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창작 팬픽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14: 금지된 숲 (3)

루시엔 아리아 2021. 10.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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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바디아의 그림 모델이 되어준 후, 해가 저물고 저녁 연회시간이 되자 루시엔과 바디아는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대연회장으로 갔다.

 

 

연회장에는 로완이 래번클로 테이블에 안드레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난번 내 데이트 의상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안드레! 그날 정말 예쁘다고 칭찬받았었어. 그런 적은 처음이라 쑥스럽기까지 하더라구."

 

 

로완이 미소를 띤 얼굴로 고마워하며 안드레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런 일은 나 멋의 마법사 안드레 이구한테는 별거 아냐. 언제든 필요하면 말만 해. 넌 내 뮤즈인 루시엔의 절친이기도 하니까!"

 

 

안드레가 자신감이 가득한 얼굴로 장담했다.

 

 

"루시엔이 네 뮤즈라고, 이구? 루시엔은 내 뮤즈이기도 해."

 

 

바디아가 루시엔과 함께 래번클로 테이블로 와서 앉으면서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역시, 예술가들이란.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니까."

 

 

안드레가 옆에서 약간 뻐기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구상중인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은 잊고 정신없이 자기들만의 예술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덕분에 루시엔은 예술가들에게서 벗어나 로완과 함께 다시 평범한 저녁시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재미있었어?"

 

 

로완이 킬킬거리면서 지친 표정을 한 루시엔에게 물었다.

 

 

"글쎄... 바디아가 그림 그린걸 보는건 재미있었는데, 모델이 되어 주는건 생각보다 힘들더라고..."

 

 

루시엔이 한숨을 내쉬며 구운 치킨을 손에 쥐고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바디아의 모델이 되었다니, 생각지도 못했는걸! 이따가 바디아한테 널 그린 그림 좀 보여달라고 부탁해야겠다. 베프의 초상화라니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로완이 웃으면서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구운 감자를 한입 잘라 먹었다.

 

 

"그래, 꼭 봐보렴. 내 그림이어서가 아니고, 정말로 바디아가 엄청나게 아름답게 그려줬다니까! 나도 보면서 저게 정말 내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까."

 

 

루시엔이 키득거리면서 자신의 잔에 담긴 호박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금지된 숲에 가보기 전에 더 준비할 건 없어? 지도를 해독해보긴 했지만, 그게 정말로 맞는지는 직접 날아가서 확인을 해 봐야 하잖아. 혹시 그 전에 더 준비해야할게 없을까..." 

 

 

"음... 사실 금지된 숲에 들어갔다온 경험이 있는 사람을 한 명 더 알아. 그 사람한테도 도와달라고 부탁해놨어."

 

 

로완이 걱정스러워하며 말하자, 루시엔이 낮은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그게 누군데?" 로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탤벗 윙거. 그 애도 금지된 숲에 종종 갔다와본 적이 있나봐."

 

 

루시엔은 더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간단하게만 이야기 해주었다.

 

 

탤벗이 등록되지 않은 애니마구스라는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맥고나걸 교수님과 페니, 그리고 자신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그러면 그 애랑은 언제 갔다와보려고?" 

 

 

"오늘 밤에. 이따 통금시간 이후에 몰래 다녀와보려고. 다녀와 본 뒤에 좀 더 부족한 점을 보강하면 그 다음에 빌이랑 찰리랑 같이 금지된 숲으로 가는 날에는 길을 더 잘 찾을 수 있겠지." 

 

 

"조심해, 루시엔."

 

 

루시엔이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주자, 로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당부했다.

 

 

그러자 루시엔은 밝게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걱정 붙들어 매셔요!"

 

 

루시엔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장담하자 로완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짓고 말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루시엔은 래번클로 기숙사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질끈 올려 묶고는 독수리로 변해서 창문 밖으로 날아나갔다.

 

 

그녀는 최대한 몰래 움직이기 위해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탤벗의 방을 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밖에서 보니 어떤 창문이 탤벗의 방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독수리의 눈으로 날면서 빠르게 훑어보았고, 래번클로 탑의 여러 개의 창문들 중에서 불이 켜져있는 그의 방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방 창문으로 다가가 유리창을 부리로 노크하듯이 쪼았다.

