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대연회장에 들어온 루시엔은 래번클로 테이블에서 로완과 빌이 서로의 세계에 빠져 키득거리며 식사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눈치있는 친구로서 절친의 연애를 위해 조용히 혼자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고, 래번클로 테이블의 다른 곳에 앉아서 조용히 샌드위치를 주문하고는 빠르게 식사하기 시작했다.
'빨리 먹고 히포그리프 문제를 해결하러 가야지...'
그러던 중, 바디아가 심각한 얼굴로 그녀가 앉아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루시엔, 여기 자리 비어있니?"
"응, 앉아도 돼. 그런데, 무슨 일 있어, 바디아?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데..?"
루시엔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묻자, 바디아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요즘 내가 공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리 내가 매달려봐도 어려워서... 아무래도 내 인생 최대의 위기인 것 같아... 휴..."
"그렇게 공들이고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군데?"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었다.
"탤벗 윙거."
바디아의 대답에 루시엔은 먹던 샌드위치에 사레가 들려 켁켁거렸다.
"뭐?! 탤벗한테 공들이고, 매달리고 있다고?"
"응, 그런데 아직 어려워... 대체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바디아가 짙고 풍성한 속눈썹을 길게 내리깔며 한숨을 내쉬자, 루시엔은 갑자기 마음 속에 무거운 납덩이가 얹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디아도 참 매력적인 친구지... 게다가 착하고 예쁜데, 그림도 잘 그리고 재능도 뛰어나고... 탤벗도 눈이 있으니 이런 애가 그렇게 매달린다면 넘어가지 않을까...? 휴... 그렇다면 난 지금 연적의 애정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건가...? 하지만, 바디아도 좋은 친구인데, 이야기를 안 들어줄 수도 없고...'
여러모로 참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글쎄... 네가 어떻게 매달리고 공을 들이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혹시 네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루시엔이 조심스럽게 최대한 자기 감정을 배제하고 내어놓은 말에 바디아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루시엔. 접근 방식을 바꿔봐야겠어. 조언해줘서 고마워."
"고맙긴 뭘..."
'내가 괜한 말을 한 건 아니겠지... 혹시라도 바디아가 탤벗에게 먼저 고백하거나 해서 둘이 잘 된다면... 그럼... 난 어떡하지?'
지금까지 몰랐던 질투심이 루시엔의 마음 속에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는 바디아가 탤벗의 팔짱을 끼고 그의 다정한 눈빛을 독점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상상되자, 목이 꽉 막혀버린 느낌이었다.
'그런건 싫어.'
루시엔은 괜히 불퉁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괜찮다면, 네가 날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바디아가 조심스럽게 물어본 말에, 그녀는 이제 간신히 삼킨 샌드위치에 체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디아에겐 미안하지만, 단호하게 딱 잘라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안해, 바디아. 이건 내 능력 밖의 일인 것 같아. 사실 난 지금 곧바로 케틀번 교수님을 도와드리러 가봐야 하거든."
때마침 연회장 한 구석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에이머스 디고리가 그녀를 향해 손짓하고 있기도 했다.
"아, 그렇구나. 그러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어서 가봐, 루시엔."
바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그녀를 보내주었다.
"그래, 가볼게. 안녕."
루시엔은 일부러 바디아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는 말에는 딱히 대꾸하지 않고 작별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마음으로 에이머스 디고리와 해그리드가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디고리 씨, 해그리드."
루시엔이 예의바르게 인사하자, 그들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시간맞춰 와줘서 고맙구나, 아리아 양. 지금 케틀번 교수님은 히포그리프가 마지막으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오신다고 한단다. 곧 오실테니 잠시만 기다리자꾸나."
"네, 알겠어요, 디고리 씨."
저조한 기분으로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를 감지한 해그리드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거니, 루시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해그리드."
그때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는 탤벗이 보였다.
그런데, 탤벗을 발견한 사람은 루시엔 뿐만이 아니었다.
바디아가 탤벗을 발견하자, 곧바로 일어나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에게 달려갔던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루시엔은 두 눈에 쌍심지를 켰다.
그는 난감한 얼굴로 무언가 그녀의 말을 듣다가 고개를 저으며 뭐라고 대답했는데, 바디아가 이젠 그의 팔을 붙잡으며 뭐라고 말하며 매달리는 것 같았다.
탤벗은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운 얼굴로 뭐라고 짧게 말하고는 바디아를 떼놓고 루시엔과 약속한 장소로 걸어왔다.
