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창작 팬픽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7: 패트리샤 레이크픽 (1)

루시엔 아리아 2021. 9.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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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학기 첫 주가 지난 후, 다시 맞이한 월요일부터 루시엔과 친구들은 모두 평소처럼 수업을 듣고, 함께 식사를 하고 웃고 떠들며 보냈다.


루시엔은 평소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간 중간에 지난 주 금요일에 로완과 페니와 함께 짰던 계획도 차근차근 실행하는 중이었는데, 그녀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필치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기록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통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자신이 알로호모라를 써서 필치의 사무실에 잠입하는 동안, 필치가 사무실 안에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필치를 다른 곳에 붙잡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통스는 흔쾌히 수락하며 맡겨만 달라고 했고, 그날 루시엔은 필치의 사무실 안에서 패트리샤 레이크픽에 관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었다.


"패트리샤 레이크픽, 5학년, 그리핀도르. 죄목: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기회만 있으면 규정을 어김. 반항적인 눈빛으로 노리스 부인을 겁줌. 피브스와 협력하여 학교 기물 파손. 존재만으로도 호그와트에 위협이 됨....... 뭐, 이거 끝도 없어보이네."


루시엔이 필치가 적어놓은 패트리샤 레이크픽에 대한 학창 시절의 기록을 쭉 읽어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필치의 기록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패트리샤 레이크픽이 학창시절 아주 말썽을 부렸던 학생이며, 온갖 규칙을 어기는데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 정도였다.


만약, 해그리드의 말처럼, 레이크픽이 학창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레이크픽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눈을 잡아끄는 수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바로 어둠의 깃펜이었다.


루시엔은 어둠의 깃펜을 망토 주머니 안으로 잘 챙겨넣고, 다시 패트리샤 레이크픽에 대한 기록을 서랍 안에 있던대로 넣어놓고는 살금살금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다행히도 바깥은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니 통스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필치를 잘 따돌리고 있는 것 같았다.


"휴,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네. 고마워, 통스."


루시엔은 혼잣말로 작게 통스에게 고마움을 표한 후,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녀는 래번클로 기숙사로 돌아가면 어둠의 깃펜을 변신술로 돌려놓을 생각을 하며, 다음 계획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이번에 그녀는 스네이프 교수를 찾아가야 했다.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님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교수님이 아니었다.


특히, 쓸데없는 일로 자신의 시간을 빼앗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자리에서 즉시 래번클로 기숙사 점수를 감점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떤 구실로 스네이프 교수님에게 물어봐야 할까 고민하던 그녀에게 그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퀴디치 경기장에서 팀원들과 연습을 마치고나서, 루시엔은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빗자루까지 라커 안에 잘 넣어둔 후, 문을 잠그고 탈의실 밖으로 나오자, 안드레가 성을 향해 흥얼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드레! 같이 가!"


루시엔이 뒤에서 안드레를 향해 외치며, 달려가 그의 걸음을 따라 잡았다.


"어이, 저주 해결사! 오늘 훈련도 나쁘지 않던데? 혹시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물론 패션에 관한 것이라도 괜찮고 말야."


"내가 쫌 잘 하지?! 큭큭. 조언해주겠다는 제안 고마워, 안드레. 혹시 나중에 멋의 마법사의 도움이 필요하면 부탁할테니까 그때가서 바쁘다고 거절하지나 마."


안드레가 농담섞인 어조로 킬킬거리며 말하자, 루시엔도 같이 농담섞인 어조로 응수해주며 눈을 굴리고는 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내 조언을 너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마, 루시엔. 정말 내가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 말해주는건데, 넌 너의 패션 센스로 네 외모를 깎아먹고 있거든. 네가 나의 패션 디자인에 엄청난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지만, 가끔 네 스타일은 내 안구를 테러하는 느낌이야."


"뭐라구?! 내 스타일이 어때서? 난 괜찮아보이는데..?"


"네 외모를 이 청바지랑, 목이 늘어난 후줄근한 티셔츠가 엄청나게 깎아먹는다고. 왜 이 얼굴을 하고 옷은 이런걸 입는거야? 혹시 나오기 전에 거울은 안 보는건 아니겠지?"


