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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2: 다이애건 앨리

루시엔 아리아 2021. 9.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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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초록색 불길과 함께 다이애건 앨리의 한 상점 안의 벽난로에서 로완과 루시엔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도 이번이 두번째 플루가루 여행이라 그런지, 루시엔은 지난번 로완네 집에 갈 때처럼 우스꽝스러운 몰골로 튕겨져 나오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부딪힌 팔꿈치는 아직도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루시엔과 로완은 서로 먼지를 털어주며 옷 매무새를 정리한 뒤 상점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며칠 전 호그와트에서 보낸 부엉이가 가져다 준 준비물 목록을 들고 읽어내렸다.


"음... 나는 교과서랑, 마법약 재료랑, 용 가죽 장갑을 준비해 가야 될 것 같네." 루시엔이 목록을 훑어본 뒤 이렇게 말했다.


"나는 교과서랑, 마법약 재료만 더 사면 될 것 같아. 다른건 쓰던 게 있거든. 나머지는 내가 필요한 잉크랑 깃펜, 양피지 노트 정도?"


"나도 잉크랑 깃펜, 양피지 노트는 여분으로 좀 더 사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이실한테 줄 부엉이 간식이랑 빗자루 광택제도 하나 사 가려고. 이번 퀴디치 경기에서 실력 발휘 좀 해봐야지."


"그래, 그럼 일단 가장 중요한 교과서부터 시작해서 차례차례 사러갈까?" 로완이 쾌활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좋아! 플러리쉬와 블러트 서점부터 가자!"


그래서 두 사람은 가장 먼저 플러리쉬와 블러트 서점으로 향했다.


루시엔은 중급 마법약, 중급 마법, 중급 변신술, 중급 약초학 교과서를 구입하였고, 초급 신비한 동물 돌보기 교과서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입문 서적도 구입했다.


책을 한아름 들고선 앞이 잘 안보이는 상태가 되자 루시엔은 혹시 앞에 있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조심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계산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고, 그러면서 루시엔은 들고 있던 교과서들을 바닥에 우르르 쏟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앞이 잘 안 보였거든요."


루시엔은 황급히 사과하고는, 쭈그려 앉아 바닥에 떨어진 교과서들을 다시 줍기 시작했다.


그때, 그 사람이 허리를 숙여 같이 책을 주워주기 시작했다.


루시엔은 고마워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루비같은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탤...벗?"


"사과는 됐고, 앞 좀 잘 보고 다녀. 위험하니까."


여전히 냉담했지만 변성기라 예전보다 좀 더 굵어진 낯선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탤벗은 루시엔이 떨어뜨린 교과서를 다 주워 들고 일어섰다.


루시엔은 깜짝 놀랐다.


"탤벗, 갑자기 너 왜 이렇게 큰 거야? 너무 변해서 너인줄 못 알아볼 뻔 했다고?!"


호그와트에 입학할 무렵만 해도, 탤벗은 루시엔보다 작고 왜소한 체구였다.


그래서 루시엔이 처음 플러리쉬와 블러트 서점에서 만났을 때도 탤벗을 보고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하여 '꼬마'라고 할 정도였었다.


그 이유는 탤벗이 그동안 숲 속 야생에서 생존하느라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그와트에 입학한 이후 매일 충분한 식사와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탤벗은 다시 제대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고,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하자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듯 급속히 성장하게 된 것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여전히 예쁘장한 이목구비와 마른 체형은 그대로였지만, 좀 더 선이 남자다워졌고, 키가 커지고 어깨가 벌어져서 더 이상 왜소해 보인다고 할 수 없는 보기 좋은 체격이 되어 있었다.


탤벗의 변화를 목격한 루시엔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낯선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비실비실하던 병아리가 못 보던 새에 훌쩍 자라 멋진 수탉이 된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성장기니까 그렇지. 안 그래, 꼬마야?"


탤벗이 뭘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 눈을 굴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놀렸다.


"헐, 나 꼬마 아니거든? 나랑 나이도 똑같은 주제에!" 루시엔은 꼬마라는 소리에 발끈했다.


"너보다 내가 6개월은 먼저 태어났으니까, 그동안 먹은 밥그릇 수만 세 봐도... 넌 꼬마 맞네."


탤벗은 이렇게 약올리듯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교과서 더미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때, 루시엔의 머릿속에 1학년때 처음 호그와트 물품들을 사러 서점에 왔었을 때가 떠올랐다.


