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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38: 뜻밖의 제안

루시엔 아리아 2022. 1.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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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안녕하세요, 스네이프 교수님."

 

 

루시엔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하자, 스네이프 교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네 처벌에 대해서는 내 부엉이가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을텐데?"

 

 

"어... 사실은요, 통금 시간에 안뜰에 있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러 왔어요."

 

 

그녀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스네이프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고요, 음... 제 빗자루를 정말로 태워 버리신게 아니라면, 빗자루를 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 빗자루가 정말 정말 필요하거든요..." 

 

 

그녀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묻자, 스네이프 교수는 잠시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빗자루는 돌려주마, 아리아."

 

 

스네이프 교수의 말을 들은 루시엔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돌려주신다고요?! 그러면 제 빗자루는 왜 그렇게 가져가셨던 거죠?"

 

 

"우릴 지켜보는 사람이 우리가 사이가 나쁘다고 믿게 하기 위해서지."

 

 

스네이프 교수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루시엔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저희는 항상 사이가 나쁘지 않나요? 게다가 안뜰은 비어 있었어요."

 

 

그러자 스네이프 교수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설명해주었다.

 

 

"원래도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멍청하구나, 아리아. 레이크픽 부인이 네가 오는 순간부터 널 지켜보고 있었다. 어쩌면 오기 전부터 지켜봤는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설마..."

 

 

루시엔이 곰곰이 지난 밤의 일을 떠올리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느껴졌던 시선을 떠올렸다.

 

 

"멍청함도 정도껏이어야지, 정말 충격적이군. 레이크픽 부인은 널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늘 그렇듯 언젠가 경쟁 상대를 제거하겠지."

 

 

"레이크픽 부인이 절 죽이려고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래도 이상할 건 없지. 하지만 난 네가 날 도와 호그와트에 나타난 레이크픽의 진짜 의도를 밝히는 것을 도와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레이크픽 부인은 그냥 저주 받은 금고 찾는 걸 도와주려는 건 아닐까요?"

 

 

"레이크픽은 그리핀도르 출신치고는 야망이 엄청나지. 아마 저주받은 금고로는 성에 안 찰 거다."

 

 

스네이프 교수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레이크픽은 아마 호그와트를 완전히 장악하고,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제거하려고 하는 것 같다."

 

 

"교수님이나 저같은 사람들 말이죠..?" 루시엔이 이렇게 추측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건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레이크픽을 조사하는 것을 좀 도와주겠느냐?"

 

 

스네이프 교수의 제안에 루시엔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을 내놓았다.

 

 

사실 이건 뜻밖이었지만, 그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제안이기도 했다.

 

 

"물론이죠. 교수님 말씀이 맞다면 전 레이크픽 부인으로부터 호그와트를 보호할 거에요. 제 자신은 물론이고요..."

 

 

"올바른 결정이다, 아리아.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 말을 따른다면 네게 보상을 줄 것이다."

 

 

그러더니 스네이프는 양피지에 무언가를 휘갈겨 적더니 그녀에게 내밀었다.

 

 

"목록의 마법약 재료들을 여기 적힌 특정 장소와 시간에 찾아 오도록 해라."

 

 

그녀는 그 양피지를 받아들고는 읽어보았다.

 

 

"여기 적힌 재료들은 다... 교실에 있는 마법약 재료 선반에 있는 것들이 아닌가요?"

 

 

"만약 레이크픽이 호그와트에 돌아온 이후 하던 대로 생활한다면 이 장소들에서 레이크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레이크픽의 행동을 관찰하고 내게 보고하거라."

 

 

"네, 알겠어요."

 

 

루시엔이 대답하자, 스네이프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는 요술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워 멀쩡한 그녀의 빗자루를 소환해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건네주며 다시 한번 당부했다. "절대,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빗자루를 받아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루시엔은 빗자루를 작게 만들어서 망토 주머니 안에 잘 챙겨 넣고, 점심 식사를 할 겸 스네이프가 적어준 첫 번째 재료를 구하러 연회장으로 갔다.

 

 

그녀가 연회장으로 가니 레이크픽은 그리핀도르 테이블 근처에서 필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레이크픽이 있는 쪽을 한 번 슬쩍 보고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혼자 조용히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벤에게 다가가 인사하며 합석했다.

 

 

"안녕, 벤.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

 

 

"만나서 반가워, 루시엔. 그런데, 갑자기 너무 격식차리는 인사 아니야? 우린 아까 오전 마법 수업에서도 만났잖아."