루시엔이 시무룩해하며 물어보자, 안드레가 이렇게 말하며 눈을 굴렸다.


"흠... 됐어, 안드레. 오늘치 네 조언은 충분히 들은 것 같아. 땀 흘리며 운동하러 나오는데, 옷까지 갖춰 입어야해?"


루시엔이 이렇게 말하자, 안드레는 눈을 크게 뜨며 숨을 헐떡였다.


"세.상.에.나. 패션은 모든 일을 시작 하기 전의 기본이라고!"


그 뒤로 성에 도착할 때까지 루시엔은 안드레에게 쿨톤, 웜톤부터 시작해서,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색깔과 스타일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들어야만 했다.


루시엔은 안뜰에 들어서자 갑자기 무언가 잊어버렸던 것이 떠오른 사람처럼 이렇게 말했다.


"아, 맞다! 안드레, 나 뭐 좀 깜빡한게 있네? 먼저 올라가. 급한 다른 볼일이 갑자기 생각났거든. 나중에 보자!"


"뭐? 아직 스타일 얘기가 안 끝났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다음에 봐! 저주 해결사!"


루시엔은 안드레에게 손을 흔들고는 재빨리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도망치듯 뛰어온 탓에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녀는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조용한 한 복도에서 멈추고는 숨을 골랐다.


"휴... 십년 감수했네. 안드레는 패션 얘기만 나오면 너무 열정적이라서 탈이라니까..."


루시엔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그때, 사람이 없는 것 같아보였던 그 복도의 끝에 한 학생을 데리고 레이크픽과 이야기하고 있는 스네이프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루시엔은 호기심에 최대한 기척을 지우고 조용히 횃불 기둥 뒤에 숨어 말소리가 들릴 정도로만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갔다.


"주방에서 집요정을 취조한 성과는 있나, 레이크픽? 내가 보기엔 당신 실력이 너무 과장된 것은 아닌가 싶네만."


"당신같이 지하감옥에 틀어박혀서 썩은내 나는 마법약이나 만들고 있는 사람이 내 일에 왈가왈부할 만한 입장은 아닌것 같은데."


"내가 이번에도 금지된 숲의 경계를 감시하다가 또 몽유병 저주에 걸린 이 아이를 찾아냈어. 당신이 일을 잘 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대체 왜 이런 학생들이 계속 나오겠나."


"지금까지 몽유병 저주에 걸린 학생을 몇 명이나 찾았지?"


"일곱 명."


"당신이 호그와트에서 교편을 잡은 이후로는 아니고?"


"올해 학기 시작부터였네만." 스네이프 교수가 딱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주가 틀림없어. 누가 다른 저주받은 금고에 손을 댄 거야."


"난 그게 당신이 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날 믿지 못하나, 세베루스? 혹시 날 시기하는건 아니겠지?"


"나의 순수한 경멸을 오해하는건 네 오만 때문인가, 아니면 불안 때문인가?"


"개구리 시체랑 유리병으로 가득 찬 컴컴한 실험실에나 처박혀 있으시지. 중요한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 두고 말이야."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가 레이크픽의 말은 싹 무시한 채로 담담히 말했다. "난 이 아이를 병동에 데려갈 거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나한테 저주받은 금고와 관련된 일을 일임했어." 그러자 레이크픽은 성을 내며 이렇게 쏘아붙였다.


"그 시끄러운 입만 다물면 같이 병동으로 데려갈 수도 있을 거다."


"좋아." 레이크픽이 콧김을 내뿜으면서도 그의 제안에 동의했다.


이렇게 말한 후 두 사람은 몽유병 저주에 걸려 비척비척 움직이는 그 학생을 데리고 병동으로 향했다.


루시엔은 지금까지 엿들은 이야기를 듣고 약간 놀랐다.


그녀 역시도 레이크픽이 저주받은 금고에 손을 댔기 때문에 금고 밖으로 저주가 퍼져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저주받은 금고 스스로 저주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었다니.


그렇다면, 레이크픽도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아직 모르는 것이 아닐까?


