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창작 팬픽

루시엔 아리아 이야기-시즌 1-70: 고백

루시엔 아리아 2022. 4.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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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창작물은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의 원 저작물을 변형 및 각색하여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본 창작물의 저작권은 루시엔 아리아(본인)에게 있으며, 무단 도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지합니다.


"소풍인데 아무것도 안 챙겨가도 될까?"


"뭐 챙겨가고 싶은 거라도 있어?"


"음... 아니, 생각해보니 없네. 필요한게 있으면 마법으로 만들면 되지."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하자."


그는 생긋 미소를 짓더니 곧바로 독수리 애니마구스로 변신하였고, 루시엔도 뒤따라 독수리 애니마구스로 변신하여 함께 날아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지난 탤벗의 생일날,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던 검은 호수 한복판에 있는 외딴 작은 섬이었다.


그곳은 호그와트 성이 한 눈에 보이고, 검은 호수에 비치는 호그와트의 모습도 절경인 곳이었는데,


워낙 작은 섬이라 나무 몇 그루와 바위, 섬 가운데에 있는 작은 공터의 풀 따위가 전부였고, 간간이 새들이 날아와 쉬어가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탤벗이 가끔 사람들을 피해 혼자 시간을 보내러 오는 비밀 장소들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이 비밀 장소는 루시엔도 아는 곳이 되었다.


두 사람은 그곳에 도착하자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점점 짙은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5월 초의 저녁 하늘 아래, 호수의 수면 위로 호그와트 성의 불빛이 밝게 아롱거렸다.


기분좋은 산들바람이 얼굴을 간질이고, 호숫가의 물이 잔잔하게 찰박이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잔잔하게 들려오는 곳.


그 곳에서 두 사람은 잠시 나란히 서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을 두며 조용히 감상하고 있다가, 이번에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순간이 오기를 정말 고대하면서 여러 번 상상도 해보았는데... 그래도 떨리는건 어쩔 수 없네..."


그가 입을 열자 그녀는 무심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강렬한 눈빛에 결박된 것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묻어나온 떨림이 그녀에게도 전염이 되었는지, 루시엔도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왠지 그가 중요한 말을 꺼내리라는걸 직감적으로 알 것 같아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그녀는 장밋빛으로 얼굴을 물들인 채, 조용히 그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내 세상은 줄곧 어두웠어. 난 늘 혼자가 익숙했지... 그런데 이런 내 삶에 네가 어느날 갑자기 끼어들었고.. 처음엔 네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도 했었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그때를 회상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살짝 흘리더니 고개를 저어 털어버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네가 너무 성가셨었어. 왜 자꾸 조용했던 내 삶에 끼어들어서 사사건건 귀찮게 만드는건지. 왜 자꾸 이렇게 신경쓰이게 만드는건지. 그런데, 대체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저런 여자애를 내가 왜 이렇게 신경쓰고 있을까 싶기도 했어. 일부러 더 차갑게 벽을 세워도 보고,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도 해봤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늘 시선의 끝에 네가 있고, 언제나 멀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네가 제일 먼저 보이더라.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부터는 이젠 네가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고, 또 네가 기운없어 보이는 날엔 걱정이 되고... 이런 내가 스스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점점 그 이유를 깨닫고 나서야 난 비로소 이게 하룻밤 불장난 같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가 잠시 망설이며 뜸을 들이자, 루시엔이 물었다.


"그러면 그게 뭔데...?"


"이걸 자각하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네... 하지만 이젠 내 마음을 더 이상 망설이지 않으려고."


그러더니 탤벗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고백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사랑시를 다 찾아보아도, 이 간단한 세 글자의 말보다 더 내 마음을 잘 전달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사랑해, 루시엔. 나의 연인...이 되어줄래?"


그동안 마음 속에 품고만 있었던 사랑과, 자신의 '연인'이 되어달라는 그 간절한 소망을 입 밖으로 꺼낼 때, 그는 떨려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이렇게 마음을 고백하고나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시선을 내리면서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루시엔 또한 그가 중요한 말을 꺼낼 것 같다는 짐작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의 입으로 직접 고백을 듣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녀도 탤벗이 그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고백을 듣는 동안 두근거림으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커다란 남자애가 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인지, 루시엔은 이제 질투심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주체할 수 없는 벅찬 행복감으로 가득 차 고양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하얀 두 손을 들어올려 그의 양 볼을 부드럽게 붙잡고 시선을 맞추었다.


