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창작 팬픽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2 #1: 5학년 시작

루시엔 아리아 2024. 12. 2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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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애독자분들을 위해 소소하게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고왔습니다.

 

 

현업 때문에 아직 팬픽을 연재할 수 있을만큼 글을 쓸 시간은 부족하여 정식 연재를 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아 여러분께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오늘 하루 쉬는 동안 부지런히 해서 가져와봤어요! :)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를 아껴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행복이 되길 바라며 한편 올려두고 갑니다.

 

 

메리크리스마스 ♥


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5학년 학기 첫 날, 루시엔은 반짝이는 래번클로 반장 뱃지를 달고 헐레벌떡 맥고나걸 교수님의 중급 변신술 오전 수업을 들으러 뛰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뛰어서 간신히 변신술 교실 앞에 도달한 루시엔은 서둘러 조용히 문을 열고 단짝친구 로완을 찾았다.

 

 

다행히도 이번 변신술 수업도 작년과 같은 친구들과 같은 자리에서 듣게 되었기 때문에, 루시엔은 별 어려움 없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 앉을 수 있었다.

 

 

"세이프! 아슬아슬했네, 저주해결사. 아니, 이젠 반장님이라고 불러야 할까? 큭큭큭."

 

 

5학년이 되어 돌아온 안드레 이구는 지난 여름 방학에 새로 장만한 멋들어진 보라색 스카프를 교복 위에 두르고 있었다.

 

 

"루시, 아까 내가 깨웠는데, 다시 잠들었던 거야?" 로완이 의아한 얼굴로 루시엔에게 묻자, 루시엔은 잠시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조용히 앞자리에 앉는 루시엔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의 뒷자리에 앉아있던 탤벗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녀가 오늘 아침에 지각한 이유는 어젯 밤, 여느 때처럼 독수리로 변해 루시엔을 찾아온 탤벗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다시 만나게 되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밤 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고, 루시엔은 탤벗이 돌아가고 난 뒤 새벽 3시에 잠이 들었던 것이다.

 

 

"조용! 중급 변신술 수업에 온 5학년 학생들, 반가워요. 오늘부터 여러분은 표준 마법사 시험을 대비한 변신술 강의를 듣게 될 것입니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새 학기를 맞아 밝지만, 엄격한 목소리로 5학년 학생들에게 표준 마법사 시험에 대비하여 어떤 강의를 듣게 될 것이고, 과제 및 시험에 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루시엔은 달려오느라 아직 가쁜 숨을 천천히 가라앉히며 맥고나걸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지난 여름을 잠시 회상했다.

 


 

지난 여름 방학동안, 루시엔은 마음껏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엄마 르웬을 도와 약국에서 판매할 약을 제조하는 일을 돕기도 하였고, 아빠 에시르를 따라 잠시 바다로 항해를 떠나갔다 오기도 했다.

 

 

로완네 집에 방문해서 로완의 가족들과도 다시 즐거운 시간을 잠시 보내기도 했고, 그 뒤론 로완과 함께 위즐리네 집에 방문해서 위즐리네 가족들과도 어울렸다.

 

 

루시엔은 올해 호그와트에 입학한다는 찰리의 쌍둥이 남동생 프레드와 조지와도 친해졌다.

 

 

그 애들과 몰래 땅신령의 굴 속에 똥폭탄을 터뜨리는 장난을 치다가 몰리 아주머니에게 걸려서 크게 혼나기도 했는데, 루시엔이 함께한 장난이라는 것을 알게 된 몰리 아주머니는 루시엔을 혼내는 대신 찰리를 혼내는 바람에 루시엔이 찰리에게 크게 미안해하기도 했다.

 

 

찰리는 그 일로 잠시 삐쳤었지만, 루시엔이 유명한 용 학자 드웨인의 <내가 사랑한 용들 이야기> 한정판을 한 권 선물로 주자 언제 삐쳤었냐는 듯 헤벌쭉 웃으며 금방 풀어졌다.

