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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68: 신비한 동물 천지 (3)

루시엔 아리아 2022. 4.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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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어...어떡해야 하죠?!"

 

 

필치가 불게를 바라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에이머스 디고리에게 외쳤다.

 

 

아까는 몰랐는데, 지금 이렇게 몸을 서서히 웅크리고 있는 불게의 모습을 보니 정말로 불이라도 뿜으려고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필치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얼어붙은 채로 덜덜 떨며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과 노리스 부인을 구할 수 있는 성인 마법사인 에이머스 디고리에게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스큅인 자신 보다는 뭐라도 할 줄 아는게 있을테고, 더군다나 마법부 신비한 동물 관련 부서에서 일한다는 디고리 씨의 말인데, 권위를 신뢰하는 필치로서는 도저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디고리 씨는 심각한 얼굴로 루시엔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시간을 좀 벌어다오, 아리아 양. 내게 계획이 있다." 

 

 

'역시, 디고리 씨는 이 끔찍하고 더러운 불게에게서 나와 불쌍한 노리스 부인을 구할 계획이 다 있었구나.'

 

 

필치의 마음 속에 갑자기 디고리 씨가 매우 훌륭한 마법부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며 신뢰감이 솟구쳤다.

 

 

반면, 루시엔은 겁에 질린 불게를 보며 디고리 씨가 과연 어떤 계획을 세웠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디고리 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겁에 질린 불게가 '자기 방어 수단'으로 불을 내뿜지 않도록 달래주었다.

 

 

불게를 달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발톱을 세우며 하악거리는 노리스 부인에게서 시선을 떨어뜨려 놓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한동안 필치와 노리스 부인은 그 자리에 붙어버린 것처럼 꼼짝도 못하고 있었고, 에이머스 디고리는 여유로운 얼굴로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필치 씨. 이제 노리스 부인을 데리고 가셔도 안전합니다."

 

 

"......? 아무 일도 안 했잖아요."

 

 

필치는 지금 이 상황이 매우 의아했다.

 

 

에이머스 디고리가 분명히 요술 지팡이를 꺼내서 저 빌어먹을 불게에게 불꽃이라도 쏴서 통구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이렇게 갑자기 가도 된다니..?

 

 

"복잡한 비언어적 주문으로 불게를 진정시켰습니다. 효과가 오래가지 않으니 얼른 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

 

 

필치는 급히 노리스 부인을 안아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서 디고리 씨의 말을 듣고 있던 루시엔은 웃지 않기 위해 입 안쪽 볼살을 깨물며 안간힘을 썼다.

 

 

"당장 교장 선생님께 가서 호그와트에서 불게를 금지시켜 달라고 할 테다...!" 

 

 

필치는 불게를 보며 이를 갈면서 서둘러 교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풉...! 큭큭큭큭. 진짜 주문을 외우신 건 아니죠?"

 

 

루시엔이 디고리 씨에게 킬킬거리며 묻자, 디고리 씨는 필치 씨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푸하하하하하!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필치 씨와 노리스 부인이 좀 곤란해진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니니까... 사실, 불게가 정말로 그를 불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단다. 너는 다른 곳으로 가서 동물들을 계속 모으는 걸 도와주는 게 좋겠구나, 아리아 양. 나는 이 용감한 불게를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으로 다시 데려다 놓으마."

 

 

"네, 알겠어요, 디고리 씨."

 

 

루시엔은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복도를 나와 움직이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초상화 속에서 캐도간 경의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검을 빼들고 싸울 준비를 하시게나! 자네는 호그와트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위협을 무찌르러 가야하니 말일세!"

 

 

"그게 무슨 말이죠, 캐도간 경?"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캐도간 경이 루시엔에게 말했다.

 

 

"방금 전에 어떤 불한당 같은 학생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네. 이 위기에서 호그와트를 구할 사람은 자네 뿐이야!"

 

 

"대체 무슨 말인지 자세히 얘기해 주세요, 캐도간 경."

 

 

그녀가 심각한 얼굴로 캐도간 경에게 묻자, 캐도간 경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루시엔은 캐도간 경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고는 서둘러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훈련장에 도착하니, 루시엔은 거의 집채만한 거대한 니플러 한 마리와 그 주위를 둘러싼 몇몇 구경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 소동의 중심에 있는 메룰라를 발견했다.

