함께 소리치는 응원의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잠깐 시선을 돌리며 환하게 미소지어 주었다.
퀴디치 관중석에는 정말 모든 전교생이 모이기라도 한 듯, 평소에는 이런 사람 많은 곳에 잘 나오지 않는-숨겨진 퀴디치 매니아인- 탤벗까지도 와 있었다.
그녀는 다시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리고는 후치 부인의 사인에 집중했다.
"자, 호루라기를 불면 경기를 시작하겠다. 너희들 모두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후치 부인이 호루라기를 "삐익!" 불며 퀘이플을 하늘 위로 던지자, 경기가 시작되며 모두들 잔뜩 흥분하며 긴장한 듯이 숨을 죽이는 것이 느껴졌다.
"후치 부인이 퀘이플을 던지며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퀘이플을 손에 넣은 선수는 스카이 파킨 선수입니다. 역시 파킨인가요, 저렇게 재빠른 몸놀림은 87.9%로 승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경기가 시작되며 머피의 중계도 선수들의 재빠른 몸놀림과 함께 휙휙 지나갔다.
"래번클로 팀의 훌륭한 팀워크입니다! 제가 발명한 야바위 바꿔치기 전술을 사용하는군요! 그렇죠, 누가 퀘이플을 갖고 있을까요? 정답은... 루시엔 아리아 선수의 골! 첫 골을 래번클로에서 가져갑니다!"
머피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래번클로 관중석 쪽에서 우레와 같은 기쁨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아리아! 아리아!"
루시엔은 골을 넣고 횡전비행을 한번 하며 기쁨의 세레모니를 했다.
그러자 슬리데린 팀의 메룰라가 분개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자신감을 되찾은 루시엔은 스카이와 오리온과 함께 환상의 팀워크를 펼치며 몇 골을 더 넣었고, 어느덧 래번클로 60대 슬리데린 20의 점수가 되었다는 머피의 중계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라트가 힘껏 배트를 휘두르며 래번클로의 추격꾼들을 향해 날린 블러저가 날아왔다.
루시엔은 가까스로 머리를 숙여 빗자루에 바싹 붙었던 덕에 그 블러저를 피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루시엔의 근처에서 퀘이플을 들고 패스를 하던 스카이는 미처 빠르게 날아온 블러저를 피할 틈이 없었다.
결국 어깨에 제대로 블러저를 맞고 스카이는 충격으로 빗자루에서 떨어져 버렸고, 오리온은 후치 부인에게 타임 아웃을 요청했다.
그러자 후치 부인은 호루라기를 불어 경기를 잠시 중지시켰다.
"아! 안타깝습니다, 스카이 파킨 선수. 에리카 라트 선수가 날린 블러저에 제대로 맞았군요. 래번클로 팀 주장의 요청으로 후치 부인께서 호루라기를 불어 잠시 경기가 중단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스카이 파킨 선수는 99.9%의 확률로 병동에 가게 될 것 같네요."
래번클로 관중석에서는 야유섞인 탄성이 터져나왔고 머피의 말대로, 스카이의 어깨 부상은 이번 경기에서 다시 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결국, 스카이는 들것에 실려 병동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다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기가 재개되자, 유능한 추격꾼이 한 사람 빠진 래번클로 팀은 전처럼 사기가 높지 못했다.
루시엔은 스카이의 빈 자리를 메꾸려고 오리온과 함께 부단히 노력했지만, 경기가 더욱 과격해지면서 래번클로 70대 슬리데린 60까지 따라잡히게 되었다.
슬리데린 팀의 몰이꾼인 에리카 라트와 바나비 리는 둘 다 힘이 강력한 몰이꾼으로, 그들이 날리는 블러저의 위력은 엄청났다.
이 때문에 루시엔도 아슬아슬한 위험한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블러저는 대부분 어딘가 살짝 다른 각도로 날아가버려서 피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한 사실을 슬리데린의 추격꾼인 메룰라가 알아보았고, 그녀는 바나비를 향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너 지금 스포츠에 사적인 감정을 담는거야? 웃기지도 않게 신사인 척 하지마, 바나비!"
