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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 외전 2: 품 안의 자식 (시즌1 외전 완결)

루시엔 아리아 2022. 5.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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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아리아 부부는 4학년을 마치고 돌아오는 딸을 마중하러 가기 위해 오후에 느긋하게 집을 나서 르웨나 약국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킹스 크로스 역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이동하기에 편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항해 스케줄이 맞아 떨어져서 집에 돌아온 에시르는 오랜만에 만난 사랑하는 아내와 열렬히 회포를 풀었고, 행복한 얼굴로 아내 르웬과 팔짱을 끼고 킹스 크로스 역까지 걸어가며 담소를 나누었다.


"벌써 우리 루시가 4학년을 마치고 돌아오다니, 시간 정말 빠르다, 그치?"


르웬이 미소 띤 얼굴로 남편의 빛이나는 것 같은 얼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러게, 내 눈엔 아직도 귀여운 아기같은데, 우리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시간이 정말 빠르다.."


에시르도 아내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시르, 그런데 말야.. 당신과 같이 고민해 볼 거리가 하나 있어."


"그게 뭔데?" 에시르가 궁금한 얼굴로 아내를 내려다보며 묻자, 르웬이 말을 고르며 신중하게 대답했다.


"이제 우리 딸도 사춘기에 이미 접어들었거나 접어들 날이 곧 오게 될거 아냐.. 만약 루시가 이유없이 반항하고, 남자 친구를 사귀고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거야?"


그 말을 들은 에시르는 살짝 충격을 받은 얼굴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음... 그동안은 생각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정말 그럴수도 있겠...네... 우리 루시는 그래도 우리랑 대화도 잘 하고, 현명한 아이니까 이유없이 반항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만약 그 애가 남자 친구를 사귄다면... 난 좀 서글픈 마음이 들 것 같아. 벌써 우리 품을 떠날 준비를 하는것 같아서 말이야... 루시가 태어났을때가 엊그제 같은데.."


에시르가 짐짓 슬픈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르웬은 붙잡고 있던 남편의 팔을 찰싹 때렸다.


"그건 우리만의 생각이고! 이제 루시엔도 벌써 열다섯 살이야. 언제까지고 그 아이를 아기 취급하면 안 돼. 아이가 커 가는 만큼 부모인 우리도 성장해야 된다구. 당신 이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약해지면, 실전에선 어떡하려고 그래?"


르웬이 이렇게 묻자 에시르는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신 말이 맞아. 그런데 내 마음이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그래..."


"그러니까 이제 훌쩍 자라서 올 우리 딸을 마중하러 가는 김에 마음의 준비도 하고 가자는거지."


르웬이 말을 마쳤을 때, 어느새 그들은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호그와트 급행열차 승강장으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이미 자녀들을 마중하러 온 수많은 학부모들이 있었다.


아리아 부부가 승강장에 모습을 드러낸지 얼마 되지않아 곧 한 무리의 학부모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바로 루시엔의 친구들의 부모님이었다.


"어머, 안녕하셨어요 아리아 씨, 아리아 부인! 잘 지내셨나요?......"


아리아 부부는 칸나 부부, 위즐리 부부, 헤이우드 부부, 통스 부부와 모여서 반갑게 안부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부모들은 모두 각계 각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고, 마법사는 물론, 헤이우드 씨나 통스 씨처럼 머글들도 있었지만 모두들 자식들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참을 정신없이 자식들이 학교에서 보내오는 편지 이야기랑, 사달라고 조르는 물건들 이야기,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유행 이야기, 자식들의 연애사 이야기, 가정교육 방법 등등을 공유하며 학부모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멀리서 증기 기관차의 경적 소리가 들려오고, 곧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모습을 보이자 학부모들은 다음에 또 뵙자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는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차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객차의 문을 열자, 성질이 급한 아이들은 먼저 우르르 뛰어나왔고, 방학을 맞아 환한 얼굴로 각자의 부모님을 찾아 달려갔다.


아리아 부부도 다시 팔짱을 끼고 서서 설레는 마음으로 루시엔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우리 루시, 이제는 또 얼마나 많이 자랐을까? 빨리 보고싶다."