탤벗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의 손에 얼굴이 붙잡힌 채로, 장밋빛으로 물든 얼굴로 미소를 머금고있는 루시엔을 바라보았다가 그대로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그의 눈엔 그녀가 심장이 아프도록 사랑스럽고 미친듯이 아름다워 보였고, 그녀의 옅은 초록색 눈동자는 마치 하늘 위에서 빛나다가 내려와 봄의 초록빛을 머금은 별 같아 보였다.


봄의 여신같은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열리고.


"내 대답도 확인해야지, 탤벗."


그녀가 웃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그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이게 바로 내 대답이야..."


그녀가 그의 얼굴을 붙잡아 내리더니 그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부드럽게 내리눌렀다.


곧 그녀가 입술을 떼며 키득키득 웃자, 놀람과 충격으로 토끼눈처럼 동그랗게 눈을 뜬 탤벗이 얼어붙은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음.. 잘 이해가 안 돼...? 역시 말로 하는게 나을 뻔 했나... 나도 널 좋아..."


하지만 그녀의 말은 다가온 그의 입술에 막혀 버렸다.


그가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다시 입술을 맞대온 것이었다.


숨막히는 설렘과 두근거림 속에 탤벗은 두 눈을 감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말캉한 입술을 비비다가,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사탕을 맛보는 것처럼 그녀의 입술을 음미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에 숨이 가빠져 잠시 루시엔이 입을 벌리자, 그의 혀가 조심스럽게 그 사이를 가르고 들어와 헤집었다.


그녀의 모든 것이 너무 달콤해서 정신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그동안 얼마나 간절하게 그녀의 마음이 자신에게로 향하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여왔던가.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비현실적인 꿈 같았다.


만약 꿈이라면 너무나도 완벽하고 달콤한 꿈이라 영원히 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맞닿아 있는 뜨거운 온기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그녀, 잔잔하게 들려오는 호숫가의 풀벌레 소리를 배경으로 간간이 섞이는 축축한 숨소리는 이 모든 것이 정말 지극히 행복한 현실임을 일깨워주었다.


점점 깊어지는 키스에 그동안 참아왔던 인내가 폭발하는 것처럼, 그녀를 끌어안고 그는 정신없이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리고 그렇게 참아왔던 인내의 보상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황홀했다.


루시엔은 처음엔 부드러웠지만, 점점 그의 적극적이고 열렬해지는 딥키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키스를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의 목에 두 팔을 걸고 단단한 품에 안기다시피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 사이에 호흡하는 방법도 점차 깨닫고, 차츰 여유를 되찾자 그에게 혀로 살짝 장난치며 화답해주기까지 했다.


물론 그럴 때마다 그는 더욱 더 짜릿한 희열을 느끼며 정신없이 달려들긴 했지만...


그렇게 두 사람은 정신이 아득해지고 구름 위에 둥둥 떠 다니는 기분 속에서 달콤한 서로에게 몽롱하게 취해갔다.



한참을 정신없이 키스하고 나서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는 어느새 새카맣게 변한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가득히 박혀있었다.


루시엔은 어느샌가 평평한 바위 위에서 그의 무릎 위에 앉아 그의 품안에 폭 안겨 있었다.


그들은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으로 가쁜 숨을 고르면서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둘 다 입술이 붉게 부어올라있고, 머리카락은 사방팔방으로 헝클어져 있고, 옷자락은 엉망으로 구겨져 있었지만, 다 상관없었다.


눈 앞의 상대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는게 바로 이런 것일까?


탤벗은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닦아주며 다시 맛보고 싶다는 듯 천천히 지분거리다가 떼어냈다.


자꾸만 그녀의 입술로 시선이 흘러갔지만,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자제력을 되찾았다.


루시엔도 계속해서 그의 입술에 시선이 빼앗겼지만, 이제 이쯤에서 그만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선을 넘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탤벗은 달빛 아래 비치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장밋빛 뺨과 수줍은 듯 시선을 돌리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품안에서 부끄러운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어대는 것을 느꼈다.


루시엔은 그의 품 안에 안겨있으면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박동소리를 들으며, 잠시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있잖아, 탤벗. 우리가 그... 연인...이 되기로 한 거 말이야..."


그녀에겐 '연인'이라는 낯간지러운 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 단어를 말하면서도 잠시 멈추고 얼굴을 붉게 물들여야 했다.


