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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74: 열다섯 번째 생일

루시엔 아리아 2022. 5.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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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바디아와의 만남이 일단락 된 이후, 루시엔은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자신이 오해하고 있던 것을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그리고 차츰 주변 친구들에게 사귀는 사실을 직접 알리는 것을 마무리하자, 루시엔과 탤벗은 이제 친한 친구들이 자신들이 커플인 것을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직접 알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애정 표현을 자제하긴 했다.


하지만, 소문이 악마의 화염처럼 퍼지는 호그와트에서 이제 그들이 사귀는 것을 모르는 학생들은 거의 없게 되었다.


이것에는 페니의 입김이 컸는데, 바나비와 바디아까지 루시엔과 탤벗이 사귄다는 사실을 루시엔에게서 직접 듣고 난 이후, 페니는 더이상 거리낄게 없자 신이 나서 소문을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루시엔은 딱히 페니를 말리지 않았고, 그 결과 소문은 돌고 돌아 거의 모두에게 알려졌다.


처음에 탤벗은 모두의 관심과 호기심 속에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는게 썩 달갑지는 않았지만, 루시엔에게 더이상 집적거리는 녀석이 생기지 않게 될 거라는 생각에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래서 그 역시도 페니를 말리지 않았다.


그리고 공개적인 곳에서 가끔씩 애정이 흘러넘쳐 숨기려고 노력해도 잘 숨길 수 없을 때,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아주 조금이지만 덜 보게 되었다는 것도 그에겐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의 커다란 행복이 되었다.

 



루시엔과 탤벗은 기말 고사 시험 공부를 시작하면서, 지난 학기 기말 고사를 함께 공부했던 것처럼 그녀의 방에 모여서 같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난 번과 비슷하면서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두 사람은 이제 오후 수업이 끝나면 함께 식사를 챙겨가지고 그녀의 방에 모여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대외적인 명목은 식사 시간도 아껴서 열심히 공부하자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조금이라도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였다.


왜냐하면 기말 고사가 끝나면 곧 여름 방학이 시작될 것이고, 그러면 한동안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비록 마법 손거울로 연락할 방법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함께 있는 시간과는 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루시엔은 지난 학기 기말 고사 기간에 왜 로완이 그렇게나 기숙사 방에도 안 들어오고, 열심히 도서관에서 죽치고 있으면서 빌과 함께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루시엔과 탤벗은 래번클로 사감 선생님인 플리트윅 교수님과의 면담 이후, 이성 교제에 있어서 나름대로 '선'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탤벗은 플리트윅 교수님과의 면담 이후 맥고나걸 교수님과도 면담을 하게 되었었는데, 그때 어떤 말을 들었는지 탤벗은 루시엔에게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대강 짐작만 할 뿐이었다.


탤벗은 원래도 그녀를 소중하게 대하긴 했었지만, 그 면담 이후로 이젠 그녀가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소중하게 대했다.


게다가 키스를 할 때도 언제나 가볍고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고, 처음 고백한 그날처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딥키스로 발전하기 전에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서 자제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보아하니, 아마도 맥고나걸 교수님에게서 데이트 예의 범절과 건전한 이성 교제에 관해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것 같았는데, 루시엔은 마음 한편으로는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점점 더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그와 함께 누릴 달콤한 시간들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올 날들을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탤벗은 때때로 그녀에게 자신이 직접 지은 짤막한 사랑시를 부엉이 이실을 통해 전달해주는 취미에서 자그마한 기쁨을 찾았다.


루시엔은 종종 이실이 탤벗이 전해주는 사랑시가 배달될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았는데, 그의 모습을 꼭 닮은 것 같은 단정한 필체가 노래하는 내용은 때로는 애끓는 절절한 마음, 열정 가득한 마음, 두려운 마음, 기쁘고 슬픈 마음 등 여러가지 색채를 띠고 있었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그녀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았다.


그녀는 언제나 그가 보내준 사랑시를 곱게 펴서 '사랑시 전용 앨범' 안에 하나씩 소중하게 스크랩해서 보관하기 시작하였다.


이 앨범은 루시엔이 탤벗 몰래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 사랑시 전용 앨범 안에는 지금까지 탤벗이 루시엔에게 보내준 모든 사랑시가 빠짐없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탤벗은 루시엔이 자기가 보내준 사랑시를 어딘가에 보관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빈 상자같은 곳에 대강 넣어둔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루시엔은 굳이 자신이 스크랩북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진 않았다.


