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조자(造字)원리 -육서(六書)

한자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아마 몇 천년의 역사를 뒤로 되짚어 올라가야할 것이다.

고대 중국 언어학이 비로소 발전하게 된 시기는 한나라때라고 볼 수 있다. 이 이전의 몇몇 사상가들은 언어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었을 뿐, 체계적으로 갖추지는 못하였다. 한나라에 접어들면서 경전을 연구하는 경학이 부흥하게 되고, 경전의 수립과 정리, 그리고 이에 따른 금고문학파의 논쟁 등으로 인해 언어학 각 분야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그 가운데 서한 초기에 나온 <이아>, 양웅의 <방언>, 동한 초기에 나온 허신의 <설문해자>, 동한 말기에 나온 유희의 <석명>은 각각 훈고학, 방언학, 문자학, 어원학을 대표하는 자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중국 최초의 문자학 전문서라고 여겨지는 허신의 <설문해자>는 그 체계성과 고유의 독창성 등의 가치로 말미암아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자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중국어 발전사와 중국 고대 언어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설문>이라고도 불리는 <설문해자>에서 '문'은 '독체자'를 의미하고, '자'는 '합체자'를 의미하므로, <설문해자>란 '문'을 설명하고, '자'를 해설한다는 뜻이다.

 

 

<설문>의 공헌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1. 글자의 풀이가 <설문>이후에야 비로소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이전에도 글자를 풀이한 기록은 있었지만, 엉성하고 구체적이지 못하였다.

2. 수많은 글자의 자형구조를 분석하고 규칙을 찾아 최초로 부수를 나누었다. 이로 인해 한자에 처음으로 체계와 조리가 서게 된 것이다. 부수로 부를 나누는 허신의 이와 같은 방법은 현재까지도 보존되어 사용되고 있다.

3. 글자의 의미 해석에 있어서 허신은 글자의 본의를 강조하였고, 한 글자로 풀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묘사와 내용을 더하였다.

4. <설문>에에서는 글자의 형, 음, 의 세 가지 상호 관계를 천명하였는데, 이는 언어 문자를 연구하는 중요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설문해자 서>에서 허신은 다음과 같이 한자의 조자원리에 대해 언급하였다.(간략하게 정리하였다)

창힐이 처음 문자를 만들 때에는 대개 모양의 유사함에 의거하여 그 형체를 본떴기 때문에 그것을 '문'이라 한다.

그 후, '문'의 형체와 음이 서로 합쳐져 글자를 이루었는데, 이를 '자'라 하였다.

육서를 통해 한자의 조자원리를 밝혔는데, 육서란 다음과 같다.

1. 지사: 보아서 그 가리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글자를 자세히 살피면 뜻을 깨달을 수 있는 것. (예)上，下

2. 상형: 그려서 그 사물의 모양을 이룬 것이고, 형체에 따라 자획의 선이 구부러진 것. (예)日，月

3. 형성: 사물로 이름을 삼고 음을 더하여 이루어진 것. (예)河，江

4. 회의: 무리들(상형이나 지사)을 나란히 배열하고 (그것들의) 뜻을 합쳐서 가리키는 바를 드러내는 것. (예)武，信

5. 전주: 뜻이 같은 글자들을 모아놓고 그 중에서 하나를 대표로 삼아 (대표자와 그 나머지 글자들이) 같은 뜻을 서로 주고 받는 것. (예)老，考

6. 가차: 본래 그 글자가 없기 때문에 글자의 음에 의지하여 뜻을 기탁하는 것. (예)令，长

 

 

<설문해자>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간략 정리)

1. 체계적으로 부수를 이용하여 글자를 정리하였고, 한자의 형,음,의 세 가지의 관계를 잘 설명하였다.

2. 복잡한 한자 자형의 구조를 깊이있게 분석하였고, 최초로 글자의 형체에 따라 부수를 나누었다.

3. 자의의 해석에 있어서 허신의 창조적인 견해가 있었다.

4. 언어와 문자의 연구 방법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너무 본자와 본의에 얽매였다는 단점도 있다.

5. 당시의 문자를 통일하고 규범화시키는 작용을 하였다.

 

 

이후 청대에 와서 중국 언어학이 발전하게 되면서 <설문해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뛰어난 저작들이 저술되었다.(설문4대가)

 

중국 언어학사와 문자학 공부를 하다가 기억에 더욱 남기기 위해 이렇게 정리하여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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