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스리 브룸스틱스 어때? 목마르지 않아? 난 시원한 버터 맥주 마시고 싶어."
바나비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러면 다 같이 스리 브룸스틱스로 가자!"
루시엔도 이렇게 말하자, 페니와 통스도 적극 찬성했다.
그래서 네 사람은 스리 브룸스틱스로 향하게 되었다.
호그와트 학생들의 공식 방문일에는 항상 학생들로 거리가 붐볐고,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장소들 중 하나인 스리 브룸스틱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스리 브룸스틱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많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로즈메르타 부인은 정신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주문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사람 정말 많다..."
루시엔이 입을 헤 벌리며 놀랐다.
"그래도 자리 나는 테이블이 어딘가 있을 거야. 내가 한번 찾아볼게!"
바나비가 큰 덩치로 인파를 헤집고 들어가자 그 뒤로 길이 생겼고, 루시엔과 페니, 통스는 그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저기 한 테이블 있다!"
바나비가 환한 목소리로 말한 뒤, 친구들을 데리고 방금 막 자리가 난 빈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바나비 덕분에 빨리 빈 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워 바나비!"
루시엔이 미소띤 얼굴로 감사 인사를 했다.
"별말씀을!" 바나비가 기뻐하는 얼굴로 수줍게 뒷통수를 긁적였다.
"자, 그럼 주문은 뭘로 할래? 난 버터 맥주! 너희는?" 페니가 물었다.
"나도 버터 맥주!"
"나도!"
"나는 버터 맥주 큰 걸로!"
루시엔과 통스, 바나비도 즐거운 얼굴로 신나게 각각 버터 맥주를 주문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내가 가서 주문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페니가 비장한 얼굴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일어나서 인파를 뚫고 갈 준비를 했다.
"아냐, 페니. 앉아있어, 내가 갔다올게."
바나비가 이렇게 말하며 페니를 자리에 다시 앉히고는, 성큼성큼 인파를 손쉽게 헤치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올, 바나비 쫌 멋진데?"
통스가 낮게 휘파람을 한번 불며 농담처럼 말하고는 킬킬거렸다.
"어머, 참 매너좋기도 하지." 페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바나비의 새로운 면을 참 많이 보는 것 같네."
루시엔도 미소를 띤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페니와 통스가 궁금한듯 루시엔에게 물었다.
"바나비의 새로운 면이 뭔데? 우리한테도 말해줘봐!"
그래서 바나비가 카운터에서 버터 맥주 네 잔을 양 손에 들고 오기 전까지 루시엔은 줄을 서며 기다리던 때와, 한정판 달 개구리 초콜릿을 구입하고 나서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페니와 통스도 루시엔이 줄 서서 기다리던 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가, 한정판 개구리 초콜릿을 루시엔에게 양보하려 했던 바나비의 이야기를 듣고는 살짝 감동받은 듯 했다.
"그리고나서 말이야, 바나비가 진심어린 미소를 환하게 지었는데, 갑자기 눈부시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어."
루시엔이 이렇게 말하자, 페니와 통스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잠시 교환하고는 루시엔에게 물었다.
"그래서? 바나비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발견해서 어땠는데?"
"뭐가 어떻긴, 그냥 새롭다는거지. 신기했어!"
페니가 설마하며 물어본 말에 루시엔이 담담하게 말하자, 페니와 통스는 다시 한번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바나비가 찰랑거리는 버터 맥주 잔들을 들고 위태롭게 테이블로 다가왔고, 결국 일을 내버리고 말았다.
버터 맥주 잔들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다가 잘못해서 하나를 쏟아버렸고, 가장 가까이에 있던 루시엔이 버터 맥주 세례를 받아버리고 만 것이다.
"앗! 루시엔! 괜찮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고의는 아니었어!"
바나비가 안절부절 못하면서 어쩔줄 모르며, 낑낑거리는 강아지같이 계속해서 사과했다.
"괜찮아, 바나비. 옷은 세탁하면 되지 뭐. 그런데, 끈적거려서 말라붙기 전에 빨리 씻어야 될 것 같은데... 너흰 여기서 버터 맥주 마저 마시고 천천히 와! 난 기숙사로 지금 돌아갈게."
