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창작 팬픽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75: 종강 (1)

루시엔 아리아 2022. 5.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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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연못가에서의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내일 있을 마법 시험 대비를 위해 곧바로 애니마구스로 변신하여 루시엔의 방으로 되돌아왔다.


공부에는 진심인 이 래번클로 커플은 공부하는 동안에는 다른데 한눈 팔지 않고 서로 도와주면서 정말 열심히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 되자, 결국 탤벗보다 체력이 부족한 루시엔이 먼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마법 교과서와 필기 노트를 슬며시 빼냈다.


그 뒤, 조심스럽게 그녀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들고는 침대 위에 눕혀주는 손길이 마치 물 흐르듯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몇 번 해보다 보니, 모든 것을 빨리 배우는 편인 탤벗에게는 이미 익숙해져버린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이불을 잘 덮어준 뒤, 얼굴에 흘러내린 잔머리도 깔끔하게 잘 정돈해주고는 마지막으로 이마에 살짝 키스를 남겨주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자신의 여자 친구는 원래도 눈이 부시게 예쁘지만, 자고 있을 때는 마치 고귀한 천사처럼 예쁘다는 팔불출같은 생각을 스스럼없이 하며, 오늘도 그는 독수리로 변해서 조용히 창 밖으로 나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루시엔은 어젯 밤에 탤벗과 함께 적어도 다섯 번은 달달 외우듯이 살펴본 마법 교과서와 필기 노트를 챙겨가지고 로완과 함께 대연회장에서 다시 아침 식사를 하며 복습하는 중이었다.


"좋은 아침이야, 루시엔! 좋은 아침이야, 로완!"


페니와 통스가 밝은 얼굴로 인사하며 그들의 테이블에 와서 합류했다.


"로완, 넌 어제 눈을 크게 뜨는 마법약을 몇 병이나 마신 거야? 눈이 새빨개!"


통스가 로완의 몰골을 보며 숨을 들이켜며 놀랐고, 자리에 앉으면서 빈 접시에 대고 구운 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한 다섯 병쯤 마신 것 같은데... 오늘까지만 버티면 돼. 이따가 밤에 밀린 잠을 실컷 자야지!"


로완이 이렇게 대답하고는 빠르게 시리얼을 먹으면서 눈으로는 혹시라도 놓친 부분이 없는지 책을 훑었다.


"너희처럼 공부하면 아마 바나비라도 최우등생 타이틀은 따놓은 당상일게 분명해."


페니는 자신의 래번클로 베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아침 식사로 계란 프라이와 구운 베이컨, 아스파라거스가 든 조식 메뉴를 주문했다.


"야! 그렇게 뼈 때리는 말 하지 마. 안 그래도 벼락치기 하느라 찔리는구만..." 통스는 페니의 말에 잠시 발끈 하더니 곧바로 다시 벼락치기 시험 공부를 위해 필기 노트로 시선을 돌렸다.


"루시엔, 넌 어제 저녁은 먹었어? 요즘 시험 기간이라 그런가 저녁 시간에 연회장에서 통 만나기가 어렵던데."


페니가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는 아침 식사를 한입 떠 먹으면서 물어보자, 루시엔은 두 뺨을 살짝 핑크빛으로 물들이며 부끄러운 듯이 손가락을 배배 꼬면서 대답했다.


"으응... 어제 탤벗이랑 저녁 먹었어. 사실, 우린 요즘 같이 공부하느라 줄곧 저녁을 같이 먹고 함께 공부하고 있었거든."


"뭐?!!"


루시엔의 대답에 모두들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곧 탤벗이 연회장 밖에서 자주 식사한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는 어디에서 공부하는데? 난 빌이랑 계속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너희는 한 번도 못 봤어."


로완도 궁금한 듯 잠시 고개를 들고 이렇게 물어보자, 루시엔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디에서 만나는지는 음... 비밀이야. 그래도 어제 탤벗이 내 생일을 축하해준다고 케이크도 준비해와서 맛있는 저녁을 잘 먹었어!"


그녀가 자랑을 살짝 덧붙이자, 페니는 눈을 빛내며 웃었고, 통스는 눈꼴 시리다는 표정으로 "에잇! 괜히 물어본 것 같은데?" 라며 손발이 오글거린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로완은 다크서클로 줄넘기를 할 수 있을 것처럼 퀭한 몰골로도 절친의 핑크빛 연애 이야기를 듣고는 눈을 반짝이며 좋아했다.


루시엔은 시간 관계상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 시험이 끝난 후에 점심 시간에 만나서 말해주기로 약속했다.


