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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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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상태로, 에메랄드의 머릿속은 홀란드의 질문이 핑글핑글 돌고 있었다. 그의 최근 행동으로 보면 그는 착실해진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그녀는 자신의 발끝으로 시선을 내리고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편 로완과 찰리 그리고 빌은 복도를 따라 도서관으로 향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찰리가 얼어붙은것 같은 자신의 손을 초조하게 문질러댔다.
"그녀가 여기 있는거 확실해?" 찰리가 로완을 향해 몸을 돌리며 물었다. "만약 그녀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어쩌지?"
"날 믿어." 빌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다시 확신을 주었다. 그의 눈동자가 위를 향해 올라오다가 까만 머리카락의 소녀를 발견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녀는 도서관 문 앞에서 홀란드와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는 자못 심각해보였다.
"지금 당장 답해주지 않아도 돼." 홀란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한번 생각해봐, 알았지?"
그녀를 보게되자 찰리의 눈동자에는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에메랄드는 여전히 모종의 이유로 그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달아나기 전에, 찰리가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에미! 나랑 얘기 좀 해. 잠깐이면 돼, 제발." 찰리가 이렇게 말하며 에메랄드와 홀란드 앞에 섰다.
에메랄드는 대신 홀란드를 올려다보았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론이지." 라고 했다.
"알았어." 홀란드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찰리를 잠시 힐끗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봐."
그 말과 함께, 홀란드는 발걸음 속도를 높였고, 에메랄드는 여전히 생각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찰리를 마주하기로 하고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뭔데?" 그녀가 쏘아붙였다.
"넌 대체 뭐하는건데?" 찰리가 물었다.
"아무것도." 에메랄드가 차갑게 말했다.
"아무것도가 무슨 뜻인데?" 그가 다시 묻자, 빌이 저 멀리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찰리는 홀란드 쪽을 눈짓하며, "그가...그가 방금...그가 방금 너한테 무도회에 같이 가자고 물은거야?"
"만약 그렇다면 그게 왜?" 에메랄드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너 걔랑 같이 가는거야?" 그가 단호하게 물었다. 그의 눈동자에 격노가 어렸고, 에메랄드는 입술을 떼며 반박하려고 했다. 그때 찰리가 이렇게 불쑥 말해버렸다.
"난 네가 왜 걔랑 같이 가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
"넌 대체 왜 내 일에 참견하는건데?"
"왜냐하면 그가 네가 생각하는 그런 녀석이 아니니까 그렇지. 고드릭의 자비로움에 맹세코, 엠! 너 지금 뭐야, 위선자인거야?"
"위선자라고."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네가 그랬었지, 넌 에밀리가 너한테 집적 거리는게 싫다고. 하지만 지난번 경기 후 파티에서는 다르게 보이던데. 네가. 바로. 진짜. 위선자이지."
"걔가 나한테 키스한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이 일을 내버렸다.
저 멀리서 로완이 황급히 자신의 책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어찌나 다급했던지 책을 반대로 들고 있었다. 반면 빌은 입 모양으로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멍청이.
"그렇다면 누구랑 내가 무도회를 함께 가든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에메랄드가 날카롭게 말하고는, 발걸음 속도를 높여 찰리를 뒤로하고 떠났다.
"공식적으로, 내 남동생은 멍청이가 맞는 것 같아." 빌이 로완에게 이렇게 말하자, 그녀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메랄드는 자신의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모든 것이 망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침대에 뉘여놓고 쉬고 있었다. 이제 천체 무도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틀이 남았다.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며칠 전에 보내준 소포를 향해 시선을 던졌는데, 그 안에는 무도회를 위한 드레스 한 벌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창문에서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와 보니 그곳에 갈색 독수리 한 마리가 있었다. 이번 한번 만큼은, 에메랄드는 제발 스스로 망쳐버리지 않기를 바랐다.
에메랄드가 하얀색 펑퍼짐한 잠옷을 입은 채로 일어서서 그를 위해 창문을 열어주었다. 그가 안으로 날아 들어왔고 인간 형태로 다시 변신했다.
"안녕, 버디." 에메랄드가 담담하게 말하자, 그는 창문에 기대어 섰다. "무슨 일로 여기에 왔어?"