루시엔이 괜찮다고 바나비를 안심시켜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가도 괜찮겠어?" 페니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괜찮아. 곧바로 성으로 갈 거니까. 너흰 걱정말고, 더 놀다가 와! 나중에 보자!"
루시엔은 거듭해서 괜찮다며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고는 친구들을 남겨둔 채, 스리 브룸스틱스를 나왔다.
바깥으로 나오니, 어느새 오후가 되어 있었고, 거리는 여전히 학생들로 붐볐다.
루시엔은 로완에게 줄 개구리 초콜릿 봉지에 버터 맥주가 묻지 않게 손을 깨끗한 옷 부분에 쓱쓱 닦고 조심스럽게 들고는 곧바로 호그와트를 향해 걸어갔다.
붐비는 호그스미드 거리를 지나 호그와트로 향하는 숲길에 접어들자, 아직 성으로 돌아가기엔 이른 시간이라 지나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고, 인적이 드문 숲길에 가을 바람이 한번 불자, 갑자기 쌀쌀함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엣취!"
루시엔이 쌀쌀한 가을 바람에 재채기를 크게 터뜨렸다.
그녀는 양팔로 팔짱을 끼고는 버터 맥주에 흠뻑 젖은 것 때문에 추위에 덜덜 떨면서 숲길을 계속 걸었다.
그때, 그녀의 머리 위로 얄팍한 재킷이 뒤덮였다.
루시엔은 깜짝 놀라서 펄쩍 뛰며 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우왁!!"
다행히도 그 사람은 재킷으로 그녀에게 위해를 가하려던게 아니고, 그냥 그녀의 머리 위에서부터 덮어놓은 것 뿐이었다.
루시엔이 재킷을 들어올려 그 사람이 누군지 바라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사람은 탤벗이었다.
"탤벗..?! 깜짝 놀랐잖아! 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거야?"
"날아가다가 보여서 왔어."
루시엔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묻자, 탤벗이 냉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재킷을 내 머리에 덮어둔거야? 진짜 놀라서 간 떨어질 뻔했잖아!"
루시엔은 놀람이 가시자 이젠 그를 나무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간은 멀쩡해보이지만, 추워에 덜덜 떠는것 같길래."
하지만 탤벗은 여전히 냉담한 목소리로 재킷을 눈짓하며 말했다.
루시엔은 뜻밖의 친절에 약간 감동받은 얼굴로 고마워하며 말했다.
"...고마워, 탤벗. 참 상냥하구나?"
"......혹시 감기라도 걸리면, 래번클로 기숙사에 민폐아냐. 공동체 생활에서 내 편의를 위한 것뿐이야."
래번클로의 철벽남 탤벗은 차갑게 일갈해버렸다.
하지만, 루시엔은 작년에 애니마구스가 되는 일을 겪으면서 탤벗의 이런 식의 표현에 대해 어느정도 면역이 되어 있었다.
"에이, 말로만 그런거 다 알아, 탤벗. 헤헤. 역시 넌 좋은 친구라니까."
루시엔이 헤실헤실 웃으며 탤벗의 재킷으로 몸을 감쌌다.
"친구 아냐. 그리고 너, 왜 자꾸 나한테 친한 척 하는거야? 난 너랑 친해지고 싶은 생각 없어."
탤벗이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내가 친해지고 싶으니까? 난 네가 좋은 녀석이라는거 다 알아, 탤벗. 그러니까 괜히 철벽 세워도 소용없어. 아, 그런데, 이 방향으로 가고 있는걸 보니, 너도 호그스미드 갔다 지금 오는거야?"
루시엔이 다 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고는 재빨리 화제를 돌려버렸다.
"나에 대해 다 안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지 마, 아리아. 그리고 맞아, 나도 호그스미드에 갔다가 오는 길이야."
탤벗이 냉담하게 말했지만, 루시엔은 그의 냉담한 태도는 가뿐히 무시하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왜 벌써 가? 더 놀다가 오지."
"그러는 너야 말로."