 

 

방학 동안에 래번클로 여학생 반장으로 선출되었다는 부엉이를 받은 일 때문에, 평소에 조용하던 아리아 저택은 한동안 떠들썩하기도 했었다.

 

 

에시르는 "역시 네 엄마를 닮아서 똑똑하니, 난 네가 이렇게 반장이 될 줄 알았어! 정말 자랑스럽구나!" 라며 감격해했고, 르웬은 "여보, 당신도 반장이었잖아. 루시는 우리의 좋은 점만 다 닮은 것 같아, 안 그래?" 라며 자랑스러워했었다.

 

 

다이애건 앨리에 학교 준비물을 쇼핑하러 갔었을땐 최소 한 뼘은 더 큰 것 같은 바나비와, 괴팍하게 생긴 바나비의 할머니를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다.

 

 

바나비가 루시엔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본 바나비의 할머니는 루시엔을 품평하듯 뜯어보더니 대뜸 "얘가 미래의 내 손주 며느리냐? 욘석, 머리는 트롤같으면서 불알은 제대로 달렸나보구나." 라고 하여 두 사람을 모두 당황하고 난처하게 만들었었다.

 

 

바나비는 루시엔에게 할머니의 무례를 거듭 사과하고는 애써 할머니를 끌다시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가 버렸다. 

 

 

루시엔은 갑작스럽게 폭풍우를 만난 것처럼 잠시 황당한 기분이었지만, 곧바로 페니와 헤이우드 가족을 다이애건 앨리에서 만났고, 쾌활한 헤이우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플로린 포트슈의 아이스크림으로 다시 즐겁게 기분을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페니의 여동생인 베아트리체는 아주 귀여운 소녀였는데, 마치 페니를 작게 축소해놓은 미니미 버전같아서 두 사람은 금세 친해졌다.

 

 

베아트리체는 이날 루시엔 언니에게 폭 빠져 버렸고, 루시엔과 페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 쇼핑을 하는건 세 사람 모두에게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탤벗은 여름 방학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비춰주는 마법 거울을 통해 종종 연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9월 1일이 되어 호그와트에 돌아오고 난 뒤, 루시엔은 다시 만난 친구들이 너무 반가웠고, 연회장에서 모여서 다같이 만찬을 즐길 때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반장으로서 신입생들을 인솔하는 임무를 맡아보니 짜릿한 보람이 느껴졌고, 반짝이는 반장 뱃지를 보며 책임감과 동시에 흐뭇함도 느꼈더랬다.

 

 

밤에는 여느 때처럼 방에 찾아온 독수리와 함께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며 시시덕거리면서 여름 방학 동안 묵혀두었던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즐거워했고...

 

 

그리고 또...... 음냐...

 

 

"아리아!" 날카로운 맥고나걸 교수님의 목소리가 루시엔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

 

 

"네, 넵! 교수님!" 루시엔은 정신이 번쩍 들어 대답했다.

 

 

"학기 첫 날부터 수업 시간에 졸다니, 반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기 바랍니다. 래번클로에서 5점 감점!"

 

 

주변에서 래번클로 학생들의 안타까움과 아쉬움 섞인 낮은 탄성과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교수님..." 루시엔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고, 로완이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루시엔의 어깨를 작게 토닥여주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오전의 변신술 수업이 끝나고, 루시엔은 책가방을 메고 로완, 안드레, 탤벗, 벤, 찰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러 우르르 연회장으로 몰려갔다.

 

 

"엇? 윙거? 너도 이제 연회장에서 점심 먹는 거야?" 찰리가 새로운 점심 친구의 등장에 반가워하며 물었다.

 

 

"응."

 

 

"오올~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인가? 큭큭큭..." 안드레가 탤벗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킥킥거리며 놀렸다.