바닐라가 그의 발치에 와서 몸을 웅크렸는데, 그걸 보면 그가 얼마나 자주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그는 약간 두려워하면서도, 바닐라의 귀를 긁어주려고 노력하자, 바닐라가 기분좋게 가르랑거렸다.
"친구끼리 어울리는 것도 안 되나." 그가 냉소적으로 이렇게 비꼬자, 에메랄드가 눈을 굴렸다.
"너 내가 보고싶었지, 안 그래?" 에메랄드가 이렇게 물으며,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휴..."
그가 코웃음을 치며, "대체 내가 왜 너랑 친구가 되기로 했을까?" 그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겼다.
에메랄드는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어울려 다니는 것은 그녀가 그의 이런 사소한 말들에 면역이 되게 만들었다. 그녀는 페니가 말했던 그가 많이 변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자기 혼자 문제를 해결하기 좋아하고, 냉소적이고, 새와 관련한 끔찍한 말장난을 잘못된 상황에서 사용하곤 하는 그런 조용한 탤벗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그녀의 주변에 있을때면, 그에게는 이런 색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그는 재미있고, 항상 뭐라고 말해야할지 혹은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있었는데, 에메랄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이런 점들이 그가 래번클로에 배정되었던 이유인 걸까 궁금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항상 그녀가 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있어주었다. 그가 멍청한 어린애처럼 굴 때를 빼면, 그에게는 항상 더 성숙한 점들이 있었다.
만약 탤벗 윙거가 한 권의 책이라면, 그녀는 겨우 몇 페이지 분량을 읽었을 뿐이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셈이었다.
그녀는 그가 항상 별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때면 얼마나 열정적으로 말하는지 잠시 동안 꿈꾸듯이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게 바로 그가 천문학을 잘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의 와인색 눈동자는 마치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별자리에 있는 별들 중 하나처럼 반짝였다.
"그거 열어봤어?" 탤벗이 이렇게 묻자, 그녀는 몽상에서 깨어났다. "아까 주었던 그 쪽지 말야...열어봤어?"
그의 목소리는 마치 그 일에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아직.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열어보려고 생각했어."
탤벗이 얼어붙으며,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구?" 그가 숨가쁘게 말하며, "안돼...안돼 내가 말했잖아..."
"이렇게나 겁쟁이라니 독수리로서 부끄러운줄 알아." 그녀가 놀리며, 그를 향해 낄낄거렸다.
탤벗이 눈을 굴리고는, "좋아." 라고 했다.
에메랄드가 자신의 가방이 있는 곳으로 팔짝 뛰어가며 자신의 쪽지를 열어볼 생각에 신나게 미소지었다. 그런데 그녀가 공책을 펼치자 그녀의 즐거움이 사라져버렸다. 쪽지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를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어서, 멈칫 멈칫 하고만 있자, 탤벗이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에메랄드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짚으며, 입을 열었지만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버디," 에메랄드가 말하기 시작했다. "내 생각엔 내가 그걸 잃어버린 것 같아."
정적이 흘렀다.
탤벗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은 얼마만큼 자신이 그 부분에 실망했는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 쪽지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너무나 미안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는 계속 화난 채로 있을 수도 없었다.
"미안해, 하지만 난 그걸 여기 두었었거든." 에메랄드가 미친듯이 흥분하며 말했다. "나 정말 맹세코 그걸 내 가방 안에 두었었는데."
탤벗이 미소를 짓고는, "괜찮아," 부드럽게 말했다. "어쨌든 별로 중요하진 않은거야."
두 사람은 그녀의 방 바닥에 앉아 벽에 기대었다. 바닐라는 그녀의 무릎 위에 올라와 있었고, 그들은 그날 비행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넌 여전히 무도회 안 갈거야?" 에메랄드가 그를 향해 몸을 돌리며 물으며, 손으로는 계속 바닐라의 배를 긁어주고 있었다.
"너는 어떤데?" 탤벗이 희미하게 물었다.
에메랄드는 미소를 짓고는, "응, 나는...누군가 아까 나한테 같이 가자고 물어봤었거든."
그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탤벗은 그녀가 쪽지를 잃어 버린 것이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그는 마치 통나무가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쪽지에서 뭐라고 했는데?" 에메랄드가 묻자, 탤벗이 고개를 저었다. "왜 내가 아까 열어보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젠 중요하지 않아." 탤벗이 희미하게 말하고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에메랄드는 그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정말로, 미안해." 그녀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내일 도서관에 가서 찾아볼 수 있을 거야."