탤벗이 그녀를 향해 눈을 굴리며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이건... 어쩌다보니 사정이 생겨버려서... 아, 맞다! 너 허니듀크는 가봤어? 아까 한정판 사느라 난 한 시간이나 줄 서 있었거든. 그런데, 1개씩밖에 못 산대서 너무 아쉽더라. 로완한테도 내가 사다주겠다고 약속했었거든... 그래서 오늘 산건 아쉽지만 그냥 로완한테 주려고..."
루시엔은 그의 차가운 태도에도 개의치 않고 종알종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숲길을 함께 지나 성으로 돌아와 래번클로 기숙사 문 앞에 도착했고, 머리를 맞대어 황동 독수리가 내는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아냈다.
그리고 기숙사 휴게실 안으로 들어오자, 루시엔은 그에게 재킷을 벗어주며 다시 한번 재채기를 했다.
그러자 탤벗은 그녀의 손에 들린 재킷을 받아들고 다시 다가가 그녀의 몸에 대충 둘러주었다.
"그냥 입고 올라가. 감기에 걸리지나 말고."
"아... 고마워, 탤벗. 그럼 잠깐만 더 신세좀 질게. 이따 잘 세탁해서 돌려줄테니까, 저녁 때 휴게실에서 만날래?"
"난 사람 많은데 딱 질색이야." 탤벗이 차갑게 말했다.
"음... 하긴, 오늘같은 날은 이따 돌아온 학생들로 휴게실도 북적이겠다. 그럼... 저녁 식사시간 이후 안뜰에서 만나자! 거긴 아마 한가할 것 같으니까."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활짝 미소지으며 이렇게 제안했다.
"......그러던가."
탤벗은 무어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물끄러미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럼 이따 안뜰에서 봐, 탤벗!" 루시엔은 기쁜 얼굴로 손을 흔들어주고는 여자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탤벗은 그 자리에 서서 계단을 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왜 자꾸 그녀의 페이스에 멋대로 휘말리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식사 시간, 연회장에 모인 루시엔과 페니, 통스는 상기된 얼굴을 한 로완과 함께 후플푸프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로완의 첫 데이트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키득거리며 기뻐해주었고, 로완을 짓궂게 놀리며 웃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데이트는 언제야?"
"음... 다음 주 주중에 도서관에서 만나서 같이 공부하기로 했는데, 이것도 데이트라고 할 수 있으려나..?"
루시엔이 킬킬거리며 물어보자, 로완이 턱을 문지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응, 데이트 맞는 것 같아. 너희 오늘 돌아올 때 손도 잡았다며? 얼레리 꼴레리!"
"에이, 그런 것도 데이트로 치는거야? 그러면 우리들은 맨날 데이트 하는거게?"
통스가 킬킬거리며 놀리듯이 말하자, 루시엔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물었다.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단 둘이 하느냐 아니냐가 데이트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이야." 통스가 맞받아쳤다.
"너는 데이트 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루시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묻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호박 주스 잔을 홀짝였다.
"장난치려고 조용한 빈 복도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게 많지. 에헴. 내가 그 분야에선 너보단 선배일거야, 루시. 큭큭."
통스가 헛기침을 하며 거드름을 피웠다.
"이럴수가! 말도 안 돼."
루시엔이 분개하며 얼굴을 구기자 다른 세 소녀들이 그 모습을 보고 킬킬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 참! 한정판 개구리 초콜릿은 어떻게 됐어? 잘 샀어?" 로완이 화제를 돌렸다.
"아, 그거... 쨘! 내가 로완 네껀 잘 샀지! 헤헤."
루시엔이 주머니를 뒤져 로완에게 개구리 초콜릿을 건네주었다.
"내껀 잘 샀다고? 그럼 네껀?"
"음... 나는 괜찮아! 어차피 그냥 좀 궁금했던 것뿐이니까, 굳이 안 사도 됐었어. 자, 받아."
로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보자, 루시엔은 로완이 미안해 할까봐 하얀 거짓말을 했다.
"그..래? 그럼 고마워, 루시! 잘 먹을게."