시험 시작 시간이 가까워져오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허겁지겁 남은 음식을 먹고는 책가방을 챙겨들고 각자의 시험 장소로 향했다.



드디어 마지막 기말 시험인 마법 시험이 무사히 끝나고나서, 루시엔은 후련한 한숨을 내쉬었다.


책가방에 깃펜과 잉크를 챙겨들고 교실을 나오는데, 친구들이 루시엔에게로 다가왔다.


가장 먼저 탤벗이 다가와 그녀의 얼굴에 흘러내린 잔머리들을 부드럽게 쓸어 귓가에 걸어주며 속삭였다.


"오늘 종강연회가 끝난 후 만나자. 이따 밤에 늘 만나는 곳에서 기다려줘."


그가 말하는 '늘 만나는 곳'은 그녀의 방이었다.


"알았어. 이따 봐."


루시엔은 애정을 담아 그의 손을 한번 꼭 붙잡았다가 놓아주며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사랑을 담은 따뜻한 붉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띤 얼굴로 마주 손을 흔들어준 뒤 교실을 나갔고, 뒤이어 로완이 다가왔다.


로완은 쿡쿡 웃으면서 교실을 나가는 탤벗을 힐끗 보며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머 어머! 루시! 너희 꽤 친밀해보인다? 큭큭."


"사귀는 사이니까 그렇지. 뭘 새삼스럽게 그래. 큭큭큭."


루시엔도 쿡쿡 웃으며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그래도 그렇지, 너희 사귀기 시작한지 이제 한 달 정도 밖에 안되지 않았어?"


탤벗이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루시엔과 비밀리에 만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로완은 만나는 시간도 적은 것 같은 이 커플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친밀해졌는지 놀라워했다.


"음... 그간 많은 일이 있었거든. 이따 식사하면서 얘기해줄게."


"알았어. 오늘 마법 시험은 어땠어?"


로완이 이렇게 물어보고 있을 때, 찰리와 벤도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루시엔! 시험 잘 봤어? 난 평범하게 무난함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태평한 찰리와는 반대로 벤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난 너무 걱정돼. 이번에는 꼭 '기대이상'을 받아보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


"난 열심히 공부해서 이번 시험도 무난했던 것 같아, 찰리. 그리고, 너무 걱정 마, 벤.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겠지. 플리트윅 교수님은 공정하시니까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따라 점수를 주실거야."


"네가 무난하다는건 이번에도 특출함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말이겠지. 나의 '무난함'과는 한참 거리가 있네. 그래도 다행이다! 네가 윙거랑 연애하는데 빠져서 공부에 소홀히 할까봐 조금 걱정되긴 했거든."


찰리가 키득거리며 이렇게 말하자, 옆에서 로완이 눈을 도르륵 굴리더니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지금 성적 걱정할 사람은 루시가 아니고 너인 것 같은데, 찰리? 말해봐, 이번에도 내가 짜준 계획표 말고 용을 찾으러 다닌거지?"


"으악! 루시엔, 나좀 살려줘! 로완이 또 혼내."


찰리가 루시엔 뒤에 숨으며 엄살을 부리자, 루시엔이 허리에 양 손을 올리더니 몰리 아주머니 같은 엄한 표정으로 찰리를 타일렀다.


"잘못했으면 야단을 맞아야지, 찰리 위즐리. 로완이 친절하게도 공부 계획표까지 짜주었는데, 그걸 무시하고 그냥 놀러다닌거면 네가 잘못했네."


"에이, 루시엔 너까지 왜 그래!"


찰리가 뜨끔한 얼굴로 주춤거리며 외치자, 루시엔이 쿡쿡 웃으면서 표정을 사르륵 풀고 말했다.


"미안해, 찰리. 하지만, 네가 되고 싶은 용 학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학교 다닐땐 열심히 공부해야하지 않을까?"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찰리도 깨달은 바가 있는지 한숨을 폭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나중에 커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지금 하기 싫은 공부도 참고 견뎌야겠지."


"그래, 좋은 태도다, 찰리."


로완이 옆에서 맞장구치자, 벤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 사람은 함께 수다를 떨며 대연회장으로 종강연회에 참석 하러 갔다.



대연회장에 도착하니, 래번클로의 휘장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연회가 시작되기 전에 덤블도어 교수님의 기숙사 우승컵 발표 시간이 있었고, 올해도 자랑스럽게 기숙사 우승컵을 수여받은 래번클로 학생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올해도 우리가 해냈어!"


로완과 루시엔, 그리고 다른 래번클로 친구들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뿌듯한 순간을 즐겼다.


