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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73: 면담

루시엔 아리아 2022. 5.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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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다음 날 아침, 비온 뒤 청명한 하늘처럼 개운한 컨디션으로 일어난 루시엔은 자신의 침대 맡에 불편하게 엎드려 잠이 든 탤벗을 발견했다.


그는 밤새 그녀를 간호하다가 잠이 들었는지, 손에는 아직 물기가 조금 남아있는 수건을 쥐고 있었는데, 루시엔은 그 모습을 보며 살짝 코끝이 찡한 감동을 받았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직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까진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를 깨우지 않으려 노력하며 침대에서 내려왔고, 담요를 가져와 그의 몸 위에 살짝 잘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그의 곁에 앉아서 조용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자고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쩜 저렇게 자는 모습도 천사같이 예쁠까! 누구 남친인지 정말 잘 생겼네.'


짙은 눈썹, 감긴 눈 아래로 길고 촘촘하게 박혀있는 짙은 속눈썹과 오뚝한 코, 날렵한 턱선이랑, 보기 좋은 입술까지.


그녀는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한번 확인하고는 이제 슬슬 등교 준비를 하기 위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손목이 탁 붙잡히는 느낌에 루시엔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앗...! 탤벗! 깜짝이야...! 일어났어?"


"왜 벌써 가?"


"뭐...?"


"더 보고 있으라고 일부러 자는 척하면서 가만히 있었던 건데."


"......!"


그가 쿡쿡 웃으며 일어났고, 당황하여 토마토처럼 얼굴이 붉게 물든 그녀를 당겨와 품에 꼭 끌어안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루시엔은 그의 품 안에서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대체 언제 깬거야...?"


"네가 담요 덮어줬을 때. 이젠 좀 괜찮아?"


"응. 덕분에 괜찮아졌어. 고마워, 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하자, 그는 이제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향해 고개를 기울이며 속삭였다.


"별말씀을... 그럼 이제 키스해도 돼?"


그의 짓궂은 속삭임을 들은 루시엔은 목을 가다듬더니 뺨을 붉히며 괜히 부끄러움에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크흠...! 그런건 일일이 물어보고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녀가 부끄러운 듯이 몸을 배배꼬며 말끝을 흐리자, 그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쿡쿡 웃으며 그녀의 얼굴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애정이 듬뿍 담긴 부드러운 입맞춤이 이어졌다.


뒤이어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키득거리고, 무어라 속삭이며 다시 한번 꼭 끌어안는 포옹이 이어진 뒤...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한번 흘끗보더니 아쉬움을 달래며,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시간이 너무 빨리갔다.


"그럼 이따가 수업 시간에 봐, 내 사랑."


루시엔은 그의 말에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는 이 행복한 순간 속에 영원히 갇혀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독수리로 변하여 창밖으로 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금요일인 오늘 오후는 4학년 학생들의 기숙사 사감 선생님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루시엔은 며칠 전 바디아와 금요일 오후에 플리트윅 교수님과의 면담이 끝나고 호그스미드의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만나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을 잡아놓았다.


그리고 대망의 금요일 오후, 루시엔은 몇몇 다른 래번클로 친구들과 함께 플리트윅 교수님의 개인 사무실 앞에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면담 순서는 성 씨의 알파벳 순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지금 플리트윅 교수님의 사무실 안에는 바디아 알리가 면담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면담에서는 무슨 말을 하실까?"


로완이 묻자, 튤립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이번에도 뻔하겠지 뭐... 그래도 난 장난 치는걸 포기할 수 없어! 이건 내 지루한 삶의 유일한 낙이니까! 플리트윅 교수님께도 이 부분을 잘 설명해드리면 어느정도는 납득하실거야."


"난 지난번 면담에서 플리트윅 교수님이 퀴디치와 패션에 대한 열정만큼 학업에도 충실하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우리가 기숙사 퀴디치 우승컵을 따냈으니 플리트윅 교수님도 어느 정도는 눈감아 주시겠지."


안드레가 밝은 얼굴로 웃으며 말하자, 루시엔도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걱정어린 얼굴로 말했다.


"난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려나... 설마 작년처럼 저주받은 금고 문제에 대해 주의를 주시고는 엄마한테 편지를 보내시는건 아니겠지! 그때 엄마한테 호울러를 받은 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창피했었는데...!"


"괜찮을거야, 루시. 넌 훌륭한 모범생이니까 별일 없을거야."