에시르가 기대하는 들뜬 목소리로 아내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하자, 르웬은 미소지으며 남편의 손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지난번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에 왔었을 땐 거의 내 키만큼 자랐던데.. 당신을 쏙 빼닮아서 더 예뻐진 것 같아."


그러자 에시르가 놀란 얼굴로 아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벌써 그렇게나 많이 자랐다고? 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가인데... 너무 빨리 자라는거 아니야?"


그러자 르웬이 쿡쿡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우리 딸이 쑥쑥 자라는게 기쁘면서도 슬퍼. 애들은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 그래도 뭐 어쩌겠어... 우리도 그만큼 늙어가는거지."


에시르는 아내를 보며 미소띤 얼굴로 속삭였다.


"내 눈엔 당신도 아직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랑 똑같아보여."


"고지식하고 깐깐한 반장이던 그때랑 똑같다고?"


르웬이 짓궂은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에시르에게 묻자, 에시르는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변함없이 예쁘다고."


여전히 애정이 넘치는 닭살 부부는 서로의 세계에 빠져있다가 다시 딸 아이를 떠올리고는 다시 기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눈으로 살폈다.


그리고, 저 멀리 에시르를 빼닮은 백금발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의 뒷모습이 보이자 아리아 부부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쪽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그 때, 딸 아이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웬 키가 큰 남학생의 품에 폭 끌어 안기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연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아리아 부부는 당황하고 놀라서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섰다.


아까 킹스 크로스 역에 오면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던 에시르는 물론이고, 남편에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던 르웬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사람들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에시르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는 딸에게서 느껴지는 봄볕같은 따스한 애정과, 딸 아이의 남자 친구로 추정되는 남학생에게서 느껴지는 한여름 태양처럼 뜨겁고 열렬한 깊은 감정을 읽어냈고, 그게 더욱 큰 충격처럼 와 닿았다.


'어느새 저렇게...!'


자기가 보기엔 아직 너무 어린 애들인데, 백주대낮에 사람들도 많은 곳에서 이렇게 서로 끌어안고 있다니.


게다가 저 남학생이 가진 감정은 마치 딸 아이를 집어삼킬 듯이 강렬하고 뜨거운 감정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딸 아이는 저 녀석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저 소녀의 아빠로서 에시르는 왠지 모를 커다란 상실감과 소외감을 느꼈고, 처음 보는 저 남학생이 마치 소중한 딸을 빼앗아가는 불한당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딸을 저 녀석에게 빼앗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호통치듯이 큰 소리로 딸 아이의 이름을 불러버리고 말았다.


"루시엔!"


그 목소리에 루시엔과 키가 큰 남학생은 화들짝 놀라 떨어지며 삐걱거리는 것처럼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고, 경악한 얼굴의 아리아 부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하하.. 하하하...! 아빠, 엄마, 이 쪽은 제 친구 탤벗 윙거에요. 탤, 이쪽은 우리 부모님이셔."


루시엔이 어색하게 웃으며 부모님에게 탤벗을 소개시켜드렸다.


“탤? 애칭으로 부르다니! 너희가 정말 그냥 ‘친구’라고?”


에시르는 저 키가 크고 얼굴만 반지르르하게 생긴 놈팽이가 정말로 딸 아이의 '친구'라니, 믿기지가 않는지 다시 한번 재차 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리아 씨. 안녕하세요, 르웬 아주머니."


탤벗이 단정하고 예의바르게 인사했고, 르웬은 처음 놀랐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 아는 체를 하는 탤벗에게 다정한 미소를 띠고 인사를 받아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구나, 탤벗.”


르웬은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에 아리아 저택에 놀러온 탤벗과 구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에시르는 인사를 받아줄 생각도 못한 채, 다시 한번 루시엔과 탤벗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정신을 집중하여 읽어보는데만 온통 신경을 쏟고 있었다.


‘분명히 우리 루시는 아직 그렇게 깊은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이 녀석은 대체…’


“흠흠… 여보?”


르웬이 옆에서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감정을 읽어내고 있던 에시르를 팔꿈치로 쿡 찌르자, 에시르는 그제야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바..반갑다, 윙거 군.”