오늘따라 그의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매무새와 잘생긴 얼굴, 길쭉길쭉한 팔다리까지 괜히 뭐 하나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그가 루비같은 붉은 눈동자로 곧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를 띤 얼굴로 입을 열자, 루시엔은 불타오르는 질투심에 집어삼켜질 것 같은 기분을 애써 억눌러야 했다.
'쟤는 왜 저렇게 잘생겨가지고 쓸데없이 다른 사람들을 홀리고 다니는 거야?'
괜히 그가 잘생긴 것마저 짜증이 났다.
"많이 기다렸어, 루시엔? 안녕하세요, 해그리드. 이 분은..."
"이분은 마법부 신비한 동물 관리부서에서 일하시는 에이머스 디고리 씨야. 디고리 씨, 이쪽은 탤벗 윙거에요. 히포그리프를 길들여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죠."
루시엔은 일부러 그의 시선을 피하며 딱딱한 목소리로 디고리 씨에게 그를 소개시켜 주었다.
오늘따라 그의 루비같은 붉은 눈동자랑 시선이 마주치는 것도 괜히 짜증이 났다.
왜냐하면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애써 억누르고 있는 질투심이 다시 악마의 화염처럼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강한 질투심을 느껴본 적은 난생 처음이라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의 변덕스러운 이 마음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원래 질투심이란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이 녀석을 만난다고 내가 아까 그 쌩 난리를 피우면서 준비를 했었다니...'
아까의 설렘과 행복한 두근거림이 지금은 활활 불타는 질투심의 원료가 되어주었다.
그녀의 모습을 힐끗 살피며 탤벗은 오늘따라 그녀가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데면데면하게 구는 것을 눈치채고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그건 이따 둘만 있을 기회가 생기면 그때 이야기해보는 걸로 잠시 미뤄놓고, 그는 우선은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만나서 반갑구나, 윙거 군. 오늘 마지막 동물인 히포그리프는 특히나 까다로운 녀석이라 네 도움이 많이 필요할 것 같구나."
"별말씀을요.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윙거 군. 우리 아들 세드릭이 와주었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을텐데...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지금 큰 일을 하는 중이라 바쁘거든. 오늘 아리아 양의 활약을 보니, 나중에 세드릭을 꼭 한번 만나게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더군. 두 사람이 분명 친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되거든. 아리아 양은 어떤가?"
갑자기 세드릭의 이야기가 나오며 루시엔을 엮어들자, 눈치가 빠른 탤벗은 지금 디고리 씨가 루시엔을 자기 아들의 짝으로 눈독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또한 괜한 질투심에 기분이 살짝 저조해졌다.
'현재 호그와트에 디고리라는 성씨를 가진 남학생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혹시 졸업생인가...'
탤벗은 머릿속으로 이렇게 추측했다.
반면, 루시엔은 갑자기 디고리 씨가 자기 아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뜬금없는 말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뭐... 새로운 친구가 생기면 저도 좋죠."
에이머스 디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번에 호그와트에 방문하게 되거든 꼭 세드릭을 데려와 그녀에게 소개시켜주겠다며 기뻐했다.
한편, 그녀의 순진한 대답을 들은 탤벗은 눈을 도르륵 굴리고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
'휴... 내가 봐도 저렇게 예쁜데, 남들은 어떻겠어. 눈이 제대로 달려 있다면 반하는게 정상이겠지...'
그는 루시엔을 좋아하는 마음을 품은 이후 그녀를 추종하는 수많은 남학생들 덕분에 줄곧 질투를 겪어왔던 터라, 이젠 사소한 질투심 정도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경지에 이르렀다.
게다가 예전에 크리스마스 연휴 때, 바나비와 딥키스를 하던 루시엔의 모습까지 보았었는데, 에이머스 디고리의 이런 말쯤은 애교 수준이었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이렇게 예쁘고 잘나서 그런거다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게 허허 웃어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녀의 선택 뿐이니까.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기만 하면 온 세상의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던 말던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그녀 곁에서 지켜본 결과, 그녀도 자신에게 마음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았다.
비록 그 마음의 크기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마음이 온전히 제게로 향하는 것을 곁에서 인내하며 사소한 질투심쯤엔 비교적 초연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런데, 오늘 그녀의 데면데면한 모습을 보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싹텄다.
그때, 케틀번 교수가 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와서 쾌활하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도움을 주러 모여줘서 다들 고맙소. 지금 히포그리프가 훈련장에 있는걸 확인하고 왔으니, 어서 갑시다."
루시엔은 진짜로 히포그리프를 길들이러 가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하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다.
"정말 제가 히포그리프를 길들일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세요..?"
"어쩌면?"
"아마도..."
