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창작 팬픽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0: 어느 여름 날의 시작 (2)

루시엔 아리아 2021. 8. 18. 00:00
반응형

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펑!

 

 

순간이동 하는 소리와 함께 르웬과 루시엔이 나타난 곳은 다이애건 앨리 상점가 한 귀퉁이에 있는 "르웨나 약국" 사무실이었다. 

 

 

르웨나 약국은 르웬이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는 마법 약국으로, 자그마한 약국 안에는 온통 약 상자가 들어찬 선반으로 빽빽히 둘러싸여 있었고, 카운터 위에는 무게를 재는 저울과 주판, 그리고 주문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약국의 안쪽에는 작은 사무실이 하나 있는데, 그 곳이 바로 르웬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르웬의 사무실에 있는 그녀의 책상 위에는 온갖 마법약 연구 자료들과 경영 보고서 등이 널려있었고, 주변에는 아리아 가족들의 사진들이 여러 개의 작은 액자에 끼워져 벽면에 걸려 있었다. 

 

 

르웬이 사무실에 도착하는 순간 사무실의 문 바깥에 걸려있는 푯말이 딸깍 소리를 내며 '부재중'에서 '손님과 함께 있음'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약국의 카운터에서 주문 작업을 처리하고 있던 상냥해 보이는 여자 점원이 푯말이 바뀐 것을 보고 일어나 문을 노크했다.

 

 

"사장님, 오셨어요?"

 

 

곧 문이 열리고 르웬과 루시엔이 사무실을 나왔고, 르웬과 루시엔은 르웨나 약국의 점원인 엘라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엘라 아줌마."

 

 

"안녕, 엘라. 오늘은 루시랑 같이 볼 일이 있어서 왔어. 약국에 무슨 일 있는건 아니지? 그렇지 않아도 어제 사무실에서 재고랑 주문 처리 현황도 다 확인하긴 했는데."

 

 

"안녕 루시엔! 그럼요, 사장님. 약국은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어요. 루시엔이 올해 호그와트에 입학하던가요?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니, 귀여운 아기였을 때가 눈에 선한데 말이에요. 물론 지금도 너무나 귀엽지만요!"

 

 

그때 부엉이 몇 마리가 약국 안으로 날아들어왔다. 부엉이들은 양피지에 쓰여진 주문서와 수표를 가져왔는데, 엘라는 르웬과 대화를 하면서도 능숙하게 주문서와 수표를 확인하고는, 주문서에 적힌 약품들을 가져와 안전하게 소포로 포장하고 부엉이의 다리에 잘 매단 후 날려 보내주었다. 

 

 

"그러게 말야. 시간이 정말 빠르네. 우리도 오늘 호그와트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할게 많거든. 그럼 오늘도 수고해줘!"

 

 

"네, 사장님. 루시엔도 오늘 즐거운 하루 보내렴!"

 

 

"고맙습니다, 엘라 아줌마. 안녕히 계세요!"

 

 

약국 문을 나서는 르웬과 루시엔에게 엘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루시엔은 약품 상자들을 매달고 날아가는 부엉이들을 바라보며 갑자기 궁금증이 문득 떠올랐다.

 

 

"엄마, 그런데 저 부엉이들이 약을 가져가면 돈은 어떻게 받나요?"

 

 

"우리 약국에서는 돈을 그린고트의 고객 계좌에서 우리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받는단다. 고객들이 보내온 주문서가 구매확인 계약서인 셈이지. 고객들이 주문서와 함께 동봉한 수표를 그린고트에 전달하면 도깨비들이 고객들의 금고에서 우리 금고로 갈레온을 이동시켜준단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엄마의 손을 잡고 루시엔은 다이애건 앨리 상점가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이애건 앨리에는 호그와트 용품들을 사러 나온 아이들과 부모들로 붐비고 있었다.

 

 

온갖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을 구경하며 루시엔은 눈이 핑글핑글 돌아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과연 이 상점가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들도 있을까?

 

 

르웬은 호그와트 입학 허가서에 동봉된 준비물 목록을 손가방에서 꺼내들고 살펴보았다.

 

 

"어디 보자...음...우선 옷을 맞추는데 시간이 좀 걸릴테니, 교복부터 사러 갈까?"

 

 

"네, 좋아요!"

 

 

그래서 르웬과 루시엔은 말킨 부인의 망토 가게로 향했다.

 

 

딸랑거리는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말킨 부인이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손님을 반겼다.

 

 

"너도 호그와트니?"

 

 

"네, 부인."

 

 

"자, 그럼 이리로 와서 팔을 벌리고 똑바로 서 보렴."