'와, 정말 격세지감이네.'


루시엔은 탤벗이 그때 자신의 말을 되돌려준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제 루시엔보다 적어도 한 뼘은 더 커져 있었던 것이다.



사실 탤벗은 루시엔과 부딪히기 전부터 서점에 있는 루시엔을 알아보았었다.


아니,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딜가나 눈에 띄는 발광체가 저기 있는데, 어느 누가 무심코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몇 달 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성장기라 그런지, 어느새 키도 조금 더 자랐고, 가냘픈 몸매에도 조금 더 굴곡이 생겨서 선이 부드럽고 여성스러워졌다.


젖살이 아직 다 빠지지 않아 볼이 통통했던 11살 때에도 예뻤는데, 어느덧 여인의 모습이 되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더욱 눈이 부셨다.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저 귀찮은 발광체 녀석이 예쁘다니 내 눈이 삔게 분명해.'


탤벗은 애써 고개를 돌리고는 준비물 목록에 있던 교과서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잠시 후, 탤벗은 다시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돌아갔다.


이번에도 그의 시선은 위태롭게 이마까지 쌓인 책 더미를 들고 조심조심 계산대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자신은 왜 이런걸까.


정말 귀찮고 성가신 녀석인데, 그렇다고 아예 신경을 꺼버리자니 그게 더 성가신 기분이 들었다.


그는 도통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듣기론 그녀의 집안이 벨라 혈통이라던데, 그래서 그런걸까?


아름답고 매혹적인 존재인 벨라의 피를 이은 아이라서 그런 거라면, 이 이상한 기분이 조금쯤 설명이 될 지도 모르겠다.


잠깐, 그러면 자신이 정말 저 녀석을 매혹적이라고 느끼고 있는게 사실인 건가...?


'절대로, 그럴리가 없어...!'


그는 이렇게 복잡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들고 있는 책이 떨어지기 전에 받아주기 위해 그녀 앞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루시엔 옆으로 빠르게 걸어나가던 다른 사람이 책 더미를 치고 지나가면서 결국 그녀는 들고 있던 책을 와르르 쏟고 말았다.


그녀가 들고 있던 책을 치고 지나간 사람은 힐끗 그녀를 한번 쳐다본 후 작게 투덜거리며 아무 사과도 없이 바쁘게 서점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루시엔은 때마침 그녀를 도와주러 오느라 자기 앞쪽에 와 있던 탤벗에게 자기가 부딪힌 줄 알고 사과를 했다.


그래서 결국 그녀의 앞에 서 있던 탤벗은 귀찮은 설명따윈 생략하고, 말 없이 허리를 숙이고는 그녀가 쏟은 책들을 차곡차곡 주워 들게되었던 것이다.

 



"빨리 와. 계산하러 가야될 거 아냐."


탤벗은 루시엔을 힐끗 바라보며 차갑게 말하고는 긴 다리로 성큼 성큼 계산대로 교과서 더미를 가지고 갔다.


"쳇. 다리 길다고 잘난 척 하긴!"


루시엔은 툴툴거리면서도 고마운 마음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 계산대로 가서 교과서들을 계산했다.


하지만 탤벗은 계산대로 교과서만 툭 가져다 주고는, 루시엔이 계산을 하는 동안 말도 없이 쌩 하니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녀는 그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미처 말하지도 못했는데, 그가 사라져버리자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호그와트에서 만나면 고마웠다고 꼭 말해줘야지!'


그때 로완이 힘겹게 책 더미를 들고 계산대로 왔고, 루시엔은 서둘러 달려가 로완이 책들을 계산대로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책들을 구입한 다음, 루시엔은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손가방 안에 책을 다 집어 넣었다.


그 뒤 두 사람이 들른 곳은 마법약 재료를 파는 약재상이었다.


약재상에서는 썩은 양배추같은 냄새가 났는데, 두 사람은 준비물 목록에 적혀 있는 표준 마법 재료와 갖가지 말린 식물 뿌리의 가루들, 그리고 곤충 가루들을 구입한 뒤 얼른 바깥으로 나와 숨을 크게 들이켰다.


"후~하! 후~하! 정말 냄새가 고약하다니까!"


두 사람은 거칠게 들숨과 날숨을 내쉬더니 이내 서로를 바라보며 킥킥거렸다.


그 다음에 그들이 향한 곳은 잉크와 깃펜, 그리고 양피지 따위를 파는 마법 문구점이었다.