“예, 처음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아리아 씨.”


탤벗은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했고, 루시엔은 이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하고자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음… 아빠, 엄마, 우리 얼른 집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에밀리가 기다리고 있을텐데… 탤벗, 너도 얼른 집에 가봐야 하지 않아?”


그러자 르웬이 눈치를 채고 옆에서 재빨리 딸을 거들어주었다.


“어머, 그러네! 이렇게 계속 길 위에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오늘은 어서 돌아가고, 나중에 정식으로 초대를 한번 할 테니 그때 다시 이야기 나누자꾸나.”


“네, 르웬 아주머니.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아리아 씨, 르웬 아주머니. 루시…엔, 너도 조심히 돌아가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


탤벗은 습관처럼 루시엔을 애칭으로 부르려다가 에시르의 눈이 커다래지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풀네임으로 그녀를 불렀다.


탤벗은 예의바르게 아리아 부부에게 목례를 하고는 루시엔에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건넸고, 짐이 가득 든 트렁크를 가지고 킹스 크로스 역을 나갔다.


한편, 부모님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오롯이 받게 된 루시엔은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는 것만 같았다.


“루시…” 에시르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르웬이 단호히 말을 가로막고 상황을 정리해버렸다.


“나머지는 집에 가서 얘기해요. 가자!”




아리아 저택으로 돌아온 후, 루시엔의 트렁크와 이실이 든 새장은 마법으로 곧바로 루시엔의 방으로 순간이동 시켜버렸고, 세 가족은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부모님을 마주보게 된 루시엔은 눈을 도르륵 굴리며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에시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크흠..! 루시, 아까 그 놈팽..."


그때 르웬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자리인데, 먼저 학교에서 잘 지냈냐고 물어보는게 먼저죠, 여보. 루시, 잘 지냈니? 학교 생활은 재미있었고?"


루시엔은 엄마의 말 한 마디에 입을 조개처럼 꾹 다물고 다시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는 아빠의 모습을 눈치보며 애써 밝은 얼굴로 웃으며 이야기했다.


"무..물론이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잘 지냈구요, 아픈 데도 없이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래, 잘 지냈다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말썽 부리거나 사고치진 않았고?"


엄마의 다정한 물음에 루시엔은 금지된 숲에 있던 저주받은 금고를 해결하던 것을 떠올리며 뜨끔 했지만, 이번에도 헤헤 웃으며 애써 감췄다.


"크게 사고친 일은... 없어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헤헤."


에시르는 딸 아이의 감정에서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게 아까 끌어안고 있던 그 녀석과 관련된 일이라고 넘겨짚었다.


"그럼 이제 아빠가 궁금한 거 물어봐도 되는 거죠, 여보?"


에시르가 르웬에게 이렇게 묻자, 르웬은 눈을 도르륵 굴리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루시엔은 다가올 질문에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루시, 사랑하는 우리 딸. 사실 아까는 아빠가 너무 놀라서 그랬단다, 미안하구나."


에시르가 먼저 사과부터 하자, 루시엔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너도 벌써 열다섯 살인데, 아빠 눈에는 아직도 아빠 품에 달려와 쏙 안기던 어린 아이처럼 느껴져서 그만 잊고 있었지 뭐니. 우리 딸도 남자 친구가 생길 수 있을 만큼 자랐다는걸 말야..."


아빠의 서글픔이 섞인 다정한 말에 루시엔은 코 끝이 찡해지는 것 같았다.


'이런... 부모님한테 내가 못할 짓을 하는 것 같네...'


루시엔은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사실대로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죄송해요, 아빠, 엄마. 아까 만나셨던 탤벗은 제 남자 친구에요. 사실, 저희가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기말고사 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해서 미처 말씀을 못드렸어요..."


루시엔의 말에 르웬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에시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울 것 같은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


"역시... 아까 그 녀석은 그냥 친구가 아니라 남자 친구였구나... 흐흑..!"


에시르가 코를 훌쩍이자, 르웬은 주책이라는 표정으로 남편을 나무랐다.


