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그는 당당한 목소리로 로완을 향해 대답을 말했다. "난 벌칙용 음료를 선택하겠어."
"뭐?" 로완은 그의 당당한 대답에 허탈해했고, 루시엔은 내심 그의 대답이 궁금했던 터라 살짝 실망하고 말았다. 다른 아이들과 르웬도 루시엔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원래 이 게임의 룰이 그런 거잖아. 난 벌칙용 음료를 선택한 것 뿐이야."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말하자, 다들 그의 주장에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르웬은 그에게 벌칙용 음료를 한 잔 따라서 건네주었고, 그는 단숨에 음료를 비워버렸다. "생각보다 그렇게 끔찍한 맛은 아닌데?"
그의 말에 루시엔과 르웬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뭐? 그거 진심이야? 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끔찍한 맛이었는데!"
"정말이니? 우리 루시는 끔찍하다고 야단이던데!"
그는 눈을 한 번 굴리고는 르웬에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하고는 짓궂은 미소를 띤 얼굴로 루시엔에게는 놀리듯이 말했다.
"네가 어린애 입맛이라 그런가보지."
루시엔은 그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삐죽이며 그에게 툴툴거렸다. "네가 아저씨 입맛인 거야."
탤벗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벌칙용 음료 잔을 내려놓고 요술 지팡이를 빙그르 돌렸다.
이번에 걸린 사람은 바나비였다.
탤벗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런 질문을 바나비에게 던졌다.
"너는 너희 부모님을 어떻게 생각해? 그분들을 존경하고 닮고 싶어, 아니면 그 반대야?"
이런 질문을 받자, 바나비는 진지한 얼굴로 곰곰이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 부모님은 아즈카반에 계셨었어. 그분들은 내가 어렸을 때 끔찍하게 학대하셨었지. 그 당시 난 그게 학대인지도 모르고 자랐지만 말이야."
그는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난 솔직히 머리가 좋지 않아.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날 더 학대하셨던 것 같기도 해. 그사람을 위해 내가 무언가 '쓸모있는' 일을 할 수도 없는 바보 천치처럼 보였을 테니까."
"난 호그와트에 오고나서 내가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되면, 그들이 날 아껴줄 줄 알았어. 그래서 메룰라 패거리에서 걔네들과 어울렸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지." 그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3학년때 루시엔을 만난 거야. 난 루시엔과 여기 다른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나서 처음으로 날 진심으로 아껴주는 존재가 생겨서 기쁘고 행복해졌어. 그래서 더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난 우리 부모님을 닮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어."
그가 말을 마치자 탤벗과 르웬을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살짝 감동받은 얼굴이었다.
탤벗은 담담한 표정이었고, 르웬은 그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에 안타까워 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지금 말한건 '진실'이니까 난 이 디저트를 먹을 자격이 있는 거겠지!"
바나비가 다시 쾌활한 목소리로 르웬이 준비한 바구니에서 먹음직스러운 머핀 하나를 집어들었고, 탤벗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해주었다.
바나비는 머핀을 들고 신나하며 요술 지팡이를 빙그르 돌렸고, 이번에 요술 지팡이가 가리킨 사람은 루시엔이었다.
그러자 통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휴, 내가 아니라 다행이네. 난 이 요술 지팡이가 다음에 날 가리킬까봐 조마조마 했거든. 혹시라도 벌칙용 음료는 절대 마시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라고 옆에 있던 로완에게 속닥였다.
로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킬킬거렸고, 루시엔은 울상을 지었다.
"또 나야?"
그러자 바나비가 환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진실을 말하면 벌칙용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되잖아!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되지!"
루시엔은 그의 긍정적인 말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며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질문이 뭐야, 바나비?"
바나비는 목을 한 번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루시엔,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난 너한테 그냥 친구야? 아니면 데이트하고 싶은 상대야?"
그의 질문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폭탄을 떨어뜨린 것과 같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저마다 그의 돌직구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헐!" "이럴수가!" "어머!" "세상에!"
반면 탤벗은 말 없이 초조한 마음으로 루시엔을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루시엔은 당황하여 입을 뻐끔거리며 놀란 얼굴로 바나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게 말이지..."
바나비는 다시 말을 덧붙였다.
"난 어느 쪽이든 네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다 좋아. 그러니 부담갖지 말고 말해줘."
그의 말을 듣고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을 고르더니 그에게 대답을 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음... 나는 데이트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그래서 데이트를 하게 되면 뭘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아직은 데이트를 하고 싶은 상대가 어떤 상대인지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녀는 턱을 문지르며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고는 대답을 이어갔다.
"넌 내가 아끼는 소중한 친구이고, 너와 있으면 언제나 즐거워. 그런데 이런 게 데이트 하고 싶은 상대가 되는 필요 조건인 걸까? 아니면 충분 조건인 걸까?"