 

 

"마음대로 생각해." 탤벗은 눈알을 굴리며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짧게 대답했지만, 앞서서 로완과 벤과 함께 걸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는 루시엔을 홀린 듯이 바라보며 작게 한숨만 쉴 뿐, 탤벗은 그 말을 부정하진 않았다.

 

 

자리에 앉고 빈 접시에 대고 각자 원하는 음식들을 주문하자, 접시 위에 마법처럼 음식이 차려졌고, 모두들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벌써 두 개째인 치킨 샌드위치를 먹으며 찰리는 친구들에게 이번 시즌 퀴디치 팀의 승률에 대해 안드레와 함께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벤은 '저게 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난 아직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조용히 베이컨 샌드위치를 먹었다.

 

 

자리에 합류한 페니는 포크로 시저 샐러드를 찍어먹으면서 로완, 루시엔, 그리고 탤벗에게 호그와트 첫날부터 자기가 물고 온 소문을 열심히 들려주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바나비한테 또 다른 추종자가 나타났다는 거야!"

 

 

"바나비를 쫓아다니는 추종자들이 한둘이 아닌데 뭐 새삼스럽게 그래?" 로완이 심드렁하게 말하며 에그 샌드위치를 베어물었다.

 

 

"그 애가 전혀 뜻밖의 인물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그래! 오죽하면 바나비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놀랐다더라. 바나비 팬클럽에서 나온 소문인데, 지금 그 소문 때문에 다들 뒤에서 그 애가 누군지 엄청나게 궁금해하고 있거든." 페니가 눈을 빛내며 소근소근 말해주는 것을 들으며 루시엔은 누군지 모르는 그 애한테 동정심을 느꼈다.

 

 

"너무 그 소문을 캐려고 하지는 마. 너희도 알잖아... 내가 작년에 얼마나 소문 때문에 곤란했었는지 말야." 그러면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탤벗을 슬쩍 쳐다보니, 그와 눈이 마주쳤다.

 

 

탤벗이 그녀에게 예쁘게 눈웃음을 살짝 지어보이더니 곧바로 담담하게 긍정했다. "맞아, 그땐 정말 괴로웠었지."

 

 

그는 루시엔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 때문에 당시에 누군지도 몰랐던 자신의 연적을 두고 마음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루시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페니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페니, 그 소문은 그 애를 위해 그냥 조용히 묻어두자."

 

 

"역시, 루시야! 정말 사려깊다니까. 알겠어, 나도 그 애가 곤란해지는건 원치 않으니까..." 그러면서 페니는 곧바로 다른 화제로 돌렸다.

 

 

"참! 오늘부터 주방에서 벌을 받게 된다며, 루시... 괜찮아?"

 

 

"안 괜찮을게 뭐 있겠어. 저주 받은 금고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겨우 주방인데, 걱정 마, 페니." 루시엔이 어깨를 으쓱하며 크랜베리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로완이 한숨을 쉬었다.

 

 

"휴... 첫 날부터 벌이라니... 이래서야 내가 루시를 위해 짜준 표준 마법사 시험 공부 계획표가 다 틀어질 지도 모르겠는걸..."

 

 

공부 계획표라는 소리가 들리자 작년 기말 고사때 로완의 공부 계획표 덕분에 호되게 시달렸던 찰리가 갑자기 발작하듯 호들갑스럽게 치를 떨었고, 우스꽝스러운 그 모습에 모두들(심지어 벤과 탤벗마저) 한바탕 크게 웃으며 나머지 점심 식사 시간이 흘러갔다.

 


 

5학년 첫 수업이라 그런지 오후에 있던 마법약 수업에서도 스네이프 교수는 여기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지금까지처럼만 한다면 모두 표준 마법사 시험에서 'T(트롤)' 등급을 받는건 따놓은 당상이라며 비아냥거리면서 트집을 잡았다.