에이머스 디고리와 해그리드가 각각 반신반의하며 대답한 반면, 케틀번 교수는 당당하게 "물론이지!" 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야겠네요..."
루시엔은 자신이 히포그리프를 길들일 수 있을지 곰곰이 가능성을 따져보며 이렇게 대답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훈련장으로 향하며 케틀번 교수와 해그리드, 에이머스 디고리는 히포그리프를 길들이는데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주었다.
한편, 탤벗은 그들과 함께 묵묵히 훈련장을 향해 걸어가며 루시엔을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여전히 그녀는 어른들의 말을 경청하면서 자신이 있는 쪽으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었다.
'대체 뭐지...?'
그는 흉포한 히포그리프를 대면하러 가는 것보다 루시엔이 자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는게 더 두려웠다.
"기억하거라. 히포그리프는 도도해서 쉽게 기분이 상한다는 걸..."
훈련장에 도착했을 때, 에이머스 디고리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히포그리프가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거라..." 이번엔 케틀번 교수의 조언이 이어졌다.
"그냥 히포그리프 쪽으로 가서 절을 하고 기다리렴. 운이 좋으면 히포그리프가 너를 태워 줄 거다!" 해그리드는 루시엔이 잘 할거라고 믿으며 격려해주었다.
"그것 참.. 멋지겠네요..."
루시엔은 멀리서 활짝 날개를 펼치면서 거칠게 앞발을 휘두르고 있는 히포그리프를 눈에 담으며 영혼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운이 나쁘면 네 머리를 물어뜯겠지!"
케틀번 교수가 해맑은 얼굴로 이렇게 말하자, 루시엔의 표정이 걱정으로 일그러졌다.
"걱정마, 루시엔. 내가 옆에 있잖아... 난 저 녀석을 길들여보았으니까, 나랑 같이 있으면 저 녀석도 널 금방 신뢰하게 될 거야."
탤벗은 초조함과 불안감을 능숙하게 감추며 진심어린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주었다.
하지만, 루시엔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인지 혹은 긴장해서 그런 것인지, 안색이 나쁜 얼굴로 대충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히포그리프를 향해 걸어갔다.
에이머스 디고리와 해그리드, 케틀번 교수는 뒤에 남았고, 앞서 걸어가는 루시엔을 따라 탤벗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같이 가, 루시엔!"
그가 그녀의 보폭을 따라잡으며 말을 걸어왔지만, 그녀는 못 들은 것처럼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말없이 함께 나란히 히포그리프 앞에 가서 멈춰섰다.
히포그리프는 익숙한 얼굴인 탤벗을 보자 반가워했지만, 옆에 있는 낯선 인물이었던 루시엔에겐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이윽고, 탤벗이 그녀에게 말했다.
"네가 먼저 인사를 해 봐. 지금 너는 처음 만나는거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루시엔은 그의 말에 입을 열어 대답하진 않았지만, 그가 제안한 대로 천천히 정중하게 히포그리프 앞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자 히포그리프가 그녀의 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더니, 곧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마주 인사를 해주었다.
"녀석이 네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야, 루시엔!"
탤벗이 기쁜 얼굴로 그녀에게 말하자, 루시엔이 천천히 허리를 펴면서 일어났다.
탤벗도 히포그리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고, 히포그리프가 탤벗의 인사를 받아주자, 두 사람은 천천히 히포그리프에게 다가가 목을 쓰다듬어 주었다.
"훌륭하구나, 루시엔!"
해그리드와 케틀번 교수, 에이머스 디고리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축하해주었다.
"잘했다, 아리아 양."
"네가 히포그리프를 길들인 모양이구나. 너라면 해낼 줄 알았다! 게다가 녀석이 너희를 태워주려고 하고 있어!"
해그리드는 그들이 히포그리프를 길들인 것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정말로 해그리드의 말처럼 히포그리프는 그들의 손에 고개를 비비며 다리를 굽혀 앉아 그들이 등에 올라탈 수 있게 몸을 숙여주었다.
"정말로 타도 되는 거에요, 해그리드?"
루시엔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얼굴로 묻자, 해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깃털은 뽑지 않게 주의하고, 떨어지지 않게 잘 잡으면 된단다. 탤벗이 뒤에 같이 탈테니까 아마 떨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갑작스럽고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히포그리프를 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엔과 탤벗이 히포그리프 등 뒤에 올라타자, 히포그리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루시엔은 온통 깃털로 덮여있는 히포그리프의 등에서 깃털을 뽑지 않게 주의하면서 대체 어디를 잡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 히포그리프를 타고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장소로 곧바로 날아가렴. 우린 너희가 히포그리프를 우리 안에 넣어주는 것까지 잘 마무리할 거라고 믿고 있으마!"