그곳에서 루시엔은 검은색 표준 잉크 외에도 쓰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색깔이 무지개색으로 변하는 잉크와, 왠지 자기 깃털 색깔이 떠오르는 예쁜 금빛 깃털이 달린 깃펜 하나와, 여분의 펜촉 여러개, 그리고 편지지 세트와 노트 몇 권, 양피지 두루마리 몇 개를 구입했다.


문구점을 나와 그들은 이실에게 줄 부엉이 먹이를 한 봉지 구입하러 잠깐 신비한 동물 잡화점에 들렀는데, 그곳 계산대에서 찰리 위즐리를 만났다.


찰리는 루시엔과 로완을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로완은 찰리에게 들뜬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해주며, "혹시 다른 가족들과 같이 왔니?" 라고 물어보았다.


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응, 다른 가족들은 플로린 포트슈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있어. 론과 지니가 덥다고 짜증을 부려서 달래주러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거든."


"알려줘서 고마워!"


그렇게 외친 로완은 계산을 마친 루시엔의 손을 붙잡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빠르게 향했다.


"나중에 보자, 찰리!"


어쩔 수 없이 루시엔은 찰리를 향해 그렇게 소리치고는 로완의 손에 이끌려 뛰다시피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다.


플로린 포트슈의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8명의 위즐리 가족들이 한데 모여 있어서 굉장히 북적여 보였다.


루시엔과 로완이 딸랑 종소리를 울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루시엔을 발견한 쌍둥이 형제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와아! 루시엔 누나다아!!"


그러자 위즐리 가족들은 루시엔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안녕! 루시엔! 즐거운 여름 보내고 있니?" 가장 먼저 빌이 말을 걸어왔다.


"안녕, 빌! 난 엄청 즐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었지! 아마 들으면 엄청 부러울걸?"


루시엔이 친오빠를 만난 것처럼 유쾌하게 놀리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짧게 근황 이야기를 하고는 루시엔은 다른 위즐리 가족들과도 차례차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로완도 같이 있었구나! 여기서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로완!"


빌은 로완에게도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나...나도 바...반가워, 비..빌!"


로완은 부끄러워하면서 더듬더듬 빌에게 인사를 건넸다.


"루시엔 녀석이 지난 주 동안 너희 집에 놀러가서 재밌었다고 편지로 그렇게 자랑을 하던데, 너도 즐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겠구나!"


빌이 어색하지 않게 쾌활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으...응. 나..중에...호...혹시 우리...놀러 지..집 와...줘.."


로완은 그토록 선망해왔던 빌과 사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서 횡설수설 했다.


빌은 로완이 왜 그러는지 알 것 같다는 듯이 유쾌하게 웃어젖히고는 로완이 무안하지 않게 예의바르게 대답해주었다.


"고마워, 로완. 나중에 호그와트에서 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위즐리 가족은 그들에게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넨 후, 다음 행선지를 향해 가게를 나갔다.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해 준 루시엔은 로완을 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로완? 너 더위 먹었어? 얼굴이 빨개!"


"으...응... 아마도 그럴 지도 몰라... 어쩌면 이런게 사랑의 열병인 걸까..? 하아..."


로완이 이마를 짚으며 비틀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지 말고 우리도 더위도 식힐 겸, 아이스크림 좀 먹을까?"


루시엔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아이스크림들이 가득 들어있는 쇼케이스 안을 들여다보며 군침을 삼켰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스크림 큰 걸로 먹자! 먹고 다시 기운 내는거야! 아자!!"


로완이 갑자기 전투력이 활활 솟구치는 것처럼 기합을 넣고는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향했다.


루시엔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알쏭달쏭해 하면서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신나서 카운터로 향했다.


두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또 한바탕 수다를 떨었는데, 이때 로완이 갑자기 뜸을 들이며 주저하더니 이렇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사실은 말야, 루시엔. 나... 빌을 좋아하는 것 같아... 아까 빌을 만났을때 너무 떨려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더라구."


"뭐어?!!"


루시엔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며,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말 그대로야. 난 지금 사랑의 열병을 앓는 중인 것 같아. 그래서 아까도 얼굴이 그렇게 빨개졌던거구..."


로완은 이렇게 말하며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손바닥에 묻었다.


"그..렇구나. 대체 빌의 어디가 좋은건데?"