"응, 그게 왜?"


하지만 오랫동안 이렇게 되길 바라온 탤벗에겐, 그녀의 입술을 통해 나온 '연인'이라는 말이 희열감에다 더불어 배부른 충만감까지 느껴지는 마법같은 단어였다.


"친구들한테는 어떻게 말해야 되지...?"


"네가 원하는대로 해... 나는 네 의견을 따를게. 사실, 네가 내 연인이라는 것 말고는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게다가 내 친구는 거의 없으니까, 거의 다 네 친구들인걸."


그가 여전히 품안에 그녀를 끌어안은 상태로 자신이 아까 정신없이 키스하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헤집어 헝클어뜨려놓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살 빗질해서 정돈해주며 대답했다.


"음... 그러면 친구들한테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직접 알리는게 어때..?"


"바나비 리 때문이구나..."


탤벗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하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그렇고... 바디아 때문이기도 해... 아까 바디아랑 같이 저녁 식사를 했는데, 걔가 요즘 너한테 공들이면서 매달리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갑자기 질투가 나더라구... 난 그런 강렬한 감정은 난생 처음 느껴봤는데... 여하튼, 중요한 건 다른 친구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게하면서 직접 알려주고 싶어..."


"뭐? 바디아 알리가?"


그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묻자, 그녀는 그의 입에서 다른 여자애의 이름이 나오는 것도 괜히 질투가 나서 입을 삐죽이며 궁시렁거렸다.


"쳇! 걔도 참!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말이야."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는 피식피식 웃으며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으..! 오늘 내 심장이 너 때문에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알고 있는 거랑은 조금 다른 의미인 것 같지만,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네가 알고 있는건 어떤건데?"


루시엔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올려다보며 묻자,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알려줄래."


"왜애!!"


그녀가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외치자, 그가 다시 피식피식 웃으며 사랑스러워 어쩔줄 모르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의 대답에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 채 어버버거리며 할 말을 잃었다.


루시엔이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애정이 흘러 넘치다못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그의 루비같은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정말... 나한테 단단히 빠졌구나..?"


"이제야 알았어? 내 여자 친구는 눈치가 정말 형편 없는걸."


그가 자못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농담하자, 루시엔이 '내 여자 친구'라는 말에 얼굴을 화르륵 붉혔다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되받아쳤다.


"그래, 나 연애 방면에 눈치 없다, 어쩔래! 그래서 싫다구?"


"그럴리가."


그가 작게 피식 웃으며 그녀를 더욱 꼭 끌어안으면서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너무 좋아 죽을 것 같아서... 큰일이야."


루시엔은 이번엔 귀끝까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탤벗의 품안에서 그와 함께 키득거렸다.


그가 그녀의 얼굴에서 잠시 시선을 돌리자, 그제서야 자기가 얼마나 멋없이 고백해버렸는지가 하나 둘 씩 떠올랐고, 갑자기 뒤늦게 자괴감이 물밀듯이 밀려 들었다.


"하..."


그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자,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그래, 탤벗?"


"미안해, 루시엔. 갑자기 내가 너무 한심해서 그래..."


"대체 뭐가?"


"너한테 고백하면서 그 흔한 꽃 한송이도 없이 그냥... 너무 멋없이 해버렸잖아... 너무 떨려서 제정신이 아니었나봐..."


그 말을 듣자, 루시엔은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 탤벗이 너무 귀여워서 그를 다시 꼭 끌어안고 키득거렸다.


체격 차이 때문에 그의 품안에 그녀가 끌어안긴 모양새였지만, 그런 것도 상관없었다.


그 역시도 품에 안겨오는 그녀를 꼭 마주 안아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주면 되잖아. 너무 떨려서 마법 주문도 잊은 건 아니지?"


그녀의 말에 그는 함께 피식피식 웃으며 요술 지팡이를 꺼내들고는 주문을 외웠다.


"오르치데우스."


곧바로 그의 손 안에 새빨갛고 탐스러운 완벽한 장미 꽃다발이 생겨났다.


탤벗은 그녀를 잠시도 품에서 떼어놓고 싶지 않았지만, 이것을 하기 위해선 잠시 그녀에게서 떨어져야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루시엔을 바위 위에 앉혀놓고, 일어나서 그녀의 앞에 단정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꽃다발을 내밀자, 루시엔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웃음을 꾹 참았다.