 

 

똑똑똑.

 

 

느닷없이 창문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고 있던 탤벗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가 창문 밖의 창틀에 앉아있는 옅은 금빛 독수리를 발견하자, 그는 다시 한번 깜짝 놀라며 쓰고 있던 것을 덮어버리고는 서둘러 창문을 열어주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탤벗이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루시엔은 그의 방으로 들어와 인간의 형태로 변신하여 바닥에 내려섰다.

 

 

"도와달라고 했었잖아. 오늘 밤에 같이 가줄 수 있어?"

 

 

"지금 당장?!"

 

 

탤벗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혹시... 안 될 이유라도 있어...?"

 

 

루시엔은 혹시 너무 갑작스러운 부탁인 것인가 살짝 걱정하며 강아지같은 눈망울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 약속은 약속이니까."

 

 

탤벗이 눈을 굴리며 귀찮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독수리로 변신했다.

 

 

"고마워, 탤벗."

 

 

루시엔이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하고는 자신도 다시 독수리로 변신했다.

 

 

두 마리의 독수리는 그의 방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날아가 금지된 숲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금지된 숲으로 들어가기 전, 숲 언저리의 한 나무에 내려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점검했다.

 

 

"내가 아는 곳은 금지된 숲 안에 있는 신비한 동물 보호 구역이랑, 그 밖에 몇 군데야. 네가 가려는 곳의 위치가 어딘지는 대충 알아?" 

 

 

"지도를 해독해보면서 대충 알아놓긴 했는데, 그 지도가 실제 숲의 지형이랑 얼마나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서 금고 안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지형을 파악해놓는게 목적이야."

 

 

탤벗이 묻는 말에 루시엔이 설명해주었다.

 

 

"그렇다면 네가 생각하는 출발 지점은 어느 쪽인 것 같은데?"

 

 

"해그리드의 오두막에서 멀지 않은 곳이야. 그쪽에서부터 북서쪽 방향으로 약 5km 정도쯤 떨어졌을거라 생각하는데, 혹시 그쪽 방향으로 날아가 본 적 있어?"

 

 

루시엔이 지도를 머릿속으로 곰곰이 떠올려보며 물었다.

 

 

"아니. 그렇게 멀리 날아가 본 적은 없어. 하지만, 그 근처까지는 날아가다가 슬쩍 본 적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느낌이 나던데... 그쪽 근처는 지나치게 어둡고 다른 동물들의 기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거든."

 

 

탤벗이 야생에서 생존했던 때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느꼈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그렇구나..."

 

 

루시엔이 긴장하여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그녀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저주받은 금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용기를 내야만 했다.

 

 

"최대한 높이 올라가서 전체적인 숲을 조망해보고, 그 다음에 네가 찾아낸 길이 맞는지 고도를 낮춰 비행하면서 알아보는게 좋을 것 같아. 이번에 날아오르면 이렇게 안전하게 앉아서 쉴 곳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단단히 각오해."

 

 

탤벗이 냉담한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알겠어, 그럼 이제 출발하자."

 

 

루시엔이 단단히 각오를 마치고 날개를 활짝 피고는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탤벗도 뒤따라 날개를 활짝 펼치고는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달빛 아래에서 보이는 어두컴컴한 금지된 숲은 굉장히 고요해보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곳이었다.

 

 

루시엔은 머릿속으로 지도를 떠올리며 출발지와 목표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을 가늠해보았다.

 

 

그리고는 하강하면서 독수리의 눈으로 지형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도서관에서 찾은 자료들은 거의 얼추 비슷했지만, 중간 중간에 생각지도 못한 지형물들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다시 위로 높게 올라가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점검해보며 머릿속에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그리고 탤벗은 그녀와 함께 동행해주며 주변의 위험 요소들을 살펴봐주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루시엔이 지나치게 숲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 같을 때마다 그녀에게 경고를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쉬지 않고 비행을 한 뒤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온 두 사람은 함께 해그리드의 오두막 근처의 나뭇가지 위로 돌아와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어휴... 쉬지 않고 계속 날다보니까 팔에 감각이 없어진 것 같아."