로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루시엔의 표정을 살피다가 해맑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기쁜 얼굴로 개구리 초콜릿을 받아들었다.
사실을 알고 있던 페니는 루시엔이 하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향해 안타까운 미소를 살짝 내비쳤지만, 루시엔의 의사를 존중하여 조용히 있었다.
"대체 한정판 달 개구리 초콜릿은 어떤건지 열어나 보자, 로완!"
통스가 옆에서 궁금해하며 열어보라고 부추겼다.
"그래, 우리도 궁금하다, 열어봐 봐, 로완!"
페니도 옆에서 거들자, 로완이 미소띤 얼굴로 설레며 조심스럽게 개구리 초콜릿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러자, 안에는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들어져있고 등에는 먹을 수 있는 진주 모양으로 생긴 과자가 점박이 무늬처럼 박혀있는 예쁜 개구리 초콜릿이 '개굴개굴' 울며 앉아있었다.
연회장의 불빛이 닿자, 그 개구리 초콜릿은 은은하게 빛나며 마치 진짜 달 개구리를 보는 것처럼 반짝였다.
"우와..!! 정말 멋지다! 희귀종인 달 개구리를 직접 보는 기분이야!"
"정말,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거지?"
"한정판일만도 하다. 이 마법같은 고급스러운 효과좀 봐!"
네 소녀 모두들 개구리 초콜릿을 감상하며 감탄했다.
"이거 먹기에 너무 아까운데? 다시 잘 보관해야 할 것처럼 생겼어. 다시 한번 고마워, 루시엔!"
로완이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다시 건넸다.
"고맙긴, 뭘. 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걸로 충분해."
루시엔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자, 로완이 감동받은 얼굴로 그녀를 짧게 꼬옥 안아주었다.
네 소녀들은 다시 웃고 떠들며 저녁 식사를 마저 하기 시작했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 그들은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 기숙사로 헤어졌다.
"로완, 너 먼저 올라가봐. 나는 잠깐 안뜰에서 볼일이 있거든! 좋은 꿈 꿔!"
루시엔이 로완에게도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래? 그럼 볼일 보고 와! 너도 좋은 꿈 꿔!"
로완도 마주 손을 흔들어주고는 래번클로 기숙사를 향해 올라갔다.
루시엔은 기분좋게 흥얼거리며 탤벗을 만나러 안뜰로 나갔다.
안뜰에 도착하니, 분수대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만 들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분수대로 가서 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그날은 흐린 날이어서 그런지 달도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빛났고 별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푸드득 날갯짓 소리가 들려온 뒤, 곧이어 발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엔이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탤벗이 그녀가 앉은 분수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왔구나, 탤벗!"
루시엔이 반겨주며 자세를 고쳐앉았다.
"난 약속을 중시해. 지키지 않을 약속은 하지도 않아."
탤벗이 차갑게 말하고는 그녀의 옆쪽의 빈 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렇구나. 대단한걸?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야..."
루시엔이 미소띤 얼굴로 이렇게 말하고는 주머니를 뒤져 작게 만들어 온 그의 재킷을 꺼냈다.
그리고는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오도록 마법을 걸었다.
"잉고르지오."
그러자 손바닥 만한 크기였던 재킷이 점차 커지며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고, 원래의 크기가 되었을때 그녀는 마법을 멈추고는 그에게 다시 재킷을 건네주었다.
"자, 아깐 정말 고마웠어. 내가 아까 씻으면서 네 재킷도 깨끗하게 세탁했어. 특별히 내가 아끼는 비누로 정성스럽게 세탁했다고?"
루시엔이 마지막에는 묻는 것처럼 말을 끝내며 키득거렸다.
탤벗은 말없이 그녀가 건네는 재킷을 받아들었다.
정말로 재킷에선 은은하게 그녀의 오렌지 꽃 향기가 났는데, 그는 그 향기에 취하는 기분을 느끼며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
"좋다..."
그는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둠에 가려져 루시엔은 그런 모습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치? 우리 아빠한테 선물받은 향수랑 비누였는데, 이게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향으로 변해져서 이런 향이 나게 된 거야! 나도 이 향기가 정말 좋더라. 이젠 내 시그니처 향이라고도 할 수 있지! 헤헤."