그러자 바나비는 뜨끔하며 울상을 지었다. "미안해, 루시엔. 에잇!"
바나비는 그대로 퀘이플을 가지고 골대를 향해 날아가던 루시엔을 향해 블러저를 날렸다.
그리고 그가 날린 블러저는 이번엔 그녀의 한쪽 정강이에 정통으로 맞았다. "아악!"
루시엔은 블러저에 맞은 정강이에서 끔찍하게도 우지끈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고,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퀘이플과 골대에 정신을 집중하며 이를 악물고 파수꾼을 피해 퀘이플을 고리 안으로 던져넣었다.
"루시엔 아리아 선수의 또 다른 골! 바나비 리 선수의 블러저에 맞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아 선수의 집중력이 빛나는 골이었습니다. 이로써 래번클로 80대 슬리데린 70점으로 다시 한번 격차를 10점 벌렸는데요, 좀처럼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긴박한 경기입니다!"
그때, 래번클로의 수색꾼인 안드레가 스니치를 발견하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해 내달렸고, 뒤이어 슬리데린의 수색꾼도 안드레의 뒤를 따라 경주하듯이 달렸지만, 결국 안드레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스니치를 붙잡은 안드레는 곧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니치를 붙잡은 손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안드레 이구 선수가 스니치를 잡았습니다! 래번클로 승!"
머피가 이렇게 외치자, 래번클로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우레와 같은 기쁨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루시엔은 안드레가 스니치를 붙잡고 경기가 종료된 것을 깨닫자 경기장 바닥으로 급강하해서 내려왔고, 빗자루에서 굴러 떨어지듯이 바닥으로 엎어졌다.
그녀는 부러진 다리를 붙잡고 이를 악물었고, 고통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래번클로 학생들은 승리의 기쁨에 취해 환호성을 지르며 경기장으로 우르르 달려내려왔고, 그 인파 속에는 루시엔의 상태를 발견하고 달려 내려오는 로완과 페니, 통스, 그리고 탤벗도 섞여 있었다.
"루시!"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상태를 보고는 기겁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여기 환자가 있어요! 도와줘요!" 친구들이 주변을 향해 외쳤지만, 다른 수많은 학생들이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는 소리와 슬리데린 학생들의 야유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도와줘요!" 하지만, 래번클로의 다른 팀원들도 인파에 갇혀 그녀를 도와주러 올 수가 없었다.
그때, 탤벗이 큰 키로 인파를 마구 제치고 루시엔과 그녀의 친구들 앞에 나타나 등을 내보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얼른 업혀." 그가 차갑게 말하자, 로완과 페니, 통스는 걱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다같이 루시엔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그의 등에 업히게 했다.
그때, 잘못해서 부러진 다리가 건드려지자 루시엔은 끔찍하게 밀려오는 고통으로 비명을 내질렀고,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그는 서둘러 그녀의 다리를 향해 "페룰라." 주문을 외워 붕대로 부러진 다리를 재빨리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기절한 그녀를 들쳐업고 병동을 향해 인파를 제치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번에 또 부상자가 나온거니? 이래서 학교에서 퀴디치 경기를 금지시키는걸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내가 교장 선생님께 누누이 말씀드렸건만... 쯧쯧."
폼프리 부인은 이 쌀쌀한 날씨에 땀 범벅이 되어 숨을 헉헉거리며 달려온 탤벗과 그의 등에 업혀있는 기절한 루시엔을 보며 혀를 끌끌 차면서 서둘러 빈 침상으로 안내했다.
그가 조심스럽게 침상 위에 루시엔을 눕히자, 폼프리 부인은 루시엔의 상태를 점검해보고는, 그가 응급처치로 붕대를 감아놓은 다리를 보더니 붕대를 풀어 부러진 상태를 진찰했다.
