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다음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라고? '다음에 취할 행동'이 뭘지는 나도 전혀 모르겠는데..?"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그때, 어느 순간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온 핀스 부인이 화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다음에 할 행동은 도서관에서 나가는 거다."
"앗! 핀스 부인!" 루시엔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 보았다.
"난 너희 테이블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부하는 척하면서 시끄럽게 시시덕거리는 학생 무리들을 내가 처음 보는 줄 아느냐?"
매서운 핀스 부인의 질문에 감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해맑은 바나비밖에 없었다.
"이건 '네'와 '아니오'로 이루어진 질문인 거죠?"
그러자 튤립이 그에게 눈치를 주며 조용히 말했다. "그냥 입을 닫아, 바나비."
핀스 부인은 매정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너희 모두, 짐 챙겨서 나가. 시답지 않은 수다는 다른 데서 떨어라."
도서관에서 쫓겨난 그들은 복도에 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시답지 않은 수다를 어디서 떨면 될까?"
안드레가 묻자, 루시엔은 축 처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디든 수군거리는 무리와 먼 곳이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도 속이 살짝 뒤집힌 느낌이야... 혹시 아까 점심을 다 못 먹어서 그런 거려나..?"
"그럼 우리 대연회장으로 가자. 곧 있으면 저녁 시간이니까, 수다도 떨면서 저녁도 먹으면 되지!"
튤립이 쾌활한 목소리로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네 사람은 각자 책가방을 메고 연회장으로 함께 걸어갔다.
하지만, 복도를 지나가면서 학생들을 마주칠 때마다 모두들 루시엔을 보며 수군거렸고, 대연회장에 들어서자 수군거림은 더욱 심해졌다.
"쟤야 쟤. 아까 오전 수업에서 '그 쪽지'를 쓴 여자애 말이야."
"쟤가 걔였어? 인형같이 예쁘게 생겨서 남자 친구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럼 그동안은 없었나봐?"
"헐, 그럼 나도 데이트 신청 해볼걸. 쟤가 좋아하는 애가 나일 수도 있잖아!"
"어허, 무슨 소리야. 옆에 바나비 리랑 같이 있는 걸 봐."
"뭐? 바나비 리라고?" "걔 4학년 최고 인기남 아니야?" "그럼 걔가 걔인가?"
루시엔은 과도한 관심어린 수군거림이 귀에 들려오자 더욱 속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안 되겠다, 난 저녁을 챙겨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야 될 것 같아."
다른 아이들도 그녀의 옆에서 이런 수군거림을 함께 들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고, 서둘러 그녀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냅킨에 싸서 챙겨가지고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중에 봐, 얘들아!"
루시엔은 친구들에게 다급하게 작별 인사를 하고 샌드위치를 들고는 대연회장을 뛰쳐 나갔다.
루시엔이 향한 곳은 별빛이 비추고 있는 조용하고 어두운 안뜰이었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들고 분수대에 걸터 앉아서 잠시 차가운 공기를 들이 마시며 속을 진정시켰다.
쌀쌀한 겨울 밤이었지만, 그래도 차갑고 깨끗한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가자 머리가 맑게 개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조금 괜찮아진 기분을 느끼며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야외 식사라. 좋은걸."
그녀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고 그 사람에게 물었다.
"탤벗! 놀랐잖아... 넌 여기서 뭐해?"
"혼자 식사하고 싶을 때 가끔 여기로 와. 넌 내 구역에 있는 거지..."
그러자 루시엔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야, 탤벗. 게다가 여기가 네 안뜰인 것도 아니잖아."
그는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네 표정을 보니까... '내 안뜰'을 놓고 나와 싸워야 하는 줄 알았나 보네."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며 루시엔은 괜히 부루퉁한 마음이 불쑥 들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그녀는 평소보다 예민하게 대꾸했다.
"지금 나보고 웃는 거야? 오늘 나보고 수군거리고 킬킬거리는 표정들은 질리도록 봤거든?"
하지만 그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 표정이야. 딱 그거."
그가 보기에 그녀의 얼굴은 마치 자기 영역을 침범당해 기분이 좋지 않은 새끼 니즐 같았던 것이다.
한 마디로 너무 귀여워 보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부루퉁한 표정은 곧 풀어졌고, 그녀도 그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네가 웃는 걸 보니 좋네. 넌 거의 안 웃잖아."
"나도 웃어. 친구와 함께 있을 때는."
그는 웃음기가 남은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러더니 뒤이어 질문을 던졌다.
"넌 여기서 뭐해? 저녁 안 먹고 있는 거 말고."
그가 그녀의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눈짓하며 물었다.
