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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55: 발렌타인데이 (1)

루시엔 아리아 2022. 3.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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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말을 마치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이 눈부셨다.

 

 

그는 얼음이 녹는 것처럼 그녀의 빛과 온기에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갑게 굳어있던 몸도, 서운함이 응어리졌던 마음도 남김없이...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삐딱하게 기대있던 자세를 고쳐 똑바로 섰다.

 

 

그리고는 그녀의 한 손을 붙잡아오며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제대로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해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이번이 최고의 발렌타인데이가 될 거야. 너에게도 최고의 날이 되면 좋겠다..."

 

 

따뜻한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붙잡아오자, 그녀는 그의 기분이 풀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짝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그건 질데로이 록허트가 무슨 생각으로 그 이상한 파티를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겠지..."

 

 

그러자 그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록허트는 잊어. 넌 나와 함께할 거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최고의 발렌타인데이를 보내도록 만들겠어. 하지만... 데이트는 내 특기가 아니니까, 네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얘기해 줘..."

 

 

그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덧붙인 말에 루시엔은 다시 환하게 미소지으면서 그의 손을 꼭 마주잡으며 말했다.

 

 

"난 너만 있으면 돼. 그래도 어찌됐든 내가 이 파티의 책임자니까, 난 최선을 다 하고 싶어... 도와줄거지?"

 

 

두근 두근 두근

 

 

'나도, 너만 있으면 돼...'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그의 심장 박동이 세차게 뛰었다.

 

 

그는 새빨개진 얼굴을 슬쩍 돌려 숨기며 짧게 대답했다.

 

 

"응..."

 

 

"그럼 이제 늦었으니 기숙사로 돌아가볼까?"

 

 

루시엔이 붙잡은 그의 손을 즐겁게 흔들며 발걸음을 옮기자, 그가 나란히 그녀의 보폭 속도에 맞춰 걸어가기 시작했다.

 

 

래번클로 기숙사로 돌아가는 두 사람의 인영 위로 달빛이 드리워 다정한 한 쌍의 그림자를 만들어내었다.

 


 

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루시엔은 일요일에 있을 록허트의 파티를 수업 시간이 아닐때를 이용하여 틈틈이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 날아온 록허트의 답신은 마치 그가 말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길고 장황했는데,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러했다.

 

 

"파티 계획이 마음에 들지만, 좀 더 추가할 사항이 있대. 더 많은 붉은 장미와 날아다니는 흰 비둘기 한 쌍, 그리고 파티 드레스 코드는 무조건 핑크!" 

 

 

루시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로완에게 록허트의 발렌타인데이 파티에 대해 말해주었다.

 

 

"정말... 말만 들어도 엄청날 것 같은데..? 그런데 누굴 위한 파티래? 나도 가도 되는 거야?"

 

 

로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글쎄... 그걸 나도 잘 모르겠어. 파티를 준비하라고는 하는데, 대체 누가 초대되어 오는건지, 그리고 그 파티에서 뭘 하려는 건지는 나도 몰라."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하며 파티의 목적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할 찰나, 안드레와 페니, 그리고 바나비가 다가와 그녀의 테이블에 합류했다.

 

 

"안녕, 루시엔. 그거 록허트가 보낸 답신이야? 우리도 하나씩 받았어! 너한텐 뭐라고 하셨어?"

 

 

페니가 질문 공세를 퍼붓자, 루시엔은 그들에게 록허트의 추가 지시 사항에 대해 알려주었고, 각자 맡은 역할을 조금씩 조정하기로 했다.

 

 

바나비는 원래 준비하려던 꽃보다 2배 더 많은 양을 준비해오기로 했고, 안드레는 모든 의상에 어떻게든 핑크색을 끼워 넣으려고 고심하게 되었다. 

 

 

메룰라에게는 장식을 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지시를 받았고, 페니는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마법약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탤벗은 록허트에게서 비둘기를 구해달라는 지시를 받았고, 루시엔은 친구들의 준비를 점검하며 도와주고, 찻집에서 장식을 주도하기로 했다.

 

 

"이제 계획은 이 정도면 완벽한 것 같은데..."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하며 리스트를 점검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럼 이제 준비하기 시작하면 될 것 같아!"

 


 

일요일 오전에는 찻집 안에 장식을 마쳐야 했고, 곧바로 오후에는 파티가 시작되어야 했기 때문에, 파티를 위한 준비물을 준비할 시간은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밖에 없었다.