여튼, 탤벗은 이런 취미 덕분에 루시엔의 부엉이인 이실과도 매우 친해졌다.


이실은 탤벗이 자신을 통해 루시엔에게 전달하는 편지가 늘 그녀를 기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 중요한 편지를 언제나 다른 부엉이들도 아닌 자신에게만 맡겨주는 탤벗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손재주가 좋은 탤벗은 이실에게 편지를 부탁할 때마다 늘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는 부엉이 먹이를 주었는데, 주인인 루시엔이 가게에서 사오는 부엉이 간식보다는 사실, 탤벗이 주는 수제 먹이가 훨씬 더 맛있었다.


오늘도 탤벗이 루시엔에게 보낼 사랑시를 이실의 다리에 매달아주며 망토 주머니 속에서 부엉이 먹이가 담긴 자그마한 주머니를 꺼내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이실의 눈망울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맛있는거...!!'


"부엉...!"


아무래도 숲속에서 야생의 삶을 경험해본 탤벗 독수리인데다가 손재주까지 좋으니 부엉이 이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탤벗은 이실에게 부엉이 먹이를 먹여준 뒤, 착하다는 듯 깃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어떻게 아는건지 딱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손처럼, 탤벗은 늘 이실이 좋아하는 부위를 쓰다듬어주었다.


"착하지 이실, 오늘도 루시엔에게 전달해줘."


"부엉부엉!"


'맡겨만 달라, 인간!'


이실은 힘차게 대답하고는 날개를 펼치고 주인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탤벗이 루시엔과 매우 친밀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영리한 이실은 탤벗을 마음속 세 번째로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언제나 이실의 영원한 첫 번째는 자신에게 멋진 이름도 지어주고 언제나 칭찬과 간식을 잊지 않고 주는 상냥한 루시엔이었고, 두 번째 주인은 그런 루시엔을 만나게 해준 루시엔의 어머니 르웬이었다.


그 수많은 부엉이들 중에서 특별히 자신을 고른 것을 보면 르웬은 대단한 안목을 가진 인간임이 분명했다.


루시엔의 아버지인 에시르는 탤벗에게 밀려나 이실의 마음 속에서 네 번째였으니, 그에 비하면 탤벗은 엄청난 인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절대로 탤벗이 주는 부엉이 간식이 특별히 맛있기 때문은 아니다.


자신은 영리하고 충성스러운 부엉이니까!


암, 그렇고 말고.



6월, 기말 고사와 학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올해도 어김없이 루시엔의 생일이 도래했고, 올해도 루시엔은 절친한 친구들에게서 조촐하게 생일 축하와 함께 자그마한 선물들을 받았다.


루시엔의 생일은 하필이면 늘 호그와트의 기말고사 막바지 일정과 겹쳤기 때문에, 그녀의 생일날 당일에는 다른 아이들 모두 정신없이 바빴다.


그래서 루시엔도 래번클로 테이블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친구들이 잊지않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였고, 올해에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루시의~ 생일 축하 합니다~!"


"열다섯 번째 생일 축하해, 루시엔!"


"생일 축하해, 루시엔!"


비록 화려한 케이크나 대단한 선물들이 없어도, 루시엔은 친구들이 샌드위치를 가운데에 케이크처럼 쌓아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에도 무척 기뻐하며 감동했다.


"고마워, 얘들아! 올해도 기말 고사 때문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챙겨줘서 감동이야!"


환한 얼굴로 루시엔은 친구들을 하나씩 돌아보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가 앉아있는 래번클로 테이블에는 로완과 빌, 페니, 통스, 튤립, 바나비, 벤, 찰리, 안드레, 바디아, 그리고 탤벗이 함께 있었다.


"야! 그런 소리하면 섭하지! 이렇게밖에 축하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우리가 얼마나 미안하고 아쉬운데."


로완도 이때만큼은 책을 잠시 멀리 놓아두고는, 옆에서 루시엔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타박했다.


