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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56: 발렌타인데이 (2)

루시엔 아리아 2022. 3.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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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아무것도요.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있었어요." 루시엔은 일단 그들이 말하고 있던 주제를 감추었다.

 

 

"그럼 상당히 지루했겠구나. 놓친 게 오히려 다행이군. 어쨌든 이렇게 마주쳤으니, 파티 준비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말해 보럼."

 

 

지루하다고 생각한 이야기엔 금세 관심을 꺼버린 록허트는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신의 위대한 모험과 신작, 그리고 자신의 훌륭한 외모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기만 했다.

 

 

이젠 귀가 따갑다고 느껴질 때쯤, 록허트는 드디어 "열띤 근황 보고 고맙구나!" 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끝냈다.

 

 

"하지만 저희는 한마디도 안 했는걸요. 혼자 말씀하셨잖아요."

 

 

루시엔이 눈썹을 찌푸리며 지적하자, 록허트는 이를 무시하고 환한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그렇긴 하다만, 너희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히 이해했단다.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구나. 그럼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서 여행, 흡혈귀, 발렌타인!이 시작되면 보자꾸나. 잊지말고 너희들의 이야기도 준비해 오거라!"

 

 

"손님 명단에 대해 질문이 있는데요, 록허트 씨?" 페니도 옆에서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을 던졌다.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구나. 어디엔가 나를 먼발치에서나마 보려고 안달하는 팬들이 있거든! 내 팬들을 실망시킬 순 없지. 그럼 이만 가겠다. 또 보자꾸나!"

 

 

하지만 록허트는 이 말만 남기고는 허겁지겁 스리 브룸스틱스를 나가버렸다. 

 

 

메룰라는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것 같은 록허트의 뒷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수상한데... 정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네. 이제 어쩌지?"

 

 

바나비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제발 장식이라고 해라, 장식이라고 해라, 장식이라고 해라..."

 

 

메룰라는 그를 이상한 사람보듯 쳐다보았고, 루시엔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장식을 하고 싶은데, 바나비?"

 

 

그러자 바나비는 한숨을 폭 내쉬며 대답했다. "종일 붉은 장미 수십 송이를 들고 날랐단 말이야. 가시에 찔린 자국 천지야."

 

 

그러면서 이리저리 할퀴고 찔린 팔을 들어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렇게 열심히 장식을 위한 장미를 엄청 키워냈어! 그러니까 장식을 얼른 해버리고 싶어."

 

 

루시엔은 곰곰이 생각하며 수습생들에게 말했다.

 

 

"그래, 어쨌든 장식을 시작해야겠지... 이 파티의 진상은 파티 때에 파헤쳐도 늦지 않으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나비는 들뜬 얼굴로 환호성을 외쳤다. "좋았어!" 

 

 

안드레는 킬킬거리며 바나비를 보면서 말했다. "바나비가 장미를 어서 해치우고 싶은가 본데..."

 

 

"당연하지! 장미는 예쁜데 왜 이렇게 가시가 많은걸까? 날 찌르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안아줄 수 있을텐데..."

 

 

바나비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얼굴을 하자 탤벗이 말했다. "원래 아름다운 존재들에는 자기 방어를 위한 수단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지."

 

 

"그건 그래... 루시엔도 결투 실력이 엄청 뛰어나니까..." 그러자 바나비는 지난번 결투 연습때 루시엔에게 찰지게 골고루 얻어 맞았던 것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메룰라는 더이상 바보들과 함께 있는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너희들과 오늘 여기서 시간 낭비하는건 이제 그만하겠어. 난 가볼테니까 파티 장식 할때나 불러, 아리아."

 

 

"으응, 알았어. 그럼 안드레는 의상을 준비해주고, 나머지는 내일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 모여서 장식을 시작하자. 모레가 발렌타인데이니까 내일은 장식을 모두 마쳐야 해."

 

 

루시엔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고, 메룰라도 내일 찻집으로 오겠다고 하고는 쌩하니 스리 브룸스틱스를 나가버렸다.

 

 

안드레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먼저 가보겠다고 하고는 스리 브룸스틱스를 나갔고, 이번에도 루시엔, 페니, 탤벗, 바나비 이렇게 4명이 남게 되었다.