루시엔이 보기엔 레이크픽이 스네이프에게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전문적인 저주 해결사도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른다면, 레이크픽은 대체 왜 자신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 모든 권한을 일임받기를 바라는걸까?


루시엔은 혹시 레이크픽이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럴싸한 추측을 해 보았다.


그리고는 서둘러 로완에게 알려주기 위해 래번클로 기숙사로 올라갔다.



래번클로 기숙사 휴게실에서 루시엔은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는 로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루시엔은 서둘러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좀 전에 그녀가 엿들었던 이야기를 말해주었고, 로완은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내 생각엔 레이크픽이 정체불명의 R이고, 작년에 벤에게 편지를 쓰고 금지된 숲의 지도를 그린 사람인 것 같아."


로완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렇게 추측했다.


"왜?" 루시엔이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머리 글자도 그렇지만, 레이크픽의 말투랑 비슷하잖아? 게다가 부인은 저주받은 금고에 관심이 있고, 작년에 그 편지 때문에 벤이 얼음 금고에 들어갔었으니까."


"흠... 벤은 왜 아직도 그걸 우리들 앞에서 말할 수 없었던 걸까... 난 이해가 잘 안 가..."


"사실 난 벤이 우리 편인지도 확신이 없어... 아직도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로완이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이것 봐, 로완. 작년 말에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했었잖아. 벤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어. 그래도 네가 한 추측 중에서 레이크픽이 R일 수도 있다는 부분은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해. 그리고, 아까 필치의 사무실에서 또 어둠의 깃펜을 찾았어."


루시엔이 턱을 문지르며 로완의 추측에 일부 동의했고, 필치의 사무실에서 찾은 깃펜을 꺼내 보여주었다.


"또 다른 어둠의 깃펜을 찾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로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래서 이 깃펜이 변신술에 걸린 다른 물건인지 확인해보려고..." 루시엔이 진지한 얼굴로 깃펜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레파리파지!"


루시엔이 요술 지팡이를 꺼내들고 주문을 외우자 깃펜은 쪽지로 변했다.


"이럴 줄 알았어. 또 다른 쪽지야. 그나마 이번에는 암호가 아니네..." 루시엔이 변한 쪽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물론 레이크픽... 아니, R이 보낸 거겠지?"


"글쎄... 아직은 모르지. 한번 읽어보자."


로완의 물음에 루시엔이 이렇게 대답하고는 쪽지를 들어 읽어보기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 경고다. 호그와트에 접근하지 마라.
무엇보다도 저주받은 금고에 접근하지 마라.
이번 경고를 무시한다면 더 이상의 편지는 없을 것이다, 레이크픽 부인.
당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R



"저주받은 금고를 건들면 죽여버리겠다며 R이 레이크픽 부인을 협박하고 있어..."


루시엔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레이크픽 부인이 R이 아니었어? 그렇다면 도대체 R이 누구지? 그리고 만약 우리가 다음 저주받은 금고를 찾는다는 걸 그 여자가 알면 어떻게 될까?"


"글쎄... 아직은 누구라고 추측해보기 어려운 것 같아. 그래도 R이 위험한 인물이라는건 분명한 것 같아. 하지만 지금 섣불리 먼저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어. 이번주 금요일에 페니랑 다시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머리를 맞대보자. 우리가 뭉친다면 아무리 레이크픽이라도 어쩔 수 없을거야."


로완이 불안한 얼굴로 묻자 루시엔은 로완을 달래주었고, 그들은 애써 걱정을 한 켠에 접어두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소녀는 다시 조용히 떠들며 책을 정리하고는 저녁을 먹으러 연회장으로 내려갔다.



다음 날, 루시엔과 로완은 오전이 공강이었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했다.


그날 오전은 바나비와 함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스터디를 하기로 했던 날이었다.


그들은 도서관에서 만나자고 약속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책가방을 가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스터디를 하기로 한 장소에 와 보니, 바나비가 먼저 와서 빈 책상을 잡아놓은 것을 발견했다.


"바나비! 먼저 와 있었구나. 혹시 우리가 많이 기다리게 한 건 아니야?"