"그래, 루시엔. 시험이 다 끝나면 우리 다같이 호그스미드에 가서 제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빌도 옆에서 이렇게 거들자, 루시엔이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됐어, 난 정말로 괜찮아. 어차피 시험 끝나면 내 생일은 다 지난 이후인데 뭐. 이렇게 축하받았으면 됐지! 그리고 시험 끝나고나선 여름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빌이랑 로완 너희는 밀린 데이트하느라 바쁠거 아냐. 올해는 나도 바쁠 예정이야, 훗!"


루시엔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그들은 모두 킬킬거리며 다시 한번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주었고, 한 마디씩 덕담과 미리 준비해온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주었다.


그 후, 그들은 곧바로 샌드위치를 하나씩 집어들고 먹으면서 곧 시작될 마지막 시험들을 대비한 마지막 벼락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루시엔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녀도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들고 먹으며 눈으로는 부지런히 정리해둔 필기 노트를 훑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탤벗은 마음속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였고, 그녀를 위해 제대로 생일 축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까 그녀가 말한 대로, '바빠질 예정'이라니 자신도 남자 친구로서 그녀의 기대에 부응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말 고사가 끝나고 그 다음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그러니 호그스미드는 집에 가기 전에 쇼핑을 하거나 친구들 혹은 연인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학생들이 잔뜩 몰려들게 분명했고...


탤벗은 남몰래 아무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열심히 무언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루시엔의 생일 당일에는 오전, 오후 각각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험과 약초학 시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마지막으로 오전에 마법 시험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루시엔은 생일은 고사하고 약초학 필기와 실기 시험까지 모두 마치고 지친 몸으로 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방에 돌아오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욕실에 가서 약초학 시험을 보느라 흙투성이가 된 몸을 씻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편한 옷차림으로 방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서 내일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마법 교과서와 필기 노트를 펼치는데,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창가로 고개를 돌리니 갈색 독수리 한 마리가 창틀에 앉아있어서, 루시엔은 얼른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어주었다.


방 안으로 들어오며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탤벗은 루시엔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루시, 오늘 저녁 식사는 잠시 밖에서 먹고 오는게 어때?"


"갑자기 밖에서? 왜? 오늘이 내 생일이라 호그스미드에서 맛있는 저녁이라도 사주려고? 헤헤."


루시엔이 살짝 기대하는 얼굴로 묻자, 탤벗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호그스미드의 레스토랑을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아니야. 대신 너와 함께 가고 싶은 다른 더 좋은 곳이 있어. 같이 갈래?"


"그게 어딘데?"


"나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들 중 하나."


그가 이렇게 대답하자, 루시엔은 눈을 한번 도르륵 굴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한번 잠깐 갔다와보지 뭐. "


두 사람은 독수리 애니마구스로 변신하여 창 밖으로 함께 날아갔다.

 



탤벗은 루시엔을 데리고 호그와트 성과 호그스미드 마을 사이에 있는 깊은 숲 속의 어느 작은 연못가 근처에 도착했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아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었고, 주변은 따뜻한 오후의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풀벌레 우는 소리와 연못가의 개구리 우는 소리만 들리는 평화로운 이곳은 정말 소박하고도 아름다웠다.


"우와...! 이 숲 속에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예쁘다!"


루시엔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하자, 그가 기쁜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여긴 나만 알고 있는 곳이었는데, 이젠 너랑 함께 알고 있는 곳이라고 해야겠지."


탤벗은 망토 주머니 안에서 장난감처럼 작게 만들어온 피크닉 바구니와 물건들을 꺼내놓고 원래 크기로 되돌리는 주문을 외웠다.


"잉고르지오."


그러자, 야외용 작은 테이블과 의자 두 개, 그리고 커다란 피크닉 바구니가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여기서 피크닉을 하자고?"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그가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대답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고? 일단 앉아봐."


"우리 내일 시험 하나 남은 거 잊어버린 건 아니지..?"


"잠시 휴식을 취하면 더 높은 효율로 공부할 수 있겠지."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그는 태연하게 답했는데, 그게 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어서 루시엔은 일단 입을 다물고 앉아서 그가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피크닉 바구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는데, 그것을 본 루시엔은 눈이 동그래질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루시엔을 위한 생일 케이크였다.