 

 

"오늘은... 맞다! 난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 가서 미리 파티를 위해 예약이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겠어." 루시엔이 눈을 도르륵 눌리며 말을 꺼냈다.

 

 

"나도 같이 가 줄게, 루시엔." 페니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고, 바나비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같이 가줄게!" 라고 했다.

 

 

한편, 탤벗은 잠시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난 오늘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 내일 장식 시작할 때 와서 도와줄게." 라고 했다.

 

 

"그래, 알았어 탤벗." 루시엔이 고개를 끄덕이자, 탤벗은 고개를 한번 까닥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제 남은 세 사람은 스리 브룸스틱스를 나와 록허트의 수상쩍은 행동과 파티에 대해 수다를 떨며 마담 퍼디풋의 찻집으로 향했다. 

 


 

찻집에 도착하자, 경쾌한 종소리가 한번 딸랑거리며 울렸고, 찻집 안에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들이 있었다.

 

 

그들이 어색하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문가에 서 있을 때, 마담 퍼디풋이 손님을 맞이하러 나왔다.

 

 

"어서와요, 학생들. 록허트 씨의 행사가 다가오는데 학생들이 언제 장식을 하러 오려나 하던 참이에요."

 

 

마담 퍼디풋이 아는 체를 하며 그들을 반겨주며 묻자, 루시엔이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마담 퍼디풋. 저희는 모레 발렌타인데이 파티를 위해 내일부터 여기 찻집에 장식을 시작할거거든요. 오늘은 예약이 되어 있는지 확인차 온 거에요."

 

 

"물론이죠. 록허트 씨가 부엉이를 보내 발렌타인데이 파티를 위해 예약을 해놓았답니다.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서 보내는 발렌타인데이는 언제나 볼 만하죠!"

 

 

"정말 그럴 것 같네요, 마담 퍼디풋." 페니가 찻집을 둘러보며 미소를 띤 얼굴로 찻집의 분위기를 힐끔 거리며 살폈다. 

 

 

찻집 안에서 데이트를 하던 어떤 한 커플이 자기들만의 세상에 빠져 열렬하게 키스하기 시작하자, 루시엔과 페니는 민망함에 서둘러 고개를 돌리며 마담 퍼디풋에게 말했다.

 

 

"어... 그럼 저희는 내일 다시 올게요, 마담 퍼디풋. 안녕히계세요!"

 

 

루시엔이 살짝 어색한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건네자, 마담 퍼디풋은 인자한 미소를 띤 얼굴로 인사했다.

 

 

"그래요, 학생들. 조심히 들어가요!"

 

 

루시엔은 숨죽여 킬킬거리는 페니와 고개를 갸웃거리는 바나비를 데리고 서둘러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서 나왔다.

 

 

"휴... 민망해 죽는 줄 알았잖아!"

 

 

루시엔이 작게 투덜거리며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길을 걸어가기 시작하자, 페니와 바나비가 그녀의 양 옆에서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곧 발렌타인데이라 그런가, 아주... 열정적이네. 큭큭큭." 페니가 킬킬거리며 말하자, 바나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발렌타인데이 파티에서는 저런거 하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난 너랑만 하고 싶은데, 루시엔..." 

 

 

그의 물음에 루시엔과 페니 둘 다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킬킬거렸다.

 

 

"아냐, 바나비. 사실 나도 여행, 흡혈귀, 발렌타인! 파티에서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절대로 저런건 아닐거라고 확신해."

 

 

루시엔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단호하게 대답한 말에 바나비는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렇구나... 그러면 뭘 하는 걸까? 설마 이번엔 정말로 책에 사인할 수 있는 걸까?"

 

 

그가 들뜬 얼굴로 이렇게 묻자, 이번엔 페니가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차를 마시고, 맛있는 다과를 들고, 참석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거겠지. 보통 파티들은 그렇거든!"

 

 

"그런데, 록허트가 우리보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준비해오라고 했었잖아... 그러면, 혹시 록허트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기소개라도 하는 걸까?"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하며 묻자, 페니와 바나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소개?" "대체 왜? 우린 우리가 누군지 다 알고 있는데?"