덤블도어 교수님의 짧은 훈화 말씀이 끝나고,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고 자유롭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루시엔과 친구들은 이번에도 늘 앉던 래번클로 테이블에 모여 앉았는데, 네 사람 외에도 빌과 페니, 통스, 바나비가 합류해서 더욱 붐비게 되었다.


"와아! 드디어 지긋지긋한 기말 고사가 끝났어! 이젠 자유다!"


통스가 개운한 얼굴로 기지개를 쭉 펴며 외치자, 바나비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이제 내일이면 호그와트를 떠나 여름방학이 시작되잖아... 난 집에 돌아가기 싫은데."


"심심하면 버로우로 놀러와! 우리 집은 장난꾸러기 동생들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거든."


빌이 쾌활하게 외치자, 찰리도 음식을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방학 동안 뭐 할거야?"


루시엔이 앞에 놓인 음식을 먹으면서 친구들에게 묻자, 다들 즐거운 얼굴로 생각해둔 계획들을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우선 읽고 싶었던 소설들을 읽을거야! 그동안 너무 바빠서 읽을 틈이 없었거든."


로완 다음엔 페니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족들이랑 여행다니며 시간을 보내려고. 내년엔 내 여동생 베아트리체가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될 예정이거든. 그래서 그전에 부모님과 다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나는 방학동안엔 무조건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갈거야. 아무런 위험도, 걱정도 없는 평범한 일상 말이야."


벤이 이렇게 말하자, 찰리가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였다.


"혹시 머글들의 삶의 방식을 말하는 거야? 시간이 되면 나도 너희 집에 좀 초대해줘. 머글들의 삶이 너무 궁금해!"


그러자 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어, 찰리. 네가 우리 집에 오는 순간 평범하고 평화로운 머글같은 일상이 깨지게 되거든."


찰리가 시무룩해하자, 벤이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대신에, 머글들의 신문이나 잡지 등등 재미있는 것들을 머글 우편으로 보내줄게."


"오오! 머글 우편이라고?! 너무 기대된다!"


찰리는 머글 우편이라는 말에 다시 쾌활함을 되찾았다.


한편, 페니와 로완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루시엔에게 그동안의 연애사를 털어놓으라고 재촉하며 압력을 행사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루시엔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눈치를 보며 차근차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만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페니와 로완은 물론이고 통스와 빌까지 흥미를 보이며 루시엔의 이야기를 경청하였고, 반면 찰리는 벤에게 머글들의 삶의 방식에서 궁금한 것들을 열정적으로 물어보며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너희 사이에 그동안 썸이 계속 있어왔던 거구나! 그러니까 그렇게 금방 친밀해졌겠지."


빌이 명쾌한 결론을 내리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는데, 바나비는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나비, 어디 가?"


루시엔이 그에게 묻자, 바나비는 살짝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미안해, 루시엔. 아직 난 그런 이야기를 들을만한 마음 상태가 아닌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해져서 바람 좀 쐬러 나가야겠어."


"아... 정말 미안해, 바나비..."


루시엔이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보자, 바나비는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냐. 이건 순전히 내 마음의 문제인걸. 네 잘못은 아니지. 그냥... 난 시간이 좀 필요한 것 뿐이야. 다들 즐거운 여름 방학 보내."


그 말을 끝으로 바나비는 쓸쓸하게 연회장을 나가버렸다.


루시엔이 따라 나가려고 일어서자, 페니와 로완이 그녀를 붙잡아 말렸다.


"그냥 혼자 있게 내버려 둬, 루시. 지금 네가 따라가주는건 아닌 것 같아.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하지만..."


루시엔이 죄책감어린 얼굴로 고개를 떨구자, 페니가 그녀를 달랬다.


"그렇게 걱정된다면 내가 가서 달래줘볼게. 지금 이 상황에선 네가 가는 것보단 제 3자가 같이 있어주는게 더 낫겠지."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고마워, 페니. 부탁할게."


"별말씀을. 걱정 마, 루시엔."


루시엔이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뒤섞인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페니는 걱정말라는 듯 부드럽게 웃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나비를 뒤쫓아 나갔다.


그들은 페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래서 연애를 안하는 거야. 너무 머리가 복잡하잖아!"


통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자, 빌이 눈을 굴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고?"


"빌!"


"그건 좀 너무했다!"


루시엔과 로완이 동시에 이렇게 소리치자, 빌이 곧바로 사과했다.


"미안해, 통스.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서 분위기를 좀 환기시켜보려고 했지..."


"괜찮아. 나는 지금은 연애에 진짜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으니까 상관없어. 내일 떠나기 전까지 오늘 남은 시간 동안은 필치랑 노리스 부인이나 실컷 곯려주러 가봐야겠다. 큭큭큭."