 

 

그들은 수업을 들으며 쉬는 시간 틈틈이 준비물을 구하러 다녔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없이 바쁜 시간이었다.

 

 

루시엔은 먼저 바나비가 틈틈이 장미 꽃을 키워내고 꽃을 꺾고 있는 온실로 가 보았다.

 

 

온실에서는 바나비가 정신없이 꽃을 키워내고 전지 가위로 꽃을 꺾어 상자 안에 담는 중이었다.

 

 

"안녕, 루시엔! 스프라우트 교수님의 허비비쿠스 강좌 덕분에 딸 수 있는 빨간 장미가 많아서 다행이야!"

 

 

바나비가 땀을 훔쳐내며 그녀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 바나비! 스프라우트 교수님께서 정말 유용한 강좌를 해주셨지. 내가 뭐 도와줄 일은 없을까?"

 

 

루시엔도 밝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음, 나랑 같이 장미 따는 걸 도와줘. 빨리 따서 준비를 끝내고 싶거든. 끝나고 나서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좋아. 그러면 어서 시작하자!"

 

 

루시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지가위를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은 바나비가 엄청나게 많이 키워놓은 장미꽃들을 전지가위로 하나씩 상하지 않게 잘라내며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정도 양이면 파티에 쓰기 충분할 것 같은데? 시작이 좋은걸!"

 

 

루시엔이 상자 가득 담겨 있는 꽃을 보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바나비는 잠시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며 넋을 놓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머뭇머뭇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까 내가 너한테 물어보고 싶다고 한 거 말이야..."

 

 

"응, 뭔데?" 루시엔이 여전히 미소가 남아있는 얼굴로 물었다.

 

 

"천체 무도회 장식에 쓸 꽃을 땄을 때, 내가 부케 만들었던 거 기억나니...?"

 

 

그가 조심스럽게 물어오자, 그녀는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응. 무도회에서 넌 정말 말쑥했었지."

 

 

그녀의 대답에서 약간의 자신감을 얻은 바나비는 그녀를 향해 진한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네가 데이트 상대니까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거든! 너에 대한 모든 건 그때나... 지금이나... 눈부셔."

 

 

"어머! 바나비, 정말 낭만적인 말이다! 나도 너랑 무도회에서 보낸 시간 즐거웠어."

 

 

그녀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건... 전에 네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편지 썼다가 스네이프 교수님한테 들켜서 모두가 알게 됐던 일 기억나...?"

 

 

"응, 당연히 기억나지. 호그와트의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졌을걸."

 

 

루시엔이 자신의 흑역사를 떠올리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때 내가 제일 관심이 많았어! 네가 날 좋아했으면 했거든... 그런데 아니었지..."

 

 

바나비가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씁쓸함을 삼켰다.

 

 

"너한테 상처 주려던 건 아니었어, 바나비."

 

 

루시엔도 미안해하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음... 너한테 이걸 정말 물어보고 싶어서 오래 망설였는데..." 

 

 

"그게 뭐든 뜸들이지 말고 물어봐."

 

 

루시엔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계속 빙빙 맴도는 바나비에게 말했다.

 

 

"발렌타인데이에 관한 거야... 너 아직 데이트 상대 안 골랐으면, 나도 그렇다고..."

 

 

"음... 그건 질문이 아니잖아..."

 

 

루시엔이 그의 시선을 회피하며 말을 돌렸다.

 

 

"그건 대답이 아니잖아..."

 

 

그가 이렇게 받아치더니 뒤이어 덧붙였다.

 

 

"내 발렌타인 연인이 되는 거 한번 생각해 봐, 루시엔. 대답은 천천히 해도 돼."

 

 

그러더니 바나비는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따더니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귓가 머리카락에 장미꽃을 꽂아 주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예쁘다..."

 

 

그녀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담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 바나비. 그런데 난 이미...."

 

 

하지만 그녀의 말허리는 그에 의해 잘리고 말았다.

 

 

"곧 오후 수업이 시작되겠다! 그 전에 어서 여기 뒷정리를 해야겠어. 넌 어서 가서 다른 애들도 확인해야지, 루시엔. 난 남아서 여기 정리 좀 해놓고 갈테니까 나중에 보자."

 

 

바나비는 지금 당장 그녀의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걸어가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으응, 그래... 나중에 보자."