 

 

구경꾼들 사이에는 벤과 바나비, 리즈도 있었는데, 벤은 이 상황을 꽤 즐거워하고 있는 얼굴이었고, 바나비와 리즈는 이 상황이 황홀한 것 같았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바나비가 거대한 니플러를 보며 혼잣말을 내뱉었고, 그 옆에 있던 리즈는 "꿈이란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거지..." 라며 니플러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

 

 

루시엔도 거대한 니플러가 너무나도 귀여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니플러가 귀엽다고 거대한 채로 그냥 놔두는 일은 위험했다.

 

 

그녀가 구경꾼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보니, 역시나... 캐도간 경이 말해주었던 대로 이 소동의 원인은 메룰라였다.

 

 

"말했지 않았나, 내가 아주 원대한 계획이 있다고, 아리아."

 

 

메룰라가 거들먹거리며 앞으로 다가온 루시엔에게 말을 걸었다.

 

 

"니플러를 거대하게 만든게 원대한 계획이라는 거야?! 황당해서 원!"

 

 

루시엔이 눈을 굴리며 대꾸하자 메룰라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나비가 아이디어를 제공했지. 그 애가 낸 가장 좋은 아이디어였어. 그렇다고, 별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이런 귀여운 계획을 짜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거대한 니플러가 끼칠 수 있는 피해를 생각해 봐. 만약 창문에 빛이 알맞게 반사돼서 반짝거리기라도 하면, 녀석은 성 전체를 무너뜨릴걸. 그리고 모두들 너와 네 동물 애호가 친구들을 원망할 테지. 하하하하!"

 

 

"원래 크기로 축소시켜야 해..."

 

 

루시엔이 거대한 니플러를 바라보며 혼잣말하자, 메룰라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아리아."

 

 

"날 어떻게 막을 건데?"

 

 

루시엔이 짜증이 난 얼굴로 노려보며 쏘아붙이자, 메룰라가 요술 지팡이를 들고 그녀에게 주문을 걸었다.

 

 

"플리펜도!"

 

 

"허걱..!"

 

 

"루시엔!"

 

 

구경꾼들 사이에 있던 그녀의 친구들이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고, 바나비는 서둘러 달려와 그녀를 부축하며 일으켰다.

 

 

"괜찮아? 다친거야?"

 

 

"난 괜찮아, 바나비. 메룰라,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야..."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메룰라의 공격을 받고 뒤로 나가 떨어진 루시엔은 뒷통수를 문지르며 바나비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재빨리 요술 지팡이를 꺼내들고 자신을 한껏 비웃고 있던 메룰라에게 주문을 날렸다.

 

 

"디펄소!"

 

 

루시엔이 메룰라에게 날린 주문의 위력은 만만치 않았다. 

 

 

마치 돌진하는 황소에 부딪힌 것처럼 강한 충격을 받고 쓰러진 메룰라는 자존심 때문에 아프다는 소리도 못내고 인상을 팍 쓰면서 루시엔을 노려보았다.

 

 

루시엔은 천천히 다가와 그녀에게 산뜻한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거대 니플러에게 작별 인사나 해, 메룰라."

 

 

"쳇, 넌 재미없는 녀석이야, 아리아."

 

 

메룰라가 뭐라고 하든 루시엔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거대 니플러를 원래 크기로 돌려 놓도록 축소 주문을 걸었다.

 

 

"리듀시오."

 

 

니플러가 원래 크기로 돌아오자, 구경꾼들 사이에 있던 리즈가 앞으로 나와 자신이 니플러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자원했다.

 

 

루시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리즈에게 니플러를 건네주는 모습을 보며, 메룰라는 이를 갈며 내뱉었다.

 

 

"너 말야, 혹시라도 날 곤란하게 만들 작정이라면, 반드시 해그리드가 처벌을 받도록 해주겠어."

 

 

"넌 우리 모두를 죽일 뻔했어. 덤블도어 교수님께 네가 한 짓을 말씀드릴 거야, 메룰라."