"아, 이거..." 루시엔은 한 입 먹다가 그냥 들고만 있는 샌드위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애들이 날 쳐다보면서 수군거리는 눈길을 못 견디겠어서. 난 지금 '오늘의 소문 맛집'이라고. 혹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자 그가 아까 오전 수업 때의 일과, 가는 곳마다 학생들이 수군거리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초조한 얼굴로 대답했다.
"들었어..."
아마도 그는 호그와트 전체에서 그녀가 쓴 그 '쪽지'의 주인공이 누굴까 가장 궁금한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마음은 정말로 간절했다.
'제발 그 쪽지의 주인공이 나이기를...'
루시엔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난 이미 우리 오빠 일에, 저주 해결 일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건 너무 벅차. 왜 내 친구들은 질문이 그렇게 많은 거지?"
탤벗은 힘들어하는 그녀를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자신의 마음이 간절하더라도 그에겐 그녀의 행복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그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아무 질문도 하지 않을게. 그리고 난 네 친구야."
그러자 그녀는 살짝 감동받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 탤벗."
그녀의 고맙다는 말을 듣자, 그는 갑자기 어제 저녁의 일이 떠올랐고 순식간에 얼굴이 화르륵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주위가 어두웠던 게 그나마 그에겐 천만 다행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어디 가 탤벗?"
그녀가 그의 돌발 행동에 의아함을 느끼며 묻자, 그는 뒤를 돌아 그녀를 보며 대답해주었다.
"여기는 '내 구역'이긴 하지만, 지금은 네가 숨을 곳이니까."
그러더니 그는 곧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안뜰에서 날아가버렸다.
별이 박힌 융단 같은 어두운 하늘 속으로 사라진 탤벗을 보며, 루시엔은 그의 사소한 배려에 담긴 따뜻한 마음에 자신의 기분도 밝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떠나고 나서 루시엔은 갑자기 쌀쌀해진 것 같아서 실내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녀가 떠올린 다음 숨을 곳은 바로 마법 물품실이었다.
루시엔은 한 입 먹은 샌드위치를 들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주위를 둘러보며 마법 물품실로 향했다.
마법 물품실 안에서 그녀는 작은 걸상 위에 앉아 이젠 샌드위치를 조금씩 오물거리며 멍 때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마법 물품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그녀는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여기 있었구나! 널 찾아서 다행이야, 루시엔."
미소를 띤 얼굴로 그녀를 향해 다가온 사람은 바로 페니였다.
"탤벗이 네가 안뜰에 숨어 있다고 말해 줬어. 혼자 저녁 먹고 있다고. 그런데, 내가 안뜰에 가니, 넌 가고 없더라."
"뭐?! 탤벗이? 걔는 내가 어디 있는지 말할 거면서 왜 나한테 숨을 곳을 알려준 거야?"
그녀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페니가 진심어린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내 생각에는 네가 걱정됐던 것 같아. 탤벗은 자기 보기보다 섬세한 애니까. 하지만 그건 너도 벌써 알잖니. 너 역시 탤벗이랑 친하니까."
"아..."
그녀는 아까 너무 자기 자신의 문제에 몰두해 있느라 그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그럼 지금 두 번째 저녁 식사 중인거야?" 페니가 그녀가 들고 있는 샌드위치를 보며 화제를 돌렸다.
"아니, 아까 그거야. 입맛이 없어서 말이지... 식사라기보다는 숨을 곳을 옮길 때 가지고 다니는 애착 담요 같은 게 돼 버렸어."
"그렇다면 좋아하는 사람을 식사에 초대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닐수도 있겠구나..."
페니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뭐? 식사 데이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너 미쳤니, 페니?" 루시엔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전혀.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상황을 잘 활용해 봐..."
페니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제안하자, 루시엔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들어 봐. 널 숨어 있는 곳에서 나오게 할 만한 이야기를 해줄 테니까..."
그러더니 페니는 한동안 그녀를 격려해주며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스네이프 눈치 없는 건 누구나 알잖아. 아마 반의 대부분이 네 편이었을 거야. 그리고 넌 정말로 훌륭한 저주 해결사야. 너한테 관심 있는 학생들도 널렸고. 분명 호그와트의 남학생들은 모두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였으면 할걸?"
"게다가 네가 뭘 하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게 더 최악 아닐까? 게다가 이왕 이렇게 비밀이 공개 됐으니,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마음을 말할 수 있을 거야. 오히려 더 잘된 일인거지!"