통스가 키득거리며 이렇게 말하고는 남은 음식을 입에 밀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내일 오전에 호그스미드 역으로 갈때 보자!"


통스가 작별 인사를 하고 연회장을 나간 뒤, 찰리도 해그리드를 만나서 용과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며 나갔고, 이제 테이블엔 루시엔과 로완, 빌, 벤만 남았다.


"오늘 저녁에 너희는 그동안 시험 공부하느라 못한 데이트를 하러 가겠지?"


루시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로완과 빌을 향해 이렇게 묻자, 빌이 유쾌하게 외쳤다.


"빙고! 우린 오늘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 가보기로 예약해놓았어. 너희가 그곳에서 첫 데이트를 한 이후로 우리도 가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너무 바빠서 미처 가볼 시간이 안 났었거든."


"그래, 거기 데이트하기엔 정말 좋은 장소야. 방해꾼만 없으면 말이지. 큭큭큭."


루시엔이 자신의 첫 데이트를 회상하며 쿡쿡 웃었다.


"루시, 넌 뭐 할거야? 저녁에 윙거랑 안 만나?"


로완이 이렇게 묻자, 루시엔이 대답했다.


"만나긴 하는데, 우린 저녁 식사 끝나고 음.. 각자 할일 좀 하다가 만나기로 했어. 그래서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호그스미드에 가서 쇼핑이나 할까나..."


두 사람이 밤에 루시엔의 방에서 만나기로 한건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 루시엔은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러자, 벤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자, 호그스미드."


"너도 뭐 쇼핑할 거 있어, 벤?"


루시엔이 물어보자, 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벤이 결연한 얼굴과 그의 말을 들은 루시엔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로완을 마주보았고, 로완 역시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로완과 빌은 데이트를 위한 단장을 하기 위해 각자 기숙사로 돌아갔고, 루시엔은 벤과 함께 호그스미드로 향하게 되었다.


그들은 아직 많이 붐비기 전에 스리 브룸스틱스에 있는 한 구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로즈메르타 부인이 와서 주문을 받아간 후, 벤은 두려운 얼굴로 주저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네가 아직 나를 온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거 나도 알아..."


벤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걸까 궁금해하던 루시엔은 벤이 뜻밖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어.... 그... 그렇긴 했지...?"


"그동안 나도 기억해내려고 많이 노력해봤어. 그리고 정말 내가 그때 어떻게 너를 공격하게 되었는지, 그 일은 아직도 기억이 안 나지만 누군가 낯선 목소리가 나에게 임페리우스 주문을 걸던 순간이 떠올랐어."


"뭐?! 그럼 정말로 임페리우스 저주에 걸려서 그렇게 행동했었던 거란 말이야?"


"그런 것 같아. 그리고 내 추측인데, 이렇게까지 그 뒤의 기억이 마치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싹 사라진 것을 보면, 아마도 기억력 마법에도 걸렸던 것 같아. 이건 내가 정말 기억할 수 없는 부분이라 추측일 뿐이지만..."


벤이 두려운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주도면밀한 녀석이네. R이라는 사람 말이야."


그때, 그들이 주문한 시원한 버터 맥주가 나왔고, 그들은 버터 맥주를 마시며 잠시 목을 축였다.


"맞아... 하지만, 이런 흐릿한 기억의 잔상이라도 무언가 네게 도움이 되길 바라서 너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루시엔."


"정말 고마워, 벤."


"아냐, 내가 널 지킬 수 있을만큼 대단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늘 미안해... 그래서 이런거나마 돕고 싶었어.


벤이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루시엔은 얼른 그의 어깨를 붙잡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아냐,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벤."


"그냥 내 기분 맞춰주느라 그렇게 말하는거 다 알아. 나도 안다고. 내가 얼마나 한심한 겁쟁이인지..."


그렇게 말하는 벤의 목소리가 점차 움츠러들었고, 결국 고개를 떨구는 벤을 보며 루시엔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있잖아, 벤. 누구에게나 두려움은 어느 정도씩 가지고 있어. 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마주하고 그걸 인정하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해... 그런 면에서 넌 정말 용감한 사람이야, 벤. 그걸 잊지 말아줘."


그러자 벤이 서서히 고개를 들며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물었다.


"정말...?"


"응, 정말로."


루시엔이 진심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태도에서 벤은 실낱같은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고마워, 루시엔. 하... 나도 정말 강해지고 싶다... 강해져서 널 거뜬히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만으로도 고마워, 벤. 하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 지킬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벤이 시무룩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이 장난스럽게 그를 나무랐다.