 

 

"록허트가 우리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런 대단한 사람이 왜 우리처럼 평범한 학생들을 알고 싶어하는거지?"

 

 

루시엔이 여전히 알쏭달쏭하고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호그와트로 가는 숲길을 걸어가자, 바나비가 옆에서 말했다.

 

 

"그건 네 말대로 파티에서 알아보면 되겠지. 지금은 걱정은 내려놓고 우리가 해야할 일만 하면 돼, 루시엔." 

 

 

"오, 바나비가 웬일로 이렇게 어른스러운 말을 다 하는거야?"

 

 

페니가 킬킬거리며 묻자, 바나비는 어깨를 으쓱하며 뿌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난 언제나 어른스럽고 듬직한 사람이야, 페니. 네가 나를 잘 몰라서 그렇지."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말이지?" 루시엔이 킬킬거리며 옆에서 바나비를 띄워주자, 바나비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긍정했다.

 

 

이때, 루시엔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 좋은 생각이 났어! 우리 정말로 파티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건 어때? 우리가 서로 몰랐던 부분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몰라."

 

 

"겸사겸사 우리 수습생들끼리 친분도 쌓고 말이지? 난 좋은 것 같아! 더군다나 록허트가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는 점도 생각하면 더더욱!" 

 

 

페니가 환한 얼굴로 동의하자, 바나비와 루시엔도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식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지 이야기해보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논의가 끝날 때쯤, 그들은 벌써 호그와트 성에 도착했고, 서로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럼 내일 장식할 때 만나서 다른 애들한테도 이걸 얘기해보자! 내일 봐!"

 

 

"조심히 들어가, 루시!" "잘 자, 루시엔!" 

 


 

다음 날 오후, 장식을 하기 위해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 모인 수습생들은 분주하게 장미 꽃을 엮고, 장식품을 매달기 시작했다.

 

 

루시엔은 바나비가 가져다 놓은 많은 양의 장미를 보며 처음엔 막막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여럿이서 장식을 하니 지루한 일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찻집에 모인 친구들과 함께 장식을 하면서 탤벗과 안드레, 메룰라에게도 자기소개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해주었고, 의외로 메룰라는 그 아이디어를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

 

 

"호그와트에서 가장 강력한 마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야, 뭐. 네가 좋은 아이디어를 낼 때도 다 있구나?"

 

 

"내가 워낙 아이디어가 샘솟잖아! 하하하."

 

 

루시엔이 농담처럼 웃으며 말한 후,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은 어제 바나비와 페니와 함께 수다를 떨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야. 우리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깨달았거든. 그래서 자기소개 시간을 통해 친목도 다지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았어. 록허트가 시작한 파티이긴 해도 결국은 우리가 모두 참석하는 우리의 파티잖아."

 

 

그녀가 이렇게 덧붙인 말에, 장식 리본에 바느질을 하던 안드레와 움직이는 날개달린 아기 천사 모형을 달고 있던 탤벗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좋은 생각이네, 저주 해결사!"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려깊은 아이디어네, 루시엔."

 

 

"그러면 내일 파티 때 각자 자기소개를 준비해오는 걸로 하자! 분량은 자유롭게! 알았지?"

 

 

루시엔이 활기찬 목소리로 이렇게 제안하자, 모두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무렵이 되자, 장식을 다 끝내게 되었고 파티 준비를 마친 찻집은 정말 훌륭하게 보였다. 

 

 

"정말 멋진데?! 우리가 했지만 진짜 대박이다!"

 

 

루시엔이 감탄하며 찻집 안을 둘러보자, 다른 아이들도 뒷정리를 마치고 뿌듯한 얼굴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감상했다.

 

 

"여기서 우리들만 파티를 한다니, 아까울 지경이야. 이런 멋진 곳은 많은 사람들이 와서 봐야되는데..." 페니가 안타까운 얼굴로 화려하게 꾸며진 찻집 안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 몫 만큼 많이 즐기면 되지!" 바나비가 해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바나비. 우리가 그만큼 많이 즐기면 되겠지!"

 

 

루시엔도 동의하며 밝은 얼굴로 대답하고는, 안드레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안드레, 의상은 다 되었어? 혹시 도움이 필요하니?"

