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그러나, 그날 아침 식사 시간에 그들이 불평하던 것이 무색하게도, 그날 오전 그리핀도르와 래번클로 학생들이 함께 듣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에서는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패트리샤 레이크픽이 참관인 자격으로 교실 안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는 수업을 하려고 강단 위에 선 원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에게 꼬치꼬치 캐물으며 대체 이 수업에서 어떤 어둠의 마법을 방어할 수 있게 가르치고 있냐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은 레이크픽의 행동이 상당히 무례하긴 했지만, 무능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의 강의 방식에 질려 있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심지어, 수업 시간마다 뒷자리에 엎드려 잠을 자던 재 킴마저 눈을 말똥말똥 빛내며 이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자신의 수업시간에 무례하게 구는 참관인 레이크픽에게 화가 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는 이렇게 소리를 빽 지르고야 말았다.
"당신이 그렇게 잘났으면 직접 가르쳐보던가!"
"못할 것도 없지요. 학생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레이크픽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에게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지시를 했다.
학생들이 교수님의 눈치를 보며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이크픽 부인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학생들에게 정말로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호그와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주마. 특히 올해의 무능력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를 감안한다면 아주 매력적이지 않나."
그러자 분노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원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가 씨근대며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폭파 저주인 콘프링고를 알려주마. 다들 집중하도록."
그리고 레이크픽은 학생들에게 콘프링고 강의를 해주었고, 놀랍게도 간단 명료한 레이크픽의 강의는 원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가 오전 시간 내내 강의하는 것보다도 이해가 잘 되었다.
그리고 간단 명료하고 핵심을 짚은 강의가 끝나자, 이번에는 레이크픽이 인체 모형 앞에 학생들을 줄 세우게 했다.
"자, 차례로 인체 모형에 폭파 저주를 걸어보거라."
그리고나서 학생들은 차례로 콘프링고 주문을 연습해보았고, 루시엔의 차례가 되자 루시엔도 집중한 상태로 자세를 잡고 인체모형을 향해 주문을 걸어보았다.
"콘프링고."
루시엔의 주문을 받은 인체 모형의 가슴 한 가운데 나무 판자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폭파 주문이 명중했고, 레이크픽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칭찬해주었다.
"잘했다, 아리아 양. 역시 재능이 출중하구나."
루시엔은 주문이 한번에 성공하여 기쁘기도 하지만, 레이크픽이 이런 모습을 보여줄 줄 예상하지 못했던 것 때문에 의아하기도 했다.
"아리아 양에게는 추가적인 만남과 개인 수업에 관해 따로 초대장을 보내도록 하마."
레이크픽이 특유의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참석할 마음이 있다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강력한 마법을 배울 수 있을 각오를 해야 한다. 어쩌면 저주받은 금고를 정복하여 전설이 될 각오를 해야 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는 레이크픽은 다음 차례의 학생에게 다시 차례차례 연습을 시키며 잘못된 자세나 동작을 지적해주었다.
"자, 이걸로 오늘 수업은 마친다. 해산."
레이크픽이 모든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유유히 걸어나갔다.
그러자 분노에 휩싸인 원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는 "덤블도어 교수님께 당장 따지러 가겠어!" 라며 궁시렁거리며 달려나갔다.
"와... 정말 대단한 수업이었어..!" 재 킴은 감탄하며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학생들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들은 것에 대해 감탄하면서도 수업이 이렇게 효율적이고 빠르게 진행된 것에 대해 놀랐다.
아무래도 레이크픽이 저주 해결 분야에 있어선 정말 프로라는게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레이크픽이 원래보다 일찍 수업을 끝내버린 덕분에, 남는 시간동안 루시엔과 로완은 찰리를 불러서 곧 금지된 숲에 가볼 계획을 세웠고, 루시엔과 찰리는 혹시 모르니 다른 한 명을 더 데려가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래서, 루시엔은 빌을 데려가는걸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찰리의 형이므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찰리와도 합이 잘 맞을 수 있고, 로완도 옆에서 "빌이라면 믿고 널 금지된 숲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적극 찬성하며 거들었기 때문이었다.
계획을 세우는 일을 마치고, 이틀 뒤 밤 10시에 루시엔과 찰리는 빌과 함께 각자 빗자루를 가지고 훈련장에서 모이기로 했다.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어, 학생들은 식사를 하러 우르르 대연회장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로완과 함께 래번클로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 루시엔은 바디아가 하는 말을 들었다.
"요즘 가을 낙엽이 참 예쁘게 물들었더라. 안뜰로 그림 그리러 갈건데, 혹시 같이 갈 사람 있어?"
루시엔은 바디아의 그림 실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디아가 그리는 그림을 보며 늘 감탄하곤 했는데, 무려 같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라니..!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 나 갈래!"
루시엔이 손을 번쩍 들며 바디아에게 말했다.