새하얀 생크림으로 덮여있고, 그 위엔 시럽에 절인 체리와 다크 초콜릿으로 예쁘게 장식된 자그마한 케이크는 보기에도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어느 틈엔가 그는 요술 지팡이로 케이크 위에 초까지 꽂아놓고 불을 붙였고, 그녀의 앞으로 내밀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루시. 생일 축하 합니다~"


난생 처음 듣는 탤벗이 불러주는 노래는 비록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단순한 생일 축하 노래였지만,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덕분에 의외로 너무나도 듣기 좋았다.


그리고 노을이 지고 있는 아름다운 곳에서 남자 친구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 있다니...


너무나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열다섯 번째 생일 축하해. 어서 소원 빌어야지, 루시."


루시엔은 놀라고 기쁜 얼굴로 넋을 놓고 있다가, 그가 재촉하는 말을 듣고는 정신을 차리고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고는 촛불을 훅 불어서 껐다.


'이 행복이 영원하도록 해주세요.'


"무슨 소원 빌었어?"


그가 미소를 띤 얼굴로 묻자, 그녀는 짓궂은 얼굴로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안 알려줄래. 말하면 소원이 달아나버릴 것 같아."


"뭐?"


그러더니, 그녀는 손가락에 크림을 묻혀서 그의 볼에 재빨리 묻혀버렸다.


"야!"


그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자, 루시엔은 볼에 하얀 크림을 묻히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는 이에 질세라 자신도 손가락에 크림을 묻혀서 그녀의 볼에 똑같이 묻혔다.


"앗! 지금 해보자는거야?"


루시엔이 눈을 도르륵 굴리더니 이번에도 크림을 묻힌 손가락으로 그의 반대쪽 뺨에 묻혔다.


"자꾸 그럴거야? 이렇게 먹을 걸로 장난 치는건 맛있는 케이크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루시엔."


"너도 내 얼굴에 한번 묻혔잖아, 탤벗."


그가 정색한 얼굴로 말하자, 루시엔도 웃음을 참으면서 애써 정색한 얼굴로 대꾸했다.


눈 앞에 양 볼에 생크림으로 연지곤지를 찍은 탤벗의 얼굴을 보니 다시 장난기가 발동할 것 같았지만, 일단 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빨아먹어 보았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 외쳤다.


"헐...! 이거 완전 맛있잖아!"


"그래. 네 생일 케이크니까 허니듀크에서 특별히 주문해왔어. 마음엔 들어?"


그가 눈을 도르륵 굴리고는 이렇게 묻자, 루시엔은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그런 의미에서, 이 훌륭한 케이크로 장난친 것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겠네."


"됐어, 무슨 장난친거 가지고 사죄씩이나..."


하지만 그의 말은 그녀의 기습적인 행동에 의해 끊어지고 말았다.


그녀가 그에게 가까이 몸을 기울여오더니 그의 한쪽 뺨에 묻은 크림을 가볍게 쪽 핥아먹은 것이었다.


말캉한 혀가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진 곳에서부터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피어오른 열기는 그의 얼굴을 금세 새빨갛게 물들였다.


"......!"


루시엔은 당황해서 동그랗게 떠진 해질녘에 물든 루비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진심어린 행복한 미소로 속삭였다.


"고마워, 탤. 덕분에 올해 생일은 정말 특별하고 행복한 것 같아."


"......"


그는 잠시 넋을 잃었다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뒤로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통수를 부드럽게 붙잡아 끌어와 재빨리 고개를 기울였다.


쪽.


이번에 눈을 동그랗게 뜬 사람은 루시엔이었다.


탤벗은 그녀를 향해 장난스럽게 미소지으며 이렇게 속삭였다.


"여기도 묻어있길래. 맛있는 케이크를 낭비하면 아깝잖아."


그러더니 그는 자신의 반대쪽 뺨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것도 네가 책임져."


루시엔은 눈을 굴리더니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와...! 진짜... 넌 못 당하겠어!"


"누가 할 소리. 나야말로 언제나 너한테 휘둘리는데."


"그런 단정한 얼굴로 뻔뻔한 소리를 하다니! 지나가던 참새가 웃겠다."


"그럴리가. 참새들은 독수리를 보고 웃지 않아. 그러니까 어서 책임져줘."


"그래, 내가 묻혀놨으니... 뭐. 어쩔 수 없네."