그녀의 대답을 들은 바나비는 미소를 띤 얼굴로 "그게 무슨 조건인지는 난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대답으로도 충분해! '진실'을 말해줘서 고마워, 루시엔." 이라고 하며 그녀에게 바구니를 내밀었다.
루시엔은 환한 얼굴로 바구니에서 초코칩 쿠키를 하나 집어들며 기뻐했다.
"얏호! 디저트다!"
루시엔이 다시 요술 지팡이를 돌리려고 하자, 르웬이 시계를 힐끗 바라보더니 잠시 멈추게 했다.
"자,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는데, 우리 다들 불꽃놀이도 해야하고, 춤도 춰야되지 않겠니? 통스에게는 한 번도 차례가 돌아가지 못했지만, 시간 관계상 진실 게임은 이쯤에서 그만하는게 어떨까? 괜찮니, 통스?"
통스는 환한 얼굴로 "물론이죠, 르웬 아주머니. 대신 저도 쿠키랑 머핀 디저트를 좀 먹어도 될까요?"
이렇게 묻자, 르웬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디저트를 하나도 먹지 못한 통스와 탤벗에게 바구니를 내밀며 그들에게도 원하는 것을 고르게 해주었다.
그들은 디저트를 먹으며 잠시 수다를 더 떨다가, 어느새 벌써 다 비워버린 머그잔을 내려놓고 외투를 걸치고는 뒷마당으로 나갔다.
뒷마당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한 켠에는 필리버스터의 불꽃놀이 폭죽이 가득 든 상자가 놓여 있었다.
르웬은 라디오를 하나 가지고 나가서 배경 음악처럼 운명의 세 여신의 노래를 틀어놓았다.
"잠시만 기다리렴."
르웬은 아이들에게 불꽃놀이 폭죽을 건네주기 전에 저택 부지 경계의 보호 마법을 더욱 강화 시키고는 혹시라도 주변을 지나가던 머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현혹 마법을 더 넓게 덧대어 걸었다.
"이제 시작해볼까?"
그녀는 미소를 띤 얼굴로 아이들에게 폭죽을 터뜨리는 방법과 "절대 사람을 향해 폭죽을 발사하면 안 된단다!" 주의사항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고는, 직접 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피융! 펑!
색색깔의 화려한 불꽃이 펑펑 터지며 밤 하늘을 수놓고, 따뜻한 모닥불을 배경으로 그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운명의 세 여신이 부르는 락 버전으로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 음악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스텝이건 박자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흥겨움에 몸을 흔들며 서로 손을 붙잡고 노는 것 뿐이었지만, 그들 모두는 깔깔거리며 충분히 즐거워했다.
루시엔은 로완의 팔짱을 끼고 빙글빙글 돌다가, 이번엔 페니의 손을 붙잡고 빙글빙글 돌았고, 그 다음엔 엄마와 함께 트위스트 춤을 추었다.
바나비와도 손뼉을 짝짝 치면서 깡총깡총 뛰며 즐거워했고, 통스와도 두 손을 붙잡고 둥글게 둥글게를 하는 것처럼 가까이 다가왔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며 킬킬거렸다.
그 다음 차례로 탤벗의 앞에 서서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빙글빙글 돌며 즐거워 했다.
탤벗도 그녀의 장단에 맞추어 그녀를 빙글빙글 돌려주면서 깔깔거리는 그녀와 함께 춤추며 웃었다.
그들은 그렇게 춤을 추고, 르웬이 준비한 음료들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모닥불에 마시멜로를 굽기도 하며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냈다.
자정이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 되자 르웬은 이제 잘 시간이 되었다며 아쉽지만 파티를 해산하고 아이들을 각자의 방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은 잘 자라고 인사를 하고는 각자의 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루시엔도 친구들과 엄마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실에 들어가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서 목욕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의 일들을 회상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는 정말 즐거웠던 것 같아." 그녀는 미소를 띤 얼굴로 눈을 감고 혼잣말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온 일, 집 구경, 모두가 함께한 크리스마스 만찬, 파티 준비와 파티 즐기기, 크리스마스 선물들에 명절 키스 등등...
짧은 시간 동안 즐거웠던 일들이 너무도 많이 일어났던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첫 키스를 이렇게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네!"
비록 그녀가 상상 속에서 그리던 첫 키스와 너무도 달랐고, 예상치못한 해프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그리 나쁘지 않은 명절의 추억으로 남게될 것 같았다.
그녀는 이제 진실 게임에서 바나비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데이트 상대로서 좋아하는 것이라... 흠..."