 

 

루시엔이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메룰라는 눈을 굴리며 얄밉게 대꾸했다.

 

 

"그리고 해그리드가 처벌을 받으면, 반드시 네 짓이라고 말해 줄게."

 

 

말이 안 통하는 상대에게는 무시가 답이었다.

 

 

"말해보시던가. 난 나머지 신비한 동물들을 찾아야 해."

 

 

루시엔은 다시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다른 신비한 동물들을 찾으러 훈련장을 나갔고, 그 모습을 보며 구경꾼들 사이에서는 강하면서도 정의로운 그녀의 모습에 감탄하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쟤 저렇게 강한 애였어? 와... 나 예전에 메룰라한테 플리펜도 맞고 무서워서 반격할 생각도 못했는데, 저렇게 메룰라를 한방에 때려눕힐 줄이야..!"

 

 

"속이 다 시원하다! 예전에 나도 메룰라 선배한테 괴롭힘 많이 당했었는데, 메룰라 진짜 쌤통이다. 나 오늘부터 루시엔 선배 팬할래... 이제 오늘부터 내 우상은 루시엔 선배야...!"

 

 

그곳에 모인 구경꾼 학생들 중 그동안 메룰라에게 괴롭힘을 한 번이라도 당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되었던 것이었다.

 

 

바나비는 그녀가 나간 곳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혼잣말을 했다. 

 

 

"저렇게 멋지게 홀려놓고 가면 내 마음은 또 어떡하라고... 휴..."

 

 

애써 좋아하는 마음을 접으려고 해도 이렇게 다시 홀려버리면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바나비는 오늘도 쓰디쓴 알약을 삼키는 것처럼 그녀를 향한 마음을 애써 삼켜야 했다.

 


 

루시엔이 1층 복도로 들어왔을 때, 이번에는 안뜰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남은 동물은 머트랩 아니면 히포그리프 뿐인데... 설마 안뜰에 히포그리프가 나타난 건 아니겠지..."

 

 

그녀는 머릿속으로 남아있는 신비한 동물을 헤아리면서, 안뜰에 히포그리프가 나타난 것만은 아니길 바라며 안뜰로 향했다.

 

 

안뜰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그 소란의 주인공은 히포그리프가 아니었다.

 

 

이곳에도 분수대를 둘러싼 구경꾼들이 모여있었고, 그녀가 다가가보니 에이머스 디고리가 분수대에서 뛰놀고 있는 머트랩들을 케이지 안으로 옮기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루시엔이 디고리 씨에게 다가가자, 그는 땀을 훔치며 안도하는 얼굴로 말했다.

 

 

"와 줘서 고맙다, 아리아 양. 일손이 부족하던 참이었어... 머트랩 같은 해양 동물이 분수 쪽으로 간 게 딱히 놀랍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너라면 이 상황이 왜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지 알 거라 믿는다."

 

 

"물리면 위험하니까요. 머트랩 촉수는 상처 진정에 효과가 있지만요..."

 

 

"맞다. 케틀번 교수님께 부탁해서 꼭 래번클로에 기숙사 점수를 주도록 부탁하마. 녀석들이 여기 있는 네 친구들을 한입 베어물기 전에 케이지 안으로 모으는 걸 도와다오..."

 

 

루시엔이 에이머스 디고리를 도와 머트랩을 한 마리씩 케이지 안에 집어넣었고, 분수대 물 속에서 뛰어놀던 마지막 한 마리까지 모조리 다 넣자, 에이머스 디고리가 뻐근한 허리를 펴며 말했다.

 

 

"잘했다, 아리아 양. 여기서부터는 내가 하지... 저녁 식사라도 하고 이따 다시 연회장에서 만나는게 어떠니?"

 

 

"마지막 남은 히포그리프 때문에 그러시는거죠..?"

 

 

루시엔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소매로 쓱 닦아내며 물어보자, 에이머스 디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위험한 동물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신비한 동물 다루는 능력을 보면, 마지막 동물을 잡는 데도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구나..."

 

 

"알겠어요."