페니의 말을 듣고 난 루시엔은 한결 편안해진 기분으로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네 덕에 기분이 좀 나아졌어, 페니. 적어도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게 됐네. 고마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것 뿐이니까, 루시엔. 이제 그만 숨고 나와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아 보면 어떨지 꼭 생각해 봐. 난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데이트를 즐겼으면 좋겠어."
페니가 진심어린 미소를 띤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은 곰곰이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만 숨을...필요는 있겠지..."
하지만, 데이트라니..!
물론 가끔씩 누군가와 데이트를 해보는 상상은 해 봤지만, 그건 상상일 뿐, 루시엔은 쪽지를 쓸 때 데이트까지 하게 되리라곤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치만 데이트를 하라니? 난 한 번도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 본 적이 없어."
루시엔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천체 무도회는 그냥 호그와트 행사였고, 우리 모두가 다 갔었잖아. 근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하다니... 거절당하면 어떡해?"
루시엔의 머릿속에 탤벗이 눈을 굴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난 그런 귀찮은건 딱 질색이야. 그 시간에 시집이나 읽을래." 라고 거절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쉽게 그려졌다.
'와... 정말 걔는 그러고도 남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자 페니가 열심히 북돋아주었던 루시엔의 자신감이 갑자기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페니는 여전히 긍정의 여신이었다.
"만약 그 사람이 받아들인다면? 정말 멋진 일일 거야! 적어도 생각 정도는 해 봐..."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루시엔은 절친인 페니가 이렇게 거듭 부탁하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알았어. 생각은 해 볼게."
그런 뒤, 그녀는 마법 물품실에서 나와 페니와 작별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에 탤벗과 빌과 함께 결투 연습을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미리 오늘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부해 본 결투 주문 리스트를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씻고 와서 책상 앞에 앉아 주문 리스트를 보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은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 애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라니... 차라리 다시 한 번 저주받은 얼음 금고에서 얼음 기사랑 싸우는게 낫겠어.'
그녀는 탤벗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과연 그가 자신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 줄까? 그녀의 상상은 자꾸만 그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하는 부정적인 상황으로만 흘러갔다.
물론 그와 정식으로 친구가 된 이후 요즘엔 그의 따뜻하고 섬세하게 배려하는 모습도 보긴 했지만, 그건 너무 최근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지난 3년 반 동안 보아온 탤벗의 평소 차가운 모습이 더 익숙했던 탓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거절한다면, 자신은 너무 창피하고 어색해서 다시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만약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하고, 애써 쌓아올린 그와의 좋은 친구 관계가 혹시라도 깨져버린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그 문제는 머릿속에서 잠시 치워두고는 눈 앞의 결투 주문 리스트에 집중했다.
'그래, 지금은 당장 해야할 일에만 집중하자. 그 문제는 내일... 빌이랑 만났을 때 다시 한 번 조언을 구해보면 되겠지.'
한편, 같은 시각, 탤벗은 자신의 방에서 1분이 1시간 같이 흘러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 역시도 다음 날 오전에 잡아놓은 루시엔과의 결투 약속 때문에 방에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책을 뒤적거리며 공부하고 있었는데,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루시엔이 쓴 그 쪽지의 주인공이 누굴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는 초조하고 우울한 얼굴로 책을 들여다보며 머릿속으로는 계속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쓴 그 쪽지의 주인공이 이젠 바나비일거라 거의 확신하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전부터 바나비와 함께 어울려다니며 그와 친하게 지냈으니까.
게다가 호그와트에서 사교 생활에 거의 관심이 없는 자신도 바나비 리가 자기 학년에서 최고 인기남이라는 것쯤은 알았다.
그가 부엉이장에 숨어 있을 때도 종종 보았었는데, 다른 여학생들이 부엉이들에게 부탁해서 바나비에게 배달하는 선물과 연애 편지만 해도 엄청났다.
그런데도 바나비는 다른 여학생들에겐 일체 관심을 두지 않았고, 언제나 루시엔 옆에서만 얼빠진 바보처럼 헤헤거리고 다녔다.
'그 불여우 같은 녀석은 정말 꼴불견이라니까..!'
탤벗은 바나비가 루시엔이 보지 않을 때, 그녀에게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남학생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예전에 천체 무도회로 호그와트 전체가 들썩거릴 때, 탤벗은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을 찾아가 독수리로 변신해서 쉬고 있었는데 그때 바나비가 남학생 두 명의 멱살을 한 손에 하나씩 붙잡고 끌고 왔던 것이다.
"야, 네가 감히 누구한테 파트너 신청을 한다고?"
바나비가 험악한 얼굴로 손에 쥐고 있던 남학생들의 멱살을 바닥에 패대기치며 물었다.
"그..그걸 네가 어떻게..!"