 

 

루시엔은 분주히 뒷정리를 하기 시작하는 그의 뒤에 대고 작별 인사를 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온실을 나왔다. 

 

 

바나비에게 거절의 말을 꺼내려고는 했지만, 바나비가 그 말을 들으면 또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게 아닐까 걱정되어 망설여지기도 했다.

 

 

대체 어떻게 거절해야 그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원만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일단 골치아픈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현재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젠 파티까지 이틀도 채 안 남았기 때문이다.

 

 

루시엔이 두번째로 확인하러 간 사람은 마법 물품실에서 사람을 황홀하게 하는 마법약을 개발중인 페니였다.

 

 

"페니! 마법약 개발은 잘 되어가?"

 

 

루시엔이 마법 물품실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끓는 냄비 안의 마법약을 젓고 있는 페니에게 물었다.

 

 

"아, 루시! 왔구나. 흠... 보다시피 지금 마법약을 만들고는 있는데, 잘 되어가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직접 마실게 아니고 시범만 살짝 보일거거든. 내가 보기엔 괜찮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뭐 도와줄 일은 없을까?"

 

 

루시엔이 묻자, 페니가 옆에서 재료를 건네달라고 했다.

 

 

그래서 루시엔은 페니와 함께 앉아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마법약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아까 바나비가 나한테 발렌타인데이 데이트 신청을 하는거야. 난 거절하려고 했는데, 바나비가 지금은 아무 말도 듣지 않겠다는 것처럼 휙 돌아서 가버리더라고... 휴..."

 

 

루시엔이 페니에게 라벤더를 건네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네는 라벤더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를 맡으니 누군가가 생각나서 바나비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페니는 재료를 받아 냄비 안에 넣고 저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이렇게 물었다.

 

 

"넌 진정한 사랑의 힘을 믿니?"

 

 

"음... 글쎄. 가끔은 진정한 사랑이 나를 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지 않을까? 물론 사랑의 힘이 강력하지 않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사랑이 발휘하는 힘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놓은 현실적인 대답에 페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진정한 사랑이 내 곁에 있으면 좋겠어."

 

 

"우리 나이에 진정한 사랑이라니... 너무 이른게 아닐까..?"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페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겠지. 사랑에 정답은 없으니까. 하지만 난 언젠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면 꽉 붙잡을거야. 그러니 그 사랑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

 

 

페니의 말에 루시엔은 심각한 얼굴로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나도 탤벗 말고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봐야 하는걸까...?"

 

 

"뭐?! 내 말은... 네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말은 아니야, 루시엔.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되는거지. 으앗!"

 

 

페니가 깜짝 놀라며 루시엔에게 말을 하다가 잘못해서 집중을 잃었고 마법약이 부글부글 끓어넘치게 되었다.

 

 

"어서 피해!"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서 서둘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법약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

 

 

페니는 한숨을 내쉬며 "에바네스코." 주문을 외워 냄비를 깨끗하게 비워버렸고, 결국 텅 빈 냄비만 남게 되었다.

 

 

"이런... 난 실패했어."

 

 

페니가 우울한 표정으로 텅 빈 냄비를 바라보며 말하자, 루시엔이 옆에서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의 기분을 북돋아주었다.

 

 

"너무 실망하지마, 페니. 넌 그냥 참석만 하면 돼. 그걸로 충분해."

 

 

"질데로이 록허트가 워낙 뛰어난 마법사다 보니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아..."

 

 

페니가 이렇게 말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난 질데로이 록허트가 조금 의심스러..."

 

 

루시엔이 이렇게 말을 꺼내려던 때, 갑자기 마법 물품실 문이 벌컼 열리고 안드레가 뛰어 들어왔다.

 

 

"루시엔, 여기 있었구나! 비상사태야! 스타일 비상사태라고!"

 

 

안드레는 숨을 턱밑까지 헐떡거리며 그녀의 팔을 붙잡고 어서 변신술 교실로 가야 한다며 재촉했다.

 

 

페니는 손을 흔들어 안드레에 붙들려 가는 루시엔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고, 루시엔은 그녀에게 먼저 가보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 후, 안드레를 따라가며 물었다.

 

 

"도대체 뭐가 비상사태라는 거야, 안드레?"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안드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정말 몰라서 그래?"

 

 

"여행, 흡혈귀, 발렌타인!과 관련된 거라는 것만 빼면, 무슨 일인지 감도 안 잡히는데."