"여보! 주책맞게 왜 울먹이고 그래요. 어휴! 이러다가 나중에 우리 딸이 시집이라도 간다 하면 아주 난리 나겠네."


르웬의 말에서 딸이 '시집 간다'는 말을 들은 에시르는 상상만으로도 그의 눈에선 이제 눈물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우는 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에시르는 딸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르웬의 뒤에 숨어 훌쩍거렸고, 르웬은 눈을 도르륵 굴리며 어깨를 한번 으쓱한 후, 다시 딸을 마주보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루시엔. 엄마 생각엔 이제 너에게 제대로된 교육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단다."


루시엔은 엄마 뒤에 숨어 훌쩍거리는 덩치 큰 아빠를 보며 엄마처럼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엄마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교육이요?"


"성 교육."


르웬의 말을 들은 루시엔은 부끄러움과 민망함으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그건...!"


창피해하는 루시엔을 보며, 르웬은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의 손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창피해할 것 없단다, 루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자라나는 네가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상식이기도 하니까. 그렇죠, 여보?"


르웬이 이렇게 대화로 다시 에시르를 끌어들이자, 에시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제대로 대화에 참여했다.


"네 엄마 말이 맞아, 루시. 난 네가 그 녀석과 성적인 접촉은 없기를 바라지만."


"여보!"


"아빠!"


르웬은 남편의 보수적인 태도에 놀랐고, 루시엔은 당황함과 동시에 지나치게 개인적인 일에 아빠가 참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통 때의 에시르였다면 두 모녀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면 주장을 굽히곤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루시, 넌 아직 너무 어려. 아빠는 순전히 네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란다. 게다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그런 접촉은 옳지 않기도 하고, 몸에 좋지 않기도 해. 물론 현명한 우리 딸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잘못해서 이...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러니? 청소년 임신이 얼마나 네 몸에 부담이 가는 위험한 일인데!"


마지막에 에시르는 상상만해도 절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르웬은 그런 남편을 보며 에시르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여보! 지금 당장 우리 딸이 사고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우린 미리 그런 일을 예방하고, 건전하게 이성 교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아이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요."


르웬이 이렇게 말하자, 에시르는 작은 목소리로 르웬에게 자기 의견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미안해, 여보. 그렇지만, 나도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가 있어. 아까 그 녀석의 감정이 얼마나 깊던지, 내가 느끼기엔 당장 결혼식 날짜를 잡겠다며 우리한테 청혼서를 가지고 찾아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니까! 난 아까 마치 우리 딸을 눈앞에서 그 녀석한테 빼앗기는 기분이었다고!"


에시르의 숨겨진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르웬은 이 말을 가벼이 넘기지 않았고, 곧 진지한 표정으로 맞은 편에 앉아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아이를 힐끔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한편, 루시엔은 아빠의 입에서 나온 '청소년 임신'이라는 단어에 순간 벙쪄서 경악한 얼굴을 한 채로 할 말을 잃었다.


'헐. 탤이랑 내가...? 헐...!!'


당혹스러움에 이어 루시엔에게 두 번째로 찾아든 감정은 바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아무리 연인이 되었다 한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런 생각은 상상만으로도 지나쳤다.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예민하게 읽어내는 에시르가 이러한 딸의 감정 변화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에시르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루시엔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번에 엄마한테 제대로 교육도 받고, 아빠랑 약속도 해주렴. 17세에 정식으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성적인 접촉을 하지 않기로 말이다."


그때, 옆에서 르웬이 쿡쿡 웃으며 에시르에게만 들리게 소근거리며 작게 나무랐다.


"여보, 지금 당신이 그런 말을 하기엔 양심이 좀 찔리지 않아? 난 우리 딸에게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에 대한 것들을 알려줄 생각이었는데. 게다가 법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은 16세부터 있다구요. 우리 학창 시절에, 당신이 날 유혹하면서 뭐라고 했었는지는 다 잊어버린거야?"


그러자 에시르는 헛기침을 하며 눈을 도르륵 굴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여 대답했다.


"크흠...! 그...그건 말이지... 음... 그래도 우린 조심했잖아..."