 

 

루시엔이 날개를 쭉쭉 늘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너 독수리 애니마구스가 된 이후로 비행 연습 제대로 한 적 없지?" 

 

 

"하하... 들켰네."

 

 

탤벗이 눈을 굴리며 물어보자, 루시엔이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비행하는거 안 까먹으려면 종종 연습하는게 좋을걸."

 

 

탤벗이 비꼬면서 조언같지 않은 조언을 해 주었다.

 

 

"그럼, 너는 자주 연습해?" 

 

 

"그런 셈이지?"

 

 

루시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탤벗은 별 생각없이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러면 오늘처럼 같이 날면서 연습하면 되겠네. 그치? 참 잘 됐다. 같이 비행할 동지도 생기고."

 

 

루시엔이 웃음을 꾹 참고 놀리듯이 말했다.

 

 

"내가 왜..."

 

 

탤벗이 무어라 반박하려고 했지만, 루시엔이 선수를 쳤다.

 

 

"이봐, 친구. 혹시 나보다 비행 못하는걸 들킬까봐 그러는건 아니겠지?"

 

 

루시엔이 날개로 그의 날개를 아프지 않게 팡팡 두드리고는 푸드득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야! 너 같은 친구 둔 적 없거든? 그리고 대체 누가 너보다 비행을 못한다는거야!"

 

 

탤벗은 발끈하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그녀를 뒤쫓아 날아갔다.

 

 

처음엔 그냥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루시엔은 맨날 친구 아니라고 철벽을 치는 탤벗을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키득키득거리면서 술래잡기 하듯이 그를 약올리며 도망치듯 날아갔고, 탤벗은 그녀가 약올리자 점점 더 성가신 기분을 느끼면서 맹렬히 뒤쫓았다.

 

 

"용용 죽겠지! 나 잡아봐라! 메롱!"

 

 

루시엔은 그를 놀리면서 지친 것도 잊어버리고 즐거워했다. 

 

 

"너 잡히면 가만 안 둬!"

 

 

탤벗은 그녀가 약올리는대로 차곡차곡 분노 게이지를 높여가며 사냥하는 야생의 독수리처럼 눈을 빛내며 매섭게 뒤쫓았다.

 

 

"가만 안 두면 어쩔건데? 그런 말 하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없다더라! 메에에롱!"

 

 

루시엔은 웃음을 터뜨리며 빠르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가 급강하 하며 다시 한번 약 올려주고는 자신의 방 창문으로 쏙 날아들어가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방향을 전환하면서 약간 속도에 손실이 생겨버렸고, 그 간발의 차는 노련한 독수리 탤벗이 그녀를 따라잡는데 충분했다.

 

 

하필이면 자신의 방 창문을 넘어가던 때 탤벗 독수리의 부리에 꼬리가 딱 붙잡혀버렸고, 그녀는 정말로 그가 자신을 붙잡는데 성공할 줄 몰랐기 때문에 당황했다.

 

 

"즈브뜨!(잡았다!)"

 

 

탤벗은 사냥감을 붙잡은 독수리처럼 희열을 느끼며 이렇게 외쳤고, 그녀의 꼬리 깃털을 부리로 꽉 물고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빠른 속도를 미처 줄이지는 못했고, 두 사람은 결국 루시엔의 방 안으로 함께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어어어!"

 

 

루시엔은 꼬리가 붙잡힌 채로 제대로 착지할 틈도 없이 자신의 방 안으로 떨어져버렸다.

 

 

콰당!

 

 

"아야야..."

 

 

부딪혀 충격을 받은 루시엔은 곧바로 마법을 풀고 애니마구스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고, 그녀는 부딪힌 뒷통수를 손으로 감싸며 신음했다.

 

 

하필이면 전에 안뜰에서 부딪혀서 혹이 났던 그 부분을 또 부딪혀버려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팠다.

 

 

"루시? 무슨 일 있어? 괜찮은거야?"

 

 

옆 방에서 로완이 소리쳐 물었다.

 

 

"괜찮아, 로완! 뭘 좀 떨어뜨려서 그래!"

 

 

루시엔이 옆 방을 향해 크게 소리쳐 답해주었다.

 

 

"그래! 괜찮으면 다행이구!"