 

 

루시엔이 곰곰이 생각하며 대답하자, 안드레는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질데로이 록허트와 관련된 거야. 대체 누가 복장 규정으로 '화려한 분홍색'을 지정하는 거야? 이 마법사는 내 패션 아이콘이란 말이야, 루시엔! 지금 난 혼란스러워 죽겠어... 보라색은 신비하기라도 하지. 록허트가 분홍색을 좋아한다니?! 좀 실망스러워."

 

 

안드레가 잔뜩 흥분해서 이렇게 실망감을 표출하자, 루시엔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워워! 흥분하지 말고 설명을 해 줘, 안드레."

 

 

안드레는 변신술 교실에 도착하자 들어와 문을 닫고는 질데로이 록허트가 분홍색을 좋아하는 취향에 대해 열심히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다.

 

 

루시엔은 차분하게 그의 말을 경청해주었고, 흥분이 가라앉자 안드레는 미소를 띤 얼굴로 루시엔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심각한 비상사태는 아닌지도 모르겠네. 들어줘서 고마워, 루시엔."

 

 

"별말씀을. 어쨌든 난 책임지고 록허트의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하니까." 루시엔도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했다.

 

 

"난 책임지고 우리 수습생들을 분홍색으로 휘감아야 하고! 큭큭큭." 안드레는 이제 웃음을 터뜨리는 여유까지 보였다.

 

 

"드레스 코드가 좀 요란하긴 해... 질데로이 록허트가 발렌타인데이를 정말 좋아하긴 하나 봐."

 

 

루시엔이 눈을 굴리며 이렇게 말하자, 안드레가 곰곰이 생각하며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분홍색이 어떤 거 같아?" 그의 물음에 루시엔은 곧바로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난 분홍색을 무척 좋아해. 우리 집에 있는 내 방 침구도 분홍색이야. 난 네가 어떤 파티 의상을 준비할지 벌써 기대되는걸!"

 

 

"너는 그렇구나. 앞으로 의상 제작에 참고할게, 루시엔. 날 믿어줘서 고마워!"

 

 

"아냐, 내가 더 고맙지. '멋의 마법사, 안드레 이구' 덕분에 예쁜 의상들도 많이 입어보게 되는데!"

 

 

"난 그게 고마운걸! 네가 내 뮤즈가 되어 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그러니 말인데, 이번 발렌타인데이 데이트는 어떻게 하기로 정했어?"

 

 

안드레가 탤벗의 데이트 신청을 두고 물어보자, 루시엔은 뒷통수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음... 일단은 우리 모두 수습생 팀이니까 록허트의 파티에 참석하긴 하는데... 다른 수습생 친구들도 참석하잖아. 대체 그 파티에서 뭘 해야하지?"

 

 

"그 녀석은 아마 네가 그 자리에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를거야. 큭큭큭."

 

 

안드레가 짓궂은 얼굴로 킬킬거리며 대답하자, 루시엔이 손사래를 치며 얼굴을 붉혔다. 

 

 

"에이, 설마..." 

 

 

"그럼 가서 볼일 봐. 난 여기서 수업 전까지 분홍색 의상을 좀 더 고민하고 있을 테니까!"

 

 

안드레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며 책상 위에 늘어놓은 분홍색 계열의 옷감들을 뒤적이며 다시 긍정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탤벗은 잠깐 할 얘기가 있다며 그녀를 붙잡았는데, 그는 비둘기를 못 찾았다며 마담 퍼디풋의 찻집에서 비둘기 대신 날릴 무언가를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질데로이 록허트는 이해해 줄 거야."

 

 

루시엔이 이렇게 대답하며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는 "그 사람이 이해하든 말든 관심 없어. 난 이 수습생 활동 자체가 의심스러워. 네 생각은 어때?" 라고 물었던 것이다.

 

 

"음... 록허트가 우리를 뽑아서 발렌타인데이 책 출간 파티의 준비를 맡긴 게 이상하긴 하지만,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아. 처음부터 좀 별난 사람이었잖아. 위험천만한 모험을 자주 하려면 그런 면모가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지 뭐..."

 

 

루시엔의 말에 탤벗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너도 나름대로 위험한 모험을 하지만 그 사람처럼 이상하진 않잖아. 질데로이 록허트는 뭔가를 꾸미고 있어."

 

 

만약 그의 말이 정말이라면 이건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했다.