"내 마음을 받아줘서... 고마워, 루시엔. 이건 조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네게 주는 고백 선물이야. 부디 받아주면 좋겠..."


이번에 그가 하려던 말의 끝부분은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그녀의 입술에 삼켜져 버렸다.


또 한번 달콤하고 진한 키스가 시작됐고, 결국 루시엔의 입술이 발갛게 부어오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멈추게 될 때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소풍'을 끝내고 다시 독수리로 변신해서 함께 루시엔의 방으로 날아왔다.


루시엔은 그가 준 장미 꽃다발에 영구보존 마법을 걸어서 침대 옆 벽에 잘 걸어놓고는 흐뭇한 얼굴로 꽃다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이 준 꽃다발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며 탤벗도 흐뭇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깐만 기다려봐!"


그녀가 갑자기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그에게 기다리라고 말한 후, 서랍장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왔다.


"짜잔!"


그녀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손에 그것을 들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교복 넥타이?"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앞에 서서 자신의 교복 넥타이를 입술로 살짝 물고 더 가까이 다가왔다.


탤벗에겐 그 모습이 치명적으로 유혹적으로 보였지만, 한편으론 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걸까 의아해 하던 그때.


루시엔은 거침없이 그가 입고 있던 교복에서 그가 매고있던 넥타이를 풀러내기 시작했다.


"자...잠깐!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그가 당황해서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자, 그녀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믄히 이쓰브(가만히 있어봐)."


탤벗은 루시엔의 손목을 놓고 어쩔 줄 몰라하며 손등에 힘줄이 돋아날 정도로 빈 주먹을 꼭 쥐고는, 그녀의 말대로 가만히 있으면서 그녀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그의 교복 넥타이를 풀러내더니, 입에 물고 있던 자신의 교복 넥타이를 그에게 매주었다.


깔끔하게 그의 셔츠에 맨 넥타이를 손끝으로 탁탁 두드리며 그녀는 다시 한번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가 하는 사소한 모든 것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유혹적이었지만, 그는 꾹 참으며 그녀에게 왜 넥타이를 바꿔 매주었는지를 물어보았다.


"갑자기 교복 넥타이는 왜 바꿔 매주는 거야? 어차피 우리 둘 다 똑같은 래번클로라서 넥타이를 바꿔서 매 봤자 똑같을텐데..."


"이건 내가 너한테 주는 고백 선물이야. 교복의 모든 것엔 다 이름이 수놓아져 있잖아. 여기 네가 매고 있는 내 넥타이 안쪽에도 내 이름이 수놓아져 있거든... 그러니까 이제 넌 내꺼라는 거지..."


"......!"


순간 그의 머릿속에 종이 '뎅' 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보여준 자신에 대한 소유욕이 이렇게나 아찔하게 달콤할 수 있다니..!


탤벗은 루시엔이라면 백번 천번이고 자신이 매고있던 넥타이를 기꺼이 직접 그녀의 손에 쥐여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입술이 부어오를 정도로 키스했었기 때문에 참아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그녀의 지나친 사랑스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루시엔을 끌어안으며 그녀의 입술로 돌진한 그는 이번엔 자신의 입술에 영광의 상처를 달고 나서야 떨어졌다.


어느샌가 그녀의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있게 된 두 사람은 가쁜 숨을 내쉬며 서로에게서 떨어졌고, 이번에 루시엔은 그를 향해 도끼눈을 치켜떴다.


"이제 오늘은 그만해. 이거 봐봐! 이제 네 입술에서 피가 나잖아!"


사실 이건 루시엔이 키스하던 중 화들짝 놀라 실수로 그의 입술을 깨물어서 난 상처였지만, 그 원인은 자신도 모르게 격렬하게 달려든 탤벗 때문이었다.


"미안해, 루시엔. 장담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앞으론 자제하도록 노력해...볼게. 오늘은... 이런 경험이 난생 처음이라 조금 서툴기도 했고, 또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그가 야단을 맞아 꼬리를 내린 대형견처럼 앉아서 시선을 처연하게 내리깔았다.


"혹시... 너는 싫었던 거야...? 내가 이렇게... 너에게 키스하는게 싫은 거면..."


그가 어두운 얼굴로 그녀에게 이렇게 묻자, 그녀가 수줍어하면서도 얼른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그런거 아니야! 나도... 좋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네가 다치는 건 싫어."