 

 

"아, 그리고 케틀번 교수님께서 지난 학기에 히포그리프를 길들이는 것을 도와줄 학생들을 두 명 선발하셨었다고 하는데, 괜찮다면 그 친구들도 함께 와서 도와주면 좋겠구나. 히포그리프를 길들여본 학생이라면 큰 도움이 되어주겠지."

 

 

"아...! 맞아요, 지난 학기에 그런 일이 있었긴 했죠... 한번 그 친구들에게도 물어볼게요."

 

 

에이머스 디고리는 머트랩들을 넣은 케이지를 마법으로 들고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장소로 갔고, 루시엔은 기억을 되짚어보며 래번클로 기숙사 휴게실로 올라갔다.

 

 

적어도 그 두 사람 중 한 명은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래번클로 기숙사 휴게실에 들어서자, 루시엔은 어렵지 않게 휴게실 한 구석의 소파에 앉아서 패션 디자인 스케치를 드로잉하고 있는 안드레를 찾을 수 있었다.

 

 

"안드레! 혹시 지금 바빠?"

 

 

그녀가 안드레에게 물으며 반대편 소파에 앉자, 안드레가 환한 얼굴로 그녀를 맞아주었다.

 

 

"마침 잘 왔어, 내 뮤즈! 잠깐만 거기에 그렇게 앉아있어봐. 시선은 살짝 아래로 내리 깔아주고, 고개는 약간 사선으로 돌려주고... 그렇지! 좋았어, 그대로 가만히 있어줘."

 

 

안드레의 요구대로 고개와 시선을 고정한 채, 루시엔은 입술만 움직여서 열심히 스케치를 하고 있는 안드레에게 물었다.

 

 

"안드레, 지난 학기에 케틀번 교수님이 너랑 탤벗한테 '상'으로 히포그리프를 함께 길들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었잖아."

 

 

"응, 그랬었지. 그때 정말 곤란했었는데 말야. 난 퀴디치 연습도 해야하고, 의상도 만들어야 하는데, 과제랑 수업까지 하면서 대체 언제 히포그리프를 돌보겠어."

 

 

"그런데 넌 다 잘 해냈잖아, 퀴디치 연습도 빠지지 않고 잘 해냈고, 의상도 멋지게 다 만들어줬고, 과제랑 수업도 빼먹지 않았고..."

 

 

"대신 히포그리프를 돌보는 일을 못했지... 사실, 케틀번 교수님이 우리한테 '상'으로 히포그리프를 돌보는 기회를 한번 주시긴 했었는데, 나는 그날 한번 참여하고는 죄송하지만 그만두어야겠다고 말씀드렸어. 도저히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케틀번 교수님은 아쉬워하셨지만, 이해해주셨지."

 

 

"정말?! 그러면 탤벗은?" 그녀가 깜짝 놀라며 묻자, 안드레가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대답했다.

 

 

"글쎄... 그만 둔 뒤론 워낙 바빴어야지. 나도 신경을 안 써서 잘 모르겠네... 탤벗한테 네가 직접 물어봐봐."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안드레! 난 탤벗을 찾으러 가봐야겠어. 지금 성 안에 풀려난 히포그리프를 길들이는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거든."

 

 

"뭐?! 혹시 아까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이 휴강된 것과 관련있는 일이야?"

 

 

"응.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나중에 보자, 안드레!"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안드레가 아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저었다.

 

 

이제 탤벗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그녀는 지금 그가 어디에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혹시...?'

 

 

그녀는 여자 기숙사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자신의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게 당연한거지... 요즘 내가 너무 익숙해져버렸어..."

 

 

그녀가 문을 닫으며 혼잣말을 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남은 방법은 바로 마법 손거울로 연락하는 것이었다.

 

 

"탤벗."

 

 

그녀가 손거울을 들고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들고 있는 마법 손거울이 다른 쪽의 마법 손거울에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녀의 얼굴을 비추던 마법 손거울에 탤벗의 얼굴이 나타났다.

 

 

"루시엔? 무슨 일이야?" 

 

 

"탤벗, 혹시 지난 학기에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에서 '상'으로 히포그리프 돌보는 기회를 얻었었잖아. 그때, 히포그리프 길들이는데 성공했었어?"