 

 

루시엔이 가방과 모자를 벗어 한쪽 스툴 위에 내려놓고 단 위에 올라서서 팔을 벌리자 마법에 걸린 줄자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루시엔의 치수를 쟀다.

 

 

그리고 옆에서서 말킨 부인은 줄자가 재 주는 치수를 종이에 받아 적기 시작했다.

 

 

르웬은 옆에 서서 기다리며 말킨 부인에게 루시엔이 학교에서 입을 만한 여벌의 교복과 옷들도 주문했고, 말킨 부인은 두 시간 뒤에 찾으러 오라며 영수증을 주었다.

 

 

르웬과 루시엔은 인사를 하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르웬은 이번엔 루시엔을 데리고 올리밴더스 요술지팡이 가게로 향했다. 

 

 

기원전 382년부터 최고급 요술지팡이를 만들어왔다는 낡고 오래된 이 가게 안에 들어서자,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직전에 방문한 손님 덕분에 부서진 잔해들을 마법으로 정리하고 있던 올리밴더스가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아리아 부인."

 

 

"안녕하세요, 올리밴더 씨. 오늘은 딸 아이의 요술지팡이를 구입하려고 왔어요."

 

 

"네가 바로 루시엔이구나. 난 여기 있는 네 엄마를 비롯해서 너희 아빠와 오빠의 요술지팡이를 팔던 때까지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단다. 너희 엄마의 요술지팡이는 창의적인 것들을 발명하는데 아주 훌륭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름다운 호두나무 지팡이였지."

 

 

루시엔은 올리밴더 씨의 놀라운 기억력에 깜짝 놀라며 더듬더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올리밴더 씨."

 

 

"네 오빠의 일은 정말 유감이었단다. 그 아이가 요술지팡이를 구입하던 때 난 그 아이가 반항적인 요술지팡이와 그렇게 궁합이 잘 맞는 것을 보고 걱정했었지. 하지만, 그래도 분명 나쁜 요술지팡이는 아니었어. 오히려 아주 멋지고 휘두를 때 유연하게 휘어지는 훌륭한 마호가니 나무로 만들어진 지팡이였지."

 

 

"그..렇군요."

 

 

"자, 그럼 우리 꼬마 아가씨한테는 어떤 요술지팡이가 어울릴지 한번 알아볼까?"

 

 

그리고는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 선반에서 이것저것 몇 가지 요술지팡이를 골라왔다.

 

 

카운터 위에 요술지팡이들이 들은 상자를 내려놓은 올리밴더 씨는 하나씩 지팡이를 꺼내면서 즐거운 듯이 설명을 곁들여주며 루시엔에게 내밀어주었다.

 

 

"한번 휘둘러보렴."

 

 

루시엔이 어정쩡하게 지팡이를 들고 휘둘러보자 무언가 ''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며 천장에 구멍이 뚫려버렸다.

 

 

"이런이런... 이 지팡이는 안 되겠구나. 자, 이번엔 이걸 해보렴...이 지팡이는 사과 나무로 만들어진......"

 

 

루시엔은 이번에도 지팡이를 휘둘러보려고 했지만, 이번엔 지팡이가 납덩이처럼 무거워져서 들 수조차 없었다.

 

 

"까다로운 손님이구나. 점점 흥미로워지는걸. 그래도 이 올리밴더스에서 네게 꼭 맞는 지팡이를 분명 찾을 수 있을거란다."

 

 

수많은 지팡이를 시도해보면서 루시엔은 이제는 몇 번째 지팡이를 휘둘러 보았는지 생각도 나지 않았고, 그 때마다 가게는 점점 초토화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루시엔은 이래도 되는걸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올리밴더 씨는 그럴수록 더욱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자, 이번엔 이걸 휘둘러보렴. 이 지팡이는 검은 호두나무로 만들어졌고 안에는 유니콘 털이 한 가닥 들어있는 아름다운 지팡이란다. 이 유니콘은 특별히 강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나는구나. 얼마나 날쌔던지 이 털을 한 가닥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었지."

 

 

이번에도 또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면서 루시엔은 그 지팡이를 받아들었다.

 

 

그때, 이번엔 온 몸을 휘감는 듯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루시엔은 직감적으로 이 지팡이를 휘둘러봐야 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지팡이를 한번 휙 휘둘러보자 지팡이 끝에서 아름다운 별빛들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렸다.

 

 

"브라보! 훌륭해!"