그녀가 그의 입술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대답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그의 얼굴이 다시 활짝 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앞으로는 더 부드럽게 잘 해볼게."


그녀는 쿡쿡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대 서랍을 뒤져 르웨나 약국표 구급약 상자에서 상처 연고를 꺼내왔다.


"진짜로 가만히 있어야 돼. 알았지? 조금 따끔할 거야."


그녀가 경고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꼭 감고 꽉 말아쥔 주먹을 무릎 위로 올려 정 자세로 앉았다.


그녀가 상처 연고를 상처 난 입술 위에 살살 발라주자, 쓰라림이 몰려왔지만 그보다 그녀의 손가락이 닿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열기가 더욱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르웨나 약국표 상처 연고는 효과가 빠르고 좋았기 때문에, 곧 상처가 아물고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자, 다 됐어."


그녀가 이제 말끔해진 상처 부위를 바라보며 말하자, 그가 서서히 눈을 뜨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향한 그의 루비같은 눈동자에 어려있는 열망을 발견하자, 루시엔은 그의 팔을 찰싹 때리며 축객령을 내렸다.


"아무리 다 나았어도 오늘은 더 이상 안 돼. 이제 어서 네 방으로 돌아가."


"그럼 내일은 되는 거지?"


그가 반짝거리는 루비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예쁘게 미소지은 얼굴로 그녀에게 이렇게 묻자, 루시엔은 눈을 도르륵 굴리며 어처구니 없어했다.


"너 진짜 탤벗 윙거 맞아? 대체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어? 어떻게 고백 한번 했다고 이렇게 사람이 바뀌는거지?"


"원래 사랑의 힘은 위대한 법이야, 루시엔. 네가 나를 이렇게 바꿔놓은거지."


진지한 얼굴로 엄숙하게 자신이 바꿔놓은 거라고 말하니, 그 말에 뭐라 대꾸할 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던 루시엔은 헛웃음만 나왔다.


하지만, 그의 말이 듣기 싫은 건 또 아니어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 차갑고 시크한 탤벗 윙거를 내가 이렇게 바꿔놓았다니, 정말 영광이네. 그래도 어서 돌아가야지. 벌써 늦은 시간이니까..."


그녀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쳐다보며 말하자, 그가 따스한 미소를 띤 얼굴로 일어나며 그녀의 손에서 연고를 빼앗아 들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그리고는 그녀의 부어오른 입술에도 조심스럽게 살살 연고를 발라주었다.


"아...!"


부어오른 곳이 가라앉으며 살짝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의 손가락이 닿은 곳에서 숨길 수 없는 애정이 듬뿍 묻어져 나오는 것 같아 더욱 간지러운 것 같았다.


그 뒤, 탤벗은 아까 그녀가 한켠에 던져놓았던 그의 넥타이를 들고 와서 그녀의 목에 매주며 말했다.


"내일부턴 너도 내 이름이 수놓아진 넥타이를 매줘... 우리가 같은 래번클로라는게 이렇게나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날은 처음이네..."


"당연하지... 네 것도 안 줬으면 서운할 뻔했다?"


그녀가 작게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며 농담하자, 그가 피식 웃더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대하듯 그녀의 이마에 뜨거운 입술을 꾹 내리누르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잘 자, 내 사랑."


그의 이런 유치하고도 달달한 면모에 아직 면역이 안 된 그녀가 화르륵 얼굴을 붉히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잘 자... 탤벗."


그는 예쁘게 눈을 접어 눈웃음을 짓고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독수리 애니마구스로 변신해서 창문 밖으로 날아나갔다.


그가 창 밖으로 날아 나가자, 그녀는 창 틀에 몸을 기대어 그가 날아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사랑에 빠지는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오늘 하루 동안 느꼈던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 변화를 되짚어보며, 그녀는 로완이 사랑과 연애에 관해 예전에 얘기해준 것들이 이제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루시엔은 그가 자신의 목에 걸어준 그의 교복 넥타이 뒷면 한 귀퉁이에 수놓아진 '탤벗 윙거'라는 이름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바보처럼 피식피식 웃었다.


한동안 그가 날아간 밤하늘을 보며 꿈꾸듯 몽롱하게 눈을 빛내다가, 창문을 닫고 잠들 준비를 마치고는, 침대에 누워 베개를 끌어안고 그날의 일들을 되새겼다.


오늘 탤벗과 함께했던 추억은 아마 앞으로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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