"저런, 다리가 부러져 버렸구나. 그래도 응급처치를 잘 해온 덕분에 금방 깔끔하게 다시 뼈가 붙을 수 있겠어."
폼프리 부인이 이렇게 말하며 서둘러 치료하기 시작하자, 탤벗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침상 옆에 놓인 의자에 털썩 걸터앉았다.
"네 여자 친구의 치료는 곧 끝난단다. 그래도 완전히 회복되려면 적어도 오늘 하루는 꼬박 병동에 입원해 있어야 할 것 같구나."
폼프리 부인이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얘는 제 여자 친구가 아니에요."
"아무려면 어떠니. 이제 환자는 다 회복될 때까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폼프리 부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치료를 마치고 약과 나머지 치료 도구들이 든 쟁반을 가지고 병동에 딸린 사무실로 갔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고는 어쩌다 자신이 또 이렇게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된 건지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눈물 범벅인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쳇. 성가시긴." 그는 이렇게 낮게 투덜거리면서도 품 속에서 새하얀 손수건을 꺼내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 손수건은 일전에 그녀가 그의 코를 실수로 가격해서 코피를 내게 만들었을 때 주었던 그 손수건이었다.
그는 그 당시 방으로 돌아와 그 손수건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주머니 안에 넣어 가지고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이 손수건을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가지고 다니면서도 조금 고민이 되었었는데, 이렇게 쓸 데가 있었다.
"이걸 이렇게 다시 돌려주게 되었네."
그는 그렇게 작게 혼잣말을 하며 손수건을 그녀의 침상 옆 협탁 위에 고이 올려놔 주었다.
그리고는 한결 편해보이는 얼굴로 숙면을 취하는 것 같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이불을 꼼꼼히 잘 덮어주고는 병동을 나갔다.
퀴디치 경기장에서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까무룩 정신을 잃었던 루시엔은 폼프리 부인이 다리의 치료를 마치고 나서 한결 편한 상태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녀의 기절했던 의식은 수면 밑에서 점차 수면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천천히 돌아오고 있었는데, 거의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보니, 석양 빛으로 물든 병동의 천장이 보였다.
"루시! 이제 정신이 좀 든 거야? 컨디션은 좀 어때?"
그녀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옆에 앉아있는 로완의 얼굴과, 페니, 통스, 빌, 찰리, 벤, 오리온 그리고 바나비가 보였다.
"아픈 건 훨씬 괜찮아졌어. 그런데 조금 지친 기분이야." 루시엔이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 어서 물좀 마셔." 페니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며 협탁 위에 올려져 있는 물병에서 물을 한컵 따라 그녀에게 주었다.
"고마워, 페니." 그녀는 물을 보자 갑자기 잊고 있던 갈증이 들어 벌컥벌컥 마시고 다시 컵을 건네주었다.
옆에 앉아있던 로완이 협탁 위에 올려져 있던 루시엔의 손수건을 들어 그녀의 입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고, 손수건에서는 낯익은 포근한 나무 냄새와 라벤더 향기가 났다.
그것을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때마침 바나비가 울상을 지으며 그녀에게 사과를 건넸다.
"정말 미안해, 루시엔. 고의로 그런건 아니었어."
"괜찮아, 바나비. 나도 네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아. 블러저가 다 그렇지 뭐."
루시엔이 미소띤 얼굴로 그를 안심시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래도, 네가 나 때문에 다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
바나비가 마치 시무룩한 대형견같은 모습으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아주며 걱정 말라는 듯 안심을 시켰다.
"폼프리 부인이 잘 치료해주셨어. 이제 아픈건 하나도 없다니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완전 쌩쌩하게 돌아올 거야."
루시엔이 이렇게 말하자, 빌과 찰리가 옆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우린 아까 경기장에서 네가 블러저에 맞고도 골을 성공시키길래 이 정도까지 다쳤는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그들이 아까 일을 회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아까 네가 이렇게 크게 다쳤는지 알았다면 타임아웃을 다시 요청했었을거야.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
오리온도 그녀에게 사과를 건넸다.