탤벗이 그녀를 안심시키며 자연스럽게 건넨 말에 다른 친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루시?! 이젠 공개적으로 서로 애칭으로 부르기로 한 거야, 윙거?"


안드레가 킬킬거리며 묻자, 탤벗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로완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루시라는 애칭은 루시엔의 부모님이랑 나를 포함한 소수의 가까운 몇몇 여자애들만 부르는 애칭이었는데... 이젠 윙거한테도 허락된다니, 왠지 허탈한 느낌이야. 곱게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허전한 마음이랄까..."


그러자 루시엔이 눈을 도르륵 굴리더니 로완에게 말했다.


"너무 오버하지마, 로완. 너도 빌한테 부르는 애칭이 있을거 아냐."


"아니, 우린 그냥 이름으로 불러. 이참에 우리도 애칭 같은걸 만들어보자고 할까..."


로완이 무슨 애칭으로 부르는게 좋을까 고민에 빠지는 사이, 어느새 루시엔 아리아의 면담 차례가 되었다.


바디아가 사무실 밖으로 나오며 그녀에게 들어오라고 알려주었던 것이다.


"플리트윅 교수님이 들어오라고 하셔. 그럼, 이따 호그스미드에서 봐, 루시엔."


바디아가 생긋 웃으며 인사하고는 미술 도구를 챙겨들고 남는 시간동안 스케치를 하러 어디론가로 향했다.


루시엔은 바디아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탤벗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걱정 말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플리트윅 교수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맞은 편에 앉아서 홍차랑 다과라도 들렴, 아리아 양."


플리트윅 교수의 사무실 안에는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 있었고, 자신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책상과 의자, 그리고 사무실 한켠에는 학생들과 면담할 때 사용하기 위해 놓아둔 우아한 티테이블이 있었다.


플리트윅 교수는 루시엔에게 티테이블에 앉을 것을 권하며, 반대쪽 맞은 편 의자에 앉아서 학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따뜻한 홍차와 귀엽고 앙증맞은 춤추는 머핀과 생강 쿠키들을 마법으로 소환했다.


"감사합니다, 플리트윅 교수님."


루시엔은 매번 기숙사 사감 선생님과의 면담 시간마다 긴장해서 들어오곤 했지만, 이렇게 플리트윅 교수의 배려가 담긴 다과를 들면서 차츰 긴장을 풀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다가 작년엔 결국 엄마의 호울러를 받는 결과에 이르긴 했지만.


루시엔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홍색 아이싱과 다크 초콜릿에 여러가지 색색깔 식용 데코 과자가 박힌 생강 쿠키 하나를 집어들어 오독오독 깨물어 먹기 시작했고, 따뜻한 홍차와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요즘 학교 생활은 어떠니, 아리아 양? 다른 교수님들께 전해듣기로는 모든 수업에서 최우등생인 모범적인 학생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더구나. 특히 지난번 신비한 동물들이 풀려나 성 안을 돌아다니던 때에는 케틀번 교수님을 도와드리기도 하였고. 훌륭하구나, 아리아 양."


"별말씀을요. 헤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이라고 했던가, 플리트윅 교수는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면담을 즐거운 시간으로 이끌어 나가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기숙사 사감이었다.


"지난번 퀴디치 결승전에서의 활약도 아주 인상깊었단다. 마지막에 결정적인 골을 득점해서 우승에 큰 기여를 했었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손에 땀이 나는 것 같단다!"


"칭찬 감사합니다, 플리트윅 교수님."


루시엔은 플리트윅 교수의 칭찬에 기분 좋게 웃으면서 홍차를 홀짝이며 희망적으로 생각했다.


'이번 면담에서는 별 탈 없이 잘 넘어가려나보다..!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해온 보람이 있네!'


"그런데, 내년부터는 방과 후 혼자 남는 벌을 받게 되었다고 교장 선생님께 전해들었다. 학기가 시작되는 9월 1일부터 무기한이라던데..."


'보람은 개뿔...!'


그녀는 살짝 금이간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머리를 굴려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네, 교수님. 내년부터 벌을 받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벌을 받으면서 열심히 반성해서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그래, '수업 시간 만큼은 모범적인' 아리아 양이 이번 벌로 교훈을 얻을 수 있기를 다시 한번 믿어보자꾸나. 이번엔 다르길 바라마."


플리트윅 교수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핀을 더 권하며 홍차를 한잔 더 따라주었다.


'이 행동의 의미는...!'