"아니야, 난 종종 여기에 신비한 동물들 삽화가 그려진 책을 감상하러 오기도 하거든. 다음 수업을 위해 케틀번 교수님이 보우트러클들을 준비해 놓으셨다는데, 오늘은 보우트러클 삽화를 구경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루시엔이 미안한 듯한 얼굴로 반갑게 인사해오자, 바나비가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다음 수업 주제가 보우트러클이라니까 오늘은 보우트러클에 대해 예습해보면 좋겠다."


"그러면, 일단 보우트러클한테 먹이를 주면서 친해지는 방법부터 공부해보자!"


로완도 맞장구를 쳤고, 루시엔도 밝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세 사람은 보우트러클과 관련한 책을 찾아와 책상에 모여앉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집의 나무 농장에 가면 보우트러클이 지천에 깔려있어. 내가 쥐며느리를 잡아서 주었더니 맛있게 잘 먹더라구!"


로완이 책을 읽다가 떠오른 기억을 이야기해주며 킬킬거렸다.


로완의 말을 들은 루시엔도 여름 방학때 칸나 농장에 놀러갔던 일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그때, 바나비가 책에 나온 한 구절을 읽으며 안타까워했다.


"있잖아, 보우트러클이 요정 알을 먹는 거 알고 있었어? 불쌍한 아기 요정들..."


"원래 생태계란 그런 법이야, 바나비. 보우트러클도 배가 고프면 무언가 먹어야 해."


"그래... 보우트러클이 배고파서 굶어 죽으면 또 안 되니까. 난 행복한 보우트러클을 생각하면서 기운 낼거야, 고마워 루시엔!"


루시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타까워하는 바나비를 위로해주니, 바나비가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했다.


로완은 그런 바나비를 보며 마치 어린 남동생이 떠오르는 것 같아 피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세 사람이 스터디를 끝내고 나자, 모두들 뉴트 스캐맨더가 온다 해도 오늘 공부한 보우트러클에 대해서 만큼은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자, 이제 머리를 채웠으니, 배를 채우러 연회장으로 가 볼까나~?"


루시엔이 책을 덮으며 기지개를 쭉 피며 쾌활하게 말했다.


"쉬잇!"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핀스 부인이 조용히 하라며 그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도서관에서는 잡담 금지다. 조용히 공부하거나 책을 읽지 않을거면 어서 밖으로 나가거라."


핀스 부인이 쫓아내자, 세 사람은 책가방을 싸서 어깨에 둘러메고는 도서관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루시엔은 나가는 길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힐끗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조용히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쓰고 있는 탤벗 윙거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주변에서 누가 고함을 친다해도 모를 것처럼 집중해 있었다.


'흠... 내가 잘못 본 건가..?'


루시엔은 이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하고는 도서관을 나갔다.


세 사람이 바깥으로 나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탤벗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요즘들어 자신에게 생겨나는 변화들이 퍽 낯설게 느껴지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매일같이 성장통을 겪으며 콩나물이 자라듯 쑥쑥 자라나면서, 점차 남성스러워지는 외적인 변화는 매일 아침마다 세수하며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은 쭉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았지만, 왜 문득문득 성가신 기분이 느닷없이 찾아드는 것인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특히 그런 일은 루시엔을 볼 때마다 더욱 빈번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같은 기숙사였기 때문에, 늘 수업을 들으러 갈때마다 어쩔 수 없이 루시엔을 계속 마주치게 되었다.


게다가 같은 기숙사였기 때문에 기숙사 휴게실에서 보게 되는 일도 자주 있었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무심코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


그리고 어쩌다가 그녀가 다른 남학생들에게 웃어주는 모습을 보면 괜히 더욱 성가신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던지 소문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들 사이에 도는 소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소문 속에서도 유난히 그의 귀에 박혀들어서 그를 성가시게 만드는 그 이름은 바로 루시엔이었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요즘엔 그런 자신이 괜히 한심한 것 같고 신경도 쓰였다.