 

 

이번에는 뒤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루시엔이 지팡이를 고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르웬이 감탄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올리밴더 씨는 지팡이를 상자에 다시 넣고 꼼꼼히 잘 포장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검은 호두나무로는 훌륭한 통찰력을 지닌 마법사나 마녀들에게 어울리는 아주 아름다운 지팡이를 만들 수 있단다. 그리고 이 나무로 만든 지팡이는 매우 까다롭게 주인을 선택한다고도 하지. 유니콘 털은 안정적인 마법을 부리는데 아주 좋은 재료야. 게다가 자신이 선택한 첫번째 주인에게 매우 충직한 요술지팡이를 만들 수 있단다. 네가 이 지팡이의 선택을 받았다니 놀랍구나..."

 

 

"지팡이가 저를 선택한건가요..?"

 

 

"모든 요술지팡이는 자신의 주인을 선택한단다. 그래서 오늘 네가 갖게된 이 지팡이는 네게서 뛰어난 잠재력을 본 것 같다고 추측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잠재력이 어떤 길로 가게될 지는 '너의 선택'에 달린 거란다."

 

 

르웬은 올리밴더 씨에게 지팡이 값으로 12갈레온을 지불하고 루시엔과 함께 가게를 나왔다.

 

 

이제 두 사람은 아까 올리밴더 씨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잠시 말없이 상점 거리를 걸었다.

 

 

"엄마, 제가 훌륭한 마녀가 될 수 있을까요?" 루시엔이 엄마 손을 붙잡고 나란히 걸어가며 르웬에게 물었다.

 

 

"물론이지. 넌 엄마와 아빠의 딸인걸. 하지만, 엄마는 네가 위대하거나 훌륭한 마녀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착하고 건강하게 이대로만 자라주면 좋겠어."

 

 

"정말요? 그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헤헤." 루시엔은 환한 얼굴로 엄마의 손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며 웃었고, 르웬도 그런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그 다음에 두 사람이 들린 곳은 약재상과 마법 도구 가게였는데, 이 곳들에서 각각 목록에 쓰여있는 필요한 재료들과 용품들을 구입했다.

 

 

르웬은 구입한 모든 물품들을 자신이 들고 있는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있는 손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가게를 나오며, 루시엔은 지치고 힘든 기분이었다. 게다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도 나기 시작했다.

 

 

"엄마, 나 덥고 배고파요. 우리 뭐 먹고 가면 안 돼요?"

 

 

"어머, 내 정신 좀 봐. 벌써 점심 시간을 넘겼네. 망토도 찾아와야 하는데, 잠깐 플로린 포트슈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을까?"

 

 

"네에!!"

 

 

루시엔과 르웬은 즐거워하며 신나게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한 철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르웬은 루시엔이 고른 다크 초코 아이스크림에 라즈베리 시럽과 체리가 올려진 한눈에 보기에도 맛있어보이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해주었다.

 

 

"엄마는 잠깐 망토가게 들러서 교복 찾아올테니까, 여기 앉아서 먹고 있으렴. 어디 다른데 가지 말고!"

 

 

"네! 다녀오세요!" 루시엔은 힘차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전투적으로 아이스크림 스푼을 들었다.

 

 

르웬이 가게 밖으로 나가자, 루시엔은 그곳에 앉아서 신이 나서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창 밖을 구경했다.

 

 

그때, 창 밖에서 책을 보면서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한 소녀를 발견했다.

 

 

루시엔은 아이스크림을 먹던 것도 멈추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가게 앞에 넘어져 있는 그 소녀에게로 달려가 그녀를 도와 일으켜주었다.

 

 

"괜찮니?"

 

 

"응, 고마워, 난 괜찮아. 이런 일을 한 두번 겪는 것도 아닌걸."

 

 

그 소녀는 검은 머리카락에 뿔테 안경을 쓰고, 고동색 눈동자와 갈색 피부를 가진 루시엔 또래로 보이는 여자 아이였다.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는 일어나 먼지를 툭툭 털더니 책을 집어들고 루시엔에게 물었다.

 

 

"넌 여기 혼자 온거야?"

 

 

"아니, 엄마랑 같이 왔는데, 지금은 잠시 엄마는 내 교복을 찾으러 가셨고, 나는 여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어. 너는?"

 

 

"너도 호그와트야? 나는 어제 이미 다 필요한걸 부모님이랑 같이 구입했고, 오늘은 나 혼자 다이애건 앨리 구경을 하고 있었어. 우리 집은 런던에서 먼 곳이라 런던 여행도 할 겸 이번 주에 아예 리키 콜드런에 숙소를 구해놓고 머물고 있는 중이거든. 아, 참! 내 이름은 로완이야. 로완 칸나. 만나서 반가워!"