루시엔은 갑자기 친오빠의 연애 사정을 들여다보게 된 것처럼 어색한 기분이 들었고, 대체 빌의 어떤 점에 이성으로서 매력을 느낀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아..! 빌은 정말 완벽한 사람 같아..."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로완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어진 로완의 빌 위즐리 찬양에 루시엔은 입을 헤 벌리고 참을성 있게 끝까지 들어주었고, 로완은 먹던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가는 것도 잊어버리고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두 사람은 결국 해질녘이 되어서야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왔고, 로완은 루시엔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작별 인사를 한 후, 로완은 아까 처음에 나왔던 상점으로 다시 들어가 벽난로를 통해 집으로 돌아갔다.


루시엔은 로완이 벽난로로 걸어 들어갈 때까지 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고, 발걸음을 돌려 르웨나 약국으로 향했다.


'아마 이 시간이면 엄마가 아직 퇴근하지 않았겠지.'



딸랑!


약국 문을 열자 경쾌한 종소리가 들렸고, 엘라 아줌마가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어서오세요! 어머?! 루시엔 아니니?"


"안녕하세요, 엘라 아줌마! 엄마 아직 퇴근 안하셨죠?"


"그래, 마침 곧 퇴근하신다고 정리하고 계셨거든. 오늘 네가 집에 오는 날이라고 하시던데, 난 또 네가 여기로 올 줄은 몰랐지 뭐니!"


"오늘 친구네서 바로 다이애건 앨리로 학교 준비물 쇼핑하러 왔거든요. 엘라 아줌마도 정리하시고 퇴근하셔야겠네요!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고맙구나, 루시엔."


루시엔이 싹싹하고 밝게 말하자 엘라 아줌마가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루시엔은 엄마 사무실 문을 똑똑 노크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아앙!! 보고싶었어요오~!!"


루시엔이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엄마에게 팔을 벌리고 달려가 안기며 온갖 애교를 부렸다.


"우리 딸, 재밌게 놀다왔어? 오구오구, 얼굴이 많이 그을렸네?"


르웬도 정리하던 서류를 내려놓고 루시엔을 꼭 마주 안아주며 반겨주었다.


"네에! 로완네 집에서 엄청 재밌게 놀았어요!"


루시엔은 엄마랑 도란도란 로완네 집에서 재밌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에밀리가 저녁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되어있었다.


모녀는 손을 붙잡고 함께 순간이동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도란도란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로완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털어놓았던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르웬은 미소를 띤 진지한 얼굴로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우리 딸에게도 곧 사춘기가 오겠구나.'


르웬은 루시엔이 이야기해주는 친구들의 변화에 대해 듣고는 루시엔의 나이를 떠올리며 곧 딸에게서도 '핑크빛' 이야기가 들려오는 날이 머지 않아 찾아 오겠구나 짐작했다.


"루시엔, 혹시 너는 로완의 빌처럼 특별한 사람이 있니?"


르웬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물어보았다.


그러자 루시엔은 잠시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루시엔에겐 로완처럼 그렇게 열정적으로 찬양할 만한 인물이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호그와트에 좋아하는 녀석이 있을리가.


지금까지 루시엔이 보아온 다른 남자애들은 모두 자신을 보면 말을 더듬으면서 바보같이 구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기숙사인 래번클로 동기들이나 루시엔과 친한 친구들은 그나마 매일 얼굴을 보아와서 그런가 그렇게 바보처럼 굴진 않았지만, 그 애들 중에 로완처럼 열정적으로 찬양할 만한 녀석이 있을까?


글쎄올시다.


루시엔은 어쩌면 자신은 엄마처럼 일도 사랑도 다 가진 멋진 여자가 되는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 물론 살림 스킬은 제외하고.


"에이~ 엄마도 참~! 저요? 음... 없는 것 같은데요? 헤헤."


루시엔의 솔직한 대답에 르웬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나중에 그런 특별한 사람이 생기거든, 엄마한테도 꼭 말해줘야해? 엄마도 우리 딸의 특별한 사람이 누굴지 정말 궁금하니까."


르웬은 가벼운 목소리로 이렇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런 녀석이 있을리 없겠지만, 알았어요, 엄마."


르웬은 곧 사춘기가 찾아올 딸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줘야 할지 루시엔이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를 미소 띤 얼굴로 들어주면서 마음 한 켠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회가 되면 에시르와도 한번 이야기 해 봐야겠네.'


그리고 다시 딸의 대화에 간간이 대답을 해 주면서 화목한 저녁 식사시간이 이어졌고, 그렇게 4학년이 시작되기 전 여름방학의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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