 

 

그러면서 표준 마법사 시험에서 'E(기대 이상)' 등급 이상 받지 못한 머저리들은 6학년에서 상급 마법약 수업에 받아주지 않겠다며 무섭게 엄포를 놓았다.

 

 

로완은 그런 스네이프 교수님의 경고를 진지한 태도로 받아들이며 결의를 다졌고, 루시엔은 눈알을 굴리며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이 교실의 모두에게 T를 주겠어?

 

 

수업이 끝나고 루시엔은 후다닥 기숙사에 올라가 편한 티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은 후, 머리를 포니테일로 질끈 올려 묶었다. 그리고 저녁을 대충 챙겨먹은 뒤, 로완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벌을 받으러 주방으로 내려갔다.

 

 

서양 배가 그려진 커다란 과일 정문화 앞에 도달한 루시엔은 손을 뻗어 서양 배를 간지럽혔고, 곧이어 배가 킬킬거리더니 문 손잡이를 하나 만들어냈다.

 

 

"우와..."

 

 

그 문 손잡이를 열고 들어간 루시엔은 압도적인 광경에 감탄사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커다란 대연회장의 구조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주방 안에는 네 개의 기숙사 테이블이 연회장처럼 놓여있었고, 수백 명의 집요정들이 각자 분주하게 쓸고 닦고 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은 호그와트를 지난 4년간 다녔던 루시엔에게도 깜짝 놀랄만한 장관이었다.

 

 

그 집요정들을 일사분란하게 통솔하는 감독관처럼 지휘하는 집요정이 교수진들의 테이블이 위치한 방향의 카운터 위에서 꽥꽥거리며 명령을 내리는 것이 보였다.

 

 

벽에 있는 벽난로마다 커다란 솥이 매달려있고, 설거지를 하는 한 구석에서는 마법처럼 대연회장에서 사용된 접시와 식기들이 뿅뿅 나타나며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고, 그 앞에는 정신없이 설거지를 하는 집요정들이 보였다.

 

 

한쪽 구석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식빵과 샌드위치 속재료가 있었고, 바닥을 청소하는 집요정과, 커다란 보울 앞에서 다음날 서빙할 빵을 만드는 반죽을 하는 집요정들도 있었다.

 

 

루시엔은 마치 삶의 현장을 보고 있는 듯한 놀랍고 신기한 기분을 느끼며 주방 책임자처럼 보이는 집요정에게로 다가갔다.

 

 

"저기, 안녕. 난 루시엔 아리아라고 해."

 

 

"루시엔 아리아? 덤블도어 교수님이 말했던 그 말썽쟁이로구나. 내 이름은 피츠다. 주방의 총 책임을 맡고 있지. 피츠의 주방에선 말썽은 절대 금지야."

 

 

"반가워, 피츠. 그리고 적어도 네 주방에서 말썽을 일으킬 일은 없을 거야."

 

 

루시엔은 이 주방에서 갑자기 저주받은 금고로 통하는 문이 열리지 않는 이상,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이곳에서 대체 어떤 말썽을 일으킬 수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 좋다. 루시엔 아리아, 넌 오늘 설거지 담당이야. 벌을 받는 중이니 마법은 금지야. 알겠으면 어서 가서 일해."

 

 

루시엔은 한숨을 작게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전에 아빠에게 배웠던 설거지 방법을 떠올렸다.

 

 

차곡차곡 마법처럼 식기들이 실시간으로 쌓이고 있는 설거지 통 앞에 스펀지와 비누를 들고 선 루시엔은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고는 열심히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비누를 묻힌 젖은 스펀지로 접시를 닦고, 물통안에 넣으면 다른 집요정이 마법으로 반짝이게 새것처럼 헹굼과 건조까지 마친 식기류를 차곡차곡 쌓아 찬장으로 날랐다.

 

 

그렇게 접시를 닦고, 닦고, 닦고, 또 닦고.......