 

 

"그렇구나, 만나서 반가워 로완! 나도 이번에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되었어. 내 이름은 루시엔 아리아야."

 

 

"루시엔 아리아? 혹시 네 오빠가 제이콥 아리아니? 와...!"

 

 

"응, 맞아. 그런데 그건 왜..."

 

 

갑자기 루시엔은 예전에 오빠를 향해 쏟아지던 비난들이 떠올라서 오늘 처음 만난 로완도 그렇게 비난을 하게되는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난 너희 오빠 완전 팬이거든!! 그 엄청난 모험 이야기는 정말 어느 책에서도 읽어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니까?"

 

 

"뭐..? 우리 오빠가 대체 어딜 봐서..? 혹시 다른 사람 이야기 아니야?"

 

 

루시엔은 대체 어디가 그렇게 대단했는지 오빠가 실종되기 전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하지만, 루시엔이 기억나는건 여름 방학때마다 집에 와서 자기랑 놀아주었던 기억이랑 짓궂게 장난을 치던 모습 뿐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말썽을 부려서 퇴학을 당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저주받은 금고를 찾으며 대단한 모험을 했었다는 이야기는 그녀가 알고 있는 제이콥 오빠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 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렇다니까! 그래서 난 다른 사람들처럼 제이콥 아리아가 멍텅구리라는 말은 믿지 않아. 아, 미안해. 너무 심한 말이었나..?"

 

 

"아니 괜찮아. 나도 오빠에 대한 그런 말을 듣는 건 한 두번 겪는 일이 아니거든. 그런데 무슨 책을 그렇게 재밌게 읽고 있던 거야?"

 

 

"아, 이 책 말이지......" 로완이 말해준 그 책은 루시엔도 집에 있는 3층 도서관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었다.

 

 

"...!"

 

 

그래서 두 사람은 곧 책 이야기에 빠져서 정신없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먹던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두 사람은 가게 안으로 들어와 로완의 아이스크림도 하나 더 주문하여 함께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에 몰두했고, 서로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느꼈다.

 

 

"있잖아, 나 이렇게 마음이 잘 맞는 친구는 난생 처음이야! 다들 나보고 책벌레라고 놀리기만 했거든. 나랑 친구할래, 루시엔?"

 

 

"좋지! 나도 내 또래의 친구를 사귀어 본 건 처음이야! 이렇게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나서 너무 기뻐 로완!"

 

 

그렇게 두 사람은 호그와트에 가서도 절친이 되기로 약속했다.

 

 

아이스크림도 다 먹고 이제 로완은 루시엔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아이스크림 가게 밖으로 나갔다.

 

 

루시엔은 엄마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그때 창 밖으로 엄마가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루시!"

 

 

루시엔은 벌떡 일어나 달려나갔고, 엄마의 손에 들려 있는 새장을 보고선 깜짝 놀랐다.

 

 

"호그와트 입학 축하해, 우리 딸! 엄마가 주는 입학 선물이야."

 

 

새장 속에는 윤기나는 은회색 털을 가진 호박색 눈의 부엉이 한 마리가 마치 반갑다는 듯 낮게 부엉부엉 울고 있었다.

 

 

"우와...! 고마워요 엄마! 너무 멋져요!"

 

 

부엉이도 그런 루시엔의 말을 듣고는 자기도 동의한다는 듯 길게 목을 빼며 고개를 둥글게 흔들었다.

 

 

"부엉이가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엄마!"

 

 

"아주 영리한 부엉이라더구나. 앞으로 우리 루시엔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렴."

 

 

그러자 부엉이가 걱정 말라는 듯 부엉부엉 울었다.

 

 

"부엉이 이름은 뭐로 지을거니, 루시엔?"

 

 

"음...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보았는데, '달'이라는 의미를 가진 고대어 '이실'이라고 지어줄래요. 얘 털 색깔이 꼭 달빛 같잖아요!"

 

 

부엉이도 마음에 든다는 듯 작게 날갯짓을 파닥이며 부엉부엉 울었다.

 

 

"이실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드나보구나."

 

 

"만나서 반가워, 이실! 앞으로 잘 부탁해."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바로 플러리쉬와 블러트 서점이었다.

 

 

두 사람이 마지막 행선지로 서점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둘 다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모든 볼일을 다 마치고 마지막으로 서점에서 가장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온갖 책으로 가득한 플러리쉬와 블러트 서점에 들어서면서 르웬과 루시엔은 마치 놀이동산에 온 아이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빛냈다.

 

 

"엄마, 나 먼저 구경하고 있어도 돼요?"

 

 

"그러렴. 엄마는 네 교과서를 먼저 다 구입해야 하니까, 이따가 엄마가 네가 있는 곳으로 찾아올게."