해그리드가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들자, 탤벗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능숙하게 히포그리프를 발로 차서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히포그리프가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앞으로 맹렬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정쩡하게 히포그리프의 등에 매달린 자세로 앉아있던 루시엔은 크게 움직이는 히포그리프의 움직임을 느끼자, 내달리는 히포그리프 등에 바짝 달라붙어 비명을 질렀다.
"꺅!!! 떨어질 것 같아!"
"괜찮아, 진정해, 루시엔. 내가 잘 붙잡고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앞을 보며 비행을 즐겨봐."
탤벗이 그녀의 뒤에서 단단한 팔로 안정감있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달랬다.
히포그리프는 빠르게 내달리더니 어느새 날개를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거칠게 꿀렁거리는 날개의 움직임과 창공의 바람이 느껴졌다.
루시엔은 잔뜩 몸에 힘을 준 긴장한 상태로 살짝 눈만 떠 보았는데, 놀랍게도 눈 앞에 저녁 노을이 지고 있는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황홀한 풍경에 순간 긴장이 탁 풀리며 루시엔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정말 아름답다!"
그녀와 밀착해있던 탤벗도 그녀의 긴장이 풀린 것을 느끼고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진심어린 말을 속삭였다.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너보단 아니야."
그의 달콤한 말에 그녀는 낯선 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흠칫 했는데, 그녀의 기분은 오히려 아까 느꼈던 질투심 때문에 더욱 하강곡선을 그리며 불퉁한 말이 튀어나갔다.
"쳇! 너 혹시 다른 여자애들한테도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건 아니야?"
"뭐?"
그가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아까 바디아가 그러더라? 너한테 공들이며 매달리고 있다고! 그 애한테도 네가 이러니까 걔가 그렇게 매달리는거 아니야?"
루시엔이 삐죽삐죽 입술을 내밀며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뭘 어떻게 하는데?" 탤벗이 눈을 도르륵 굴리며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 막, 사람 홀리게 달콤한 말 속삭이고 그런 거 말야!"
루시엔은 괜히 애꿎은 탤벗에게 툴툴거리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 아...?!"
탤벗은 그녀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곧 명석한 두뇌로 퍼즐을 맞추듯 루시엔의 말뜻을 이해 하고는 활짝 웃었다.
'이 애가 정말로 날 좋아하는구나...!'
그가 뒤에서 자신을 감싸 안고 있어서 몸이 닿아 있었던 덕분에,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루시엔은 그가 쿡쿡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뭐가 그렇게 웃긴건데?!"
그녀가 얼굴을 구기며 짜증을 숨기지 않자, 그가 뒤에서 그녀를 더욱 힘주어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아니. 하나도 웃기지 않아. 그냥... 네가 질투하는게 너무... 좋아서..."
그렇게 말하고는 그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은 채로 그녀의 어깨 뒤에 얼굴을 묻으며 잘게 웃었다.
"그...그렇게 말해도 소용 없어!"
하지만, 당황하여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그와 맞닿은 부분에서 고스란히 그의 떨림과 웃음, 기쁨이 전해져오자, 루시엔도 그의 기쁨에 전염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질투심과 짜증이 서서히 사그라들어갔다.
그리고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며 내뿜는 마지막 노을 빛처럼, 그의 품안에서 루시엔의 얼굴도 터져나갈 것처럼 붉게 물들어갔다.
히포그리프를 타고 호그와트를 한 바퀴 돌고 난 후, 탤벗은 히포그리프를 신비한 동물 돌보기 장소에 착지하게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히포그리프를 데리고 히포그리프 전용 우리에 잘 넣어두고는 잠금 장치까지 잘 확인했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건 어색한 침묵이라기 보단 두 사람 모두 기분좋은 떨림과 설렘, 두근거림으로 벅찬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루시엔은 아까 악마의 화염같은 질투심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었지만, 아까 히포그리프 위에서 그와 닿아 있으면서 그의 마음을 느꼈고, 그것 때문에 기분이 풀려 있었다.
반면, 탤벗은 루시엔의 불같은 질투에서 그녀의 마음이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이제 입을 열면 무언가 엄청난 게 터져나올 것 같은 이 상황에서 두 사람 다 서로 눈치를 보며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결국 탤벗이 무언가를 결심한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
"루시엔, 우리 지난번 내 생일날 갔던 곳으로 다시 소풍갈래?"
"지금 당장?"
그녀가 이제 별이 반짝이고 있는 연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을 힐끗 바라보며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소풍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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