 

 

벤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에게 묻자, 루시엔은 미소띤 얼굴로 벤에게만 들리게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난 스네이프 교수님이 마법약에 넣을 꿀을 가져오라고 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거든. 최대한 눈에 띄지 말아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기도 해."

 

 

"그게 나랑 무슨 관련이 있는데?" 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음... 네가 나의 목표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는 내 친구라서 그렇다고 해둘게. 더이상은 말 못 해."

 

 

루시엔이 이렇게 말하자 벤은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뭔가 위험한 일을 하는 거지?"

 

 

"딱히 위험한 일은 아니야. 그냥 내가 할 일을 하면서 귀만 열어놓고 있으면 되는 일이지."

 

 

그녀의 대답을 들은 벤은 그녀가 자신이 앉아있는 곳 근처의 누군가를 염탐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설마 너 레이크..." 그가 자신이 짐작한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녀가 재빨리 그의 말을 잘랐다.

 

 

"레이크 쇼어에서 오랜만에 식후 산책이나 해볼까나! 점심 식사가 참 맛있다, 그치? 샐러드에 꿀도 좀 더 뿌려서 먹어야 되겠어."

 

 

루시엔은 태연한 척 하면서 열심히 레이크픽과 필치의 대화를 엿듣기 시작했다.

 

 

레이크픽은 일전에 시클워스가 필치의 사무실에서 찾아낸 산호 열쇠를 들고 필치를 추궁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열쇠는 어디서 났죠?" 레이크픽이 거만한 얼굴로 필치에게 묻자, 필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네가 내 사무실에서 물건을 훔쳐간 도둑이라는 것을 진작 알아 챘어야 했어. 넌 학생일 때와 달라진 게 없구나."

 

 

"간단한 걸 묻고 있잖아요, 필치 씨.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마세요."

 

 

"지금 학교에 들어왔다고 날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제 질문에 대답하실래요, 아니면 당신과 그 고양이가 뭘로 만들어졌는지 제가 직접 확인해볼까요?"

 

 

그러자 필치가 이를 갈며 말했다. "진작 기회가 있었을 때 네 손목을 족쇄에 매달아 놨어야 했는데."

 

 

"너 따위한테 그런 기회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어. 열쇠를 어디서 구했는지 어서 말해, 스큅."

 

 

"그건 선물이었어." 필치는 분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거짓말." 하지만, 레이크픽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몇 년 전, 누군가가 수상쩍은 상자를 내 사무실에 놓고 갔다. 상자엔 어둠의 깃펜 세 개와 저 열쇠가 들어 있었지. 그건 가져가도 좋아. 어차피 나에겐 전혀 쓸모 없는 물건이니까..."

 

 

그러자 레이크픽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 다시 상냥한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허락해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다시 얘기 할 일은 없길 바랍니다."

 

 

그리고선 홱 몸을 돌려 유유히 대연회장을 나갔다.

 

 

루시엔은 레이크픽이 연회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는 허겁지겁 나머지 음식들을 입 안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염탐하는 사람이 레이크픽이었구나. 조심해, 루시엔. 네가 염탐하는걸 레이크픽이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

 

 

"걱정해줘서 고마워, 벤. 그나저나 어둠의 깃펜이라니... R과 우리 오빠가 비밀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썼던 것 같은데..."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며 책가방을 둘러멨다.

 

 

"난 계속 레이크픽을 따라가서 뭘 아는지 지켜봐야 되겠어. 오늘 내가 한 일은 비밀로 해 줘, 부탁할게."

 

 

"나야말로. 난 여기 없었던 걸로 해 줘..." 벤이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서둘러 연회장 밖으로 나와 레이크픽이 어디로 갔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미 레이크픽은 어디론가 가 버리고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아까 스네이프 교수가 준 양피지를 다시 펼쳐 보았다.

 

 

"오후 7시, 스리 브룸스틱스-라벤더라... 그럼 다음에 가볼 곳은 스리 브룸스틱스네." 

 

 

루시엔은 누구와 같이 가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더니, 망토 안 주머니에서 손거울 하나를 꺼내들었다.

 

 

"탤벗."

 

 

그녀가 손거울 뒷편의 세계수 모양의 조각 위에 손가락을 댄 채로 그의 이름을 부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손거울 속에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야?" 그가 거울 속에서 그녀에게 물었다.

 

 

"이따 오후 수업 끝나고 나랑 같이 스리 브룸스틱스에 가지 않을래? 내가 버터 맥주 사 줄게."

 

 

그녀가 미소를 띤 밝은 얼굴로 이렇게 묻자 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보이는데?" 