"아냐, 괜찮아." 탤벗이 다시 말했다. 그는 입술을 말며 그 쪽지가 여전히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욱 신경쓰였다. 그건 이제 더 이상 목적을 상실했지만. 한숨을 내쉬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생각에...나...난 이제 가봐야겠어..."
"뭐라고, 벌써?" 에메랄드가 묻자,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글쎄... 그래, 그럼. 잘 자, 버디."
탤벗은 한번 더 미소를 짓고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고 다시 독수리 형태로 변신하여 날아가버렸다. 에메랄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그가 잘 자라는 인사를 되돌려 주지 않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은 가장 바쁜 날이었다. 그녀는 장식을 준비해야했고, 모든 것이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식탁보를 별자리 무늬로 바꾸는 마지막 단계를 맡았다. 꽃들은 아름답게 각각의 둥근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마지막에 그녀는 4층에서 안드레한테 드레스를 받아왔다. 그는 그녀의 드레스가 너무 지루하다며 자신이 수정을 하겠다고 고집부렸었다. 에메랄드가 그것을 입어보고 거울 속에 비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안드레, 이건 정말 아름다워." 에메랄드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빙그르 돌려보았다. "정말 마음에 들어, 고마워!"
문에서 끽 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리자 탤벗이 있었다. 그의 시선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는 에메랄드에 고정되었다가,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안드레가 탤벗을 향해 몸을 돌리고는, "어떤 것 같아?" 에메랄드를 눈짓하며 이렇게 말했다.
에메랄드가 그를 향해 돌아보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안녕, 버디!"
탤벗은 잠시 빠르게 눈을 깜빡이고는, 말을 고르려고 노력했다. "너무 아름다워." 그가 자신이 뭐라고 말했는지 깨닫자, "드레스 말야, 사람 말고." 라고 재빨리 말했다.
에메랄드는 눈을 굴리고는, "하하," 라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너무 아름답다의 근처까진 갔으니 잘 된 일이네."
에메랄드는 다시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러 뒤로 걸어갔다. 반면 안드레는 탤벗에게 히죽거리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만 좀 쳐다봐." 안드레가 놀렸다. "너 침 흘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안드레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탤벗은 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무도회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에메랄드는 여자 기숙사로 돌아갔는데, 그곳은 지금까지 보아온 어느 때보다도 난장판에다 붐비고 있었다. 에메랄드도 스스로 무도회를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로완은 가지 않고 기숙사에 머무르기로 했는데, 에메랄드가 아무리 무도회에 가자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로완은 에메랄드가 머리를 손질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제, 누가 네 데이트 파트너인지 말해줄 수 있어?"
"나 미워하지 마." 에메랄드가 한숨을 내쉬며, "홀란드야." 라고 말했다.
로완의 눈이 점점 커지며, "누구? 뭐? 홀란드 스미스?" 그녀가 이렇게 묻자, 에메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야?"
"난, 처음엔 걔를 거절하고 싶었어." 에메랄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찰스가 나한테 빅엿을 날리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안 될게 뭐 있어...그래서 홀란드한테 말했지, 친구로서 같이 가주겠다고."
"넌 찰리를 열받게 만들고 싶은 거구나." 로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로완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그녀가 초상화 입구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까만 예복 망토를 입고 있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파란색 타이를 매고 있는 홀란드 스미스는 그의 학년에서 매력적인 소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반짝이는 금발은 젤을 발라 완벽하게 스타일링 되어있었다. 그의 벽안은 그녀를 향해 환하게 빛내며 자신의 입술에 거만한 미소를 매달고 있었다.
"너 오늘 밤 정말 아름답다, 반 디크." 홀란드가 그녀를 칭찬했다. "평소에 아름답지 않다는 말이 아니고 오늘은 특히나 더..."
"친구로서야, 홀란드." 에메랄드가 경고했다.
홀란드는 눈을 굴리고는, "알았어," 그가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가실까요?"
에메랄드는 그의 손을 붙잡았고, 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팔 위로 가져와 에스코트했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사람들로 가득 찬 대연회장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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