 

 

어깨가 뻐근해지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접시를 닦아대자, 무척이나 높이 쌓여있던 설거지의 산이 어느덧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루시엔은 비누를 묻은 손으로 코를 쓱 훔치고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얼마 남지 않은 접시를 닦으려고 들었는데, 누군가 작게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이, 루시엔 아리아." 그녀를 부른 사람은 바로 그 유명한 그리핀도르의 재 킴이었다.

 

 

재 킴은 두 가지 이유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했는데, 하나는 바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방과 후에 주방에서 일하는 벌을 받는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다소 불법적인 물건이더라도 그를 통하면 못 구하는 물건이 없다는 것이었다.

 

 

루시엔도 그런 재 킴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그리핀도르와 함께 듣는 수업에서도 종종 보긴 했지만, 그는 거의 대부분 수업 시간에 가장 뒷자리에 앉아서 들키지 않게 엎드려 낮잠을 자곤 했다.

 

 

그런데, 학기 첫날부터 이렇게 주방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당연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 안녕. 재 킴! 만나서 반갑다고 해야 맞는걸까..?"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킥킥거리며 묻자, 재도 함께 킥킥거리며 대답했다.

 

 

"반갑다는 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인삿말이지. 그나저나 학기 첫날부터 벌을 받으러 온 사람은 나 말곤 너밖에 없는데, 대단한걸?"

 

 

"이런 걸로 대단해지는건 반갑지 않지만 뭐, 그렇게 됐어. 너는 무슨 담당이야?"

 

 

"난 샌드위치 만드는 담당이야. 샌드위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지. 난 하루에 수백개의 샌드위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재가 스스로 자랑스럽다는 듯이 약간 뻐기며 말하자, 루시엔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도로 닦아야 할 접시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지금 벌 받는 내용 자랑하기 대회중인 거야? 그렇다면, 난 지금 설거지 담당이야. 오늘 하루에 수백 개의 접시를 직접 손으로 닦았는데, 이제 곧 클리어 될 예정이지, 훗."

 

 

루시엔이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며 농담처럼 말하자, 재는 그런 그녀의 유쾌한 모습에 꽤 호감이 피어올랐다.

 

 

"자랑 대회는 아니고, 친목을 다지는 중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 하하. 주방에서 벌을 받는게 좋은 점이 뭔 지 알아, 친구?" 재가 웃으며 친근하게 묻자, 루시엔은 마지막 접시를 다 닦고는 비누 묻은 스펀지를 내려놓고 정리하며 대꾸했다.

 

 

"글쎄... 팔 근육이 튼튼해지는거?" 

 

 

"큭큭큭. 그것도 여러 장점들 중 하나 정도는 되겠지만, 오늘은 내가 특별히 하나 알려줄게. 학기 첫날부터 함께하는 벌 친구는 흔치 않으니까."

 

 

"그게 뭔데?" 루시엔이 호기심 가득한 연두빛 눈동자를 들어 재를 돌아보며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주방은 의외로 감시를 피하기 좋은 곳이라는 점이야. 물론 피츠가 깐깐하게 굴긴 하지만, 의외로 따돌리기 쉽다니까." 

 

 

루시엔은 재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의 말이 허세가 아닌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감각이었지만, 루시엔은 거의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난 여기 주방에서 내 고객들과 접선하곤 하지. 물론 나한테 의뢰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구하기 힘든 것들이 많아서, 위험 수당까지 치면 꽤 비싸긴 해."

 

 

이번에도 "진실"이었다.

 

 

"하지만, 넌 5학년 첫날부터 함께한 벌 친구니까 나한테 혹시 필요한 물건을 의뢰하면 특별히 너한테만 싸게 해줄게. 마침 사랑의 묘약 1병이 들어와 있는데, 1 바이알에 10갈레온이야. 너한테는 특별히 반값에 주지. 어때? 어디가서 이 가격에 절대 못 구하는 물건이라고."