"그러니까, 우리 딸한테도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책임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거죠. 물론, 안전하게 하는 법도 포함해서요."


루시엔은 이 어색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눈만 도르륵 굴리며 부모님 맞은편에 앉아있었고, 이번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르웬이 상황을 정리해버렸다.


"자, 그러니 오늘부터 이 엄마랑 같이 공부하자꾸나!"


그날 저녁 식사 이후, 루시엔은 3층 도서관으로 엄마 손에 이끌려 가서 성적 자기결정권과 그에 따르는 책임, 그리고 안전한 피임 방법, 임신과 출산 과정 등등에 대한 모든 성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루시엔은 아까 엄마에게서 들었던 강의 내용을 떠올리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어휴...아까 저녁 먹은게 더부룩해져서 소화가 안 될 지경이야...!"


그녀는 아까 배웠던 그런 것들을 언젠가 써먹게 될거라는 상상을 하니, 한편으로는 두렵고 걱정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루시엔은 괜히 속이 거북하고 울렁거리는 것 같아서 다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때마침 마법 손거울에서 진동이 울려왔다.


'양반은 못 되는군...!'


하필이면 낯부끄러운 생각을 하고 있던 중, 그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손거울을 찾아들고 연락을 받자, 거울 속에서 탤벗이 걱정하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걸어왔다.


"루시, 잘... 들어갔어? 괜찮아?"


"으응... 딱히 별 일은 없었어..."


루시엔은 눈을 도르륵 굴리며 말 끝을 흐렸고, 괜히 민망한 기분에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슬그머니 피했다.


"별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탤벗이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며 이렇게 묻자, 루시엔은 뜨끔해서 변명했다.


"아...아무것도 아니라니까..!"


"흐음... 혹시 아버지께서 내가 마음에 안 드신대? 아니면, 혹시 르웬 아주머니쪽인가...? 그래서 그런 거야...?"


그가 우울한 얼굴로 이렇게 묻자, 루시엔은 재빨리 부정했다.


"아냐! 그런건 맹세코 절대 아냐. 그냥, 다른 일이 좀 있었어... 사실......"


루시엔은 혹시라도 그가 더 걱정하거나 우울해 할까봐 염려되어 그의 표정을 살피며 아까 있었던 일을 최대한 간략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탤벗은 자신도 진지한 얼굴로 일전에 맥고나걸 교수님이 내주었던 개별 숙제에 관한 이야기를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두 사람은 이제 민망함과 쑥쓰러움으로 얼굴을 붉히며 서로를 똑바로 쳐다보기가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말인데... 음... 우리 아빠가 나한테 성인이 되기 전까진 절대 그...그걸 하지 말라고 하고, 우리 엄마는 16세가 된 이후엔 나의 책임 하에 결정할 일이라고도 하고... 그런데, 난 좀... 어..."


루시엔이 머뭇거리며 무언가 살짝 두려워하는 얼굴로 이렇게 빙빙 맴돌자, 탤벗은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눈치빠르게 알아차렸다.


"걱정하지 마, 루시. 언제가 되었든, 난 네가 원하지 않는건 절대로 하지 않을테니까. 약속해."


그가 진지하게 이렇게 약속하자, 루시엔은 그제서야 슬그머니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정말?"


"응, 정말로. 너에 대한 내 마음을 걸고 맹세할게."


"약속해줘서 고마워, 탤."


루시엔은 그의 진심어린 맹세의 말을 들으며 한결 불안함이 가시고,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 이제 정말로 별 일 없는거지?"


탤벗이 미소를 띤 얼굴로 루시엔의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보며 묻자,


"음... 아마도? 엄마가 '하트 오브 아리아'라는 우리 집 전통에 대해서도 말해주셨는데......"


루시엔은 이제 쿡쿡 웃으면서 여느 때처럼 재잘거리며 집에서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기 시작했고, 탤벗은 즐겁게 그녀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여름 방학 동안 종종 마법 손거울을 통해 연락하며 서로 떨어져 있는 아쉬움을 달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시즌 1 외전 2: 품안의 자식 끝-


재정비 이후 다시 시즌 2로 컴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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