 

 

"의상은 거의 다 되었어! 내일 파티 시작 전에 부엉이를 보낼 테니까, 변신술 교실에 와서 입어볼 수 있게 해놓을게!"

 

 

안드레의 대답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

 

 

그들은 이제 뒷정리를 하고는 찻집을 나갔다.

 

 

안드레와 메룰라, 탤벗은 이번에도 각자 일이 있다며 바쁘게 가 버렸고, 오늘도 루시엔과 페니, 바나비 셋이서 함께 호그와트로 돌아왔다.

 

 

"이젠 우리 세 사람이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고정 멤버 같다, 그치?"

 

 

루시엔이 빠른 걸음으로 각자 갈길로 멀어져가는 다른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말하자, 바나비가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 좋은걸! 우리 셋이서 이렇게 오붓하게 숲길을 걷는게 얼마나 자주 있었겠어. 루시엔 넌 저주받은 금고 문제를 조사하느라 바빴잖아."

 

 

"그렇긴 하네... 록허트 덕분에 이런 시간이 생긴걸 감사해야 하나...?"

 

 

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페니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혹시나 힘든 일이 있거든 언제든지 말해, 루시. 우리가 항상 네 곁에 있으니까." 

 

 

"고마워, 페니." 루시엔은 따뜻한 미소를 띤 얼굴로 혼자만의 걱정을 감추며 대답했다.

 

 

그녀는 발렌타인데이의 일이 끝나면 곧 해그리드를 찾아갈 계획을 마음 속으로 세워두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그동안 해왔던 준비 덕분에 애크로맨투라와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게다가 해그리드와 토르부스도 함께 하지 않는가?

 

 

친구들을 위험에 끌어들이지 않고 저주받은 금고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녀는 설령 자신이 좀 다치더라도 애크로맨투라를 혼자 상대하는 위험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루시엔은 페니와 바나비와 함께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호그와트 성까지 걸어갔다.

 


 

그날 밤, 루시엔은 잠들기 전까지 다시 한번 그동안 연습했던 결투 주문을 복습하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탤벗은 요 며칠 동안 대체 무슨 일로 그렇게 바빴던 거지..?'

 

 

그녀는 책과 결투 주문 리스트를 덮고는 책상에서 일어나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는 혹시 연락하기에 너무 늦은 시간은 아닐까 잠시 걱정하다가 마법 손거울을 꺼내어 들고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탤벗."

 

 

잠시 루시엔의 얼굴만 비추고 있던 손거울에 이내 약간 놀란듯한 탤벗의 얼굴이 나타났다.

 

 

"루시엔? 무슨 일 있어?"

 

 

"아니, 별 일은 없어. 그냥 네가 요즘 바쁜 것 같길래... 혹시 너한테 무슨 일이 있는건 아닌가 하고 연락해봤지..."

 

 

그녀가 머뭇거리며 이렇게 대답하자, 탤벗이 안도하는 얼굴로 말했다.

 

 

"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스프라우트 교수님의 온실 돌보기 자원봉사 활동과 관련해서 좀 바쁜 일이 있었거든."

 

 

"맞다, 네가 그때 그 일을 자원했었다고 말했던 것 같기도 하네!"

 

 

그녀가 웃는 얼굴로 머쓱해하며 말하자, 탤벗도 그녀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네가 날 걱정해주니 기분 좋다. 고마워, 루시엔."

 

 

그의 따뜻한 눈빛과 목소리에 그녀는 갑자기 심장께가 간지러운 기분이 들며 뭐라 대답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아서 화제를 돌렸다.

 

 

"별말씀을... 그럼, 지금은 기숙사로 돌아온 거야?" 

 

 

"아니, 아직... 해야할 일이 좀 더 남아 있어서..."

 

 

갑자기 살짝 버벅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은 탤벗을 보며 루시엔은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음...? 온실에 그렇게나 할 일이 많은거야? 내가 가서 도와줄까?"

 

 

"아, 아냐! 괜찮아! 어서 자야지, 루시엔. 시간이 늦었어. 내일 보자!" 그는 급하게 그녀를 만류하며 연락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뭔가 수상한데..?"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그가 얼른 대답했다.