 

 

"눈치 빠르기도 하지. 음... 여기서 말해주긴 좀 그렇고, 이따가 만나서 얘기해 줄게."

 

 

그녀가 곤란한 얼굴로 주변을 슬쩍 둘러보며 손거울을 보면서 혼잣말 하는 척을 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이따가 6시 반에 현관에서 만나자. 그 시간엔 날아가는건 너무 눈에 띌 것 같거든."

 

 

그녀가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을 정리하는 척 하면서 재빨리 말했다.

 

 

"그래, 이따 봐. 피니테." 그는 짧게 대답하고는 연락을 종료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손거울을 들고는 마저 머리 매무새를 정리하는 척 하다가 망토 안 주머니에 거울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손목시계를 힐끔 쳐다보았는데,

 

 

"이런..! 지각이다!" 헐레벌떡 달려서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날 저녁 식사는 건너뛰고, 루시엔은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고는, 따뜻한 외투와 목도리를 둘러서 외출 채비를 마친 후 서둘러 현관으로 나갔다.

 

 

현관으로 가는 길에 그날 저녁 외출을 나가는 고학년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그녀는 현관으로 내려오며 두리번거리며 탤벗을 찾아보았는데, 그의 키가 큰 덕분에 현관 로비 구석에 멀뚱히 서 있는 그를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탤벗! 일찍 왔네! 혹시 내가 많이 기다리게 한거야?"

 

 

그녀가 환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오며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방금 왔어. 그래서, 오늘 외출하는 목적이 뭔데?"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가면서 얘기해줄게. 어서 따라와!"

 

 

그녀가 그의 팔을 잡아 끌며 현관을 나섰다.

 

 

그녀는 호그스미드로 향하는 숲길을 그와 함께 걸으며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넌 지금 스네이프 교수님의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는 거지? 그래서 들키지 않게 위장할 동행인이 필요한 거고." 

 

 

그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결론을 정리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래번클로의 우등생답게 이해가 빠르네."

 

 

그리고는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다.

 

 

"주변을 좀 봐봐, 우리만 이렇게 나가는게 아니니까 분명히 들키지 않을걸?"

 

 

그녀의 말대로 그 시간대 호그스미드로 향하는 숲길에는 함께 외출하는 고학년 학생들이 보였고, 그 중에는 커플들도 꽤 많이 있었다.

 

 

"이건 마치... 데이트 같은데?"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부정했다.

 

 

"아냐, 이건 비밀 임무 수행이라니까?!"

 

 

그러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피식 웃었다.

 

 

"뭐, 어쨌든.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데? 다른 친구들을 놔두고 굳이 나한테 부탁한 이유가 있을거 아냐?"

 

 

"그냥 평소의 너대로 있어주면 돼. 내가 너한테 부탁한 이유는... 너는 키가 큰데도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몸을 잘 숨기는 것 같아서야. 솔직히 말해봐, 너 은신 마법도 할 줄 아는 거야?"

 

 

그녀의 이유를 들은 그는 '그럼 그렇지' 라는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그럴리가. 그냥 조용하게 지내는 습관이 몸에 배서 그런 거겠지." 라며 피식 웃었다.

 

 

"여하튼, 너랑 같이 있으면 나도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평소처럼 나랑 같이 있어주면 돼."

 

 

그러자 그는 눈을 굴리더니 그녀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놀렸다.

 

 

"평소처럼이라는건 오늘도 울보 아가씨를 달래주는 걸 말하는 건가?"

 

 

"으익...그건..! 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니까!"

 

 

그녀가 창피해하며 그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그래그래, 알았어. 울.보.아.가.씨."

 

 

그가 다시 한 번 얄밉게 놀리자, 그녀는 화가 나서 빽 소리쳤다.

 

 

"울보 아니야!"

 

 

그러자 주변에서 걷고 있던 다른 학생들이 그들 쪽을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자기 입으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울보 아니야' 라고 소리치다니...!

 

 

이건 스스로 울보임을 광고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창피함으로 고개를 푹 수그렸고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스리 브룸스틱스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고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조용히 가다보면 다른 사람들도 곧 잊어버리겠지.'

 

 

한편, 루시엔이 고개를 수그린 채로 말없이 걷기만 하자, 탤벗은 갑자기 마음이 좌불안석이 된 것 마냥 불안해졌다.

 

 

'내가 너무 심하게 놀렸나?'

 

 

힐끔힐끔 옆에서 걷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 보아도, 계속 고개를 수그리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내가 울린 건 아니겠지?'

 

 

그는 이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면 잘해주기만 해도 모자를 판에, 짓궂게 놀리기나 하다니.