그래서인지 올해 들어서부터는 곧잘 써지던 시조차도 잘 써지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자신도 시를 쓸 영감이 고갈되어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왜 맨날 안드레가 패션 디자인을 스케치하면서 영감이나 뮤즈 타령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지금도 몇 번이나 단어를 끄적이다가 두 줄을 직직 그어버린 종이를 내려다보며, 마치 자신의 기분을 사물로 형상화하면 딱 그런 모습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며칠 전, 맥고나걸 교수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던 때를 떠올렸다.


똑똑.


"들어오렴, 윙거 군."


맥고나걸 교수는 미리 그가 보낸 부엉이를 받고 그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맥고나걸 교수님."


탤벗은 문을 열고 들어와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거기 앉으렴. 차 한잔 마시겠니?"


맥고나걸 교수님이 자신의 책상 맞은편의 자리를 권하며 마법으로 허공에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내뿜는 찻잔을 소환했다.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탤벗은 의자에 앉으며 예의바르게 찻잔을 받아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잠시 찻잔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교수님. 조언을 구하고 싶은게 있어요."


"그래, 말해보려무나."


"요즘 제 자신이 이상한 것 같아요. 혹시 제가... 정말로 이상해져가는건 아니겠죠?"


그는 맥고나걸 교수에게 자신이 예전과는 다르게 이상해지고 있는것은 아닌지 지금까지 자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맥고나걸은 조용히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며 그가 말을 끝낼 때까지 귀를 기울여주었다.


그가 말을 끝내자, 맥고나걸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윙거 군, 내 생각엔 그건 전혀 '걱정할 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구나. 오히려 아주 '정상스러운' 변화라고 생각된단다. 네 나이 때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겪는 일들이지."


"교수님께서도 그런 일들을 겪으셨었나요..? 예전에 말이에요..."


그가 주저하며 맥고나걸에게 물었다.


"사람마다 얼굴의 생김새가 다르듯, 겪는 변화도 조금씩은 다르단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통틀어 '사춘기'를 겪는다고들 하지. 나 또한 사춘기를 겪었었고, 변화하는 자신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거란다."


"그러면 이런 변화도 정상적인 건가요? 사실, 요즘 자꾸만 성가시게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 있어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서 빨리 오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지금은 그 사람을 보면 혼란스러워요."


사실 '혼란스럽다'는 단어는 그가 느끼는 기분을 다 표현하기엔 한참은 부족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다른 단어가 없었다.


그러자 맥고나걸은 그 말을 듣고는 마치 커가는 아들을 바라보는듯 애정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에게 알쏭달쏭한 대답을 해주었다.


"얘야, 이것도 네 마음이 성장하고 있는 증거란다. 외면은 거울로 살펴볼 수 있지만, 내면은 눈에 보이지 않지. 네 스스로 한번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 보는게 어떠니? 그러다보면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네 마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을게다."


"마음이 말을 한다고요? 그러면 마음이 하는 말은 어떻게 들어야 되는거죠?"


탤벗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머글 시인들의 말에 '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있다더구나. 시를 읽으면 마음을 살찌울 수 있으니, 시를 지어보면 마음이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 마침 너도 시를 좋아하니, 시를 써보면서 네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게 어떻겠니?"


"알겠어요, 맥고나걸 교수님.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뒤로 탤벗은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노트를 펼쳐놓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마치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듯,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고, 예전에는 곧잘 써지던 시였는데, 지금은 한 글자도 적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요즘 도서관을 자주 방문해서 시집을 찾아 읽어보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다시 로완과 바나비와 함께 킬킬거리며 즐겁게 밖으로 나가는 루시엔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되자, 또 한번 그의 마음속은 성가신 기분으로 혼란스러워졌다.


그녀가 자신의 시선을 느껴 고개를 돌리던 때, 그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펼쳐놓은 시집으로 다시 시선을 홱 돌려버렸다.


오늘따라 시집에 써 있는 아름다운 시구들이 모두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옆에 펼쳐놓은 종이에 기껏 적어놓았던, 몇 글자 안 되는 시구에 크게 두 줄을 좍좍 그어버렸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이게 정말 성장하는 과정이라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만큼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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