 

 

루시엔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책들이 있는 서가를 정신없이 둘러보기 시작했다.

 

 

서점 안에는 우표만한 책부터 시작해서, 어른 장정 둘이서 들어도 힘들어보이는 커다란 크기의 책까지 매우 다양했다.

 

 

'투명한 책'이라고 푯말이 붙어있는 코너에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여서 루시엔은 손가락을 가져다 대 보았는데,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그곳에 정말로 단단한 책 모서리가 만져져서 깜짝 놀랐다.

 

 

'매일 뭐 먹을까 고민되시나요? 간편하게 뚝딱 음식을 만들어내는 101가지 마법 요리'라고 쓰여 있는 책을 보고선 에밀리에게 사다주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루시엔이 엄마에게 요리책을 선물하지 않는 이유는, 르웬이 만들어내는 음식들은 전부 '마법약'처럼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르웬이 요리를 만들면 맛이 고약하거나, 맛이 그럭저럭 먹을 수 있게 되더라도 모양이 끔찍하다는 뜻이었다. 

 

 

한 예로, 예전에 제이콥과 루시엔이 어릴 적, 에밀리가 1주일에 1번씩 휴가를 가는 날에 르웬이 집에서 요리를 한 적이 있었다.

 

 

르웬은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주려고, 제이콥을 위해선 아주 간단한 계란 토스트와 루시엔의 이유식을 만들었었다.

 

 

나름대로 건강을 위해 페퍼민트와 생강을 넣어 만든 계란 토스트를 만들어 주었지만, 그것을 먹은 제이콥은 음식을 모두 토했고, 루시엔에게 만들어준 이유식은 고약한 마법약 같은 걸쭉한 죽이 되어버려서 결국 두 아이 모두 엉엉 울고 난리가 났었다.

 

 

그런 악몽같은 경험을 한 이후, 르웬은 끈기있게 몇 번 더 요리를 시도해보았었다.

 

 

하지만, 매번 모두 참혹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후, 다시는 직접 무언가를 '요리'할 생각을 접어버렸다. 

 

 

'텃밭의 마법사를 위한 실용적인 마법 지침서'라는 책을 보며 루시엔은 집 뒷마당에 있는 텃밭이랑 온실에서 쓸모있는 내용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독초 구별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보고 호기심에 그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때, 누군가의 손이 루시엔과 동시에 그 책에 닿았다.

 

 

루시엔은 깜짝 놀라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엔 루시엔보다 작고 왜소한 마른 체구의 한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 남자 아이는 머리카락 끝으로 갈수록 그을린 듯 밝은 빛을 띠는 갈색 머리카락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또렷하고 예쁘장한 이목구비의 아이였는데, 날카로운 턱선이나 콧대가 차가운 느낌을 주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의 반짝이는 루비같은 붉은 눈동자에는 경계심과 미약한 두려움, 그리고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앗, 미안해 꼬마야. 그런데 그 책 네가 사려고 하는거니? 미안하지만 나도 그 책을 좀 읽어보고 싶거든."

 

 

루시엔이 먼저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책을 읽어보겠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루시엔의 말을 들은 그 남자 아이는 왠지 불퉁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과는 됐어. 그리고 난 꼬마 아니거든? 올해 호그와트에 입학한 어엿한 학생이라고."

 

 

"너도 호그와트 신입생이었어? 만나서 반가워, 나도 호그와트 신입생이야. 내 이름은 루시엔 아리아라고 해."

 

 

루시엔이 반갑게 말하며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그 남자 아이는 경계심 어린 차가운 표정으로 물끄러미 그 손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머쓱해진 루시엔이 손을 거둬들일 때까지도 그 남자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차가운 그 소년의 태도에 어색해진 루시엔은 그 책을 읽어보려던 것을 포기하고 그냥 다른 재미있는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음... 어... 그럼 나중에 호그와트에서 보자."

 

 

"......" 남자 아이는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침묵했다.

 

 

루시엔은 어색하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른 코너로 가 버렸다.

 

 

그런 루시엔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남자 아이의 눈동자에는 뒤늦게 약간의 후회가 섞여 들었다.

 

 

루시엔은 다른 코너에서 호그와트에 관련된 책들을 훑어보며 흥미로움과 호기심에 빠져 아까의 어색한 일은 다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르웬이 루시엔이 있는 곳을 찾아왔다. 모녀는 루시엔의 교과서 외에도 사고 싶은 책 몇 권을 더 구입한 뒤에 즐겁게 재잘거리며 서점 밖으로 나왔고, 함께 순간이동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