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강릉 테라로사 본점 방문기

루시엔 아리아 2020. 3. 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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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1일에 연말가족여행을 강원도 쪽으로 갔었다.

그때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에도 한번 들러보고 싶어서 무계획으로 그냥 가보았었던 곳이었다.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 본점은 이렇게 생겼었다. 지금은 다들 코로나19때문에 어디 안가고 집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그땐 사람들이 정말...저~~~엉~~~~말 많았다.

 

사진으로 보는 분위기는 참 운치있어 보이지만, 사진에 담기지 않은 현장은 북새통이 따로없었다;;

 

 

 

 

서울에서 테라로사 카페도 가봤었고, 코스트코에서 테라로사 원두도 사먹어보면서 커피 맛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커피랑 차를 좋아하는 내가 강원도에 여행와서 가보고 싶었던 곳이 테라로사 본점이기도 했고...

테라로사 커피 뮤지엄이 있어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패스했다.

 

 

 

 

테라로사 본점에 오면, 테라로사 카페도 있고, 테라로사 기념품샵도 있고, 테라로사 레스토랑도 있다!

상당히 큰 규모인 것에 놀랐다! 

 

아래의 사진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골목길..ㅎㅎ

자칫하면 삭막해보일 수 있는 벽돌길과 시멘트길에 색색 전구가 아기자기하게 장식되어 있어서 인스타 갬성이 물씬 풍겼다. 여기서 사진찍으면 아마 꽤 분위기 있게 나올 것 같아서 가족들과 함께 사진도 막 찍고 그랬는데,

인물사진은 핸드폰 메모리에만 고이 모셔놓는걸로..ㅎㅎㅎ

인스타 계정도 있긴 하지만, 워낙 SNS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블로그를 제외하고는 잘 안하게 된다.

블로그는 왠지 사진보다는 글 위주라서, 그리고 뭔가 기억에 남도록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인스타 갬성이라고 하듯이 블로그도 블로그 만의 갬성이 있는데, 나는 그게 좋아서 블로그만 하는 것 같기도하고.

 

 

 

 

테라로사 카페에 들어가보니 2층에 테이블도 있었지만, 1층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

주문받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기 위해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했다.

주문 대기표를 뽑았는데, 내 앞에 대기인수만 약 70명....

은행에 가도 이렇게 많이 기다려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너무 복잡했다.

그리고 빈 테이블도 없어서, 거의 다 마셔가는 것처럼 보이는 테이블 옆에서 자리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리가 날 때쯤 어떤 몰상식한 아주머니가 그 테이블을 우리 보는 앞에서 밀고 들어와서 앉았다!

우리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라고 말하자, 자기는 1시간 전부터 저~쪽에서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너무나 얼굴에 철판깔고 새치기를 당당하게 하는 모습에 어처구니도 없고, 모처럼 온 가족여행을 이런 말도 안 통하는 몰상식한 인간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아서 더이상 말하지 않고 아예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12월 31일이라 날씨가 꽤 쌀쌀해서 그런지 야외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그냥 조용한 그곳에 앉기로 결정했다. 

 

아니, 지금이 2020년인데 아직도 이런 상식없는 무식한 사람들이 있다니 정말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고,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도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이상한 사람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다니... 2020년에는 더 좋은 일만 있으라고 액땜하는 건가보다 싶기도 했다.

 

야외 테이블에 앉고나서도 너무나 뻔뻔한 인간때문에 당황스럽고 화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서, 여기에서 굳이 커피를 마시고 가야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래서 강릉 커피거리나 다른 유명한 곳들도 많으니 그쪽으로 가볼까 검색해봤는데, 강릉 테라로사가 생각보다 구석에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가려면 약 1시간 이상 차로 운전해서 가야하는 거리였다;;

 

그래서 번호표도 뽑은 김에(그때까지도 아직 우리 주문 순서가 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 유명한' 테라로사 커피를 본점에서 마셔나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여기는 어떻게 된게 메뉴판도 따로 있는게 없고, 그냥 벽 기둥에 포스터처럼 붙여놓은 것이 전부였다. 너무 불편해;;;

어쨌든 메뉴를 찍어와서 우리가 주문하기로 정한건, 파나마 호세 게이샤, 코스타리카 핀카 레온시오, 에티오피아 예가체페 게뎁, 콜롬비아 라 플라타 이렇게 네 가지였다.

 

메뉴판에 적힌 설명으로만 보면 커피 한 잔에 저렇게나 풍부한 과일향과 견과류 향, 초콜릿향 등등이 있을 수 있는건가 싶다. 이런 향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풍부한 건지, 아니면 내 미각과 후각이 둔감한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차나 커피를 좋아하고 즐기긴 하지만, 커피 한 잔에서 이렇게나 다양한 과일 등등의 향을 느끼고 즐길만큼의 수준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오랜 기다림 끝에 주문을 하고 또 약 30분 정도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맛본 테라로사 본점 커피의 맛은 예쁜 찻잔에 담아져 나오긴 하지만, 한잔에 평균 7~8천원짜리 커피 맛 치고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여기 본점의 카페에서 파는 커피 값은 이름값이 4~5천원씩 붙나보다. 코스트코에서 사온 테라로사 원두로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보다 개미 똥만큼 더 나은 정도...

어쩌면 이날 커피를 마시기 전에 있었던 일련의 어처구니 없는 사건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해외 여행가서도 커피로 유명한 곳들은 될 수 있음 놓치지 않고 들러서, 그 집에서 가장 자신있는 커피 한 잔씩을 꼭 마셔보고 오는 우리로서는 당최 공감할 수 없는 맛과 가격이었다.

 

아무리 전문 바리스타 수준의 입맛이 아닐지라도,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셨을때는 그 풍부한 깊이감이 느껴지는 맛과 향이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여기에서는 가격만 고급이었다.

원두는 분명 테라로사 맞는데, 바리스타가 내렸을 커피의 수준이 집에서 내가 막 내려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면 정말 형편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고, 겨우 이걸 위해 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여기까지 왔나 싶은 생각에 기분이 더욱 저조해져서 더이상 사진도 안 찍었다. 다 마시고 났을때도 여전히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빠르게 그릇 반납하고, (여기까지 온 김에)기념품 샵에 들러서 한번 휙 둘러보고, 일회용 핸드드립 원두 패키지만 하나 사서 떠났다.

 

일회용 핸드드립 원두가 낱개포장되어 있고, 집에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방식이라 편리해서 구입했는데, 여긴 기념품 샵에서 파는 원두도 결코 싸지 않은 것 같았다. 기념품 샵이라서 비싼걸까?

여튼 다음에 강릉에 가더라도 여기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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