 

 

아, 이번엔 "거짓"이 섞인 말이었다.

 

 

루시엔은 이때는 어떻게 알았는지는 미처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셔. (장사를)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데?"

 

 

그 말에 재는 마음 속으로 뜨끔해버렸다. 왜냐하면, 사실 사랑의 묘약 1 바이알에 5갈레온 정도가 적당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사기 치는걸)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닌데?' 라고 지레 제 발 저렸기 때문이다.

 

 

"으음... 그렇지. 이래봬도 내가 좀 이쪽 분야에 경험이 많거든. 이걸 한번에 간파하다니, 역시 그 유명한 저주 해결사라 그런건가?"

 

 

"그냥 딱 봐도 그렇게 보이는데 뭐."

 

 

루시엔이 눈알을 굴리며 대답하자, 재는 동공지진을 일으키더니 지금까지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능수능란한 장사꾼다운 자신의 포커 페이스 스킬에 대해 잠시 고민에 빠졌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셈을 마친 뒤, 재는 루시엔에게 일보후퇴를 선언했다. "역시 저주 해결사라 그런가 남다르네. 그래도 언젠가 내 도움이 필요한 때가 온다면 날 찾아줘. 난 방과후에 여기 주방에 거의 항상 있으니까."

 

 

"아, 이제는 나도 매일 방과후에 주방으로 벌을 받으러 와야 하거든."

 

 

"매일? 언제까지?"

 

 

재는 기한없는 벌이라는 말에 놀랐다. 자신도 거의 매일 주방에서 방과후 벌을 받고는 있지만, 그건 그만큼 자주 걸려서 그런 것이지, 기한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글쎄... 내가 반성된 기미가 보일 때까지라고 하시던데? 작년에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말야."

 

 

루시엔이 말을 마치며 어깨를 한번 으쓱하는데, 그 모습이 재에겐 무척 시원시원하고 조금... 멋져보였다. 

 

 

"야... 너 쫌... 멋진데? 대체 어떻게 해야 그런 벌까지 받게 되는 거야?"

 

 

"아... 설마 너도 애크로맨투라 서식지에 쳐들어가서 애크로맨투라들이랑 싸우고 저주받은 금고에 들어가서 저주를 해결하고 나오려는건 아니겠지? 하하하." 

 

 

"무슨... 애크로맨투라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랑 싸운다고? 게다가 그 다음에 저주받은 금고에 제발로 들어가고? 난 사양할게... 하하하." 

 

 

루시엔이 실제로 자기가 했던 일들을 간략하게 축약한 말이 재에겐 마치 허황된 농담처럼 현실성 없게 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마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 것 같은 인형처럼 예쁘고 곱게 생긴 여자아이가 이렇게 털털하고 유쾌한 모습에 반전 매력을 느꼈다.

 

 

게다가 산더미 같은 설거지도 군소리 없이 손으로 직접 끝까지 다 해내는 모습도 사실 좀 감명깊긴 했다. 저 여리여리한 몸매와 가느다란 팔의 어디서 대체 저런 힘이 나는건지...

 

 

"그래, 잘 생각했어, 친구."

 

 

루시엔이 키득거리며 말하자, 재는 새삼스럽게 한 단어에 놀라며 말했다.

 

 

"우리가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응, 왜 안 되겠어? 잘 부탁해, 친구야."

 

 

재는 때묻지 않은 환한 미소로 대답하는 그녀의 얼굴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다가 금세 정신을 차렸다.

 

 

"그래... 이런 순수한 의미의 친구도 나쁘지 않네. 사실 나한테 '친구'는 주로 뒷골목 거래 파트너들을 부를때나 사용하던 말이거든."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거야..?"

 

 

루시엔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해하자, 재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너처럼 대의를 쫓기보단 지극히 현실적이었다고 해야하나? 뭐, 거래를 위해 녹턴 앨리의 뒷골목을 내 집처럼 자주 드나들었던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사는게 좋아."