 

 

"어떤 점이 가장 의심스러운데, 탤벗?"

 

 

"내가 보기엔 우리가 무작위로 뽑힌 게 아닌 것 같아. 나한테 비둘기... 새를 찾으라고 한 것만 봐도 그래... 질데로이 록허트는 내가 애니마구스라는 걸 아는 게 아닐까?"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루시엔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러고 보니... 록허트는 안드레에겐 우리 파티 의상을 준비하도록 맡겼고, 실제로 안드레는 스타일에 일가견이 있지... 우연일까?"

 

 

"의상이라고? 록허트가 이번 파티 때 우리한테 옷을 차려입어야 한다고 그랬단 말이야?"

 

 

그가 놀란 얼굴로 묻자, 루시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드레스 코드가 분홍색이야."

 

 

"분홍색... 발렌타인데이 파티가 끝날 때까지 어디 숨어 있어야겠다..."

 

 

그가 눈을 굴리며 이렇게 말하자, 그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넌 분홍색도 잘 소화할 거야. 우리 첫 데이트 때 넌 참 멋졌어."

 

 

그녀의 칭찬을 들은 탤벗은 부끄러워하는 낯으로 말했다.

 

 

"너에 비할 바는 아니지. 난 그날 생각을 정말 많이 해...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전보다 나은 데이트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루시엔은 두 뺨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며 대답했다. "나도..."

 

 

그는 주변을 돌아보더니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지 않은 틈을 타서 재빨리 그녀의 한 손을 붙잡아 손등에 짧게 키스를 남기고는 도망치듯 교실을 나갔다.

 

 

그녀는 뜨거운 낙인이 찍힌 것 같은 손등을 매만지며 교실을 나왔고, 탤벗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멍하니 움직이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움직이는 계단 구석에서 이즈멜다가 "발렌타인데이가 아직도 안 지나갔단 말이야?" 라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메룰라가 무료한 듯 퍼프스캔을 위로 던지고 받으며 놀고 있었다.

 

 

"메룰라, 넌 록허트의 부엉이가 가져다준 지시서를 무시했구나. 넌 '여행, 흡혈귀, 발렌타인' 준비 안 해?"

 

 

루시엔이 메룰라에게 다가가 묻자, 메룰라가 눈을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난 그 세 가지 중 두 가지에만 관심이 있어. 뭔지 맞혀 봐."

 

 

"여행과 발렌타인?" 루시엔이 대충 아무렇게나 찍자, 메룰라가 질색하며 말했다.

 

 

"땡. 발렌타인데이로부터 멀리 떠나는 여행이라면 몰라도. 그놈의 마음이니, 꽃이니, 애정이니 하는 것들... 다 쓸데없어!"

 

 

루시엔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어서 메룰라를 향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메룰라, 혹시 네가 기분이 안 좋은 게 발렌타인데이를 함께할 연인이 없어서니?"

 

 

"무슨 소리야! 난 호그와트의 가장 강력한 발렌타인 데이트 상대야! 너도 귀가 있다면 소문을 들어서 알 텐데. 오늘만 해도 내가 몇 명의 남학생들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했는지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메룰라의 표정은 그녀의 자신만만한 대답과는 반대로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글쎄... 그럼 난 귀가 없나보지 뭐. 못 들었는데?"

 

 

루시엔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자, 메룰라가 약올라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제 들었으니 알겠네, 쳇! 넌 그럼 뭐 데이트 상대라도 있냐? 형편없는 저주 해결사라서 누가 너한테 신청이나 할까 모르겠네." 

 

 

메룰라가 루시엔에게 비아냥거리자, 루시엔은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

 

 

"뭐?!" 메룰라가 눈을 크게 뜨며 되묻자, 루시엔이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말해주었다.

 

 

"있다고, 데이트 상대."

 

 

"설마 바나비야?"

 

 

메룰라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자, 멀지 않은 곳에서 바나비의 이름을 들은 이즈멜다가 눈을 부릅뜨고 신경질적으로 루시엔을 홱 돌아보았다.

 

 

"아냐." 루시엔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자, 메룰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물었다.

 

 

"그럼 지난번에 그 윙거 녀석이야?"

 

 

"메룰라, 너 언제부터 내 연애사에 이렇게 유별난 관심을 가졌던 거야?"

 

 

루시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메룰라는 뜨끔한 표정으로 강하게 부정했다.