"그래, 그러면 지금 샌드위치 들고 안뜰로 나가자. 지금 햇볕이 참 좋거든! 그리고 이따 오후 수업 끝나고 다시 안뜰에서 해질녘의 그림도 그릴거야. 나는 시간이 변하면서 빛에 따라 바뀌는 모습을 한 폭에 그림에 한번에 담아내려고 연구하는 중이거든."
그래서 루시엔은 먹던 샌드위치를 입 안에 밀어넣고 오물거리면서, 즉흥적으로 안뜰에서 바디아와 함께 그림을 그리러 나갔다.
바디아는 안뜰에서 마법으로 이젤과 물감, 붓 등의 화구와 캔버스를 준비했다.
그리고 루시엔에게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다.
"음... 바디아, 넌 뭘 그릴거야?"
루시엔이 턱을 문지르며 새하얀 캔버스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무엇을 그릴지 고민했다.
"난 안뜰을 그릴거야."
바디아가 미소띤 얼굴로 캔버스에 쓱쓱 밑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안뜰의 어떤거?"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말 그대로 안뜰."
굉장히 알쏭달쏭한 말이었지만, 바디아는 이미 그림을 그려가며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방해하기가 미안했다.
이미 자신만의 예술의 세계에 빠진 바디아는 주변 세계와는 차단된 채 즐거운 예술의 세계에 들어가 있었다.
"흐음... 난 뭘 그리면 좋을까?"
그래서 루시엔은 곰곰이 주변을 둘러보며 그릴만한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분수대가 있고, 동상이 있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아이들이 있었고, 석조 건축물이랑, 나무들도 있었고, 나무 위에 앉아 지저귀는 새들과 독수리 한 마리도 있었다.
루시엔은 주변에 보이는 대상들에서 인물들은 제외했다.
왜냐하면 너무 그리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한 사물, 식물, 동물 정도로 범위를 좁혔다.
그래서 루시엔은 다른 것들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예쁘게 단풍이 든 나무 한 그루와 그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갈색 독수리 한 마리를 그리기로 결정했다.
마침 저 독수리를 잘 알고 있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릴 의욕이 넘쳤다.
'잘 그리면 자랑해야지!'
그녀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흥얼거리면서 캔버스에 연필로 쓱쓱 밑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인물화도 아니고 비교적 간단한 대상을 선택한 덕분에 생각보다 밑그림을 금방 끝낸 루시엔은 이제 붓을 들고 채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채색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분명히 자신은 눈에 보이는대로 색깔을 색칠하고 있는데, 왜 그림 속의 나무와 독수리는 1차원적인 낙서처럼 그려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의 그림 실력은 예전에 제이콥 오빠가 놀아주던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우울하게 그림을 칠하던 루시엔은 눈을 힐끗 돌려 바디아의 그림을 훔쳐보았다.
"......!"
루시엔은 소리없는 감탄을 하며 들고 있던 붓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분명히 같은 캔버스와 같은 도구로 그리고 있는 것인데, 바디아의 그림 속은 금방이라도 안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일 듯 사실감이 넘쳤다.
게다가 바디아는 정말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루시엔을 포함하여 안뜰에 있는 모든 것들 전체를 그리고 있었다.
루시엔은 자신은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거라며 다시 의지를 다지고 떨어뜨린 붓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바디아의 열정이 옮겨온 것처럼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수업에 들어가기 10분 전에 간신히 루시엔은 그림을 끝내고 정리를 할 수 있었다.
바디아도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그림을 마법으로 다른 곳에 보관해놓고는, 루시엔을 향해 미소띤 얼굴로 물었다.
"그림 그리기는 어땠어? 오늘 햇볕이 참 좋아서 그림이 더 잘 나올 것 같아."
"나는 그냥 즐겁게 그렸어, 바디아. 네 실력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겠지만."
루시엔이 헤헤 웃으며 코를 쓱 문질렀다.
"네 그림을 한번 봐도 될까?"
"음... 이게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보여줄게!"
바디아가 예의바르게 물어보자, 루시엔이 민망한 얼굴로 바디아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다.
"오오! 정말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구나, 루시엔. 네 그림에서도 배울 점이 많이 보여."
바디아는 루시엔의 그림을 보며 순수하게 예술적인 시각으로 감탄을 했다.
"뭐라고?"
루시엔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런 과감한 직선적인 선의 조합으로 나타내는 정물화라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닌, 대상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듯한 느낌이야. 멋져!"
"고마워, 바디아! 훌륭한 예술가의 칭찬을 듣다니, 영광이네. 이 그림은 두고두고 고이 간직해야겠다."
바디아가 칭찬해주자, 루시엔은 자신이 그린 낙서 수준의 나무와 독수리 그림이 바디아의 한 마디에 예술 혼이 넘치는 훌륭한 추상화로 둔갑하여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즐겁게 그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마법 수업을 들으러 교실로 올라갔다.