바닥에 내팽개쳐진 남학생들은 창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다 아는 수가 있지. 그건 너네가 알 바 아니고, 지금 너희 앞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병동에 실려가기 직전까지 쳐맞고 싶지 않으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
"흐익..!"
남학생들은 그의 울끈불끈 화난 팔 근육과 뚝뚝 소리가 나며 꺾이는 주먹을 보며 숨을 삼켰다.
"자, 하나는 루시엔에게 파트너 신청하는 걸 빠르게 포기하고 곱게 돌아가는 거야. 또 다른 선택지는 파트너 신청하는걸 포기할 때까지 쳐맞는 거지.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 마음 바꿔서 그녀한테 파트너 신청 했다가 나중에 걸리면 그날은 두 배로 쳐맞을 줄 알아."
그의 살벌한 위협에 한 남학생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난 지금 포기할게. 그러니 제발 살려줘." 라고 대답했다.
반면, 다른 한 남학생은 '설마 정말 때리겠어?' 라는 생각으로 반항했다.
"난 포기 못해. 그녀는 내꺼야!"
그러자 바나비는 "좋아, 네 선택이 그렇단 말이지. 넌 가고, 넌 여기 남아서 나랑 '깊은 대화'를 좀 해야겠다."
탤벗은 주변의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바나비가 얼마나 찰지게 그 남학생을 두들겨 패는지 보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한 번 반항했다가 열심히 골고루 두들겨 맞은 그 남학생은 항복을 선언했고, 바나비는 그 녀석에게서 파트너 신청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때 자신은 바나비의 그런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비웃었었는데, 이젠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는 게 참 우스웠다.
그리고 그가 그 쪽지의 주인공이 바나비일거라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때, 루시엔네 집 온실에서 바나비와 루시엔이 키스하던 그 모습을 목격했던 날.
사실 탤벗은 두 사람이 키스하던 도중에 온실에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피를 흘리는 루시엔이 걱정되어 전속력으로 달려가 구급약 상자를 찾아가지고 온 탤벗이 온실에 들어섰을 때, 그는 바나비가 그녀에게 고백하는 광경부터 보았던 것이다.
"너는 항상 너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 너무 착해서 탈이지.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휴..."
바나비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탤벗은 그 사실이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저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루시엔이 더욱 놀라웠으면 놀라웠지...
"뭐라고?"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묻는걸 보니, 역시 순진한 루시엔은 모르고 있었다.
비록 바나비가 자신의 연적이긴 하지만 순간 안쓰러운 마음이 솟구쳐서 탤벗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널 좋아한다고, 루시엔." 결국 바나비가 고백을 하고야 말았다.
탤벗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구급약 상자를 가지고 루시엔에게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 말하려던 루시엔의 말이 환한 얼굴로 "겨우살이야!" 라고 소리친 바나비에 의해 가로막혔고, 그와 동시에 탤벗의 발걸음도 그 자리에 우뚝 멈추고 말았다.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키스하는 바나비를 보며 탤벗은 처음에 깜짝 놀랐다.
그 뒤에 찾아온 감정은 점점 크기를 키워가는 분노였지만...
루시엔이 깜짝 놀라 굳어있는 모습을 보며 탤벗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어서 저 자식을 밀쳐내고 따귀를 때려버려, 루시엔.'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점차 바나비의 키스를 조금씩 받아주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그는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결국 그는 들고 있던 구급약 상자를 힘없이 손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구급약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음이 났고, 그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본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마치 심장이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그는 그대로 온실 문을 박차고 나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데나 어딘가 남들의 눈을 피해 혼자 숨을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리아 저택 뒷편에 있는 가까운 숲속으로 달려갔다.
어둠 속에 숨어 웅크리고 앉아서 모든 것을 후회하던 그 때를 떠올리며 탤벗은 다시 그때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는 그녀가 엉망인 몰골을 하고도 그 녀석을 뒤로 하고 자신을 찾으러 와 준게 기뻤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만약 그녀가 쓴 쪽지의 주인공이 그 녀석인 게 확실하다면, 그때 자신은 고통스럽더라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접었어야 했다.
미련하게 바보같이 계속 그녀에 대한 마음을 키워올 게 아니라...
탤벗은 한숨을 내쉬며 어서 빨리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다.
'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 > 창작 팬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45: 마담 퍼디풋의 찻집 (5) | 2022.01.26 |
---|---|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44: 연애 상담 (0) | 2022.01.23 |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42: 쪽지 (0) | 2022.01.16 |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41: 냉전 (2) (0) | 2022.01.12 |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40: 냉전 (1) (0) | 2022.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