그녀는 웃음을 참으며 선심쓴다는 듯이 가까이 다가와 다시 그의 반대쪽 볼에 묻은 크림을 쪽 소리나게 흡입해주었다.


그러자 그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석양에 물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 군데서 머물렀다.


그의 루비같은 눈동자에 서서히 욕망이 차올랐고, 그러더니 서서히 고개를 기울여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훔쳤다.


"그게 음... 여기에도... 묻어있길래."


그의 어설픈 변명에 루시엔은 다시 한번 눈을 도르륵 굴리며 새빨개진 얼굴로 키득거렸다.


"오늘은... 많이 자제했네. 큭큭큭."


"당연하지. 널 소중히 아껴주겠다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어."


그가 입을 삐죽거리며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미소띤 얼굴로 물었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지난번 면담하던 날, 그렇게 해야한다고 가르쳐 주신거야?"


"아니. 그것보다도 이건 내 의지야. 지난번처럼 그렇게 자제심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하게되면 곤란하니까... 물론 맥고나걸 교수님의 가르침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긴 하겠지만."


루시엔은 쿡쿡 웃으며 앞에 놓인-비록 모양이 좀 망가졌긴 하지만-케이크를 먹기 좋게 잘라서 내밀었다.


게다가 케이크 위에서 가장 보기좋고 먹음직스러운 커다란 체리도 함께 올려 주었다.


"자, 오늘은 특별히 내 생일이니까 너한테 제일 맛있는 부분을 줄게."


"원래 그런건 생일 주인공이 먹는 거 아니야?"


탤벗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루시엔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일 파티의 주인공이 특별히 주는 거야! 원래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댔어. 그리고, 이렇게 제일 맛있는 부분을 양보해 주는건 찐사랑이라던데,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먹어."


왠지 살짝 주객전도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감동받은 눈빛으로 천천히 그녀가 건네준 케이크를 맛보았다.


그는 원래 단 음식을 좋아했지만, 오늘 그녀를 위해 골라온 케이크는 그동안 주의깊게 살펴본 그녀의 취향에 맞춰 별로 달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케이크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담긴 이 케이크는 지금까지 먹어본 그 어떤 케이크보다도 더 달고 맛있게 느껴졌다.


그는 순수한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맛이야, 네 마음은."


"헉...! 넌 무슨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냐..."


루시엔이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장밋빛으로 물들이며 몸을 배배꼬자, 그가 그녀를 보며 쿡쿡거리면서 기분좋게 웃어댔다.


해가 산 너머로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지는 여름날의 기분 좋은 저녁 시간.


두 사람은 함께 나란히 앉아서 탤벗이 준비해온 음식들을 먹으며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 연못가에 하나 둘씩 반딧불이가 꽁무니에 불을 켜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반딧불이가 어두운 숲 속과 짙은 보라색 하늘을 바탕으로 빛을 점멸하며 날아다니는 광경은, 이젠 어두운 색으로 물든 하늘이 담긴 연못의 수면에도 비추어 마치 마법으로 그린 것처럼 아름다웠다.


"와..!! 이것 봐, 탤! 정말 너무 예쁘다!"


루시엔이 그 광경에 감탄하며 외치자, 탤벗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맞아, 이게 오늘 내가 너한테 주고 싶은 진짜 생일 선물이었어. 이맘때 여기오면 반딧불이들이 이 연못가에 많이 모여들어서 환상적인 광경을 자아내거든.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루시."


"지금까지 받아본 생일 선물들 중에 단연 최고인 것 같아! 너무 멋지다. 정말 고마워!"


루시엔은 감동한 얼굴로 그의 손을 꼭 붙잡고는 그의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었다.


이번에도 그녀의 말이 옳았다.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지금 그가 그녀와 함께 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그가 이 아름다운 장소에 홀로 와서 느끼던 고요한 행복보다 적어도 두 배는 더 큰 것 같았으니까.


탤벗은 맞닿은 그녀에게서 전해져오는 따스함이 좋아서 사르르 눈매를 접어 웃으며 대답했다.


"별말씀을."


환한 얼굴로 수많은 반딧불이가 빛을 내며 날아다니는 광경을 다시 눈에 담는 루시엔,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기쁜 얼굴로 눈에 담는 탤벗에게도 그날 저녁은 또 하나 잊지 못할 보석같은 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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