플리트윅 교수가 홍차를 한잔 더 따라주며 다과를 더 권하는 것은 아직 할 얘기가 남았다는 것이라는걸 지난 4년간의 경험으로 터득한 루시엔이었다.


루시엔은 이번엔 플리트윅 교수님이 어떤 화제를 던질지 마음 속으로 긴장하며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요즘 교내에서 이성 교제와 관련한 소문이 있던데, 아리아 양."


"커헙..! 켁켁...!!"


루시엔은 이 문제가 거론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사레에 들리며 홍차를 약간 쏟기까지 했다.


"저런... 혼내려는게 아니니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리아 양. 스코지파이!"


플리트윅 교수는 루시엔이 흘린 홍차를 마법으로 말끔하게 없애버린 뒤, 다시 새로운 찻물을 채워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나는 래번클로 기숙사 사감으로서 너와 윙거 군이 교제하기 시작한 걸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란다. 왜냐하면, 너희 부모님도 그렇고 수많은 학부모들에게도 호그와트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진 역사가 있기 때문이지. 다만..."


'다만...?'


무슨 말이 나올까 점점 불안감이 싹트던 때, 플리트윅 교수가 말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학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건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단다. 너희 나이에 맞게 말이지."


"그런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교수님. 왜냐하면 저희는 저희 나이에 맞게... 음... 선을 잘 지키면서 교제하고 있거든요. 저도 그렇고 탤벗도 그렇고요."


'정말로 우리가 선을 잘 지키고 있는 거겠지...? 사실 그 선이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는 너무 어렴풋하지만...'


루시엔은 고백하던 날 분위기와 감정에 휩쓸려 그와 나누었던 격정적인 키스를 떠올리며, 그 정도는 '선'을 넘지는 않은 거라며 마음 속으로 스스로 합리화했다.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혹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게 될까봐 염려되어 미리 주의를 준 것 뿐이란다. 맥고나걸 교수님도 윙거 군의 후견인으로서 윙거 군에게 따로 이야기를 하시겠지만, 나도 너희들을 맡고 있는 기숙사 사감으로서 주의를 주지 않을 수 없구나. 부모님께도 교제 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렸니?"


"음... 그게... 저희가 교제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저희 부모님께는 제가 직접 말씀드리고 싶으니, 교수님께서는 '절대로' 저희 부모님께 편지로 '미리' 알려주시지 않길 바라요."


루시엔이 작년의 일을 떠올리면서 특별히 강조하며 말하자, 플리트윅 교수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이건 저주받은 금고같은 문제는 아니잖니. 네가 알아서 잘 할거라 믿고, 네 결정을 존중한단다."


그 뒤로 성적과 표준 마법사 시험을 위한 다음 학기 수강과목 선택에 관하여 몇 가지 사소한 이야기가 더 오고갔고, 루시엔은 찻잔에 담긴 홍차를 다 비우고 나서 꾸벅 감사인사를 하고는 사무실을 나왔다.


"휴... 끝났다. 안드레 이구! 이제 너 들어오래."


안드레가 그녀와 바통 터치를 하며 플리트윅 교수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루시엔은 그곳에 남아있는 로완과 탤벗, 튤립과 함께 면담 내용에 관해 수다를 떨었다.


로완은 자기도 그런 주의를 들었었다며 별거 아니라고 말해주었고, 모든 규칙과 통제에 반항적인 태도를 가진 튤립은 너희는 그 '선'을 넘을 생각 없냐며 놀려댔다.


탤벗은 그런 튤립에게 진지한 얼굴로 "난 내 여자 친구를 소중하게 아껴줄거야." 라고 대답하여 튤립을 한방 먹였고, 튤립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며 진저리를 쳤다.


루시엔과 로완은 옆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킬킬거렸다.


시간이 흘러 튤립 카라수, 로완 칸나에 이어 드디어 탤벗 윙거의 차례가 되었다.


루시엔은 그가 면담을 끝내고 나올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그의 면담이 끝나면 바디아를 만나러 함께 스리 브룸스틱스로 가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잘 하고 와, 탤. 기다리고 있을게."


그녀가 이번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하자, 탤벗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대신 그녀의 손을 한번 꼭 잡아주었다가 플리트윅 교수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면담하러 들어간 동안 루시엔은 사무실 밖 복도의 벽에 기대어 시험 대비 필기해둔 공책을 읽으면서 기다렸다.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후, 탤벗이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인지 살짝 상기된 뺨을 하고 나와서 루시엔을 찾았다.