 

 

"응, 나는 한번쯤 히포그리프를 길들여보고 싶더라고. 아무래도 내가 새 애니마구스라 그런가? 그때 안드레 녀석은 바로 그날 그만두겠다고 했었지만... 그런데, 그게 왜?"

 

 

"잘 됐다! 그러면 혹시 이따가 저녁 식사 하고나서 나랑 같이 케틀번 교수님과 해그리드를 도와 히포그리프를 잡으러 가지 않을래?"

 

 

"뭐? 히포그리프 사냥은 위험한 일이야, 루시엔. 그리고 그런 동물을 사냥하는건 불법이지 않을까...?"

 

 

탤벗이 심각한 얼굴로 진지하게 고민하자, 루시엔은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사냥하러 가는게 아니야, 탤벗. 사실, 네가 길들였다던 그 히포그리프가 성 안에 풀려나있거든... 그래서 에이머스 디고리 씨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그러면서 히포그리프를 길들여본 친구를 데려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네게 물어본 거야..."

 

 

"아...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그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대답은?"

 

 

루시엔이 미소가 남아있는 얼굴로 묻자, 그가 눈을 굴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얼굴로 대답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고마워, 탤벗. 그러면 이따가 저녁 식사후 연회장에서 디고리 씨랑 케틀번 교수님, 그리고 해그리드랑 다같이 만나기로 했으니, 너도 그쪽으로 오면 돼."

 

 

"알았어, 이따봐, 루시엔."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락을 종료했다.

 

 

"휴..."

 

 

루시엔은 한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어 주르륵 내려앉으며 눈을 감았다.

 

 

그냥 좋아하는 좋은 남자 사람 친구로만 생각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젠 진심으로 이성으로서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하고 나니까, 그의 루비같은 눈동자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고, 눈을 감고 있어도 그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가 원래 저렇게 낮고 부드러웠던가? 게다가 왜 저렇게 잘생긴 거야? 심장 떨리게시리...'

 

 

게다가 그를 좋아하는 남자로 의식하고 나니까, 새삼스럽게 그의 모든 것이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지금 이렇게 평범한 대화하는 것도 두근거리는데, 나중에 고백은 또 어떻게 해야되지...'

 

 

그녀는 무릎을 끌어안고 새빨개진 얼굴을 묻고는 끙끙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당장 오늘 저녁에 만나야 하는데?!'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대 거울 앞으로 달려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이런 망할...!'

 

 

그녀는 마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서둘러 목욕 용품과 갈아입을 옷을 챙겨들고 욕실로 달려갔다.

 


 

씻고 나와서 방 안에서 혼자 머리를 말리며, 그녀는 또 한 번 허전함을 느꼈다.

 

 

'대체 언제부터 그게 그렇게 익숙해졌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의 생각을 털어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털어내면 털어내려고 할수록 실크를 다루는 것 같은 그의 부드러운 손길이나, 세심한 빗질 따위가 떠올랐고, 더더욱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게 물들어갔다.

 

 

'대체 그 애는 왜 그렇게 머리 손질을 잘 해서...!'

 

 

자꾸 자신의 생각의 방향을 돌리기가 어렵자, 마음속으로 괜히 애꿎은 탤벗만 탓했다.

 

 

'아무래도 내가 미쳐가는 것 같아...'

 

 

자꾸만 네가 해주는 머리 손질이 생각나, 갑자기 네 얼굴이 너무 잘생겨보여, 네 목소리가 원래 그렇게 달콤했었나? 라고 대뜸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만 해도 그가 얼마나 어이없어 하면서 눈을 도르륵 굴려댈지 상상이 갔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앞에서 이상한 여자애로 보이면 안되니까, 스스로 자제해야겠다는 다짐을 마음 속에 새겼다.

 

 

완벽하게 깔끔한 상태로 되돌아온 후, 루시엔은 저녁식사를 하러가기 위해 로완의 방 문을 두드려보았다.

 

 

"로완! 혹시 방 안에 있어? 저녁 먹으러 갈래?"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마도 도서관에 있나보지...'

 

 

루시엔은 어깨를 으쓱 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대연회장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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