그날 마법 수업에서는 플리트윅 교수님이 평소처럼 강의를 하기 위해 책 위에 올라서서 학생들을 주목시켰다.
"오늘은 위급상황에서 여러분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주문을 배워볼 겁니다. 다들 집중하세요."
위급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주문이라는 말에 벤은 무서울 정도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예에에에!"
플리트윅 교수는 깜짝 놀라 벤을 바라보며 허허 웃더니, 강의를 시작했다.
"베르밀리어스 주문은 위급 상황에 붉은색 불꽃을 쏘아올려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마법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어떠한 위급 상황에서도 이 주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러면서 베르밀리어스 주문을 강의하기 시작했고, 학생들 모두 열심히 강의를 듣고 주문의 발음과 동작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플리트윅 교수는 학생들을 살펴보며 잘 하고 있는지 지켜봐 주었고, 한 학생들씩 직접 베르밀리어스 주문을 실습해보도록 시켰다.
"오늘도 훌륭하구나, 아리아 양. 앞으로 나와서 베르밀리어스 시범을 보여 다오."
플리트윅이 미소를 띤 얼굴로 루시엔에게 나와서 해보라고 시켰고, 루시엔은 앞으로 나와 모두가 보는 데에서 주문을 외웠다.
"베르밀리어스!"
그러자 루시엔의 요술 지팡이 끝에서 붉은색 불꽃이 쏘아져 올라갔고,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소리없이 허공에서 여러 갈래로 터졌다.
"잘했다. 다음 수업에서는 남의 구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주문을 배워볼겁니다."
플리트윅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벤이 찌푸린 얼굴로 작게 야유했다.
"에이이이이이이!"
"실망시켜 미안하구나, 코퍼 군. 다들 마법 교과서 257페이지부터 한 챕터의 내용을 예습해오길 바랍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플리트윅 교수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벤을 향해 말하고는, 다른 학생들을 향해 예습해올 부분을 알려주고 수업을 끝마쳤다.
마법 수업이 끝나고 로완은 루시엔에게 물었다.
"아까 그림은 잘 그렸어?"
"음... 내가 보기엔 형편 없어 보였는데, 바디아는 칭찬해주더라. 아무래도 예술의 경지는 너무 깊어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인 것 같아."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하며 말해주었다.
"어떤 그림이었는데?"
"자, 봐봐."
로완이 궁금해하며 물어보자, 루시엔은 대답 대신 그림을 꺼내들어 로완에게 보여주었다.
로완은 처음 그림을 본 순간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릴 뻔 했는데, 간신히 참아냈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침착해진 목소리로 루시엔에게 물었다.
"이건 뭘 그린 그림이야?"
"안뜰의 나무랑 그 위에 앉아있는 독수리 한 마리. 원래 다른 새들도 여러마리 앉아 있었는데, 다 그리기엔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제일 큰 녀석 한 마리만 그렸어. 나무는 단풍이 들어서 색깔이 참 예쁘더라구. 바디아 말처럼 오늘 햇빛이 정말 좋아서 그런가 그림이 잘 나왔대."
루시엔이 나름대로 그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바디아가 뭐라고 했었다고?"
로완이 그림을 보며 루시엔에게 다시 물었다.
"과감한 직선으로 조합된 정물화라면서, 겉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닌, 대상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어, 바디아가."
루시엔이 그대로 바디아의 말을 들려주었다.
"오... 그 말을 듣고 보니 왠지 그럴듯한데..?"
로완이 턱을 문지르며 다시 진지한 얼굴로 루시엔의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그렇다니까. 아무래도 예술의 세계는 우리 같은 평범한 마법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아갸 아닌 것 같아, 로완. 아, 참! 이번에도 수업 끝나고 다시 바디아랑 안뜰에서 그림 그리기로 했는데, 나 먼저 가볼게!"
루시엔이 로완에게 손을 흔들고는 안뜰로 달려갔다.
안뜰에 도착한 루시엔은 벌써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바디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바디아! 조금 늦어서 미안. 잠시 로완이랑 얘기하고 오느라."
"괜찮아, 루시엔. 잠깐만, 지금 이 그림이 거의 다 되었거든..."
바디아는 집중하며 마지막 마무리를 끝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요술 지팡이를 꺼내들고 그림에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바디아의 그림속 안뜰이 마치 시계를 빠르게 감아 돌리듯 햇빛에 따라 색감이 바뀌는 풍경이 보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가을의 안뜰 풍경이었다.
루시엔은 그림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우와! 바디아, 정말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이 보이는 그림같아! 너무 멋져!"
"고마워, 루시엔. 시간과 공간은 그림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야. 나는 항상 그 부분을 염두해두고 그림을 창의적으로 그려내고 싶어. 아...!"