 

 

"대의는 무슨... 나도 우리 오빠를 찾는 것 때문이 아니라면 저주 해결따윈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은걸. 게다가 어떻게 살든 네가 좋다면 된거지 뭐."

 

 

"뭐? 그렇게 살지 말라, 훈계같은 소리는 안 하네? 그래도 반장님이라 잔소리 들을 각오는 했는데 말이지."

 

 

재가 농담처럼 말하자, 루시엔도 농담처럼 키득거리며 대꾸했다.

 

 

"지금 그 반장님이 학기 첫날부터 벌 받고 있는거 안 보여? 큭큭큭. 내가 지금 누굴 잔소리할 처지겠어."

 

 

"그래... 그것도 그렇긴 하다. 큭큭큭."

 

 

"이봐! 말썽쟁이들! 해야할 일은 다 끝낸 거야? 딴청 피우면 바닥 청소까지 하게될 줄 알아!"

 

 

피츠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며 고함을 질렀다.

 

 

"우리가 할 일은 이미 다 끝냈어, 잔소리쟁이 피츠야! 보라구."

 

 

재가 능숙하게 피츠의 잔소리를 받아내며 두 사람이 마친 결과물을 손으로 가리켰다.

 

 

"흐음... 뭐라도 트집을 잡고 싶지만, 나쁘지 않군. 좋아, 오늘은 가 보도록 해. 만약 내일 왔을때도 농땡이를 피우다가 걸렸다간 혼쭐을 내 줄 테다."

 

 

피츠가 깐깐한 목소리로 툴툴거리며 해산시켰다.

 

 

지친 몸을 이끌고 주방을 나온 두 사람은 그리핀도르 기숙사와 래번클로 기숙사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달할 때까지 내내 함께 수다를 떨고 농담을 하며 짧지만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내일 방과후 벌 받는 시간이 기다려지는건 처음인걸. 벌 친구가 이렇게 좋은 거구나."

 

 

갈림길에서 재가 쿡쿡 웃으며 말하자, 루시엔도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벌 친구가 아니더라도 친구는 좋은거니까. 그럼 잘 가, 재."

 

 

"내일 봐, 루시엔."

 

 

어느 새 서로 이름을 부르는 친구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하고는 갈림길에서 각자의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 침실로 들어온 루시엔은 익숙한 갈색 독수리가 창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벽에 걸어놓은 시계를 힐끗 보더니 어느새 애니마구스에서 인간 형태로 돌아온 탤벗에게 다가가며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기다렸겠네, 늦게까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탤. 이런 날은 오지 않아도 괜찮은데..."

 

 

"별로 안 기다렸어, 괜찮아, 루시. 이런 날이 어떤 날인데?"

 

 

그가 다가온 그녀를 포근하게 안아주며 물었다.

 

 

"음... 벌 받고 늦게 오는 날?" 

 

 

"그런 이유라면 안 되겠는걸.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만하라고 하실 때까지 매일 방과후에 벌을 받기로 되어있으니까.. 널 못 보느니 차라리 그냥 늦게 잠들래."

 

 

그의 다정한 이유에 그녀는 키득거리며 그를 마주 끌어안고 그의 가슴팍에 볼을 비볐다.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해서 안 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 미안해할 필요 없어, 루시."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 옆으로 몇 가닥 흘러내린 햇살을 그러모아 만든 것 같은 백금발을 귓가로 쓸어넘겼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잠시 동안 두 사람만의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루시엔은 이번에도 어떻게 그랬는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랑해.

 

 

"난 괜찮아." 탤벗은 이렇게 말하고는 그녀를 가볍게 꼭 안아주었다.

 

 

루시엔은 주방에서 벌을 받느라 쌓여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가시는 느낌이 들며 행복함이 차올랐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킬킬거리고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냈고, 결국 또 다시 늦게 잠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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