"그러고보니, 스카이는 상태가 좀 어때?" 루시엔이 문득 스카이를 떠올리며 친구들에게 물었다.
"스카이는 어깨가 탈골 되었었어. 폼프리 부인이 치료는 잘 되었다며 곧 깨어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 그런데, 빗자루에서 떨어진 충격 때문에 혹시 다른 곳에 이상이 생기진 않았는지 의식을 차리면 다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병동에 입원해 있어야할 것 같대."
벤이 생각만 해도 무섭다는 듯한 얼굴로 설명해주었다.
"아아... 안타깝다. 경기 끝나고 기숙사 휴게실에서 열리는 승리 기념 파티에서 재밌게 놀아보자고 그랬었는데..."
루시엔이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하자,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 마, 루시엔. 적어도 다른 팀원들은 우리 기숙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테니까. 아까 경기 끝나자마자 병동으로 다들 왔었는데, 내가 걔네들이라도 이 순간을 즐기라고 기숙사로 돌려보냈어." 오리온이 말해주었다.
"잘했어, 오리온. 즐길 수 있는 순간은 즐겨야지. 너희들도 이제 어서 돌아가서 이 순간을 즐겨. 나는 괜찮으니까."
루시엔이 미소띤 얼굴로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통스가 여전히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괜찮은거야? 우리가 돌아가 봐도 괜찮겠어?"
"응! 괜찮다니까. 난 이제 좀 잘테니까, 너희들은 걱정말고 돌아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루시엔이 익살스럽게 침상에 다시 풀썩 드러눕더니, 그들에게 가보라는 듯이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큭큭큭. 정말 괜찮은 것 같아보이네. 그러면 마음 놓고 우린 가볼게. 푹 자!"
통스와 위즐리 형제가 킬킬거렸고, 페니와 로완도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불을 다시 잘 덮어주었다.
"그럼 잘 자, 루시엔!" 친구들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는 병동을 나갔다.
그런데, 바나비는 머뭇거리며 뒤에 남았다.
"너는 왜 안 가, 바나비?" 루시엔이 그에게 묻자, 바나비는 그녀의 침상 옆에 있는 간이의자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너 잠드는 거 보고 갈게.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그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잠이 더 안 올 것 같은데?"
루시엔이 키득거리면서 눈을 가늘게 뜨자 바나비는 당황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내가 음... 잠이 잘 오게 옆에서 음... 퍼프스캔을 세어 줄게!"
그가 해맑은 얼굴로 이렇게 제안하자, 루시엔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퍼프스캔?"
"자, 한번 들어봐. 잠이 솔솔 올테니까." 바나비는 목을 가다듬더니 그녀의 이불을 토닥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퍼프스캔 한 마리가 친구를 찾아 넓은 초원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퍼프스캔은 친구들을 만났는데, 퍼프스캔 한 마리, 퍼프스캔 두 마리, 퍼프스캔 세 마리, 퍼프스캔 네 마리......"
그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이불을 토닥이며 퍼프스캔을 한 마리씩 세기 시작했고, 루시엔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단조롭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집중하며 눈을 감자 놀랍게도 솔솔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풍겨오는 상쾌한 숲 속의 이끼와 풀내음 같은 그의 향기를 맡으며, 그녀는 잠에 빠져들면서 초원에서 통통 뛰어다니며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 행복해하는 퍼프스캔 꿈을 꾸었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저문 밤이 되었고, 그녀가 미소를 띤 얼굴로 쌔근쌔근 잠이 든 것을 확인하자, 바나비는 애정어린 미소를 띤 얼굴로 조용히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 맞추고는 살금살금 병동을 나갔다.
쌀쌀한 늦가을 밤이었지만, 퍼프스캔처럼 복슬복슬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 같은 포근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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