바디아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는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다가, 언뜻 고개를 돌렸을때 순수한 경탄과 기쁨으로 가득한 루시엔의 얼굴을 보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루시엔, 잠깐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봐."
바디아는 강한 영감이 떠오른 예술가처럼 새로운 캔버스를 꺼내들고 막힘없이 빠르게 스케치를 시작했다.
"이렇게?"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움직이지 말고!"
"아...알았어."
바디아가 주의를 주자, 루시엔이 다시 원래대로 고개를 돌려놓고는 석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동안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오후의 태양은 점점 기울어 해질녘의 노을빛이 안뜰에 길게 쏟아져내렸다.
가을의 단풍과 함께 안뜰을 물들인 붉은 노을빛은 쌀쌀한 가을의 모든 것들에 온통 따뜻함을 가득 불어넣어주는 것 같았다.
그때, 바디아가 황홀한 표정으로 붓을 내려놓으며 요술지팡이를 들어 그림에 마법을 걸었다.
"됐어! 이제 움직여도 돼, 루시엔."
바디아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루시엔에게 말하고는 그림을 보았다.
"아이고 삭신이야... 잠깐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어렵다..."
루시엔이 관절을 이리저리 돌리며 풀어주면서 바디아가 그린 그림을 구경하러 와 보았다.
"이...이게... 나야?!"
루시엔이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응, 루시엔. 넌 정말 영감을 자극하는 훌륭한 모델이야. 앞으로도 종종 내 모델이 되어줄래?"
바디아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두 손을 꼭 모으고 루시엔에게 부탁했다.
"나야 영광이긴 하지... 하지만 한 자세로 오랫동안 가만히 있는게 너무 힘들던데..." 루시엔이 말끝을 흐렸다.
"걱정 마, 루시엔. 이번에 널 그려보니 알았어. 넌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거든! 널 모델로 해서 그려보고 싶은 것들이 마구마구 떠올라! 호호호."
"하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고..."
바디아가 기뻐하며 말하자, 루시엔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고마워, 루시엔!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그들이 하하호호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바디아가 그린 그림 속 루시엔은 처음엔 따스한 오후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백금발과 옅은 초록색 눈동자를 빛내는 순수하고 귀여운 소녀 같았다.
그림 속의 시간이 흘러가며 태양이 기울고 붉은 노을이 비추자, 점차 그림 속 루시엔은 반짝이는 백금발이 타오르는 붉은 태양빛처럼 붉게 변했고, 옅은 초록색 눈동자에도 붉은 노을 빛이 어려 마치 루비같은 보석이 깊게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노을의 빛을 머금은 그림 속 루시엔은 성숙해진 여인같이 섹시하고 비밀스러우며, 신비롭기까지 한 매력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치게 되었다.
정말로 바디아가 영감의 원천이라고 부를만한 아름답고 또, 놀라운 변화였다.
[짤막 외전: 먼 훗날의 이야기-마법사 세계의 위대한 예술가 바디아 알리]
마법사 세계의 위대한 예술가이자 창의적인 그림 기법의 어머니로 불리는 바디아 알리 여사는 무수한 걸작을 남겼는데, 그녀의 수많은 작품 시리즈 중에는 학창시절 호그와트 래번클로 동기이자 친한 친구였던 루시엔 아리아를 모델로 삼아 그렸다는 시리즈가 있다.
그 중 비교적 초기 작품으로 알려진 <초상화 I-오후부터 노을까지>라는 이 그림은 노을빛에 따라 변하는 대상의 묘사가 일품이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그 그림에는, 보고있으면 넋을 잃고 그림에 홀리게 된다는 비평가의 극찬도 있었고, 바디아 알리 여사의 창의적인 시도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여 예술 역사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바로 모델이었던 친구의 후손들 중에 이 그림을 꼭 빼닮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바디아 알리 여사가 당시에 시간을 마음대로 여행하는 주문을 스스로 개발해서 미래에 가서 이 그림을 그려온 것이라는 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근거없는 속설일 뿐, 대부분의 미술학자들은 유전자의 놀라운 힘에 기반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이 초상화 및 바디아 알리 여사의 다른 작품 시리즈들은 아리아 가문의 후원을 받아 세워진 티누비엘 갤러리에 보관 및 전시되어 있다.
-관람 전 부엉이를 통한 사전 예약 필수
-입장권 가격: 성인 마법사 2시클/ 청소년 마법사 1시클/ 미취학 어린이 무료
-관람시 에티켓: 미술관 안에서는 요술 지팡이를 소매 속에 넣어두시기 바랍니다. 다른 관람객들의 감상에 방해되지 않도록 소란스럽게 하거나, 자고 있는 초상화에게 말을 걸지 마세요.
-후원: 아리아 재단, 알리 미술학교, 르웨나 약국, 칸나의 동지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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