 

 

"내가 언제! 정말 유별난 건 우리가 준비 중인 그 멍청한 파티 아니야?"

 

 

그때, 그들 근처의 벽에 걸려있던 캐도간 경의 초상화가 말을 걸어왔다.

 

 

"자네들은 선택받았군... 질데로이 록허트의 여행, 흡혈귀, 발렌타인!에 말이야."

 

 

그러자 메룰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정정했다.

 

 

"정확히는 그의 파티 준비 심부름을 위해 무작위로 뽑힌 거죠."

 

 

"하지만 그의 특별 손님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 아닌가! 그의 유일한 손님 말이다."

 

 

캐도간 경이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이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알고 계시는 걸 저희한테 말씀해 주셔야겠는데요, 캐도간 경..."

 

 

루시엔이 이렇게 말하자, 캐도간 경이 대답했다.

 

 

"질데로이 록허트는 이 계단을 지나면서 자네들에 대해 혼잣말을 했다네! 여행, 흡혈귀, 발렌타인! 파티에 참석할 어린 마법사들의 이름을 중얼대더군. 축하하네! 정말 재미있는 발렌타인데이겠어!"

 

 

캐도간 경이 호쾌하게 웃으며 옆 초상화로 옮겨가 발렌타인데이에 대한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메룰라와 루시엔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우린 록허트의 수습생일 뿐이야. 파티에 참석하기 전에 뭔가 계획을 세워야 해."

 

 

메룰라가 먼저 말을 꺼내자, 루시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곰곰이 생각했다.

 

 

"우린 특별 손님이라고 할 수 없어. 그의 유일한 손님일 리도 없고." 루시엔의 말에 메룰라가 곰곰이 생각하며 물었다.

 

 

"책 사인회에서도 멀리서 그가 사인하는 걸 구경만 했는걸. 우리만을 위해 발렌타인데이 책 출간 파티를 열 이유가 없잖아?"

 

 

"사실 나랑 탤벗은 록허트가 좀 의심스럽긴 했었어... 난 우리 수습생 활동이 이상하긴 해도 문제는 없는 것 같아보였는데... 어쩌면 우리는 질데로이 록허트의 행사에 '무작위로 뽑힌'게 아닐지도 몰라."

 

 

루시엔이 이렇게 말하자, 메룰라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거야?"

 

 

"다른 애들을 찾아서 우리가 아는 걸 말해 주자."

 

 

루시엔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하자 메룰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페니, 탤벗, 바나비, 안드레에게 저녁 시간에 호그스미드의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만나자고 연락을 돌렸다.

 

 

스리 브룸스틱스에서 모두가 모이자, 루시엔이 입을 열었다.

 

 

"다들 와줘서 고마워."

 

 

"중간에 나오기가 쉽진 않았어. 우리가 입을 파티 의상을 마무리하는 중이었거든..."

 

 

바쁜 작업 일정을 뒤로하고 달려온 안드레가 말했다.

 

 

"급한 일인 것 같아서 왔어. 질데로이 록허트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번엔 페니가 물었다.

 

 

페니의 물음에 메룰라가 대답해주었다. "초상화가 말하길, 우리가 유일한 손님으로 여행, 흡혈귀, 발렌타인!에 참석하게 될 거래."

 

 

"유일한 수습생으로 참석한다는 뜻이야?" 바나비가 묻자, 이번엔 루시엔이 대답해주었다.

 

 

"아니, 유일한 손님으로. 캐도간 경이 록허트의 혼잣말을 엿들었다고 했어.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무작위로 뽑힌 게 아니라 록허트에게 선택된 거야."

 

 

"그거 이상한걸, 왜 우리지?" 안드레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고, 페니도 "찻집이 좁아서 우리가 유일한 손님인 건 아닐까?" 라고 말했다.

 

 

"아냐, 내 생각에 질데로이 록허트는 뭔가를 꾸미고 있어."

 

 

탤벗이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을때, 갑자기 느닷없이 진짜 록허트가 나타나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난 끊임없이 좋은 일들을 꾸민단다. 그것이 전설을 만들어 가는 위인의 운명이지..."

 

 

안드레가 깜짝 놀라며 록허트에게 물었다.

 

 

"록허트 씨, 우리가 어떻게 당신의 화려한 등장을 놓쳤을까요?"

 

 

"보아하니 나 역시 뭔가를 놓친 것 같구나. 너희 리더가 대답해 주겠지? 여기 모여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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