 

 

"수...수상하긴! 이제 막 끝났어. 지금 기숙사 방으로 돌아갈거야. 그러니까 얼른 자, 루시엔. 내일 파티에서 보자!"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잘 자, 탤벗!"

 

 

루시엔이 다시 미소를 띤 얼굴로 밝게 작별 인사를 건네자, 탤벗도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인사를 건넸다.

 

 

"잘 자, 루시엔."

 

 

연락을 종료하고나서 이젠 자신의 얼굴만 보이는 손거울을 들고 루시엔은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흐음..."

 

 

탤벗은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몰랐겠지만, 루시엔은 그의 뒷편으로 살짝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를 보았다.

 

 

"온실 안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나..?" 

 

 

지금까진 한 번도 온실 안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본 적이 없었지만, 뭐...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필요해서 가져다 놓았을 수도 있겠지.

 

 

그녀는 이렇게 생각하며 손거울을 협탁 위에 내려놓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발렌타인데이 당일.

 

 

루시엔은 안드레의 부엉이를 받고 변신술 교실로 향했다.

 

 

변신술 교실 안에 들어서자 안드레가 부산스럽게 그녀를 반겨주며 말했다.

 

 

"어이, 저주 해결사! 마침 잘 왔어. 나머지 수습생들은 모두 파티 의상을 골랐어. 그리고 제일 좋은 부분을 널 위해 남겨뒀지! 짜잔!"

 

 

안드레가 보여준 두 벌의 옷은 모두 분홍색 계열이었는데, 한 벌은 연한 분홍색에 은은하게 반짝이는 옷감으로 만들어진 주름치마가 2단으로 레이어드 된 미니 원피스였고, 다른 한 벌은 진한 분홍색에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주름치마와 벨트로 허리를 강조한 미니 원피스였다.

 

 

"오! 안드레, 이번에도 두 벌이나 만든거야?" 루시엔이 감탄하며 묻자 안드레가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덕분에 분홍색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네 의상을 두 벌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건 둘 다 네 거니까 마음대로 골라!"

 

 

"안드레, 고마워! 분홍색을 이렇게 연출하다니 대단하다! 하나하나 정말 기발한걸! 둘 다 입고갈 수 있으면 좋겠다."

 

 

루시엔이 두 벌의 원피스를 자세히 살펴보며 다시 한번 감탄했다.

 

 

"질데로이 록허트의 드레스 코드는 따랐지만... 조금은 색다르게 접근했지. 하지만 하나만 골라야 하니까 어서 입어보기 시작해!"

 

 

루시엔은 파티션 뒤에 들어가 옷을 한 벌씩 입어보기 시작했고, 루시엔은 두 의상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연한 분홍색의 미니 원피스를 골랐다.

 

 

"이 의상으로 할게!" 루시엔이 환한 얼굴로 원피스를 고르자, 안드레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상과 어울리는 장신구와 신발을 골라 주었다.

 

 

다시 파티션 뒤에서 파티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온 루시엔은 정말 잘 어울렸다.

 

 

안드레는 그녀가 입고 있는 의상과 어울리는 머리와 화장도 직접 손봐주었다.

 

 

그리고나서 거울을 보니, 루시엔은 이번에도 안드레의 솜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우와...! 평소의 나 같지가 않아, 안드레! 지금까지 애를 써 줘서 정말 고마워."

 

 

"별말씀을! 너 '화려한 분홍색' 옷을 입으니 정말 멋진걸, 루시엔! 역시 내 뮤즈야. 자랑스러워!"

 

 

안드레도 고개를 끄덕이며 순수하게 기뻐했다.

 

 

"다들 무슨 옷을 입고 올지 어서 보고 싶다. 애들을 위해 준비한 의상이 어떤 건지 얘기해 주면 안 돼?"

 

 

루시엔이 키득거리며 안드레에게 묻자, 안드레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파티에서 직접 확인해 봐. 탤벗 녀석도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서 목이 빠져라 널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큭큭큭." 안드레가 킬킬거리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알았어, 그러면 조금 이따 찻집에서 보자!"