"루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냐, 잘 끝내고 왔어? 이제 스리 브룸스틱스로 갈까?"


"미안한데, 오늘 그 자리엔 너 혼자 가야할 것 같아. 나는 곧바로 맥고나걸 교수님과도 면담을 하러 가게 되었거든. 방금 막 플리트윅 교수님이 그렇게 전달해주셨어."


그가 미안해하며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그렇다면 얼른 가봐야지. 난 걱정말고 맥고나걸 교수님이랑도 면담 잘 하고와! 무언가 중요한 하실 말씀이 있나보네."


그러자 그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음... 중요한 말씀일 것 같기는 한데... 나중에 얘기해줄게. 조심히 잘 다녀와, 루시."


루시엔은 알겠다며 어서 가보라고 그를 보냈고, 탤벗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나중에 보자고 작별 인사를 하고는 변신술 교실로 향했다.



홀로 스리 브룸스틱스에 도착한 루시엔은 금요일 저녁이라 꽤 붐비는 술집 안에서 한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아서 스케치를 하고 있는 바디아를 찾아냈다.


"안녕, 바디아. 만나줘서 고마워."


"안녕, 루시엔. 나야말로."


루시엔이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잡고 앉자, 로즈메르타 부인이 그들의 테이블에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


음료가 나오기 전까지 시답지 않은 일상 이야기와 안부를 묻다가, 시원하고 달콤한 버터 맥주가 한 잔씩 앞에 놓이자, 루시엔은 용기를 내어 바디아에게 본론을 꺼냈다.


"사실 내가 너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만나달라고 했어..."


바디아는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깜빡이며 버터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탤벗을 좋아하고 있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네게 말해주는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넌 나의 좋은 친구니까... 사실, 나랑 탤벗은 얼마 전부터 사귀기 시작했거든... 그러니까 너도 부디 다른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


그 말을 듣자, 바디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고마워, 루시엔. 네 입으로 그 소식을 직접 전해 들으니 정말 기쁘다!"


"뭐...? 화나거나 슬프거나... 그런 게 아니고...?"


루시엔이 의아해하며 묻자, 바디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너희가 사귀는데 내가 화나거나 슬퍼야 하는 거니?"


"음... 네가 탤벗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설마, 그게 아닌거야...?"


"물론 난 탤벗이 좋아. 너도 좋고. 왜냐하면 너희 두 사람은 나에게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거든!"


바디아가 활짝 웃으며 한 말에 루시엔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말 그대로야."


바디아가 환하게 웃으며 스스로 버터 맥주 잔을 들어 그녀의 잔에 '짠!' 하고 부딪히고는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면 그때... 연회장에서 나한테 말했던건 뭐야? 탤벗한테 매달리고 공들이고 있다며..."


"아... 그거 말이지. 그때 탤벗한테 '모델이 되어달라고' 매달리고 공들이고 있었는데, 걔가 너한테 정신이 팔려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지 뭐야. 그래서 내가 살짝 도와줘봤지. 난 너희가 좋으니까!"


"도와줬다고...?"


"응! 질투심을 자극하는 것은 훌륭한 사랑의 촉매제가 되어주거든! 하하하. 예술가란 자고로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법이지."


"아... 그래서... 그런..."


그제서야 루시엔은 그때 자신이 바디아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바디아의 말을 듣고 난 뒤, 자신이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도 떠올랐다.


그러자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정말로 바디아의 의도대로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닫자, 그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바디아, 결과적으론 네 덕분에 우리가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네...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맙지?! 그치?!!"


바디아가 눈을 빛내며 이렇게 묻자, 루시엔은 왠지 무언가 덫에 걸려든 것 같은 기분에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응...?"


"고마우면 고마운 만큼 '많이' 내가 그릴 작품의 모델이 되어줘! 너랑 탤벗 둘 다!"


그렇게 말하며 바디아는 정말 행복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이 말을 들은 루시엔은 물론이고 나중에 루시엔을 통해 이 사실을 전해듣게 된 탤벗 또한 바디아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마음을 확인하고 고백하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 데에 바디아가 도와준 공이 정말로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루시엔과 탤벗은 이를 알고 난 이상, 바디아의 도움을 모른척 넘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것 또한 결국 영리한 바디아가 의도한 대로 되어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바디아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두 사람의 사랑이 앞으로도 쭉 변치 않기를 기원해주었고, 루시엔은 오해를 풀고 다시 바디아와 좋은 친구가 되어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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