비록 지금까지는 그런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요즘 이런 상황들을 자꾸만 맞닥뜨릴 때마다 그녀도 조금씩 자신의 감정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녀는 욕조에 앉아서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로완이 그녀에게 준 선물을 떠올리고는 욕조에서 일어나 물기를 닦고 목욕 가운을 입고는 욕실을 나갔다.
"그걸 내가 아까 어디 뒀더라..." 그녀가 선물 받은 것을 쌓아 놓았던 곳을 뒤적거리며 로완이 준 연애 지침서를 찾아보았다.
"여깄다!" 그녀는 그 책을 펼치며 목차부터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연애가 처음인 십대 마법사들을 위한 연애 지침서. 당신의 연애에 대한 궁금증을 A부터 Z까지 모두 알려드립니다. 음... 내가 찾는 질문도 여기 있을까?"
그녀는 책의 페이지를 뒤적거리며 '좋아하는 감정 확인하기'와 관련된 부분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음... 좋아하는 감정을 갖게 되면 상대방이 계속 생각나고, 좋은 것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가장 먼저 주고 싶고, 그 사람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이런 감정은 데미가이즈처럼 당신의 심장 한 켠에 숨어있다가 예고없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요.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생겼다면?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사랑에 빠져버린 겁니다?"
그녀는 과연 이 책을 계속 읽어봐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다.
"설마, 로완이 이상한 책을 선물로 주진 않았겠지."
그리고 그녀는 밤 늦게까지 그 책을 읽어보고는 책장을 덮으며 지금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하품을 크게 하며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침대에 쏙 들어가 누워서 생각해보았다.
책에서 읽었던 것과 자신의 상황은 맞는 부분도 있고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책을 읽어보며 그녀는 바나비가 자신에게 정말로 연애 감정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것 같다는 추측에 이르렀다.
"그러면 나는 이제 그 애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거지?"
그녀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책을 들고왔고, 이제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부분을 책에서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음... 고백을 받아주거나, 거절하거나 둘 중 하나? 그러면 고백을 받아주면 어떻게 되고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녀는 혼잣말을 하며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아보았다.
"고백을 받아주면 연인 관계가 시작되고, 거절하면 좋은 친구로 남을 수도 있고 평생 어색한 사이가 될 수도 있다고?"
루시엔은 바나비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바나비를 연애감정으로 좋아하나...?'
사실 바나비는 그녀에게 덩치 크고 순수한, 그야말로 좋은 남자 사람 친구였다.
외모?
물론 바나비가 잘생기고 근육질이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휘황찬란한 외모의 아빠와 오빠를 보고 자란 루시엔에게 있어서 잘생긴 외모는 별로 큰 감흥이 없었다.
성격?
루시엔이 보아온 바나비는 정말 파리 한 마리도 쉽게 때려 죽이지 못할 것 같은, 착하고 해맑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이게 이성으로서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감정?
바나비는 자신에게 이성으로서 감정을 가지고 있긴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애를 좋아하나?
'이게 무슨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그녀는 이제 책을 덮고는 뻑뻑한 두 눈을 감았다.
'애정 문제란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건지...!'
사실 바나비가 워낙 농담을 잘 하니까, 이번에도 그냥 농담으로 고백 비슷한걸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약 농담으로 한 고백이었다면, 루시엔도 굳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게 정말로 진심이었다면..?
자칫 잘못하면 바나비의 감정에 상처를 입히고 평생 친구 관계가 틀어져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한편, 그날 밤 바나비와 탤벗은 각자 방에서 각자 다른 이유로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바나비는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해보아도 자꾸만 루시엔과 했던 키스가 떠올랐던 것이다.
비록 겨우살이 전통에 기대어 그녀의 입술을 훔치긴 했지만, 그리고 자신이 장난스럽게 한 고백이 받아진 것도 아니었지만, 그때 순간 그녀가 딱히 거부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입맞춤을 받아주었다는 것이 그에겐 중요했다.
'그때 탤벗 윙거 그 녀석이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바나비는 머릿속이 고장나기라도 한 듯, 자꾸만 재생되는 꿈 같은 그 기억에 덧붙여 상상의 나래를 펼쳐갔다.
그리고, 만약 탤벗 윙거가 그 순간을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황홀했을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두근거리는 설렘과 달뜬 흥분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반면, 탤벗은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고 해보아도 자꾸만 이전에 목격했던 루시엔과 바나비의 키스가 떠올랐다.
자꾸만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충격적이었던 그 장면은 폭력적이고도 파괴적으로 무자비하게 그의 심장을 난도질 해대는 것 같았다.
비록 루시엔이 겨우살이 전통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에 자꾸만 떠오르는 이 기억은 벌어진 상처 위에 뿌려진 굵은 소금처럼 몹시도 아프고 쓰라렸다.