루시엔은 즐겁게 재잘재잘 떠들었다.
"향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도 무슨 향수 써? 너한테서는 포근한 나무 냄새랑 라벤더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루시엔이 그가 있는 쪽을 향해 코를 킁킁거리며 물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더욱 짙게 물씬 풍겨오는 오렌지 꽃 향기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옆으로 슬쩍 거리를 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만 킁킁거려. 네가 개도 아니고."
"왜? 난 네 향기가 좋아서 맡아본 것 뿐인데.. 혹시 내가 무례했던거니..?"
루시엔이 겸연쩍은 듯이 주저하며 물었다.
"내 향기가 좋다고..?"
탤벗이 살짝 놀란듯 되물었다.
그는 살면서 누군가에게서 그런 말은 생전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었다.
"응! 포근해서 옆에 있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루시엔이 순수한 얼굴로 헤헤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무의식적으로 루시엔이 자기 옆에 누워서 평화롭게 잠자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었고, 탤벗은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홧홧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쳤어...! 대체 내가 또 무슨 생각을...!!'
그는 어차피 어둠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그녀의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려버리며 목을 가다듬고는 화제를 돌렸다.
"아까 네 친구한테 개구리 초콜릿 준다며... 줬어?"
그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로완한테 아까 저녁 먹으면서 줬지! 그 애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기뻐서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역시 내 선택은 옳았어!"
루시엔이 미소를 띤 얼굴로 좀 전의 일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물끄러미 행복해하는 루시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구름에 가린 밤 하늘의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달빛을 받아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옅은 초록색 눈동자 만큼은 반짝이며 밝게 빛나는 별 같았다.
"그게... 그렇게 행복해?"
탤벗이 담담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럼! 좋아하는 친구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건 나에게도 행복이야, 탤벗. 이런 말도 있잖아? 슬픔은 나누면 절반으로 줄고, 행복은 나누면 두 배로 늘어난다구!"
루시엔은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며 대답해주었다.
탤벗은 그 얼굴을 다시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머니를 뒤적여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 그럼 이거... 너 가져."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을 그녀에게 홱 내밀며 말했다.
"이게... 뭐야?"
"보면 알거 아냐. 오다 주웠어."
루시엔이 묻는 말에 탤벗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루시엔이 그의 손에서 그 물건을 받아들고는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한정판 달 개구리 초콜릿이잖아...! 탤벗, 이 귀한걸 오다 주웠다고...?"
루시엔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
탤벗은 스스로도 말이 안되는 변명이라고 생각하며, 침묵한 채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지만, 루시엔은 그것에 대해선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
"흐음... 이거 정말로 나 주는거야? 주고나서 후회하지 마?"
"주고 후회할 거였으면 아예 주지도 않았어."
루시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어보자, 탤벗이 차갑게 말했다.
"헤에... 정말 고마워, 탤벗! 와아!! 달 개구리 초콜릿이다아!"
루시엔이 아이처럼 크게 기뻐하며 그를 향해 행복한 웃음을 얼굴 가득 짓자, 탤벗도 그녀를 따라 피식 웃음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우연의 일치인지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잠깐 걷히며 안뜰에 환한 달빛이 쏟아져내렸다.
그 순간, 달빛을 받은 그녀의 새하얀 얼굴이 환하게 보였다.
행복함으로 가득 상기되어 빛나는 아름다운 얼굴과 그를 향해 반짝이는 눈동자가 눈부셨다.
마치 어둠 속에 오로지 그녀만이 존재하며 빛을 뿌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순수한 기쁨이 가득한 눈동자 안에 오롯이 비치는 살짝 미소를 띠고있는 자신의 모습까지도 보이자...
두근.
그의 심장이 느닷없이 크게 고동을 울리며 엇박자로 뛰기 시작했다.
그는 생경한 낯선 두근거림을 느끼며 마치 사지가 결박된 것처럼 꼼짝달싹 할 수가 없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쉽게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까 그녀가 했던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은 옳았다.
그는 그 순간 정말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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