 

 

왜 자신은 자꾸만 이렇게 비뚤어진 방향으로 그녀를 대하게 되는걸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서로 다른 생각에 빠진 채로 조용히 말없이 숲길을 걸어 호그스미드에 도착했고, 그들은 호그스미드 공식 방문일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스리 브룸스틱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루시엔은 눈으로 술집 안을 훑어보았고, 카운터에서 주문을 처리하느라 바쁜 로즈메르타 부인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레이크픽을 발견했다.

 

 

그녀는 눈을 반짝 빛내고는 침착하게 카운터 근처의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탤벗은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와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루시엔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운 것 같진 않았고, 멀쩡해보였다.

 

 

오히려 그녀는 임무 수행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불타는 의욕으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탤벗은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루시엔은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척 하며 카운터 쪽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레이크픽은 이제 로즈메르타 부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제이콥 아리아 학생을 알았다는 게 사실인가?"

 

 

레이크픽이 특유의 거만한 태도로 대뜸 물어보자, 로즈메르타 부인은 성가시다는 듯 무례한 방문자를 향해 대답했다.

 

 

"평소에도 초면에 이렇게 대뜸 무례하게 인사를 하시나요?"

 

 

하지만 레이크픽은 역시 레이크픽이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 학생이 이곳에 어둠의 깃펜으로 변신시킨 공책을 두고 갔을 텐데." 

 

 

"음료를 주문하실 건가요? 그게 아니면 전 돈을 내는 손님들이 계셔서 이만 가 봐야겠네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냉정하게 대꾸했다.

 

 

"그 학생이 지도도 두고 갔나?" 그러나 레이크픽은 집요했다.

 

 

"뭐라고요?" 

 

 

"호그와트 성 구내의 지도 말이야. 필치 씨가 몇 년 전에 압수했다는데 지금은 사무실에 없더군."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이곳 저장고를 내가 확인해 봐야겠어."

 

 

레이크픽이 이렇게 말하자, 로즈메르타 부인은 발끈했다.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 돼요."

 

 

"그건 두고 보자고." 레이크픽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 단골 손님들 중에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에 계신 분들이 있어요. 오러 사무실에 근무하시는 분도 있고요. 그분들께 단골 술집의 착한 주인을 협박한다고 말씀드려볼까요?"

 

 

그러자 레이크픽은 인상을 찌푸리며 로즈메르타 부인의 협박에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다만, "내 지도를 찾아 주면 당신의 무례는 참아 주지." 라고 내뱉고는 술집을 나가버렸다.

 

 

그 뒤에 대고 로즈메르타 부인은 이렇게 소리쳤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다시는 내 술집에 발 들이지 마!"

 

 

루시엔과 탤벗을 포함하여 술집 안의 많은 사람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루시엔은 메뉴판에서 고개를 들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탤벗을 바라보았고, 탤벗도 놀란 얼굴로 그녀를 마주보았다.

 

 

"엄청난 소동이었네..." 그녀가 그에게 이렇게 말하자, 그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런데, 지도라니... 혹시 넌 무슨 얘긴지 알아?"

 

 

그녀가 그에게 묻자, 그는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혹시 스네이프 교수님은 뭔가 알고 계시지 않을까?" 그가 합리적인 추측을 내놓았다.

 

 

"네 말도 일리가 있네. 혹시 모르니 나중에 보고드릴 때 이것도 말씀 드려야겠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가 다음으로 향할 목적지가 어디인지 다시 양피지를 꺼내어 확인하는 동안, 그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있잖아... 아까는 미안해. 내가 너무 심했어."

 

 

그러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가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깨닫고는 서서히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지금 나 달래주는 거야?"

 

 

그는 왠지 모르게 민망한 기분을 느끼며 애꿎은 뒷통수만 긁적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눈 앞의 커다란 녀석이 왠지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곱게 접으며 웃었다. 

 

 

그리고는 밝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자, 이제 뭐 마실래? 난 버터 맥주!"

 

 

비록 자신의 사과에 대해 그녀가 아무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는 그녀의 따뜻한 초록색 눈동자와 고운 미소를 보며 그녀가 사과를 받아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곳에 들어오기 전보다 두 사람 사이가 좀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같은 걸로."

 

 

"이번엔 내가 산다고 했으니까 내가 주문하고 올게!"

 

 

그녀가 환한 얼굴을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로즈메르타 부인이 일하고 있는 카운터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의 얼굴에도 살짝 미소가 피어났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런 '임무'를 맡겨준 스네이프 교수에게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그는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감사합니다, 스네이프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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