탤벗은 침대에 누워서 괴로운 마음으로 몸을 뒤틀며 쓰라린 아픔을 삼켰고, 애써 그 이후에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들을 떠올리며 아픈 기억을 덮어버리려고 노력했다.
'사실 루시엔이나 바나비 녀석에겐 아무 잘못이 없어. 이 상황에서 죄가 있다면 그 애를 좋아하고 있는 내 마음이 죄겠지.'
그는 이 또한 자신이 루시엔을 마음에 품었기에, 어떻게든 그 자신이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형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아직 바나비를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자신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기에, 탤벗은 그날 밤새 괴로운 마음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연휴가 쏜살같이 지나버리고 연휴 마지막 날, 그들은 르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후 호그와트로 돌아왔다.
르웬은 아이들에게 모두 짧게 한 번씩 포옹을 해주고는 언제든지 놀러와도 좋다고 했고, 아이들을 킹스크로스 역까지 바래다 주었다.
호그와트로 돌아오는 길은 아리아 저택으로 갈 때처럼 마냥 신나고 들떠있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 호그와트에 돌아가면 다시 공부와 과제, 시험이 기다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루시엔은 레드캡의 소굴에 들어가서 탐색하기 전의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보며 페니에게 미화 마법약을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페니는 흔쾌히 그녀의 부탁을 수락했다.
다른 아이들은 그녀의 탐색 계획을 걱정하며 혹시라도 자신들이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친구들의 그러한 다정한 염려에 그녀는 미소띤 얼굴로 "고마워, 얘들아."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루시엔은 가능한 한 친구들을 위험으로부터 멀리 떼어놓고 싶었다.
혹시라도 이들 중에 자신과 함께 나섰다가 누군가 다치기라도 하면, 루시엔은 자기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루시엔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고,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탤벗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통스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폭탄 카드를 하자고 제안했고, 페니와 바나비, 루시엔이 참여하면서 그들은 호그와트에 도착할 때까지 폭탄카드 게임을 하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월의 호그와트는 소복이 쌓인 눈으로 아름다웠고 고요했다.
그리고, 성 안은 다시 학기를 맞아 돌아온 학생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학기가 시작되며 다시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요즘 래번클로 휴게실에서는 일부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붐이 일어났는데, 그 이유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지내며 마음껏 즐겼던 명절 음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생 휴게실에서는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다이어트 체조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가끔은 안드레도 이들과 함께 모여 체조를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어느 날, 대연회장에서 식사를 하면서 루시엔은 지난 학기에 함께 금지된 숲에 가기로 약속했던 찰리와 이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들 주위를 지나가던 이즈멜다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즈멜다는 이들의 모험 계획에 매우 흥미를 보이며 자신도 끼어달라고 했는데, 루시엔은 처음엔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즈멜다가 '지금 자기를 우습게 봐서 그 모험에 못 끼게 하는거냐', '내가 금지된 숲에 가면 어둠의 저주를 사용해서 멍청한 레드캡 따윈 다 밟아버릴 수 있다'며 강한 호승심을 불태웠고, 그 기세에 못이겨 결국 루시엔은 이즈멜다도 끼워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즈멜다에게도 미화 마법약이 완성되면 곧 금지된 숲으로 갈테니 부엉이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종종 마법 물품실에 들러 미화 마법약을 만드는 페니를 도왔고, 마법약이 드디어 완성된 날, 루시엔은 찰리와 이즈멜다에게 다시 한 번 쪽지를 보냈다.
오늘 밤, 10시.
안뜰에서 출발할 거야.
각자 빗자루는 필참이야!
-L
그리고 그날 밤, 완성된 미화 마법약과 빗자루를 챙기고, 미리 빌려온 시클워스를 데리고 안뜰로 살금살금 내려간 루시엔은 그곳에서 찰리와 이즈멜다를 만났다.
"드디어 내가 갈고닦은 저주 실력을 발휘할 때인가." 이즈멜다는 음산하게 킬킬거리며 빗자루에 올라탔다.
"조심해야 해, 이즈멜다. 우린 화살촉을 찾으러 가는 거야. 레드캡이 출몰하는 곳이니까 위험할 수 있어." 루시엔이 그녀에게 당부했다.
"레드캡 따위는 내 저주 한 방이면 아무 것도 아닐 거야. 너나 조심해, 아리아." 이즈멜다는 콧방귀를 뀌었다.
루시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찰리를 향해 물었다. "찰리, 너는 준비 됐어?"
찰리는 그녀를 향해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 떠날 준비가 되었지!"
그때, 루시엔은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가 시선이 느껴지는 쪽을 돌아보았는데,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기분 탓인가 하며 고개를 갸웃하고는 빗자루에 올라탔다.
"자, 그럼 출발하자." 그녀는 친구들에게 신호를 주었고, 그들 세 사람은 어둠 속을 날아 금지된 숲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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