"씁! 오늘같이 즐거운 날 걱정은 그만! 내일이면 집에 가는 날이잖아, 한동안 못 보는데, 이 순간을 즐겨야지!"


그러자 벤이 걱정을 내려놓고 피시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루시엔. 오늘 만큼은 아무 걱정없이 즐길래."


그들은 앞에 놓인 버터 맥주가 바닥을 보일 때까지 벤이 무서워하지 않는 것들을 주제로 즐거운 이야기만 했고, 탤벗과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호그와트 성으로 돌아왔다.



한편, 연회장을 나갔던 바나비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음울한 얼굴로 검은 호수로 향하는 중이었다.


"휴......"


아까 자신의 눈치를 보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대강 털어놓는 루시엔의 모습이 떠오르자, 그는 또 다시 한숨이 푹푹 나왔다.


그녀의 옆자리에 서는 사람은 부디 자신이었으면 했는데...


"탤벗 윙거, 부러운 새끼."


그녀가 털어놓은 그동안의 이야기 속에서 탤벗 윙거 그 자식은 정말 교묘하게도 자신의 눈을 피해 차곡차곡 그녀와의 인연을 쌓아오고 있었다.


그는 괜히 심술이 나서 발에 채이는 돌멩이 아무거나 힘껏 뻥 차버렸다.


마치 그 돌멩이가 탤벗 윙거의 예쁘장한 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내 자식이 그런 예쁘장한 면상이라니, 게다가 길쭉길쭉하기만 한 몸매는 또 어떻고.


자고로 자신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질에 남자답게 잘생겨야지.


그러니까 자신이 호그와트의 다른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머릿속으로 그를 한껏 깎아내리며 정신 승리를 해 봤자, 결국 그녀의 마음을 얻은 승리자가 탤벗 윙거 그 자식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머저리같이..."


원래도 자신이 바보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진짜 온 세상의 바보천치를 모아놓은 것보다도 자신이 더욱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녀를 정말 위하는 것이라면 그녀의 행복을 바라며 기뻐해줘야 할텐데, 자신은 아직도 구질구질하게 이런 꼴을 보이고 있다니.


루시엔 얼굴을 다시는 안 볼것도 아니면서, 그럴 때마다 이렇게 바보같이 굴면 어떻게 그녀와 친구로라도 남아있을 수 있을까.


스스로가 너무나도 한심했다.


그는 다시 한번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답답한 마음을 안고 호숫가에 있는 널따란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바나비!"


그가 고개를 돌려보자, 페니가 달려오고 있었다.


"페니? 무슨 일이야? 설마 루시엔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다급하게 달려오는 페니를 보니, 그새 혹시 루시엔한테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닐까 걱정이 덜컥 들었다.


그의 앞에 멈춰선 페니가 숨을 헉헉거리며 고개를 도리질쳤다.


"헉헉...! 아니, 그런건 아니고.... 헉헉."


"그럼 무슨 일인데?"


"넌 괜찮아?"


"......"


페니가 느닷없이 이렇게 물어보자, 바나비는 잠시 뭐가 괜찮은 것에 대한 질문인지 머리를 굴려보았다.


하지만, 머리를 아무리 굴려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어. 뭐가 괜찮은건지 괜찮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의 대답에 페니는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그의 옆 자리에 앉더니, 눈 앞의 호수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그렇게 있어도. 무슨 말이든 하고싶으면 해도 돼. 난 그냥 옆에서 들어줄테니까."


이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앉아있는 바위에라도 털어놓아볼까 고민하던 그에게, 페니의 제안은 솔깃했다.


"정말...? 혹시 말인데, 다른 사람...한테 얘기할거야?"


그가 머뭇거리며 이렇게 묻자, 페니는 그가 말하는 '다른 사람'이 루시엔인 것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 있었던 일은 내가 만드는 모든 마법약에 걸고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맹세할게."


"고마워, 페니."


바나비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다시 음울한 얼굴로 돌아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중간 중간 맞장구만 쳐주며 인내심있게 끝까지 그의 복잡한 심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나니, 어느덧 시간이 꽤 흘러 저녁별이 밝게 빛나는 무렵이 되어 있었다.


바나비는 한결 개운한 표정으로 고마움을 담아 페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털어놓으니까 왠지 후련한 것 같아. 고마워, 페니."


"별말씀을. 친구 좋다는게 뭐겠어."


페니도 그의 표정이 한결 나아진 것을 보고는 환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루시엔의 절친이라 그런걸까, 친구는 닮는 다더니...


별빛 아래 페니의 상냥하고 환한 미소를 보니 왠지 또 루시엔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는 또 다시 마음이 쓰라린 것처럼 아프면서도 그녀를 닮은 미소에서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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