 

 

로완이 안심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다시 조용해졌다.

 

 

루시엔이 아파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찡그린 얼굴로 눈을 뜨자, 바로 눈 앞에 얼어붙은 탤벗의 얼굴이 보였다.

 

 

"......!"

 

 

탤벗 독수리는 그녀를 붙잡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빠른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하고 그 역시도 그녀의 방 안으로 같이 굴러 떨어져 들어왔고, 그도 부딪힌 충격으로 인해 마법을 풀고 애니마구스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탤벗은 앞으로 엎어진 채로 부딪힌 충격에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그의 몸 아래에 그녀의 몸이 깔려 있었고, 아파하며 눈을 뜬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게다가 자신이 지금 어디에 들어와 있는지 알아차린 그 순간.

 

 

그는 방금 전까지 약올라 성을 내던 것도 잊어버리고 얼어붙었고, 정말로 당황했다.

 

 

"......!!!"

 

 

"저기... 무거운데, 좀 비켜줄래..?"

 

 

루시엔이 찡그린 얼굴로 아픈 뒷통수를 문지르며, 얼어붙은 채로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천둥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번쩍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를 일으켜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미...미...미안해."

 

 

그는 자신이 화내던 입장인 것도 잊고 말을 더듬기까지 하며 사과했다.

 

 

"...괜찮아. 그때 부딪힌 데를 또 부딪혀서 그래. 아야야..."

 

 

루시엔은 그가 내민 손을 붙잡고 일어나 앉아서 아픈 뒷통수를 부여잡았다.

 

 

"괜찮아...?"

 

 

그는 당황해서 평소의 냉정함도 잃고 안절부절 못하며 걱정하는 얼굴로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안 괜찮아. 혹시 내 머리에 피나는지 좀 봐 줄 수 있어?"

 

 

그녀가 그를 살짝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가 말없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서서 자세를 잡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올려묶었던 머리카락을 풀어내렸다.

 

 

그는 그녀의 동그란 뒷통수에서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헤집고 상처를 살펴봐주었다.

 

 

"피는 안 나는데."

 

 

탤벗이 환부를 확인하고는 마음 속으로 안도하며, 다시 침착함을 되찾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행이고... 에휴..."

 

 

루시엔이 한숨을 내쉬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젠장.

 

 

그녀의 얼굴과 너무 가까웠다.

 

 

그는 그녀에게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달콤한 오렌지 꽃 향기에 서서히 취해버리는 것 같았다.

 

 

그는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애써 침착한 척 하며 고개를 슬며시 돌려버렸다.

 

 

"오늘 같이 가줘서 고마웠어. 그래도 아까 같이 비행하니까 재밌더라."

 

 

루시엔이 그를 올려다보며 고마움을 표하고는 쿡쿡 웃었다.

 

 

그는 갑자기 아까 일이 떠올라 인상을 찌푸리고는 다시 그녀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려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재밌냐?"

 

 

"응! 다음에 또 놀자!"

 

 

루시엔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순수함과 즐거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러던가."

 

 

탤벗은 환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이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탤벗은 루시엔의 페이스에 제대로 휘말리고 말았다.

 

 

작별 인사를 하고는 다시 독수리로 변해 그녀의 창문 밖으로 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탤벗은,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침대 위에 풀썩 쓰러지듯이 누웠다.

 

 

온 몸이 뻐근한 것 같았다.

 

 

쉬지 않고 비행을 한 덕에 오랜만에 온 몸의 근육이 뻐근함을 느꼈고, 그녀의 방 바닥에서 그녀와 함께 넘어지며 부딪힌 부분도 뻐근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제멋대로 날뛰는 심장도 뻐근했다.

 

 

처음으로 만져본, 아침 햇살을 가닥가닥 떼어다 붙인 것 같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실크처럼 부드러워서 깜짝 놀랐었다.

 

 

마치 이 세상 부드러움이 아닌 것 같은 그 감촉이 손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눈 앞으로 들어올려 한번 주먹을 쥐었다가 펴 보고는 다시 침대에 깊게 몸을 묻었다.

 

 

쌀쌀한 10월의 한밤중이었지만, 이상하게 열기가 느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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