 

 

루시엔은 안드레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한 후, 변신술 교실을 나와 곧바로 마담 퍼디풋의 찻집으로 향했다.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 도착한 루시엔은 찻집의 창문으로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화려한 분홍색 정장을 쫙 빼입은 록허트는 메룰라, 바나비, 안드레, 페니를 모아놓고 장황한 자기 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안드레가 만들어준 파티 의상으로 잘 차려입은 탤벗은 홀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며 문가에 등지고 서 있었다.

 

 

루시엔은 그의 뒷모습을 보자 갑자기 지난번 첫 데이트 때가 생각나서, 문을 열기 전 잠시 긴장으로 인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딸랑거리는 경쾌한 종소리가 났지만, 자기 자랑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팔린 록허트는 문 쪽을 돌아보지 않았고, 문가에 서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탤벗만이 몸을 돌려 그녀를 반겨주었다.

 

 

"발렌타인데이 축하해, 루시엔."

 

 

탤벗은 그녀가 찻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오기 전까지 마음 속으로 연습한 인삿말을 건넸다.

 

 

"발렌타인데이 축하해, 탤벗." 루시엔도 마주 인사하며 그에게 환한 미소를 건넸다.

 

 

'휴...이번엔 제대로 인사했다!'

 

 

탤벗은 지난번 첫 데이트 때에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자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였고, 처음으로 순조롭게 데이트 상대를 맞이한 것에 마음 속으로 기뻐했다. 

 

 

"아직 애들이 있는 데로 가지 말자. 우리끼리만 데이트를 즐기는 게 어때?"

 

 

그는 이번엔 정말로 그녀와의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제대로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랐다.

 

 

"응, 이미 질데로이 록허트가 관심을 사로잡은 것 같으니까." 루시엔도 그의 말에 미소를 띤 얼굴로 동의했다.

 

 

"캐도간 경의 말이 맞았어. 파티 손님이 정말로 우리뿐이야. 게다가 록허트 씨는 메모까지 해 가면서 모두에게 신상에 대한 터무니없는 질문을 하고 있어."

 

 

록허트 이야기가 나오니까 탤벗은 그가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보았던 수상쩍은 점을 말해주었다.

 

 

"흐음... 어른의 발렌타인데이 파티는 원래 이런 걸까?"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하며 묻자, 탤벗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나는 발렌타인데이에 대해 잘 몰라서 모르겠어. 늘 아무 일 없이 넘어갔거든. 지금까지는 굳이 기념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더니 이번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그녀에게 칭찬하는 말을 건넸다.

 

 

"그건 그렇고, 너 정말 멋지다. 그런데, 분홍색은 나한테 어울리는 색은 아닌가 봐." 

 

 

그러자 루시엔이 키득거리며 그에게 화답해주었다. "내 생각엔 너한테 어울리는 색인걸, 탤벗. 게다가 우리... 커플룩 같지않아?"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탤벗은 그녀의 의상과 자신의 의상을 한번씩 보더니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부끄러워하며 두 뺨을 붉혔다.

 

 

"정말... 커플룩 같네..."

 

 

'안드레 녀석이 이렇게 안목이 있었다니...!'

 

 

그는 마음 속으로 안드레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바나비가 있는 쪽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바나비에겐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네. 시간이 없어서 좋게 거절하지를 못했거든... 내 데이트 상대가 너라는 걸 말하지도 못했고."

 

 

탤벗은 그녀의 말을 듣자 지금 그녀와 데이트하는 이 달콤한 상황이 좋으면서도 씁쓸한 느낌에, 마치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을 삼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기가 많은 것도 골치 아프겠구나."

 

 

그 자신은 한 번도 그런 일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이해는 안 갔지만, 그녀가 곤란해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루시엔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탤벗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데이트 상대가 자신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기쁘고 좋았지만, 다른 녀석들도 그녀를 원하는 것은 싫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그는 잠시 다른 녀석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았다.

 

 

만약 그녀가 바나비와 데이트를 하고 자신이 바나비의 입장이었다면...

 

 

그러자 명쾌한 해답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럼 이 데이트를 비밀로 하는게 어때?" 탤벗은 루시엔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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